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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탄강
아산만에 부는 바람 기념사진 폐사지(廢寺址) 봄이 오면 인생은 계속되고 두견새가 울던 밤에 ■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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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가 타고 사랑채가 타고 어쩌면 별채까지 불이 옮겨오는 듯싶었다. 그래도 좋겠다고 여겼다. 그렇게 되면, 아름답지 못했던 과거의 기억은 모두 삭제될 수 있을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뿐이다. 노인을 굳이 용서하지도 그와 화해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좋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용서가 복수보다 아름답다고, 힘들지만 아니, 힘들어서 더 아름답다고들 했다. 아름답기는. 그 밤, 노인의 두려움에 잠긴 그 눈빛, 떨리는 하관을 보자 그만 몸에 힘이 풀렸었다. 강물이 흐르듯, 면면하게, 저 홀로 흘러가면서, 사람들을 먹여 살리듯이, 자연스레 흘러갈 일이겠거니 그런 생각이 든 건 또 뜻밖이긴 했다.
---「몽탄강」중에서 2023년의 광주는 혼란스러웠다. 오래전 민간인이 된 80년 5월 광주에 왔던 공수부대 사람들이 희생자들의 묘역에 참배하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묘역으로 안내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그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막아섰다. 용서와 화해의 조건이 무어냐고, 누구에게 그것을 판단할 권리가 있느냐고 맞섰다. 배고픈다리 근처 무등보육원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 돌아오던 나는 그 모든 것과 무관했다. 단지 자신의 시대를 아파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받았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그리고 내가 저질렀던 죄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는 돌아섰다. ---「기념사진」중에서 그는 가슴이 뜨거워졌다. 우연한 기회에 그 시를 읽었소.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 안에 핏대를 울려가며 마음껏 불러보자. 아,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이 무척 컸소. 조선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을 하는구나 싶었소. 그랬구려. 고마운 일이오.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뿌려보자는 것은 그러니까 무엇에도 억압받지 않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읽었소. 그게 꼭 아나키즘만은 아니오. 내 조국, 내 고향 사람들의 삶이 그러했소. 그러한 삶을 빼앗겼으니 그러한 세상을 되찾자는 뜻이 컸소. ---「봄이 오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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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허구의 예술이지만, 현실의 반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굴곡진 역사와 그 현장에서 고통받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화해 온 심영의 작가의 신작 단편집 『몽탄강』은 역사를 반영하는 소설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작품으로 말하고 있다.
표제작인 「몽탄강」은 고택 화재 사건에 얽힌 과거와 현재의 엇갈리는 사연을 통해 현대사의 비극을 극복하는 용서와 화해의 서사를 엮어간다. 그 외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뒤흔들어 놓은 불행한 역사에 대해 작가는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펼친다. 한국전쟁, 오월 광주, 동학농민혁명, 여순사건,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 점점이 핏자국이 아로새겨진 우리의 역사와 그 현장에서 고통을 견뎌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일곱 편의 단편으로 수록되었다. [작가 후기 중에서] 제1회 무안문학상 당선 작품인 단편소설 「몽탄강」은 심사평을 쓴 손홍규 선생의 글이 소설에 관한 훌륭한 소개가 될 것입니다. 「기념사진」(2024 아르코 발표지원 선정작)은 1979년 10월에서 1980년 5월 사이에 순정했던 한 인물에게 닥쳤던 많은 불행과 아주 조금의 기쁨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상처에 대해, 평범했던 사람들의 삶을 건드리고 간 불행했던 역사에 대해 살펴보는 소설로 이전에 펴냈던 소설집 『그날들』에 실린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제1회 부마항쟁 기념 소설 수상작)와 그 주제와 서사가 얼마간 비슷해요. 특히 ‘배고픈다리’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더욱 그러한데,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화하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여서 다시 가져와 썼습니다. 물론 소설집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허투루 썼다는 건 아니지요. 「두견새가 울던 밤에」는 임진왜란 때 혁혁한 공을 세운 한 인물이 뜻하지 않게 유배를 가서 마음을 다스리는 이야기이며, 「아산만에 부는 바람」은 갑오농민혁명 즈음에 이 땅에 들어온 청군과 일본군의 알력,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동학 조직을 비롯한 백성의 치열한 항전을 주제로 한 소설이고요. 「봄이 오면」은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한 청년의 죽음을 앞둔 사흘 동안 회한을 미루어 살펴본 소설입니다. 「폐사지」는 여순사건에서 진압군에게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한 인물이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부친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지요. 「인생은 계속되고」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주민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소설집 『몽탄강』에 실린 일곱 편의 단편 모두 우리 역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부정한 현실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섰던 인물들의 삶의 편린을 그리고 있다 하겠습니다. 이는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그렸던 인간의 존엄에 대한 신뢰와 타자와의 공감과 연대를 통한 바람직한 사회의 실현 가능성 모색이라는 제 문학적 주제를 여러 소설의 인물을 통해 새롭게 변주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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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탄강」은 이야기 구성이 치밀하고 문체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고택에 화재가 발생하자 별채에 거주하며 고택을 관리하던 사람이 방화범으로 의심을 받는다. 화재의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사연들이 드러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방식 역시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한 개인의 내밀하고 슬픈 사연을 유쾌하고 가벼운 어조로 서술하여 오히려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비극성을 부각시킨 방식 또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방화범의 정체를 알면서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인물이 느낀 허탈감만이 아니라 깨달음마저 절묘하게 제시되어 있다. 용서도 화해도 하지 않았으나 이미 용서하고 화해한 것이나 다름없음을 이쪽 저쪽이 없는 몽탄강의 무연한 흐름에 빗대어 의미화한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한 방식을 사유하게 한다. - 손홍규 (소설가,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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