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hsin Ha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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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백인 남자 앤더스는 제 피부가 누가 봐도 짙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사실을 깨달았다.
---「PART 1」중에서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는 기분은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 것만큼이나 불편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거나, 대걸레를 휘두르거나, 픽업트럭 뒤에 모여 앉아있는 어두운 피부의 낯선이들. ---「PART 1」중에서 마을의 공기가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변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앤더스는 거리에 피부가 어두운 사람들이 실제로 늘어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설령 그렇게 느꼈다 한들 그것이 사실인지 단정할 수는 없었다. ---「PART 1」중에서 앤더스는 문득 자신이 전과 같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피부 밑에 흐르는 자아는 여전히 나 자신이 맞는데, 내가 아니면 대체 누구겠느냐고 느껴지지만, 사실 그게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이다. ---「PART 1」중에서 마을에서는 폭력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난투극과 총격전이 벌어졌다. 시장은 거듭 안정을 호소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거리에는 창백한 피부의 무장단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PART 2」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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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를 벗은 나는 여전히 ‘나’인가
특권과 경계가 사라진 세계, 비로소 마주한 ‘진짜 관계’ 모신 하미드의 『라스트 화이트맨』은 단순한 인종 아포칼립스나 상상력의 유희에 머물지 않는다. 소설은 타인을 규정하던 신화가 무너진 자리에 비로소 시작되는 ‘진짜 관계’를 묵직하게 파고든다. 무심한 인사만 건넬 뿐 존재조차 인식하지 않던 청소부를 피부색이 달라진 뒤에야 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된 앤더스처럼, 우리가 타인에게 베풀던 가벼운 친절 뒤에는 종종 견고한 경계와 우월감이 숨어있다. 소설은 바로 이 견고했던 특권에 균열이 발생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작가는 ‘백인성’이라는 기득권이 사라져 가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서늘하게 지적한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연기하려 애쓸수록 오히려 자신과 멀어지는 현대인의 자화상은, 작품 속 인물들이 겪는 혼란과 완벽히 겹친다. “자신다워지려고 애쓰는 것만큼 자신과 멀어지는 짓도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주변 사람들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 사람들이 말하고 걷는 모습, 입술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마치 연극을 하듯 따라 하려 애썼다.”(42p) 그러나 이 정체성의 혼란 너머에서 소설이 도달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결코 파괴나 절망이 아니다. 겉모습으로 타인을 손쉽게 규정하던 사회적 잣대가 효력을 잃을 때,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상대의 눈빛, 목소리의 떨림, 표정의 미세한 결 같은 본질적인 요소들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껍데기가 벗겨진 자리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진짜 얼굴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낡은 세계의 특권과 허상이 무너진 풍경 속에서, 인물들이 나누는 온기는 삶의 불안을 나란히 견뎌내는 가장 단단한 연대다. 『라스트 화이트맨』은 인종과 특권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인 동시에, 껍데기 너머의 타인을 온전히 바라보게 만드는 ‘진짜 관계’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