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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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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A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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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치 내게 물건이라도 팔듯이 말했다.
“그럼요. 요즘 난자 냉동이 얼마나 인기가 높아졌는데요.” (……) 나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인기가 많아진 예테보리의 한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난자를 채취하여 은행에 예치하는 난자 계좌를 개설한 기념으로 근사한 점심과 고급 화이트와인을 음미하며 축하할 생각이었다.--- p.13 엄마와 만날 때마다 마르테는 더 이상 못 견디겠다며, 새엄마로만 살기 싫다고 울먹였다. 그럴 때면 엄마는 마르테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마르테, 요즘은 아무도 새엄마라는 말 안 써. 넌 보너스 가족이 되는 거야. 요즘은 그렇게 말하더라, 보너스 가족이라고. 그러면 마르테는 내 보너스는 어디 있냐고 거듭 물었고, 그럼 나 역시 마르테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결국엔 다 잘될 거야. --- p.16~17 여기서는 마르테가 어른이었다. 자기 것인 양 도자기 그릇을 씻는 것도 마르테이고, 이곳에 어울리는 쿠션을 사는 것도 마르테다. 나는 그런 일을 할 만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나도 한두 번쯤은 여기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생각해본 적이 있다. (……) 하지만 마르테도, 크리스토페르도, 엄마도, 스테인도 없을 때 여기서 혼자 지내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었다. --- p.28~29 나는 혼자 임신한 몸으로, 임신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며, 그 상태로 직장과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걸 상상할 수 없었다. 엄마나 마르테나 친구 하나만 곁에 두고 출산하고, 남자라는 존재쯤이야 전혀 아쉬워하지 않으면서 아이의 엄마라는 것만으로, 늘 아이와 함께하는 삶만으로, 가장 위대한 그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을 말이다. --- p.59 마르테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뭘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손은 배에 대고 있었다. 아직 별로 나오지도 않은 배를 왜 저렇게 만지는지. 의식적으로 임신한 사람의 몸짓을 취하는 걸까? 유튜브라도 보고 저런 제스처를 연구한 걸까? 몸을 앞뒤로 뒤뚱거리고, 배 위에 손을 올려두는 행동을? --- p.62~63 내 발바닥에 화상을 입혔던 금속으로 된 파라솔 받침대, 책을 읽다가 잔을 그늘 아래로 옮겨두는 걸 깜빡해서 결국 상한 맛이 났던 우유. 아빠는 그 우유를 햇살이 닿았다고 해서 ‘선키스’ 우유라고 불렀다. 그리고 노란 벽들. 저들이 흰색 페인트로 지워버린 노란색. 나는 그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 p.94~95 그는 여기 있고 싶어 해, 나처럼. 나는 술에 취해 몽롱해진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고 생각해봤다. 그는 나와 함께하고 싶은 거야. 나는 몸을 좀 더 일으켜 그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쉬었다. 좋은 냄새가 났다. 그는 안전하다. 나는 한 손으로 그의 턱을 잡고 키스했다. 그의 메마른 입술은 닫혀 있었다. --- p.132 나는 결코 누군가의 엄마가 되지 못할 것이고, 내가 예순다섯이 되었을 때 내게 노래를 불러줄 장성한 자녀도 없을 것이며, 누군가의 할머니도 되지 못할 것이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손주들도 없을 것이다. 내 안에 텅 빈 동굴이 열리는 것 같았다. --- p.158 나는 아랫배에 손을 올려놓고 가늠해보려 했다. 이 안에서 무언가가 아직 작동하고 있는지, 무엇이라도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 게 있는지, 또는 그저 말없이 드러누워 죽어 있는지. 손바닥 아래로 따뜻한 피부만이 느껴졌다. --- p.188 오래된 조개껍질과 해양 지도 액자를 놓아둔 선반의 먼지 층이 햇살에 드러났다. 시간은 별장과 정원과 나를 통과하며 지나갔다. 이번 여름도 다른 여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주 더웠던 해가 언제였고 고등어를 많이 잡았던 때가 어느 여름이었는지 몰라도, 어떤 여름은 곧 가고 다른 여름이 올 것이다. --- p.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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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의 모습은 내가, 우리가 숨기고 있던 마음속의 덜 자란 나 자신이다.
책장을 덮고 우리는,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한정현 소설가 추천 노르웨이 젊은비평가상 수상, 서점상 노미네이트 출간 즉시 14개국에 수출 마리 오베르의 첫 장편소설 두 자매의 모습을 통해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소외감과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 『어른들(Grown-ups)』이 출간되었다. 노르웨이 출신 작가 마리 오베르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 즉시 호평을 받으며 2019년 젊은비평가상(Young People’s Critics’ Prize)을 수상했다. “작가는 치밀한 통찰력으로 여름 며칠 동안 한 가족의 내밀한 관계를 해부한다. 마리 오베르는 금지된 감정을 묘사하는 데 완벽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스웨덴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는 평가를 받은 『어른들』은 현재 영어, 독일어, 폴란드어 등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총 14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 이 소설은 여름을 맞아 별장으로 휴가를 온 두 자매의 모습을 통해 가족 간에 느낄 수 있는 내밀한 감정의 갈등을 극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만 돌보는 게 불안하여 기어이 임신을 한 동생 ‘마르테’와 그런 동생을 한심해하면서도 자신 또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동생의 남편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언니 ‘이다’. 이들 자매의 모습은 “내가, 우리가 숨기고 있던 마음속의 덜 자란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서 외면했던 나 자신”(한정현 소설가, 추천사)과 만나게 될 것이다. “괜찮아. 우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우아하지만 치명적인, 두 자매의 완벽한 여름 언니 ‘이다’와 동생 ‘마르테’는 엄마의 65세 생일을 축하하고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해안가에 위치한 별장에 모인다. 건축가로 일하는 이다는 40세 독신 여성으로, 혹시 이제는 아이를 낳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난자를 냉동하기 위해 스웨덴에 있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음을, 그래서 더 이상 누구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낀다. 나는 두 팔로 나의 몸을 감쌌다. 피부는 생기를 잃은 듯 건조했고, 말라빠진 몸뚱이는 보잘것없었다. 요즘은 아무도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젠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최근에는 별장에 누군가를 데려올 만큼 오래 만남을 지속한 적도 없었다. (27~28쪽) 별장에는 동생 마르테와 그녀의 가족이 먼저 도착해 있다. 마르테와 함께 살고 있는 크리스토페르에게는 여섯 살 된 딸 올레아가 있다. 마르테는 올레아의 새엄마로만 살기 싫다며 자신의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몇 번의 유산 끝에 드디어 임신에 성공한 마르테는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자신의 언니인 이다에게 알린다. 이다는 축하 인사를 건네는 한편,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가족들의 관심이 모두 마르테에게 향할 것에 질투심을 느낀다. 그리고 “스웨덴에서 난자를 냉동한 다음엔 다른 사람이 될 거야. 아직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어”(28~29쪽)라고 생각하며 난자를 냉동하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모든 상황이 해결될 거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나는 결코 누군가의 엄마가 되지 못할 것이고, 누군가의 할머니도 되지 못할 것이다.”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이야기 소설 속 자매의 모습은 성숙한 어른의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질투심과 나약함,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다는 응석받이에 의존적이기만 했던 마르테가 이제는 가족을 이루고 아기까지 임신한 모습을 보고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고, 늘 엄마의 든든한 편이 되기 위해 의젓한 모습을 보여왔던 자신이 오히려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다 가졌음에도 여전히 불만을 늘어놓는 마르테를 보면서 사실 이 모든 것을 가질 진정한 자격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생의 남자인 크리스토페르를 유혹하기에 이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내 안에서 무언가가 흥분으로 전율했다. 내면 깊은 곳의 불온한 떨림이었다. 우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어날 뻔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일어날 뻔했다. _135쪽 작가는 “가벼우면서도 우아하게 재난을 향해 이야기를 몰고”(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 가며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미성숙한 내면’의 상태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모습과 마주하게 한다. 특히 독신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겪는 실존적 위기와 불안을 밀도 있고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성장과 홀로서기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에 우리가 있으니까. 책장을 덮고 우리는,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_한정현 소설가 ___________ 200쪽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작은 보석. 작가는 치밀한 통찰력으로, 여름 며칠 동안 한 가족과 그 속에 내밀한 관계를 해부한다. 마리 오베르는 금지된 감정을 묘사하는 데 완벽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_스웨덴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 첫 시작은 노르웨이의 여름날에 대한 즐겁고 짧은 소설 같지만, 이내 조용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가족 이야기로 발전한다. 오베르는 가벼우면서도 우아하게 재난을 향해 이야기를 몰고 간다. _요한나 프리드(Johanna Frid),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 가족이 없을 때 성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코믹하고 고통스러운 우리들의 이야기. _Summer’s Best Reads, 영국 『보그(Vogue)』 마리 오베르는 가장 수치스러운 주제들에 대해 힘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쓴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심리적인 상호작용을 묘사한 것만큼이나 대화도 우아하다. 서서히 조여오는 불안,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모든 갈등들. _노르웨이 일간 신문 『다그블라데트(Dagblad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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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며 여러분은 아마 이 말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릴 것이다. “이해가 안 돼, 다 큰 어른들이 저게 무슨 짓이지?” 그도 그럴 것이 이 소설 속 자매의 모습은 어른들의 행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질투심과 나약함,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만 돌보는 게 불안하여 기어이 임신을 한 동생 ‘마르테’와 그런 동생을 한심해하면서도 자신 또한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에 동생의 남편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언니 ‘이다’. 하지만 다 읽은 후엔 끝내 이 말을 중얼거릴 수밖에 없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나라도 저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렇다. 자매의 모습은 내가, 우리가 숨기고 있던 마음속의 덜 자란 나 자신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소설을 다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 속에 우리가 있으니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서 외면했던 나 자신이 거기 있으니까. 책장을 덮고 우리는,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 한정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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