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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사이에 서서
김정훈
작가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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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시인선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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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자서

1부 말과 침묵 사이
해협 사이에 서서
탑승
번역은
처음 익히는 일어 문자
시음 후에 찾아온 고통
국경선을 향하여
내 책상 위의 풍경
산책
장독대
수풀 속에서
바다 건너온 헌 옷
두 켤레의 신발
눈감고 하는 독서
왼손이 한 일
눈물 젖은 콘사이스

2부 국경 너머로
꿈결에 공략한 오사카성
욱일기
청춘의 눈물
대성학원 1980
고시엔야구장
봉선화
암담한 겨울 버티기
꽃피지 않는 뻘밭
양금덕 할머니
한 발 내딛고자
샛바람아 불어다오
왜곡의 깃발
별빛이 되어다오
밤하늘 별 노래
길 잃은 연락선

3부 사이에 선 풍경
경계를 허물며
가을 하늘
담벼락
어느 진료실
산비탈 계단
고장 난 신호등
저울 앞에서
허물을 벗기며
팽이
말라의 죽음처럼 부활한 그대
샤워 소리
흩어지는 하객
상처투성이 가을
잎새의 사랑
무지개 꽃

4부 일상의 위로
드럼과 해후하다
책 속
붓의 무도회
고무줄놀이
빗자루질
빛바랜 우표 한 장
일자형 머리핀
풀잎 예찬
가을의 변명
서투른 채취
가을 사랑
식목일에
물안개
숲길
둥근달

해설 / ‘사이’의 시인, 꿀벌 번역자_김응교

저자 소개 1

1962년 전남 무안 출생. 80년 광주 대성학원에서 문병란 시인의 강의에 매료되어 문학을 시작했다.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에 국내 작가 관련 평론을 발표해 오다가 2024년 여름 《시와 사상》에 「봉선화」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을 출간했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오대학교 정책문화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과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소세키와 조선』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마쓰다 도키코
1962년 전남 무안 출생. 80년 광주 대성학원에서 문병란 시인의 강의에 매료되어 문학을 시작했다. 일본 시 전문지 《시와 사상》에 국내 작가 관련 평론을 발표해 오다가 2024년 여름 《시와 사상》에 「봉선화」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 『아들과 함께 보는 서울의 봄』을 출간했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오대학교 정책문화종합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과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 『소세키와 조선』 『한국에서 바라본 전쟁과 문학』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 편저 『조선의 저항시인?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 한국어 번역서 『나의 개인주의 외』 『명암』 『니이미 난키치 동화선』 『마쓰다 도키코 시집』 등, 일본어 번역서로는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 『문병란 시집』 『김준태 시집』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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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26*200*20mm
ISBN13
9791124095591

책 속으로

왼편에 놓인 한일사전
오른편에 놓인 국어사전
그 사이의 빈 원고지

‘슬픔’을 찾는다
한자까지 다른 두 단어

한글로는 하나인데
일본어로는 둘이다

다시 ‘서러움’을 찾는다
옮기기 어렵다

한글로는 있는데
정확한 일본어가 있을까

원고지 위에
‘서러움’이라고 쓰다가
다시 지운다

슬픔도 아닌 것을
옮길 수 없는 것을
옮기려고 애태우는 밤

두 사전 사이
좁혀지지 않는 간격

그 틈에
시가 끼어든다

옮길 수 없어 쓴다
전할 수 없어 남긴다

두 언어 사이에서
태어난 단어들을
주워 담는
또 하나의 위안.
--- 「내 책상 위의 풍경」중에서

책상 서랍을 열다가
우연히 발견한 우표 한 장

서로의 주소를 다시 맞추는 조각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다

오래전 내가 편지에 붙이려다
깜빡하고 놔두어
서랍 한쪽에서
세월을 보낸 빛바랜 모습

하이얀 봉투 한쪽에 붙어
낯선 담을 넘어
다른 삶의 문간 앞에 놓였어야 했는데

저녁 밥상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어야 했는데

주인 없이 버려진 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날 기다렸을 터

미안한 마음에
‘그대 그리고 나’라는 노래를 틀어놓고
앨범에 조용히

--- 「빛바랜 우표 한 장」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일의 경계에 선 이가 시로 건넨 화해의 언어
— 김정훈 교수, 두 번째 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 출간

1. 대립의 바다를 건너 ‘사이’에 서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학적 접점에서 평생을 연구와 번역, 그리고 민간 교류의 다리로 살아온 일본문학 연구자이자 시인인 김정훈 교수(전남과학대)가 두 번째 창작시집 『해협 사이에 서서』(도서출판 작가)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시집은 단순한 언어적 소통을 넘어, 한일 관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의 격랑 속에서 국가와 언어, 역사와 기억, 그리고 상처와 화해라는 묵직한 근본 문제를 '사이'라는 독보적인 공간에서 성찰해 낸 결과물이다. 시인은 어느 한쪽의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두 세계의 경계인 해협 사이에 조용히 서서 서로를 깊이 응시하는 새로운 시적 좌표를 제시한다.

2. 총 4부로 펼쳐진 사유의 여정
시집은 총 4부의 깊고 단단한 서사로 구성되어 독자를 사유의 바다로 이끈다.
1부 '말과 침묵 사이'에서는 일본어 문자를 처음 배우던 시절의 기억과 유학의 서사 속에서, 두 언어와 문화 사이에 선 존재가 겪는 정체성의 감각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2부 '국경 너머로'는 오사카와 고베를 왕래하던 청년 시절의 유학생 기억을 바탕으로, 욱일기와 식민의 상처,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픔을 직시하면서도 국경을 뛰어넘는 화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3부 '사이의 선 풍경'에서는 병원 진료실, 고장 난 신호등, 채찍질 당하는 팽이 등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폭력성과 생명 파괴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4부 '일상의 위로'는 책, 붓, 풀잎, 둥근달 등 주변의 평범한 생명들을 어루만지며 인간에 대한 근원적 이해와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표제작인 「해협 사이에 서서」에서 시인은 해협을 단절과 갈등의 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고요히 연결하는 소통의 통로로 승화시킨다.

너의 눈은
육지에서 섬을 비추는 불빛
구석구석 살피고 이쪽저쪽 들여다본다.
- 「해협 사이에 서서」 부분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시인·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에 대해 “경계에 선 존재가 확보한 제3의 시공간에서 탄생한 시”라며 기존의 이분법적 담론을 넘어서는 독창적인 시적 세계라고 평했다.

3. “번역은 꿀벌이 꽃가루를 나르는 일” — 국경을 넘는 소통의 미학
김정훈 교수의 문학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눈부신 열쇠는 단연 '번역'이다. 그는 시 「번역은」을 통해 번역이 단순한 기계적 언어 변환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영혼을 잇는 가장 생명력 있는 행위임을 노래한다.

번역은 국경을 넘어
꿈과 사랑을 전하는 일

꿀벌이 꽃씨방에서
꽃가루를 나를 때처럼
소망을 담아 옮기니까.
- 「번역은」 부분

나아가 이번 시집은 역사적 상처를 매만지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폭력성과 생태적 성찰에까지 가닿는다. 시인은 '팽이'를 통해 전쟁과 폭력이 일상화된 잔인한 세태를 고발하는 한편, '숲길'과 '둥근달'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부끄러워하며 자연과 생명이 건네는 안부에 귀 기울인다. 특히 시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둥근달」의 "그래서 / 둥근달은 / 어머니 얼굴."이라는 구절은, 역사의 모든 상처를 감싸 안는 거대하고 따스한 인간애의 진수를 보여준다.

4. 시인과 학자의 길, 그 묵직한 발자취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김정훈 교수는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간세이가쿠인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소세키와 조선』을 비롯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과 일본 시집을 우리말로 옮겼고, 반대로 『문병란 시집』, 『5월 광주항쟁의 저항시』 등을 일본어로 번역하며 양국 문학계의 깊은 신뢰를 쌓아왔다.

특히 한·중·일 및 북한의 저항 시인들을 조명한 편저 『조선의 저항시인 — 동아시아에서 바라본다』는 2023년 하반기 ‘도쿄대생이 고른 책’에 선정되며 학계와 독자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김준태 시인은 “김정훈은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서 묵묵히 다리를 놓아온 사람”이라며, 그의 시가 “확고한 정체성을 세운 채 마침내 평화의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한 이명한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은 “아픔으로 다가오는 경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곱씹게 하며, 진정한 화해의 의미를 체감하게 하는 시집”이라며 일독을 권했다.

차가운 대립의 언어가 난무하는 오늘, 『해협 사이에 서서』는 상처를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기억을 이해하고 보듬는 가장 따스하고 품위 있는 상생의 언어가 되어 줄 것이다.

■ 시인의 말

이 시집은
파도의 이야기다

잠잠한 시가 아니라
출렁이는 시
요동치는 시

부서지는 이들의 이름을
불러볼수록
여백은 불거진다

옮기지 못한
진한 슬픔이 남는다

해협 사이에 서서
오늘도
건너지 못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바다를 향해 묻는다.
- 2026년 여름,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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