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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1부 삼대 · 13 카스테라를 보면 · 14 수영장에서 · 16 꽃무늬 나일론 속치마 · 19 물방개 · 20 한자 이름 없음 · 22 고양이 미씨Missy · 24 통영 도천동, 1970년 · 28 피아노 연주회에서 · 29 용서에 대하여 · 30 사이공 함락의 날 - 오션 부응의 「불타는 도시의 오바드」를 읽고 · 32 남산의 녹음 · 35 나의 시 · 36 오후 네 시 · 38 저녁 숲길 · 40 가을 사과 · 42 2부 비 오는 날의 강아지풀 · 45 남새밭의 라벤더 1 · 46 남새밭의 라벤더 2 · 47 환희의 하얀 길 - 빨간 머리 앤 · 48 반 고흐의 편지 · 49 초록을 보러 오렴 · 50 여름 저녁, 수영장을 나서면서 · 52 친애하는 일기장에게 · 54 도둑 든 날 · 56 위조지폐 · 57 바둑알 하나 · 58 아들의 스물 일곱 살 생일에 · 60 소음을 견디는 법 · 62 죽음 후에 보이는 것들 · 63 영정 사진 찍던 날 · 64 딸의 가슴에 남은 아버지의 영정 사진 - 통영 강구안 · 66 3부 오후의 산책 · 71 물의 기억 - 비 오는 날 · 72 물비린내 · 73 아침, 한강 가를 걸으며 · 74 말 없음에 대하여 · 76 아침 인사 · 77 여성의 일과 · 78 단풍 드는 일 · 81 흐린 날 · 82 빨간 구두의 기억 · 83 썰물을 기다리며 · 86 서울 지도 · 87 남산에서 본 서울 풍경 · 88 우문현답 · 89 여름, 해 질 녘 · 90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 92 4부 성가대 합창 · 95 성가대 지휘자 1 · 96 성가대 지휘자 2 · 97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때를 아시나요? · 98 난민 철새 · 99 은행잎을 보며 · 100 저녁 무렵의 한강 · 102 철새 행렬 · 104 1973년 · 105 다섯 살의 소나기 · 106 번역 동화를 읽던 아이 · 108 실명에 대하여 · 110 눈이 솔가지를 부러뜨리니 · 112 강아지 천국이 · 114 날치의 꿈 · 116 나를 묻어다오Enterrez moi · 118 자전적 산문 ‘공연히’ 시를 쓴다 ·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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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스물둘에 나를 낳았고,
나는 스물다섯에 딸을 낳았다. 팔순, 환갑, 서른다섯 세 여자가 함께 걷는다. 세 자매 같은 세 세대가 걸어간다. 보릿고개 시절, 고기도 생선도 없는 멀건 미역국을 먹었던 우리 엄마. 가난한 유학생 시절, 빈민을 위한 배급 우유와 치즈를 먹었던 나. 또, 자유를 누리며 샌드위치 한 쪽 먹고 일만 하는 딸. 유속이 서로 다른 세 줄기 강물 위에 뜬 세 척의 배, 각자의 노를 부지런히 저어가며 나란히 물에 뜬 세 척의 배. 서로 멀어지지 않으려고 늘 살피는, 그 풍경. ---「삼대」중에서 고흐는 밤하늘의 별을 그렸다. 별을 그리면서 편지를 썼다. “우리가 죽으면 저 별까지 걸어서 가는 거야.” 여름 저녁 한강 가에서, 고흐의 밤하늘을 우러러보며 편지를 읽는다. 이 별인가. 저 별인가, 화폭에 옮겨두었던 자신의 별을 찾아 하늘 끝까지 터벅터벅 걷고 있는 고흐의 뒷모습이 보인다. ---「반 고흐의 편지」중에서 “그때 나는 아름다웠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그땐 진정 아름다웠다. 윤기 나고 싱싱하고 힘찬 것은 모두 아름다우니, 그러나 나는 지금 내가 누구인지 안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는 것도 안다. 공자는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앎이다. 그때는 모른다는 것도 몰랐지만 이제는 그때 몰랐다는 것도 알고 그때 알았던 것도 알고 이제야 알게 된 것도 안다.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안다고 한다. *앤 섹스턴Anne Sexton의 시에서 ---「지금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중에서 언젠가는 후회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말하려 한다. 미국 시인 앤 섹스튼의 시구처럼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고 외치려 한다. 그러나 나의 방식으로 이렇게 새롭게 부르짖고자 한다. “마침내,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안다.” 나는 거칠더라도 정직한 방식으로 내가 살아온 나날들을 시로 남기려 한다. 내가 기록할 때에만, 내 기록을 밟고 누군가가 더 용감하게 일어설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 그런 사람들로 인하여 더 멋지고 자유로운 삶, 더 조화롭고 아름다운 시대를 볼 수 있으리라 믿어 본다. ---「자전적 산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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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말했다. 기록되지 않은 경험은 단지 스쳐간 일에 불과하다고. 그리고 기록될 때에만 그 경험은 정리되고 완성된다고. 나는 나 자신만의 경험과 기억을 그냥 스쳐 보내지 않기로 했다. 시를 써서 내 기억을 보존하고 경험의 의미를 확정하기로 했다. 줄글을 써서 발표하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2004년, 『문학사상』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하였으니 벌써 이십 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줄글을 쓸 때에는 마음이 편하다. 세월과 함께 글쓰기가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느끼곤 한다. 아직 떫은 감 같은 내 시들도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익어가며 단물 들기를 바랄 뿐이다.
- 2025년 겨울, 박진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