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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세이렌의 탄식 여성, 그 ‘난독의 텍스트'?: 한분순론 쇠공과 발레, 형식과 시적 자유: 정수자 시인의 시세계 전통傳統과 전복顚覆의 시학: 정수자의 『허공 우물』을 읽다 동음을 반복하여 주제를 변주하며: 정수자 시인의 『탐하다』를 읽다 순한 꿈, 속삭인 흔적, 풀빛 물빛 언어들: 전연희 시인의 시세계 산다는 건 애오라지 나를 견디는 일: 하순희 시인의 공간 2. 세이렌의 출항 새 경전의 첫 장처럼 새 말로 시작하는 사랑: 정현숙 시인의 시세계 빙산 속의 꽃잎: 박명숙 시인의 시세계 파도와 외등과 ‘흘러가는 생’: 문순자 시인의 시세계 증류된 기억의 시: 문순자 시인의 『어쩌다 맑음』을 읽다 3. 세이렌의 합창 날것의 삶과 퍼덕이는 시: 이애자 시인의 시세계 독특한 좌절의 형식: 물엿을 상자에 담는 선안영 시인 신명인 듯 비명인 듯 살에 저민 자문刺文인 듯: 한분옥 시인의 시세계 사랑, 그 지독한 독점의 욕망 너머: 김선화의 시세계 참대 갈대 베어 낸 길을 맨발로 가는 시인: 알랭 드 보통과 이남순 시인의 대화 4. 몸에 새긴 지도 몸에 새긴 지도: 김석이 시인의 시세계 “눈 감아라 사랑아”: 김영순 시인의 시세계 열정과 권태와 고독과 생명의 가련함을 위하여: 인은주 시인의 시세계 삶과 꿈과 역사, 그리고 빈칸으로 남은 음보 하나: 김연미 시인 기다리며 때론 솟구치리라!: 서숙금 시인 시적 공간의 확장과 삶의 상승: 백순금 시인과 맨발 걷기의 시학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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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만남, 그 관계 맺음을 통하여 “물동이 들이붓듯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갑자기 햇빛이 나타난다고 본다. “내 삶이 네게 가닿아” 이루어지는 변화들, 그것이 만남과 관계가 이루어 내는 힘이다. 아득하고 감당하기 힘든 삶의 길을 그래도 걸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의 ‘너’의 존재이다.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이른다. “신을 찾는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어떤 것이든 그 속에 신이 깃들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너’라는 존재는 당연히 ‘나’의 앞에 현현한 나의 신일 수밖에 없다.
---「산다는 건 애오라지 나를 견디는 일: 하순희 시인의 공간」중에서 이 시편에서는 어머니의 굴곡 많은 생애가 한국 현대사의 질곡에 깊이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첫 남잔 징용으로 일본 간 지 칠십년, 두 번짼 4?3 홧술로 세상 뜬 지 사십년”에서 보듯,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의 산물인 ‘징용’이 어머니의 삶을 한 번 뒤틀리게 했다. 그리고 다시 냉전시대 이데올로기 전쟁의 부산물인 4.3사건이 두 번째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다. 그런 역사의 격랑에 휩쓸리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고 섬기고 “온몸으로 절을” 하며 삶을 지속해 가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해 보인다. 그 삶의 과정에 쉽게 ‘체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다. ‘순응’의 삶이라고도 단정할 수 없다. 체념도 아니고 순응도 아니고 복수나 저항은 더욱 아닌 그 삶을 정의해 줄 단어는 무엇일 수 있을까? 어쩌면 삶의 복합성과 생존의 엄숙함은 삶을 추동하는 힘의 본질을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는 것은 아닐까? ---「파도와 외등과 ‘흘러가는 생’: 문순자 시인의 시세계」중에서 여성 자신의 진솔한 목소리로 여성의 삶을 그려 낸 글들은 매우 값진 것이다. 여성은 남성이라는 타자의 시각에서 인식되고 남성의 목소리를 통하여 재현되면서 객체화되고 대상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남성의 목소리가 전유해 왔던 여성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되찾는 작업이다. 문학 창작은 인간 삶의 결에 깊숙이 기입된 은밀한 의미들의 징후를 짚어 내고 언어라는 연장을 들이대어 그 의미를 캐내어 텍스트에 옮기는 작업이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한 담론에 흠집을 내고 거스르며 대항하는 일이다.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공적 담론(public discourse)에 저항하며 그 대항 담론(counter discourse)을 생산하는 것이 문학 창작이다. ---「날것의 삶과 퍼덕이는 시: 이애자 시인의 시세계」중에서 “긴 말은 과장되고 거짓이 섞이기 쉽다.” “현대시조가 시언어의 리듬 문제를 찰박하게 실험해 나가는 항로의 현장이며 다채롭게 육체를 변형하여 깊은 정조를 담을 수 있는 현재형의 양식임을 강하게 증언하고 있다.” 자유로움보다 제약에서 오히려 정제되고 고양된 자유를 얻어 누리리라는 직감으로 그는 시조 형식을 채택한 것이다. ---「독특한 좌절의 형식: 물엿을 상자에 담는 선안영 시인」중에서 제주의 풍경을 그리고 제주 정서를 글로 새기며 시간의 흐름에도 풍화되지 않도록 제주 문화를 지켜 온 일군의 시인들이 있다. 김영순 시인이 보여 주는 신선한 감각과 새로운 은유의 언어는 제주 시조 문학의 깊이를 더하고 넓이를 확장한다. 동시에 그 시편에 스민 정서들은 한반도인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가져다준다. 그의 시편들은 고운 말의 결을 아낌없이 드러내 보여 준다. 정겹고 따뜻하고 맑은 언어와 서정에 젖어들면서 동시에 그 결에 스민 그윽한 슬픔에 닿을 때 독자는 문득 눈물짓게 된다. 그의 시편을 읽노라면 “삼천 평 노을”이 제주의 오름들 사이로 덮치듯 달려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노을 속 “감감한 내 사랑”과 아득한 삶의 거리를 가늠하게 된다. 혹은 여름날 저녁 문득 끼쳐 오는 감귤꽃 향기를 따라 먼 추억 속의 날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살아가는 일 아득해도 더러 따뜻했던 날들의 기억으로 넉넉히 살아갈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눈 감아라 사랑아”: 김영순 시인의 시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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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인들이 지녔던 숱한 꿈들, 그리고 고이 간직한 기억의 언어들”
역사 속 분명히 존재했던 여성들에 의한, 여성들을 위한 시 한때 문단에 ‘여류 시인’이라는 문제적 이름이 존재했다. 이는 여성 시인들의 시는 서정성만이 강조되고 역사의식은 부재하다는 함축성을 띤 의심에 닿아 있다. 박진임 평론가는 여성 시인의 존재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작품을 소개한다. 그 속에는 일제 강점, 한국 전쟁, 근대화, 제주 4.3 사건 등 다양한 역사의 질곡에 의해 유실되거나 훼손된 여성들의 넋을 메타포로 나타낸 작품들이 있다. 여성 시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시세계는 ‘여성 시인’이라는 상투적 이미지에 대한 저항 담론을 형성하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문학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여성 시인들에 대한 낡은 관념을 깨고 본질과 그것이 작품으로 형상화되는 상관관계를 검토하기 위해 크게 4개의 부로 나누어 각 작품을 살펴본다. 1부 「세이렌의 탄식」에서는 한분순, 정수자, 전연희, 하순희 시인의 시를 통해 남성 주체만 남고 이미지로 존재해 온 타자로서의 여성이 담긴다. 응시의 대상이거나 기억의 객체가 되기를 거부하고 주체로서의 여성이 지녔을 꿈과 절망의 모습을 재현한다. 2부 「세이렌의 출항」에서는 정현숙, 박명숙, 문순자 시인의 시를 통해 여성 욕망의 발화를 나타낸다. 상실을 예감하고 소멸에 대해 분명히 자각하면서도 그 시간대를 향해 천천히 옮겨가는 시인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3부 「세이렌의 합창」에서는 이애자, 선안영, 한분옥, 김선화, 이남순 시인의 시를 통해 소통과 자기표현의 매체로서의 문학의 의미를 살핀다. 여기서 그는 시 속에서 날것의 상상력과 은유로 이루어진 결속의 공유항을 발견한다. 4부 「몸에 새긴 지도」에서는 김석이, 김영순, 인은주, 김연미, 서숙금, 백순금 시인의 시를 통해 여성 시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주어진 아픔과 슬픔을 달리 위로받고 치유할 길이 없었던 여성들이 차별은 은밀해지고 삶은 더욱 치열해진 시대에서의 인내와 긍정의 발견을 모색한다. 3장 6구 형식의 미학 ‘시조’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다 시조는 ‘3장을 이루는 각 15자 안팎 언어들의 집합’이라는 형식이 엄격한 장르이다. 시조가 가진 이러한 형식성 때문에 시성을 의심받으며 자유시와 비교되고 폄하되기도 했다. 박진임은 이에 반하며 규칙 속에서 빛을 발하는 시어들의 음악성을 말한다. 또한 규칙성을 띤 운율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와 언어 미학을 십분 구현해 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박진임은 이미지와 전언의 정확성과 풍부한 함축성이 시의 요체임을 말하고, 거기에 음악성까지 더하여 시적 완결성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이는 것이 시조임을 말한다. 또한 시조 속 소박한 진정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세가 담긴 작품들을 소개하며, 잉여와 과잉을 견제하는 시조 미학에 대해 현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몸에 새겨진 지도를 따라 살아온 여성들 그리고 지금도 실존하는 여성의 삶에 대하여 (여성에게는) 부재, 소외, 전유, 박탈의 역사를 살아오면서도 멸하지 않은 강인한 생명의 유전자가 몸에 아로새겨져 있다. (…) 도와주는 이 아무도 없는 험한 세상에서 ‘몸의 지도’에만 의존한 채 언덕을 넘어가는 나비의 날갯짓, 그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춤이기도 하다. _p.359 「몸에 새긴 지도: 김석이 시인의 시세계」 중에서 여성이 역사상의 주체가 된 역사는 20세기가 시작된 이후의 100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여성의 감각, 경험, 욕망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박진임이 살펴본 여성 시인의 작품들은 모두 거친 세파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은 인간의 순수를 찾고 기린다. 또한 피관찰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관찰자로서의 주체적 여성을 시에 등장시키며 그 의미를 더한다. 여성의 입장에서 쓰인 시들은 풍부한 시적 역량과 텍스트의 다양성을 가지며 ‘여성, 여성 주체, 여성의 삶’이라는 주제어들이 시인들의 텍스트에서 더욱 새롭고 깊어진 방식으로 드러난다. 여성 시인들은 여성 고유의 시선과 목소리로 주어진 현실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여성의 삶에 대한 탐구를 계속한다. 이 책은 한국 여성 시인들의 현대시의 방향성을 타진하는 책으로 기능하며, 삶의 진실에 밀착해 있는 여성 문학을 볼 수 있다는 의의를 지닌다. 여성 시인은 주변에 작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따뜻한 동정의 시선을 섬세하고 예리한 관찰로 담아낸다. 그래서 여성 시인들의 시는 일상 속 한 줄기 빛처럼 현현하다. 그 시들과 함께 나른히 침몰해도 좋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