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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콘크리트 정글 스튜디오 스키마 탈 데스크톱 아키텍처 미완성 우연히 탄생한 플랫 테이블 빼도 박도 할 수 있는 관계 건축과 가구 사이: 인터페이스 건축과 가구 사이: 가구에서 건축까지 활짝 개방된 비트라 스탠드 움직임을 디자인하다 창고를 디자인하다 블루보틀 커피 보이지 않는 개발 옮겨 짓다 공구에서 탄생 하는 디자인 궁극의 마카나이 가구 선입견을 깨다 다카모토 다카시 도쓰마에 씨네 치과병원 오노 미치 Still in LLOVE 한 바퀴 뒤처진 선두 섬을 디자인하다 마치며 컬러 도판 캡션 사진 크레딧 |
서하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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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p. 앞으로의 오프라인 매장은 이처럼 매일 움직이는 형태가 될 것이다. 게다가 공간을 기록하는 방식 역시 끊임없이 변하는 과정을 담은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남게 될 것이다. 곧 예전처럼 건축가가 자신만의 확고한 관점과 함께 일인칭으로 공간을 만들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늘 변화하면서 동시에 정해진 얼굴이 없는 매장이 앞으로의 특징이 되리라 생각한다. 152p. 이솝 아오야마를 디자인 하던 무렵에는 친환경이라는 관점에 크게 눈뜨지 못한 채 그저 고재를 재이용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적 가치를 당연하게 의식하게 되었고, 그 결과 지속가능성과 의장적 측면에서 해외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애초에 건물이 영구히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유럽인들에게, 철거된 건물이 다른 곳에서 보존되고 사랑받는 방식은 매우 특별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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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가구 디자이너도 아닌 자리에서."
건축가 나가사카 조는 완성을 믿지 않는다. 그가 설계한 건물은 언제나 어딘가 비어 있고, 언제나 다음 손길을 기다린다. "사야마 플랫"에서 그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오직 덜어내는 것만으로 리노베이션을 완성했고, 세입자가 그 빈틈에 제멋대로 손을 대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건축은 건축가가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아니라, 사람이 그 안에 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진짜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은 나가사카 조가 스키마건축계획을 시작한 이래 걸어온 20여 년의 궤적을, 블루보틀 커피부터 무사시노미술대학교 16호관, 베네치아비엔날레까지 그를 대표하는 프로젝트들과 함께 되짚는다. 동시에 그 밑바닥에 흐르는 태도 — "지의 갱신", "덜어내기", "오용", "보이지 않는 개발" 같은 그만의 언어로 정리된 사고방식 — 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제목이기도 한 '반건축'은 원래 그가 만든 말이 아니었다. 중국 출판사와의 협업 중 편집자가 그의 작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며 붙인 이름이었는데, 정작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이 먼저 "나가사카 조답다"며 반겼다. 건축가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가구 디자이너도 아닌 애매한 자리 — 그 어중간함을 축으로 삼아 사고할 때 비로소 일이 수월해졌다는 그는, 같은 제목으로 완전히 다른 내용의 책을 다시 쓰기로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 사이의 간극을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서. 레게음악에 빠져 지내던 소년 시절, "콘크리트 정글을 만들 셈이냐"는 친구의 농담이 평생 귓가를 맴돌며 방향을 잡아 준 이야기부터, 완성이 아니라 미완성을 목표로 삼게 된 결정적 순간까지 — 이 책은 건축론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자신의 일을 발견해 가는 성장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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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언제까지나 미완성인 셈이다"
철거된 교회에서 시작된, ‘완성’이라는 환상에 대한 질문 2006년, 나가사카 조는 에도가와다이교회를 설계했다. 다른 건축가가 디자인한 공간을 개보수하는 일을 하면서도, 정작 자기 디자인만은 누구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남으리라 믿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그 교회가 철거되면서 저자 나가사카 조는 결코 변화하지 않을 건축에 대한 믿음 대신, 그 여백에 자신만의 철학을 채워넣기 시작했다. 건물은 완공 사진 한 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손대고 고치고 허물며 이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레게에 빠져 살던 10대 시절부터 도쿄예술대학교 졸업 후 울리지 않는 전화를 지키던 궁핍한 시절을 지나, 한 건축가가 '완성'이라는 환상을 버리기까지의 과정이 숨김없이 담겼다. 철거하고, 덜어내고, 내어주는 설계 그에게 건축가로서의 결정적 전환점은 '리노베이션'이었다. 임대주택 '사야마 플랫' 프로젝트에서 그는 무언가를 새롭게 더하는 대신 과감히 철거하고 덜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완공 후 세입자들이 제멋대로 공간을 고치고 칠하며 살아가는 풍경은 그에게 뜻밖의 불편함과 함께 충만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신축을 대하며 머릿속에 그렸던 '고정불변의 완성형'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였다." 건물은 완공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손길을 타며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이후 그의 설계는 어떤 이물질도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구성 대신, 요소를 더하거나 빼도 본질이 무너지지 않는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관계'를 지향하게 된다. 우연을 방법으로 바꾸는 '지(知)의 갱신' 그의 대표작 '플랫 테이블'은 주문 실수로 잘못 배달된 에폭시 수지와 사야마 플랫 현장에서 주워 온 뒤틀린 낡은 상판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동일본대지진 당일, 밀라노에 발이 묶인 채 원격으로 제작을 지시해야 했고, 채 마르지 않은 에폭시를 트럭으로 옮기다 생긴 물결무늬마저 작품의 일부로 포용했다. 저자 나가사카 조는 결코 새하얀 백지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매만지다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그 순간부터 작업의 시동이 걸린다. 그는 이 과정을 '지(知)의 갱신'이라 부른다.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면, 나는 그것을 디자인이라는 언어에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진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그를 찾는 이유 건축을 하면서 가구를 상상하고, 가구를 만들며 건축을 상상하는 특유의 ‘틈’과 '사이'에 대한 감각은 수많은 브랜드의 공간을 매력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례로 메일 한 통과 함께 불쑥 찾아온 비트라(Vitra)의 CEO에게 밀라노 살로네 전시장을 통째로 의뢰받았을 때, 그는 모든 벽을 허물고 운송용 팔레트를 전시 단위로 삼아 부스를 하나의 거대한 광장으로 바꿔놓았다. 그런가 하면 블루보틀 커피 기요스미시라카와점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본연의 철학을 위계 없는 평평한 카운터 디자인으로 고스란히 구현해 냈다. 주어진 제약을 오히려 독창적인 콘셉트로 승화시킨 사례도 흥미롭다. 개장까지 단 두 달뿐이었던 헤이(HAY) 도쿄 프로젝트는 임시 기둥과 핸드 리프트를 활용해 매일 모습이 바뀌는 '미완성 매장' 콘셉트로 촉박한 일정을 정면 돌파했다. 나아가 그의 솜씨는 상업 공간을 넘어 공공의 영역까지 뻗어 있다. 건축 구조에는 손대지 않고 가구만으로 새로운 동선을 되살린 도쿄도현대미술관, 학생들이 언제든 직접 덧칠할 수 있도록 석고보드 바탕을 그대로 남겨둔 무사시노미술대학교 16호관의 작업 역시 이러한 철학이 돋보이는 결과물이다. 나가사카 조가 제안하는 '보이지 않는 개발'의 철학 저자의 시선은 저 머머, 건축 바깥의 도시로 향한다. 쇠퇴한 제주 탑동에서 아라리오와 함께 진행한 지역 재생 프로젝트에서, 그는 신구의 경계선을 날카롭게 긋는 거대한 개발 대신 "모퉁이를 돌아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변화를 알아채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개발'을 제안한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속도를 좇는 대신 그는 이렇게 묻는다. "그러니 어쩌면 시대에 '한 바퀴 뒤처진 선두'가 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모든 것이 완성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는 시대, 완벽한 완성보다 기꺼이 여지를 남겨두는 그의 철학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집이자 한 정직한 건축가의 매력적인 항해일지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