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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한다
이스트햄프턴, 작가와 배우들의 조용한 성지 무인도 까마귀섬의 비밀 멕시코 대여행 사누키 우동 맛기행 노몬한의 녹슨 쇳덩어리 묘지 아메리카 대륙 횡단 여행 걸어서 고베까지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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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그렇게 하는 쪽이 나중에 글을 쓸 때도 훨씬 도움이 된다.
---p.7 여행기를 쓰는 것은 나에게 매우 귀중한 글쓰기 수업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여행기에서 원래 해야 할 일은 소설의 원래 기능과 거의 마찬가지다. 대개의 사람들은 여행을 한다. 예를 들면 대개의 사람들이 연애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p.8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그런 궁극적인 추구가 없다면, 설사 땅끝까지 간다고 해도 변경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다. ---p.11 이 기묘한 나라에서는 모든 기계가 다 죽어도, 모든 이념과 혁명이 다 죽어도, 무슨 이유에선지 카스테레오만은 절대 죽지 않는다. ---p.67 사람들은 아카풀코에서 한 걸음만 바깥으로 내디뎌도, 당장 거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멕시코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시와타네호나 익스타파나 아카풀코의 호텔에 투숙하면서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는 한, 융숭한 손님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인공적으로 조성된 그곳 열대의 낙원 밖에는, ‘현실’의 황무지가 끝 간 데 없이 광막하게 펼쳐져 있다. ---p.78 혼자 멕시코를 여행하고 새삼스레 절실히 느낀 것은,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내가 자주 여행을 하고 나서 체득한 절대적인 진리다.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88-89쪽) 지금도 책상 앞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라라인사르 마을에서 돈 500페소가 모자란다는 내 얼굴을 언제까지고 물끄러미 바라보며 장사하던 예쁜 여자아이의 눈이 떠오른다. 그때 그 여자아이의 눈빛에는 뭔가 내 마음을 뒤흔들어놓는 것이 있었다. 어느 누군가와 그런 식으로 눈을 마주쳤던 건 생각해보면 나로서는 아주 오랜만이었다. ---p.136 어쨌든 간에 일본 내의 어느 곳이나 우동 맛이 똑같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하고 나는 생각해본다. 가가와현에서 사용하는 밀의 품질이 한 단계 높은 상품이라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역시 ‘사누키 우동’에는 ‘사누키 우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맛이 있어야 한다. 이처럼 깊이, 어쩌면 두터운 신앙심 같은 열정을 가지고 우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체를 찾아보아도 절대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p.158 나로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리 멀리까지 가더라도, 아니 멀리 가면 갈수록 우리가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단지 우리 자신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늑대도, 포탄도, 정전되어 희미한 암흑 속의 전쟁 박물관도 결국은 모두 나 자신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p.2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