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vej Ba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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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나는 괴물이고,
내 세계를 먹어치우고 있다는 것을” 영원한 현재에의 탐험과 세계의 유한함과의 대면 1부 말미에서 타라는 어쩌면 1년이 지나면, 즉 366번째 11월 18일을 살아내면 차이와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지만, 2부는 역시 368번째 11월 18일로 시작한다. 1년이 흘렀어도 바뀌지 않는 상황에 처한 타라는 북프랑스의 늦가을, 비가 오락가락하는 춥고 회색빛인 11월 18일에 갇혀 지내는 것에 지쳐가고, 겨울과 봄, 여름 등의 계절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유럽을 돌아다니며 날씨가 여름이나 겨울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해 계절을 흉내 낼 수 있다면 더 이상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라 계산한 것이다. 그녀는 얼마 전 콘월에서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의 가을 날씨가 너무 따뜻해 농가의 양들이 본래 봄에 낳아야 할 새끼 양들을 한가을에 낳았고, 들판에는 갓 태어난 새끼 양들로 가득해 거의 봄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고 말했다. (...) 그녀는 북유럽 사람들이 전형적인 여름 날씨라고 여기는 조건을 갖춘 몇몇 장소들을 찾아두었는데, 그 조건은 맑은 햇빛에 제법 따뜻한 기온, 드문드문 떠 있는 구름, 그리고 약 19도 정도의 수온이라고 했다. 그녀는 스페인 남부의 몇몇 지역이 적합하다고 보았다. _112~113면 타라는 먼저 덴마크와 노르웨이 북쪽으로 여행하며 서늘한 아침과 서리, 눈을 찾아 자신만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그 후 남부 잉글랜드로 이동해 봄의 기운을 느끼고, 여름 같은 스페인을 거쳐 다시 중부 유럽의 서늘한 가을 같은 날들로 향한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계절 속에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나는 계절의 수첩에 적어둔 겨울과 봄과 여름을 읽는다. 나는 9월을 적으며 생각한다. 하얀 겨울의 거짓말들과 모든 색채, 봄의 초록빛 거짓말들, 밤의 짙은 푸른색을 띤 여름의 거짓말들, 8월의 주황빛 아침 거짓말들, 갈색과 붉은색과 회색의 모든 것. 그러나 이제 나의 거짓말들은 점점 더 옅어진다. 그것들은 연회색과 흰색, 거의 사라질 듯 희미한 색이며,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투명해진다. _190~191면 그러던 중 계절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적어놓은 계절의 수첩을 도둑맞으면서 타라는 11월의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11월 18일에 깨어나게 되리라고 믿는다. 계절이 없는 시간, 요일도 달도 없는 시간, 명절도 휴일도 공휴일도 없는 시간, 달력도 연도도 없는 시간 속에서. 이것은 만성적인 상태이며,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는 거리를 걷는다. 나는 11월 속에 있다. 나는 나의 계절들을 잃었다. 안녕히, 계절들이여. 11월, 안녕. _212면 마침내 계절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한 도시의 아파트를 세내어 정착한 뒤(집주인은 이 세입자를 잊었지만), 타라는 첫 번째 11월 18일부터 함께했으며 한자리에 놓인 채 움직이지 못하는 로마 동전 세스테르티우스와 제국의 팽창을 갑자기 멈추었던 로마인들과 11월 18일에 갇힌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사실 로마 제국은 스스로에 만족해버린 문화가 자연을 약탈하는 우리 시대의 거울이다. 1부에서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이다.) 로마인들도 멈추었다. 그들은 긴 여정 끝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경계에 이르렀고, 조금 앞으로 움직였다가 다시 뒤로 물러섰으며, 마침내 멈춰 서서 벽을 쌓았다. 제국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제자리에서의 망설임. 정지. 고정. 땡. (...) 나는 11월 18일에 앉아 있었고,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땡. 멈춤. 같은 이야기. 동전이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별로 그렇지 않다. 로마인들의 국경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해서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동전. 로마 제국. 타라. 정지. 고정. 땡. 우리는 같은 부류였다. _245~246면 1부와 2부로 진행해가면서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진 함의를 실시간으로 탐구하고 있는, 즉 이야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제한함으로써 무엇을 말하는 것이 가능한지 발견해나가는 모습이 느껴지는 가운데, 2부의 말미에서 소설은 타라의 이야기가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암시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격적 결말”(〈모르겐블라데〉)을 보여준다.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고 혹은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지금 시각은 8시 45분. 나는 묄러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다. 할 말은 너무 많은데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_282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