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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더 나은 사회공동체를 위한 과학사 교과서
정인경
이음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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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생각하는 인간의 탄생
나는 반딧불
나로부터 시작되는 세상
‘할 수 있다’의 세상으로 떠나는 모험
실패하는 법을 배우다
타인은 등불이다
『과학의 역사와 문화』 교과서 쓰기
고대 이집트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
달력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2장 철학자의 위대한 질문
과학 없는 세상을 상상하다
우리도 위대한 고대인이 될 수 있을까?
신들이 사라진 우주를 펼쳐 보이다
오 데모크리토스여, 원자는 아무것도 아니어라
과학적 사고의 본질은 비판과 저항이다
가슴에 별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크라테스의 죄는 무엇일까?
과학의 목표는 좋은 사회공동체를 위해서

3장 과학혁명은 정치혁명으로
서사적 상상력으로 과학혁명을 느껴보라
유럽 사회와 종교의 야만성
누구나 내 망원경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유럽의 문화적 지형이 변하다
학문적 기술자들의 생애와 업적
필멸자 중에서 가장 신에 가까이 간 사람
『프린키피아』에서 찾은 ‘뉴턴 스타일’
계몽사상가의 사회개혁과 정치혁명
과학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4장 기술 진보의 피해자
누구의 지식이고 누구의 과학인가?
과학의 가치중립성 신화에 대하여
젠더 불평등의 역사성
여성이 교실에 들어가면 학문의 질서가 파괴된다
과학기술과 젠더, 무엇이 문제일까?
식민지 과학기술은 한국을 발전시켰을까?
제국주의 국가들의 과학기술을 앞세운 ‘전쟁의 산업화’
기술 발전이 우리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가?
기술 진보의 피해자들이 정치적으로 각성하다
민주주의의 확대가 과학기술의 방향을 바꾼다

5장 21세기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어디서든 내가 선 자리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말한다
과학의 진정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어요
과학기술학이 한국의 시민에게 스며들기를
기술에 대한 ‘미래 예측’보다 ‘철학’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정치적이다
인류의 미래는 인간의 자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참고문헌과 출처

저자 소개 1

과학저술가.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려대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내 생의 중력에 맞서』,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통통한 과학책 1, 2』, 『과학을 읽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등이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 『과학사』(씨마스)와 『과학의 역사와 문화』(비상교육)를 집필했고, 한겨레 신문에 <정인경의 과학 읽기> 칼럼을 썼다. 지금은 과학잡지 에피에 <이 계절에 새 책>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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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35*210*14mm
ISBN13
9791194172260

책 속으로

메타 인지와 자기 인식의 핵심은 지각과 앎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언제든 마음과 행동을 바꿀 준비를 하는 것이죠. 언제나 스스로를 직시하고 자각하는 내면의 세계는 아프고 복잡합니다. 내가 틀렸는지, 맞았는지 한동안 망설이고 주저하는 시간을 보내죠. 그 ‘알고 있는 느낌’은 나만의 것이에요. 스스로의 생각과 속마음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입니다. 그 누구도 그 느낌을 판단하기까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이렇게 인간은 자신을 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_19쪽 1장 생각하는 인간의 탄생

인간의 마음은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 대로 봅니다. 우리의 시각 경험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보다 뇌에 이미 있는 것에 더 많이 의존해요. 여행지에 가서 문화유적을 보거나 박물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관람자의 뇌는 제각각 다른 주관적, 사적 경험을 합니다. 관람자는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의 경험에 비춰서 작품을 감상해요. 각각의 개인적인 정서, 공감 능력, 경험 등이 작품에 투영되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자신의 생각과 관점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을 보는 방법은 없습니다.
_28쪽 1장 생각하는 인간의 탄생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발아래에 땅이 있고,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낙시만드로스는 그 이미지를 확 바꾸었습니다. 지구는 아무런 받침대 없이 허공에 떠 있는 돌멩이로 그려졌습니다. 하늘은 땅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방을 모두 둘러싸고 있고, 땅은 어딘가로 추락하지 않고 공간 속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바위가 되었습니다. 무언가 떠받치지 않아도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생각을 처음으로 한 것이죠.
_64쪽 2장 철학자의 위대한 질문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과학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민주주의와 과학적 사고는 문화적 근원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 사회의 시민들은 단 한 사람의 권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가하는 토론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대안이나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서로 논박하고 논증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였죠. 이렇게 비판과 토론,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 곳에서 민주주의와 과학이 탄생했습니다.
_73쪽 2장 철학자의 위대한 질문

과학혁명에서 ‘과학’도 ‘혁명’도 낯설고 새로운 단어로 후대의 역사학자들이 붙인 이름이죠. 코페르니쿠스의 책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에서 천체의 회전을 뜻하던 ‘revolution’이 체제를 뒤엎는 ‘혁명’이 되었고, 뉴턴의 『프린키피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서 자연철학이 근대과학으로 탄생했습니다. 없던 것이 만들어지는 급격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때의 시대정신은 무엇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근대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왔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이때 놓칠 수 없는 것이 서사적 상상력입니다. 갈릴레오에게 감정이입을 하듯이 17세기의 유럽인으로 빙의해서 과학혁명의 충격과 감동을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대에 과학자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낡은 시대를 깨부수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요.
_87~88쪽 3장 과학혁명은 정치혁명으로

당시 유럽인은 중력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죠. 지구와 달처럼 저 멀리 떨어진 물체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 이상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실험과 수학과 같은 과학적 방법론을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학회를 조직하고 책을 출간하고 공개적으로 실험을 하기도 했어요.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내놓고 100년이 지난 후에 과학은 실재하는 세계를 반영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식이라고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근대과학의 출현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과학이 생산되는 과정입니다.
_120쪽 3장 과학혁명은 정치혁명으로

철학자들은 과학을 인간이 부여하는 가치에 휘둘리지 않는 특별한 지식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렇게 과학이 자연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이라는 인식론적 우위를 지니게 된 것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어요. 뉴턴 과학이 등장하고 철학자들은 근대 철학을 새롭게 세웁니다. 인간이 세계의 보편적 원리를 발견하고 의미 있는 지식을 생산했다는 점에서 인간은 앎의 주체, 인식의 주체가 되었어요. 근대 철학은 ‘세계는 무엇인가’ 하는 존재론에서 ‘인간은 세계를 어떻게 아는가’ 하는 인식론으로 확장되지요.
_136쪽 4장 기술 진보의 피해자

과학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우게 됩니다. 인간은 가치지향적인 뇌를 가지고 있어요. 인간의 뇌와 신경계는 어떤 순간에도 놓치지 않고 느낌과 감정을 체감하고, 이러한 느낌과 감정을 통해 가치판단과 예측을 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결코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없어요. 세계에 가치가 없고 과학이 어떤 가치를 말하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 말해 과학이 가치중립적일지라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_138쪽 4장 기술 진보의 피해자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과학기술의 역할을 국익과 안보, 번영 등의 국가 정체성에 국한한다면 앞서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후회가 재현될 수 있습니다. 왜 국민의 세금으로 기초과학을 연구해야 하는지, 그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지요. 우리 눈앞에 기후위기, 핵전쟁, 전염병, 생태계 파괴 등 세계의 문제가 놓여 있어요. 과학기술자와 시민들은 고개를 들어 인류와 지구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과학기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질문할 때입니다.
_179쪽 5장 21세기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인류세는 개인의 삶보다 더 큰 것들, 인류, 지구, 우주, 빅히스토리를 생각하라고 요구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작은 노력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의 일상이 생활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때때로 하찮게 보일지라도 그 삶은 너무나 거대한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어요. 우리에겐 인간과 자연이 먼미래까지 같이 번영할 수 있는 ‘좋은 인류세’, ‘더 나은 인류세’를 만들 시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_192쪽 5장 21세기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며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추천
과학도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과학은 공부해야 하는 긴 지식의 목록이 아니라 그 멋진 지식을 만들어온 지금도 진행 중인 인간의 활동입니다. 우리는 왜 과학을 공부해야 할까요? 과학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관될까요? 인류의 역사에서 당대의 사회는 과학이 추구하는 방향을 어떻게 규정했을까요?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깊이 성찰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 정신과 과학의 탄생
과학의 탄생을 인류 최초로 왕과 신의 독점적인 권위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치를 결정하기 시작했던 고대 그리스 폴리스의 민주주의 문화에서 찾아보자. 기원전 6세기 밀레투스의 철학자들은 벼락과 지진을 신의 분노가 아니라 자연주의적 원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는 광장(아고라)에서 의심하고 따져 묻던 민주적 토론 문화가 자연을 탐구하는 영역으로 확장된 결과였다. 더 나은 합리적 설명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셈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전체주의 국가권력이 역사와 기억을 통제하는 암울한 사회를 그려낸다. 이 무시무시한 통제 사회 속에서 가장 먼저 없어진 단어 중에 하나가 바로 ‘과학’이었다. 데모크리토스는 신의 목적론을 부정하고 ‘불멸의 원자’로 우주의 물질을 설명했다가 오랫동안 무신론자라며 박해를 받아야 했다. 끊임없는 질문과 대화를 통해 아테네 시민의 무지를 일깨우려 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정의로운 사회를 고민했던 플라톤의 철학은 과학의 진리 탐구가 궁극적으로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누구나 내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
중세 군주의 억압적인 봉건 질서가 지배하던 시대를 깨부수고 근대 민주주의의 여명을 이끌어낸 열쇠는 바로 17세기 유럽에서 전개된 과학혁명이었다. 갈릴레오가 “누구나 내 망원경을 통해 볼 수 있다”며 달과 목성의 실체를 대중에게 공개한 사건은, 교회가 독점하던 진리의 소유권을 끌어내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후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우주의 모든 물질을 움직이는 만유인력 법칙을 통해 우주의 질서를 수학적으로 입증해 냈고, 이 혁명적인 발견은 절대 군주가 휘두르는 권력이 결코 신의 절대적 섭리일 수 없음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켰다.
뉴턴 과학의 객관적 합리성에 영감을 받는 로크와 볼테르 등 당대의 계몽사상가들은 기만적인 왕권신수설을 파헤치고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천부인권적 자연권 사상과 인민주권의 사회계약설을 정립했다. 이렇게 과학혁명이 가져온 합리주의의 자각은 근대 민주 정치 질서를 수립하는 근원적 뿌리가 되었다.

기술발전의 이면을 살피고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힘
오늘날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 뒤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과학은 역사적으로 보편성과 가치중립성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편견과 지배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는 도구로 자주 동원되었다. 인종주의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폭력적 도구로 악용되기도 했고, 현대 사회의 인공능 편향이나 인류세가 가리키는 환경 위기 역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기술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미래 예측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고 공존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 더 시급하다.
안면인식 AI 알고리즘의 심각한 오류가 무고한 흑인 시민을 범죄자로 오인해 체포하도록 만들었듯이, 과학기술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불확실한 성격을 지닌다. 기술이 중립적이라는 잘못된 통념과 기술결정론은 기술로부터 정치, 가치, 책임을 제거하고 민주적 통제를 가로막는다. 19세기 말 자전거가 여성들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참정권을 쟁취하게 한 ‘여성 해방의 상징’이 되었듯이, 기술의 미래는 시민의 주체적 참여와 민주적 상상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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