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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지도 한 장을 건네며 004
1부 별빛 아래의 지도 스스로를 읽다 013 | 맑음과 흐림 사이 016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자리 019 | 유유상종의 오행 022 백여덟 해의 지도 025 | 천기 앞의 고해 028 삶의 굴레에서 031 | 상상이 빚는 운명 034 숙명과 운명 사이 038 | 기호로 여는 문 041 광수사의 낙엽 044 | 욕망의 윤회 047 | 신의 흔적 050 태람죽정太濫竹亭이라는 이름 052 | 별의 수레바퀴 055 내 명을 스스로 읽다 057 | 벤허의 눈물 061 예단豫斷의 무게 064 | 지도와 계절 067 순順과 역逆 070 | 명조를 펼치는 밤 073 일억오천만 가지의 다름 076 | 부딪힘의 이치 079 삶의 열두 계절 082 2부 격格, 타고난 무늬 선도 악도 흐른다 087 | 향기 없는 꽃 090 별빛 위의 소낙비 093 | 끼리끼리는 흐른다 096 왕좌의 고독 099 | 격이 완성되다 102 방탕과 절제 사이 104 | 상극을 안고 사는 법 107 기울지 않는 자리 110 | 감성을 태우다 113 굳어가는 격格 116 | 격格으로 살다 119 물러서지 못하는 천성 122 | 어린 날의 거친 별 125 혀 끝의 혁명 128 | 같은 별 아래 131 칼을 다듬는 불 134 | 스스로를 태우는 빛 137 넘침과 비움 139 | 방탕한 호상 142 | 잔잔한 연못 145 미완의 격 148 3부 흐르는 계절 기운의 계절 155 | 꿈은 오행으로 말한다 158 갱년기라는 이름 161 | 관성의 그늘 164 신살의 길 위에서 167 | 꿈은 천성을 따른다 170 조상의 방위 173 | 저마다의 가을 176 귀문이 열리는 밤 179 | 관성의 욕망 181 꿈이라는 거울 184 | 귀도와 학문 사이 186 떠나지 못한 발 189 | 대운의 계절 192 흔들리는 저울 195 | 흙의 창고가 열릴 때 198 운이라는 계절 201 | 청룡이 추락한 자리에서 204 별과 칼 사이 207 | 씨앗과 비 210 | 빈 자리의 별빛 213 치우침과 어우러짐 217 | 관살이 오는 날 220 밥을 짓는 마음 223 4부 재財와 인연 넘침과 모자람 229 | 꽃은 향기로 부른다 232 재財와 재災 235 | 비어 있는 곳간 238 자식은 아비의 살을 먹고 자란다 241 | 손주라는 황금 245 수전노를 넘어서 248 | 서로를 깎는 사이 251 벌레비 내리는 밤 254 | 화계살과 첫사랑 257 어머니는 영원한 용신 260 | 잡히지 않는 재물 263 재물 너머 266 | 어머니의 기운 269 표고버섯과 어머니 272 | 빈자리의 갈망 274 창고가 열릴 때 277 | 쓸 줄 아는 부자 280 칼날의 무게 283 | 욕망의 충극 286 봄비가 내리면 그녀가 온다 289 | 절제라는 칼 292 바람의 명조 295 | 비어 있는 자리 298 5부 스스로에게 쓰는 부적 마른 들판의 별빛 303 | 바람의 처방 306 떠나야 사는 팔자 309 | 운을 그리다 312 함께 떠날 사람을 찾으며 315 | 숙명 위의 걸음 318 스스로에게 쓰는 부적 322 | 운을 묶는 그림 325 오행이 빚는 몸 329 | 만추의 노을 332 길 위의 명운 335 | 혀가 멈출 때 338 벗에게 보내는 부적 341 | 곰과 매의 자리 344 늦은 방랑 347 | 절지에서 다시 태어나다 350 역마살의 가을 353 | 묘지 속의 버킷리스트 356 별이 지는 자리 359 | 숨은 합의 자리 362 비어 있는 자리 365 | 창고에 익는 것들 368 기운을 그리다 370 부록 명리학 용어 풀이 3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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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삶을 사주(四柱) 여덟 글자에만 가두지 않고, 분(分)과 열 달의 태중(胎中) 기간까지 함께 헤아린 여섯 기둥 열두 글자, 이른바 육주십이자(六柱十二字)의 만세력(萬歲曆)으로 풀어 보는 작업을 오래 이어 오고 있다. 생년·월·일·시·분·태(胎) 여섯 기둥에 각각 열여덟 해씩을 배분하면 그 합이 정확히 일백여덟 해가 되는데, 이것이 사람에게 본래 허락된 수명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틀이다. 물론 그 수(壽)가 온전히 채워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늘과 땅이 그물처럼 옭아매는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만나거나, 흐름끼리 부딪치고 어긋나는 충형해파(冲刑害破)를 거듭 겪을수록 수명은 조금씩 깎여 나간다. 나처럼 오랜 방탕으로 절제를 잃었던 사람에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 p.14 명리를 다루는 자는 자신의 미래부터 가장 정확히 비춰 보고, 재물과 결혼, 자식, 건강, 죽음의 시기까지 학문과 직관의 거울 위에 사물을 비추듯 그대로 투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운이 좋은 날, 정신이 맑고 직관이 활짝 열릴 때는 사주 한 줄만 보고도 돈이 들어오는 날짜, 인연을 만날 자리, 자식의 합격 여부, 배우자의 승진 시기, 심지어 부모님의 호상(好喪)까지 짚어낼 수 있다. 그 순간의 정확함에는 나 스스로도 놀랄 때가 있다. --- p.29 재성을 자기 사주의 큰 흐름, 곧 격(格)으로 타고난 사람은 머리가 잘 돌아가고 사람을 다루는 솜씨가 좋아 사업에서 빛을 발한다. 재성이 관성을 도와주는 짜임이라면 정치인이나 직장인으로 크게 성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주에 재성이 비어 있거나, 자리는 있어도 그 자리가 비어버린 공망(空亡)에 들어 있거나, 재성은 많지만 그것을 감당할 본인의 기운이 약한 재다신약(財多身弱)의 명이라면 가난을 면하기 어렵다. 아무리 분주하게 움직여도 본인의 기운만 빠질 뿐, 재물은 쉽사리 들어오지 않는다. --- p.246 명예에 끌리는 천성을 타고난 사람은 평생 그 끈을 놓지 못하고, 감성과 표현에 끌리는 사람은 마음의 기복을 누르지 못해 예술과 활동에 열정을 사르며, 배움에 끌리는 사람은 학문의 완성을 향해 치닫고, 재물에 끌리는 사람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재산을 쌓으려 한다. 명예와 표현, 배움과 재물을 향한 이 끈질긴 유혹은 진갑을 넘어 새 대운(大運)이 흐르는 시기마다 한층 짙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유혹들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가. 돌이켜 보면, 그 끝없는 갈증이야말로 가장 천박하고 불행한 운세였는지도 모른다. --- p.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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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를 다룬 책은 많지만 대부분은 불친절하다.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열 개의 낱말을 먼저 외워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삶에 관한 일인데도 남의 입을 빌리러 가고, 몇 마디 말에 한 해를 저당 잡힌다. 저자가 오래 마음에 걸려 했던 것이 그 풍경이다. 제목이 예언서가 아니라 지도를 표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예언은 건네받는 것이지만, 지도는 각자가 손에 들고 읽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번역이다. 저자는 오행과 십성이라는 낯선 격자를 걷어내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말로 옮겨 놓는다. 관성은 나를 억누르고 규제하는 힘이고, 식상은 안의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힘이다. 그다음부터는 이론이 아니라 사람 이야기가 이어진다. 모임마다 회장과 총무 자리에 각기 다른 기질이 앉는 까닭, 비어 있던 곳간이 어느 해 단 한 번의 충돌로 열리는 순간까지, 명리가 사변이 아니라 관찰의 언어임이 문장마다 드러난다. 두 번째 미덕은 목소리다. 저자는 자신을 높이지 않는다. 스스로를 부족한 점쟁이라 부르고, 정신이 흐린 날에는 사주를 거꾸로 읽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무산자로 살았고 절제보다 방탕에 가까웠다고 말하며, 시대의 탁류를 보면서도 안온한 자리에 앉아 있었던 침묵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한다. 예언하는 자의 권위 대신 자기를 먼저 펼쳐 보이는 정직함이 있고, 그 정직함이 독자로 하여금 이 사람의 말을 믿어 보게 만든다. 세 번째는 백여덟이라는 숫자가 열어 놓는 자리다. 육주십이자 만세력은 전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위에 한 층을 더 얹는 방식이며, 백 세를 넘어 사는 일이 예외가 아닌 시대에 대한 응답이다. 그러나 이 확장이 향하는 곳은 더 긴 예언이 아니다. 저자는 죽음의 날짜를 계산하는 일보다 남은 날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먼저라고 거듭 말한다. 숙명은 바꿀 수 없어도 운명은 다듬을 수 있다는 것, 5부의 제목이 「스스로에게 쓰는 부적」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부적은 남이 써 주는 것이 아니다. 명리를 믿는 사람에게는 오래 곱씹을 임상 기록이고,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 사람이 자기 생을 끝까지 응시한 기록이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손에 남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한 장의 지도이며, 그 지도를 길로 만드는 일은 온전히 읽는 이의 몫이다. 서문 사주(四柱)는 태어난 순간 하늘이 건네는 한 장의 지도다. 지도는 갈 길을 정해 주지 않는다. 다만 지형을 일러 줄 뿐이다. 숙명은 바꿀 수 없어도, 운명은 다듬을 수 있다. 한때 나는 제재소를 했다. 죽은 나무를 켜고 다듬어 파는 일로 밥을 벌었으니, 돌이켜보면 죽은 나무를 파먹고 산 세월이었다. 그 세월의 절반은 술잔 속에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남의 사주를 들여다보는 일에 있었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야심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없었다. 그저 감성이 이끄는 대로, 바람이 부는 쪽으로 걸었다. 태람죽정(太濫竹亭)이라는 이름은 그 무렵 스스로 지은 것이다. 크게 넘치는 지혜를 품고 싶다는 바람[太濫]에, 나무 곁에서 보낸 세월과 술잔을 자주 비우던 습관을 대나무 정자[竹亭] 하나로 눌러 앉힌 이름이다. 지혜가 넘치기를 바랐으나 정작 넘친 것은 술이었으니, 이름이 사람을 한참 앞질러 가 버린 셈이다. 그래도 그 정자 아래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귀문(鬼門)이 열리듯 보이지 않는 세계의 문턱을 넘겨다보게 되었고, 기문둔갑을 익히고, 명리의 이치를 파고들며 수십 년이 흘렀다. 학문이라 부르기에는 부끄럽고, 재주라 하기에는 무거운 세월이었다. 명리서를 여러 권 읽어 본 이라면 알 것이다. 그 책들이 얼마나 불친절한지를. 옛 글자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고,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열 개의 낱말을 먼저 배워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삶에 관한 일인데도 남의 입을 빌리러 간다. 나 같은 자에게 만 원권 몇 장을 내밀고, 몇 마디 말을 얻어 돌아간다. 나는 그 풍경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자기 명(命)은 결국 자기가 가장 오래,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어야 한다. 이 책은 그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정확하되 어렵지 않은 명리, 그것이 내가 오래 꿈꾸어 온 풍경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어려운 말을 되도록 남기지 않았다. 오행은 나무와 불과 흙과 쇠와 물로 불렀고, 십성은 재물과 명예와 표현과 배움과 형제의 결로 풀었다. 그럼에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낱말들은 책 뒤에 따로 모아 두었다. 급할 것 없이, 마음이 가는 대목부터 펼쳐 읽으시면 된다. 글은 다섯 갈래로 묶었다. 먼저 하늘과 땅의 큰 지도를 펼치고, 다음으로 그 지도 위에 놓인 사람의 무늬를 들여다보았다. 그 무늬 위로 계절이 흐르는 모양을 살피고, 그 계절 속에서 맺히는 재물과 인연의 풍경을 그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모든 것을 들여다본 자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부적 한 장을 써 주는 자리에 이른다. 바깥에서 시작해 안으로 좁혀 들어오는 동심원의 걸음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었다. 사람의 생을 네 기둥 여덟 글자에만 가두지 않고, 태어난 시각의 분(分)과 어머니의 뱃속에 머물던 열 달까지 헤아려 여섯 기둥 열두 글자로 읽는 일이다. 한 기둥에 열여덟 해씩을 나누면 그 합이 백여덟 해가 된다. 사람에게 본래 허락된 수명이 거기까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육주십이자(六柱十二字)의 만세력은 오랜 임상 끝에 얻은 것으로, 머지않아 따로 세상에 내놓을 작정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이 책은 팔자를 믿으라는 책이 아니다. 명리는 앞날을 점치는 재주가 아니라, 사람의 결을 읽는 오래된 눈이다. 기운이 넘치면 덜어내고 모자라면 채우는 것, 칼이 무거워지는 시기에는 그 칼을 누를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 그것이 이 학문이 일러 주는 전부다. 어떤 이는 이를 체념이라 부르지만, 나는 삶을 조금 더 깊이 껴안는 방식이라 여긴다. ― 4~6쪽(머리말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