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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 또한 여러 권역과의 관계에 대한 포괄적 인식을 바탕으로 각 부중심 권역과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현대 중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질서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동아시아 질서는 중국이라는 하나의 중심을 향해 획일적으로 수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국은 서로 연동되며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전략은 주변국들의 정책 및 전략과 부딪치며 굴절되고,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전체에 역동적인 질서를 만들어 내고 있다.
--- p.57 과거에 중국문명의 수용 여부를 기준으로 천하를 ‘화(華)’와 ‘이(夷)’의 세계로 구분했듯이, 중공은 중국에 대한 태도를 기준으로 세계를 ‘제국주의·패권주의’와 ‘반제국주의·반패권주의’ 진영으로 나누었다. 이번에도 ‘화이지변(華夷之辨)’의 기준점은 ‘중국’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근대 중국의 민족주의’와 ‘전통 중국의 중화주의’가 중공 100년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두 개의 기둥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단,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기에는 기본적으로 전자(前者)가 주선율을 이루었던 반면, 20세기 말에 이르러 민족주의적 과제의 기본적인 목표들이 달성됨에 따라 전자(前者)의 시대적 소명이 달성되면서, 점차 후자(後者)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은 아닐까. --- p.89 시진핑 집권기에 들어와 중국 정체성의 변화는 줄곧 대외전략에서의 변화로 표출되었으며, 중국의 대외전략은 더욱 확장적이고 적극적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중국의 전략적 대상은 ‘중국’에서 ‘인류’로 확장되었다. ‘인류운명공동체’ 개념의 제기, 글로벌 발전·안보·문명 이니셔티브의 발표는 중국이 국제질서의 규범적 방향성에 개입하려는 의지를 보여 준다. 이는 중국의 물질적 역량 증대뿐 아니라, 국제관계 이론 영역에서 ‘중국적 시각’을 구축하려는 지적 움직임과도 연결된다. --- p.117 그러한 전환에는 먼저 “당의 일체에 대한 영도”가 상징하는 당-국가 체제의 재강화와 시진핑의 권력과 권위의 강화를 통한 최고지도자로의 권력 집중을 포함한다. 또 사상통제의 강화와 역사 및 전통을 포함하여 중국 자신의 실천과 경험에 대한 강조와 당사에 대한 재해석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개혁개방의 결과 출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혁개방 전후의 관계를 재해석하여 마오쩌둥의 전통을 되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시진핑 시기에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전통과 개혁개방을 통하여 부정되었던 마오쩌둥 전통의 접합이 이루어졌고, 중국의 역사와 전통의 가치가 다시 강조되었다. --- p.147 시진핑의 군 개혁은 변화된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 및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군의 기능적 차원의 변화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조직구조는 무기·장비의 현대화와 결합하여 인민해방군을 현대화된 군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82. 정치적 차원에서 시진핑의 군 개혁은 군에 대한 공산당의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인 시진핑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 p.185 특히 주목할 점은 2025년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이 미국과도 맞대응할 수 있는 제재 수단을 확보했으며, 또한 그렇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다는 것이다. 외교적 수단은 실효성이 미흡할 수 있고 군사적 수단은 비용과 위험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제재는 강대국이 자신의 의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된다. 따라서 중국은 경제적 유인 및 문화를 통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와 함께 이제 자신의 정책과 표준을 강제하고 확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 p.219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중국식 현대화의 국면에서 기대 기반 질서는 중국적 표준을 구성하는 대체 불가능한 핵심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이제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법과 제도의 텍스트를 나열하는 작업을 넘어, 무엇이 기대되고, 누가 그 기대를 해석하며, 어떻게 질서가 기업의 일상적 행위를 통해 수행되는지를 읽어 내는 심층적 작업을 의미한다. 본 연구가 제시한 기대 기반 질서와 ESG에 대한 분석은, 중국을 단순한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 기존의 서구식 규칙 기반 질서와 병존하며 경쟁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질서 가능성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제안이다. --- p.251 이러한 구도가 장기화될 때, 사회는 국가 없이는 갈등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로 길들여질 수 있다. 자율적 조정역량의 위축은 단순한 의존의 심화를 넘어, 국가의 개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적 주체의 형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중국식 사회관리의 궁극적 효과는 갈등의 부재가 아니라, 갈등을 오직 국가만이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의 내면화일 수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의 기층 안정유지 체계가 도달하려는 종착점은 역설적으로 갈등 없는 사회가 아니라, 갈등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의 탄생이다. --- p.281 중국에서 최초로 부설된 철도는 오송철도로서, 태평천국의 혼란을 틈타 영국상인 등이 협궤를 채택하여 임의로 부설한 것이다. 협궤를 채택한 연유는 중국사회의 운송 수요나 향후 철도네트워크와는 관계없이 전적으로 재정문제에서 기인하였다. 그러나 철도가 외국세력의 거점이 될 것을 우려한 청조는 이 철도를 매입하여 해체하였고 그 결과 이는 이후 중국철도의 발전과 연속성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이후 중국이 자력으로 부설한 최초의 철도인 당서철도는 전국 철도네트워크와의 관계성을 적극 인식하고, 이러한 고려 위에서 표준궤로 부설함으로써 이후 철도 발전과 연속성을 갖게 되는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 p.307 우리는 이러한 준비와 대비의 과정에서 참조할 만한 역사적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다. 바로 ‘화교’이다. 우리가 이민 송출국이던 시절에도 거의 유일하게 우리 사회에 유입된 이주민이 바로 화교라는 특정 집단이다. 지난 세기 내내 화교는 한반도 내에서 우리와 같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해 온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들을 ‘우리의 또 다른 우리’로 받아들이기를 줄곧 거부해 왔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영원한 타자이고 이방인이었던 셈이다. 가장 오랜 이주민 집단인 화교를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천한 이주 역사를 지닌 다른 이주민을 ‘우리’로 받아들이기를 희망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화교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제대로 된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다문화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 --- p.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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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중심 질서의 대안으로 떠오른 ‘중국적 표준’의 실체를 파헤치다”
중국이 기존 국제질서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중국적 표준’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 책은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이 패권국으로서 새롭게 제시하는 ‘중국적 표준’의 형성을 살핀다. ‘중국적 표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동아시아, 중심의 상대화가 적용되는 복합 공간 과거부터 동아시아는 책봉·조공 체제로 위시되는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적용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연속성의 관점에서 동아시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권역과 행위자가 중첩적으로 작동하는 복합 공간이었다. 중국이 ‘중국적 표준’이라는 단일한 질서를 구성하고 내세우는 지금이야말로 역사적 연속성에 입각한 ‘중심의 상대화’ 개념을 바탕으로 동아시아를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의 향후 전략 모색에 이정표를 제시한다. ‘중국적 표준’의 기원을 찾아서: 중국공산당의 이념과 세계관의 변천사 ‘중국적 표준’의 근원에는 중국공산당 이념과 세계관의 변천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0년간 중국공산당의 세계관 변천 과정에서 중국은 외부 질서에 대해 수세적 대응자에서 능동적 질서 재편 주도자로 전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인류운명공동체’ 담론을 통해 공세적 보편을 제시한다. 한편 중국공산당의 정당성 서사가 반영된 ‘중국식 현대화’ 담론은 ‘현대화=서구화’라는 신화를 깨뜨리고 중국 경험에 보편성을 부여하였다. 새로운 질서 재편을 시도하는 주도자인 중국공산당에 통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시진핑 시대의 역사적 위상을 높였다. 즉 중국공산당은 100년간의 세계관 변천을 거쳐 서구 중심의 현대화 신화를 깨고, 역사적 정당성을 발판 삼아 ‘중국식 표준’을 세계 질서의 새로운 보편으로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적 표준’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다방면에서의 정교한 적용 ‘중국적 표준’은 통치·군사·기업·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군사 영역에서는 ‘강군몽’과 어떻게 결합하여 서구식 군사 패러다임과는 구별되는 ‘중국식 표준’의 군사 버전이 형성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대외 정책 분야에서도 중국식 발전 경로를 보편적 선택지로 부상시켜 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식 현대화의 정당성을 승인받고자 했다. 중국 기업은 ESG 실천을 통해 중국 체제 내에서 정당성을 얻는 표준적 방식을 형성하며, 이것이 기업 거버넌스 층위에서 제도화되는 방식을 규명한다. 사회 영역에서는 첨단 기술이 기층 거버넌스와 결합하여 단순한 통제 기제를 넘어 중국적 표준의 사회 관리 모델을 제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한편 이러한 중국적 표준의 형성은 근대 동아시아 철도의 궤간 표준 설정 과정에서도 확인되며, ‘중국적 표준’이 인프라와 기술 체계 속에서도 형성됨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추상적 담론이 우리의 일상과 제도를 어떻게 파고드는지 그 미시적 현장을 생생하게 포착해 낸다. ‘중국적 표준’의 경계 위에서: 이중적 타자이자 정주 외국인, 한국 화교 하나의 표준이 형성되는 순간, 표준과 비(非)표준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경계가 생긴다. 이러한 경계 위 정주 외국인으로 인식되었던 화교를 통해 ‘중국적 표준’을 살피고자 한다. 「한국화교의 법적 신분과 지위의 변화」에서는 한국 내 화교의 법적 지위 변화를 국적법과 출입국 제도, 영주권과 지방선거 참정권의 변화를 통해 살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가 화교를 관리 대상에서 부분적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해 온 과정을 보여 준다. 한국 내 화교가 겪어 온 ‘배제와 경계의 역사’는 오랫동안 스스로 단일민족 사회라 인식했던 한국 사회가 지닐 수밖에 없는 다문화주의의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글로벌 질서 속에서 우리가 마주할 ‘중국적 표준’과 다원적 타자에 대해 어떤 포용적 기준을 세워야 할지 과제를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