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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전술적 실책 9
2장. 전쟁 규칙을 적용하다 30 3장. 뜻밖의 체중 감량 50 4장. 도덕적 딜레마 65 5장. 가택 침입 84 6장. 우정의 진정한 의미 105 7장. 허공 120 8장. 필멸 136 9장. 산을 오르다 155 10장. 유감스러운 사실 170 11장. 우정의 가치 187 12장. 인간관계 203 13장. 무임승차 225 14장. 자비의 한계 242 15장. 있는 그대로 260 16장. 잠입 273 17장. 소라게 290 18장. 적진 한복판으로 305 19장. 팀을 갈아타다 325 20장. 재회 341 21장. 멸종 위기종 361 22장. 멀의 마지막 유혹 374 23장. 상황 타개 380 24장. 한 걸음 393 25장. 쇼니스 식당의 막간극 400 26장. 결말을 보다 404 27장. 바보 전쟁의 간략한 역사(옴니피디아 항목, 2071년 4월 14일 최종 수정) 410 감사의 말 413 |
Edward As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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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은 원래 이름이 아니라며? 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거겠지. 네 원래 이름은 뭔데? 말콤? 맬러리? 맬라카이?”
“멀웨어(malware. 악성 코드라는 뜻-옮긴이).” 케일리는 멈칫하며 그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래, 알았어. 그냥 멀로 하자.” ---「전술적 실책」중에서 마침내 케일리가 입을 연다. “멀은 우리가 널 죽여야 한대. 넌 똥멍청이 같은 휴머니스트고 네 말을 한 마디도 믿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난 인류애가 넘쳐서 네 멍청한 대가리를 깨느라 방망이에 흠집 내고 싶지 않아. 그래서 널 죽이기보다는 포로로 잡을 생각이야. 우리가 그렇게 결정하면 따를 거야? 멍청하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해?” “으음…… 그러겠다고 하면?” 그러자 멀이 말한다. “멋지다. 우린 처음으로 전쟁 포로를 얻었어.” ---「전쟁 규칙을 적용하다」중에서 멀은 살아있는 인간을 조종해 본 적이 없다. 가능하다고 듣긴 했고, 직접 해봤다고 주장하는 자들과 패킷을 주고받은 적도 있지만, 살아서 사고하는 존재의 신체를 훔치는 건 어쩐지…… 문제가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 ---「도덕적 딜레마」중에서 “다른 AI들은 육체를 싫어한다며?” 멀이 대답한다. “대부분은 싫어하지. 내 친구들이 명확히 표명한 견해를 생각하면, 실제 맞닥뜨린 상황이 너무 달라서 경악스러워.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존재는 신체 탈취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한 것 같아. 이건 휴머니스트들이 내 동족 중 하나한테 지원받고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가택 침입」중에서 멀은 목소리를 반 옥타브 낮게 깔며 말한다. “마르코. 애송아, 어디 가는 거냐?” 마르코가 멈춰 서서 입을 약간 벌린 채 그를 돌아본다. “지금 저를 뭐라고 부르셨습니까?” 멀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디 가냐고 물었다, 애송아.” 마르코의 턱이 잠시 실룩거리더니 이내 얼굴이 굳어진다. “오줌 싸러 간다, 개자식아.” ---「잠입」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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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설정을 비틀고 뭉개고 뒤엎어 버리는 SF 풍자소설계의 ‘원탑’ 작가의 특별한 소설
화형, 약탈, 배신, 혐오 속에서 인간성을 체득하며 점점 인간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AI 통렬한 아이러니와 뭉글뭉글한 카타르시스가 뒤엉킨 블랙코미디 애슈턴은 기존 SF 작가들과 결이 많이 다르다. 영화, 소설 등 서사를 다룬 창작 영역에서 ‘인간 VS 기계’의 설정은 대부분 존립이 위태로워진 인간의 위기, 인간성 상실 등을 소재로 삼아왔다. 하지만 애슈턴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러한 서사를 여러 갈래로 비틀고 뒤엎어 버린다. SF 소설 형식 또한 작가에게는 현재의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고찰해 보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 보인다. 어떠한 기술의 도움 없이 인간의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휴머니스트 진영의 논리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인본주의를 외치는 그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차츰 본색이 드러난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건 AI인 멀이다. 이 소설은 휴머니스트군 대 연방군의 전투를 검은개미 대 붉은개미의 싸움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보던 멀이 차츰 인간성을 획득해 나가고, 섬뜩한 인간들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멀의 태도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 건 인류를 위한 숭고한 사랑이나 희생 같은 거창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전쟁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던 멀은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 인물들과 인간적인 교류(갈등을 겪기도 하고 합심하고, 농담을 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등)를 나누게 되면서 변화한다.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한 정보와 이론이 가득하지만, 실제 경험이 전무한 멀은 평범하지 않은 인간들과 쉽지 않은 소통을 이어나간다. 멀과 동행하는 이들은 엄마의 그릇된 욕망 때문에 열여덟 살인데도 다섯 살 아이의 몸로 살아가야 하는 소녀, 휴머니스트군이었다가 포로가 된 젊은 남성, 세상사에 별 관심 없이 안락하게 살다가 세파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 휴머니스트군과 연방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나이도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여성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단한 인물들이다. 멀은 이들 사이에서 데이터로만 축적해 온 인간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우정, 배려, 희생 등 구체적인 감정으로 체화하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가 되어간다. 애슈턴은 전작에서 역설적인 상황과 촌철살인의 대사로 ‘인간성’을 탐구해 왔다. 『미키7』이 복제인간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라면, 『멀 혹은 멀의 세계』에서 작가의 시각은 사회 전체로 확장된다. 전작에서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에 비해 비중이 커 보이지 않은 데 비해 이 소설에서 주인공 멀뿐 아니라 멀과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특성이 도드라지는 이유다. 작가는 또한 기술 발전이 야기하는 새로운 불평등과 양극화, 서로 다른 계층을 향한 혐오, 점점 모호해지고 갈등을 빚어내는 인간의 기준, 핵미사일의 작동 버튼만큼 무서운 과학기술의 무분별한 남용 등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멀 혹은 멀의 세계』는 유쾌한 블랙코미디와 속도감 있는 모험 속에 다채로운 인물들이 마주하는 사건을 통해 진일보한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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