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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딸의 백팔배
어느 종교학자의 자기 배려하기
이정은
온다프레스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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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최현숙·이라영
프롤로그
그저 아버지의 유산, 하나님 신앙

1장자기를 포기한다는 것
아버지가 몹시 아프셨다 | 그 따위 정신 상태로 | 아버지의 방, 그 황량함, 낡음 | 진정한 구원을 찾아 | 타협은 없다 | 부부보다 동지 | 초인간과 비인간 사이 어딘가의 가족 | 자유롭게 선택한 거라고

2장 속지 않는 자가 길을 잃는다
이 이야기는 누구의 것인가 | 어디 감히 내 아버지한테 | 아버지 외로우셨겠네요 | 온 진심을 담은 첫 기도 | 네가 가장 훌륭했던 시간 | 뛰어봐도 부모님 손바닥 | 길을 잃은 것일까, 찾는 중이었을까 | 예언을 저울질하며

3장 미로에서 길 찾기
공식적인 죄인 되기 | 말이 참 쉽다 | 종교학과 가면 타락한다 | 무당이 죽으면 어디에 가죠 | 낙서가 새가 되어 | 이 말을 타고 나아가자 | 하나님이 원하는 것 | 영향을 잘 받는 아이 | 우리 가족다운 희비극

4장 폐허를 폐허로
첫째는 떠나야 했다 | 냉기가 잦아들기까지 | 악몽을 가로지르기 | 넘어야 할 산 | 아무 문제가 없어요 | 백팔배를 해보기로 했다 | 꼭 부모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 너의 화는 내 것이 아니다 | 하나님을 자유하게 하다

5장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 것처럼
나로 버티는, 나를 만드는 | 몸도 돌보는 방식으로 | 세속적인 것들과 관계 맺기 | 죄책감에도 함께하며 | 정직하게 말하는 기술 | 생육하고 번성하며 | 할머니의 마음을 타투에 심다 | 책을 읽고 사람을 읽는 | 아버지를 닮은 사람 | 함께, 지켜내야 할 선

에필로그
웃음과 붕어빵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종교에 이렇게까지 붙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교’와 ‘종교 아닌 것’ 사이에 놓인 것들에 관심이 많으며, 통일교·신천지·JMS·하나님의교회 같은 한국 개신교계 신종교 관련 현상을 주로 연구한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0쪽 | 262g | 115*178*18mm
ISBN13
9791122025910

책 속으로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왜 황량하냐고, 이래서 내가 한 번이라도 똑바로 미워할 수나 있겠냐고, 대체 왜 아무것도 없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울음을 꼭꼭 부여잡은 채, 바쁘긴 뭐가 바쁘냐고, 내가 밥 먹고 다니는 게 지금 뭐가 중요하냐고,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그런 말들을 읊었다. 아버지는 그 밤에서 이어진 새벽에 응급차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 조금씩 회복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아버지와 그의 삶을 크게 오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생각하니 아버지는 아무것도 갖지 않은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그의 방은 가득 차 있었다. 그 황량함으로, 낡음으로, 메말라 있음으로. 그곳은 극도로 ‘자기 포기’적인 금욕적 정신으로, 실천으로, 삶으로, 어쩌면 그 누구의 방보다 강렬하게 메워져 있었다. 그러니 ‘황량함’ 때문에 그리 애달파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pp.28-29

그런 그들의 반응을 맞닥뜨릴 때마다 나를 철저히 파괴해서라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오랜 충동에 시달렸다. 나는 변하고 있는데, 부모님으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스스로를 분리해내고 있는데, 잘해내고 있는데, 왜 그들을 만날 때마다 이토록 사정없이 휘청이는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게 힘이 없구나. 나를 나로 버티게 하는 힘이. 아버지에게는, 부모님에게는 힘이 있었다. 스스로 믿고 있는 옳은 길을 불굴의 의지로 살아내고 주변 사람들 또한 그와 같이 살도록 잡아끄는 압도적인 힘. 그 힘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부모님은 하나님의 선물이라 말하겠지만, 그것은 그저 믿음만으로 가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 힘은 자신의 믿음을 살아내는 매일의 삶, 기도, 헌신, 예배, 즉 그 살아냄의 한결같은 실천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종류의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 또한 새로운 깨달음과 생각만으로 힘이 생길 수는 없었다. 그 깨달음을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다. 매일의 삶 속에 녹여내야 했다. 그러지 않는 한 부모님 앞에서 영원히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옳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을 매일 그 몸과 정신에 새기며 그렇게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pp.200-201

출판사 리뷰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 찾기의 가능성 (그런데 굳이 신천지 속으로까지 걸어 들어갔어야 했을까)

이 책은 작가 이정은이 한동안 찾지 않았던, 강압적이고 융통성 없는 아버지가 갑자기 병석에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서 시작한다. 그저 아버지를 피하고만 싶었던 작가는 집으로 방문하는 일이 괴롭기만 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방에 들어선 뒤 그 방을 가득 채운 황량함 앞에서 말문을 잃는다. “왜 황량하냐고, 이래서 내가 한 번이라도 똑바로 미워할 수나 있겠냐고, 대체 왜 아무것도 없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울음을 꼭꼭 부여잡은 채”(28면) 작가는 상념에 잠긴다. 그리고 얼마 뒤 문득 자신의 아버지가 아무것도 갖지 않은 사람이 아니며 그의 방은 다른 무엇들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바로 그것들, 다른 어떤 방보다 더욱 강렬하고 열정적으로 채워진 그 무엇인가를 탐색해가는 ‘탐구일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작가의 어린 시절은 금욕으로 가득 차 있다. 텔레비전, 신문 등 외부와의 접촉을 중계하는 매체는 허락되지 않았다. 외식, 군것질은 상상할 수 없었고 오로지 손으로 직접 만들고 차린 음식만이 허용되었다. 어느 날 이가 흔들려 치과 치료를 바라는 그에게 들려온 답변은 하나님을 그 따위로 믿으니 이가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불호령뿐이었고, 장염으로 인해 시험을 보지 못한 날에는 마찬가지로 그 따위 정신 상태로 학교에 다닐 거면 당장 그만두라는 호통을 들었다. 이처럼 모든 병은 자기 죄로부터 비롯되었으니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고 보는 종교 근본주의적 사고를 유년기 내내 체득했기에, 작가는 자기 검열과 금욕의 삶을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기며 살아간다. 다만 도무지 관용이라고는 없는 엄격한 생활 속에서 작가는 철저히 순응하는 삶과 거부하고 저항하는 삶 사이에서 점차 큰 혼돈을 느끼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다.

대학에 입학한 뒤로 한때는 진리를 찾고자 한다는 이유로 신천지의 교리를 배우기도 하고 기독교에 비판적인 학과 선배에게 사탄 운운하기도 할 정도로 좌충우돌을 거듭한다. 그러다가 푸코와 라캉, 지젝과 버틀러 등을 접하며 인간사회의 통치 매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에 따라 자신의 부모는 어떻게 가족의 삶 전반을 장악해왔는지를 파악한다. 한마디로 그의 부모는 하나님에 대한 철저한 복종을 전제로 하는 ‘자기 포기’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연마했다. “사실 그의 방은 가득 차 있었다. 그 황량함으로, 낡음으로, 메말라 있음으로. 그곳은 극도로 ‘자기 포기’적인 금욕적 정신으로, 실천으로, 삶으로, 어쩌면 그 누구의 방보다 강렬하게 메워져 있었다.”(29면) 이처럼 연마된 부모의 ‘자기 통치’는 자녀들의 양육에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자기 배려하기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정치’ (목사 딸이 백팔배를 시작한 이유)

작가는 자기 부모의 억압적 통치의 기원을 찾아 부모의 과거를 돌아본다. 그들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편린과도 같아, 작가의 부모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등을 섭렵하고 느지막이 종교계에 발을 디딘 후에도 전위조직의 일원처럼 깊숙이 몸을 담근다. 이 같은 또 다른 ‘투신’은 기독교가 창시 초기에 유럽을 위시한 서구 문화 전체에 일으킨 전복을 그대로 답습하여, 당시의 열혈 신자들이 그랬듯 작가의 부모 또한 ‘타락한 나’를 되살리기 위해 철저히 자기를 포기하는 삶에 매진한다.

이 같은 자기 포기 이데올로기에 갇혀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작가는 이에 대한 대안을 치열히 모색하다가 미셸 푸코의 ‘자기 배려하기’ 개념에 다다른다. ‘배려’라는 말에서 현대에 쓰이는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 금욕주의를 내던지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는 이 말의 원저작권자인 푸코가 본래 뜻하고자 한 바가 아니다. 푸코는 기독교가 서구 문화를 잠식하기 이전인 고대 서구인들이 “본질적인 자기란 존재하기 않기에 평생에 걸쳐 이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어가야 한다”(202면)라고 생각했던 점에 착안하여, 기독교의 억압적 정치를 벗어나기 위해 그것의 가르침인 ‘자기 포기’와 정반대로 욕망을 추구하며 사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강조한다. 필요한 것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관계 맺는 방식을 부단히 재설정해야 한다는 것.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작가가 자신의 종교와 가족을 예민하고 날카롭게 들추며 정면으로 응시하고 응전하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안쓰러움과 괴로움을 느끼게 하지만, 종국에는 그의 해방감에 깊이 공감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의 장면 장면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 하나씩 결별한다. 우선 40년 가까이 다니던 교회에 더 이상 출석하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우상 앞에서 절하지 않겠다는 자기 맹세를 저버리고 백팔배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나’ ‘자기’는 애초부터 주어진 값이 아니며, 내가 관계 맺는 여러 실천과 방식을 아우르며 시시각각 결합하고 해체되며 매순간 재구성되는 것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푸코의 말을 빌려, “오늘날 정치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우리 자신에 대한 정치”(212면)임을 깨닫는다.

추천평

유쾌하고 아름답고 치열한 아버지 살해 과정

사람은 모름지기 아버지를 제대로 죽여야 자신의 길을 만들 수 있다. 딸들은 더욱 그렇다. 문제는 상대가 죽일 놈까지는 아니거나, 내게 그럴 배짱이 없는 경우다. 그와 나는 등 붙은 쌍생아여서 섣불리 죽이려다가 내가 죽는 수가 있다. 최악은 피차 못 죽고 내내 징그러워하다 죽음 앞에서 꼴랑 용서 따위나 하고 마는 경우다. 이 책은 유쾌하고 아름답고 진지한 아버지 살해 과정이다. 근본주의적 개신교 가정에서 자란 한 여성이 종교와 가족이라는 강고한 질서 안팎을 통과하면서, 치열하게 자기 언어와 세계를 찾아가는 마흔까지의 기록이다. 사랑과 통제, 헌신과 두려움이 뒤엉킨 가족의 풍경과 내면의 모양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종교학 연구자의 통찰과 딸로서의 체험은 피해와 가해를 넘고 종교와 아버지를 넘고 마흔도 넘어, ‘아버지’로 표상되는 정상성과 가부장제와 집단주의를 향한 싸움과 성찰로 필자 자신과 독자들을 이끌어간다. - 최현숙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 저자)
세계를 이해하면서 깨부수는, 수행에 가까운 투쟁

부모라는 세계에서 자식은 어디까지 독립할 수 있을까. 애초에 독립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종교와 신앙을 걷어내고 부모 자식의 관계만 놓고 보아도 무방하다. 저자는 ‘부모님학’ 연구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이 관계를 파고들었다. 인생은 어떤 식으로든 나를 낳고 기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연루된다. 이 책에는 ‘아버지들’과의 관계 정립을 위해 분투해온 저자의 치열한 여정이 담겼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한 사유는 푸코의 자기 테크놀로지다. 너무도 치열하게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부수면서 동시에 독립된 주체로 서로를 인정하기 위한 투쟁은 거의 수행에 가깝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 아무리 내 삶에 낙서를 해도 나만의 생명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 이라영 (『쇳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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