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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마
2. 혜가에서 홍인까지 3. 육조 혜능 4. 혜능의 제자들 5. 희천과 그의 제자들 6. 마조와 그의 제자들 7. 조주 8. 황벽과 임제, 그리고 임제종 9. 위산과 앙산, 그리고 위앙종 10. 운암 문하와 조동종 11. 용담 문화와 법안, 그리고 운문종 12. 동방의 선승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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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자가 혜가를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자못 심각한 얼굴이었다.
"무엇을 원하느냐?" 혜가가 자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스님, 저의 머릿속에 번뇌가 가득합니다. 그 때문에 매일 같이 밤잡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번뇌라?" 혜가는 혼잣말로 이렇게 되물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있는 제자의 모습에서 지난날 달마를 찾아가 불안을 없애달라고 애원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젠 내 차례구나. 세월이 무섭긴 무섭구먼.' 혜가는 젊은 제자의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깨달음을 갈구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어느 날 불현듯 깨닫게 된 세계의 본질 앞에서 기쁨보다는 삶의 무상함을 먼저 느껴야 했던 지난날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는고?" 혜가는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며 되물었다. "번뇌를 끊는 법을 설하여 주십시오." '번뇌가 있는 곳을 내게 가르쳐주면 끊어주지." 혜가는 빙그레 웃으며 제자를 쳐다보았다. 제자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도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네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끊을 수 있겠는가?" 혜가의 얼굴에 미묘한 웃음이 흘렀다. 이쯤 되면 알아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하지만 제자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저 머리를 갸웃거리며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혜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슬쩍 자신의 한쪽 팔을 쳐다보았다. 팔 한쪽을 내주고 얻은 깨달음이었다. 하지만 자기 앞에 앉은 제자는 그것을 너무 쉽게 구걸하고 있었다. '하긴 이 녀석이 내 팔을 대신할 수 없을 테니까.' 혜가는 나직이 한숨을 쏟아놓았다. "그렇다면 번뇌란 원래 없는 것입니까?" 한참만에 제자는 따지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혜가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래도 경전에 이르기를 모든 번뇌를 끊고 선을 행해야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번뇌는 어디에 있고, 선은 어디에 있느냐?" 혜가가 되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지 않습니까?" 그의 물음이 여기에 이르자 혜가는 잠시 소리를 냄 웃더니 한 가지 비유를 들었다. "법당 뒤에 큰 너럭바위가 하나 있는데, 자네는 그 위에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겠지?" "예"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바위 위에 불상을 새겨놓으면 자네는 그것이 부처님인 줄 알고 감히 그 위에 눕거나 앉지 못하겠지?" "예" "그렇다면 그 바위가 부처가 된 거냐?" "아닙니다" "그런데 자네는 왜 이전처럼 그 위에 마음 편히 눕지 못하는가?" 혜가의 이 말에 제자는 비로소 깨우쳤다. --- p.2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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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에 관한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
역사 대중화 붐을 일으켰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박영규가 내놓은 선담집.
전설적인 고승 달마, 일자무식의 나무꾼으로 6대 조사가 된 혜능, 짧고 순간적인 가르침으로 유명한 조주 등의 중국 선승에서 한 나그네의 '콧구멍 없는 소'라는 소리에 깨우친 경허, 가야산의 호랑이로 통한 성철 등의 우리나라 선승들을 아우르는 40여 명의 삶과 선 이야기.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한마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뭇대다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이는 깨달음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선입견이라는 그물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깨달음은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 또 불교에서만 쓰는 말도 아니다. 깨달음은 어떤 형식이나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모든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 즉 '완전한 자유를 얻는 것' 그 자체가 바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달마에서 성철까지』는 이렇듯 평범하면서도 우리가 쉽게 물러서기 쉬운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즉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옛 선승들의 일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들을 짚어냄과 동시에 우리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해 준다. '나를 모방하지도, 추종하지도 말라. 모든 것은 바로 네 안에 있다' 선승들이 하나같이 내세운 이 말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내 안에 넘쳐흐르는 지혜의 샘물을 마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