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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찬란한 나날
조선희
실천문학사 200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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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메리와 헬렌
김분녀의 일생
햇빛 찬란한 나날
서울의 지붕 밑
부두키트 세러피
경리 7년
한때 우리 신촌 거리에서 만났지
에덴의 건너편
지난여름의 섬
백일몽
향수

저자 소개 1

趙善姬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여고와 고려대학교를 다녔다. 1982년 연합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했으며 1995년 영화주간지 [씨네21] 창간부터 5년간 편집장으로 일했다. 2000년 기자 일을 접고 에세이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장편소설 『열정과 불안』, 단편집 『햇빛 찬란한 나날』을 냈다. 한국영상자료원 원장(2006-2009)과 서울문화재단 대표(2012-2016)로 일했다. 한국 고전영화에 관한 책 『클래식중독』을 냈고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 여성혁명가들 이야기인 장편소설 『세 여자』로 허균문학작가상 등 문학상들을 받았다.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여고와 고려대학교를 다녔다. 1982년 연합통신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고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했으며 1995년 영화주간지 [씨네21] 창간부터 5년간 편집장으로 일했다. 2000년 기자 일을 접고 에세이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장편소설 『열정과 불안』, 단편집 『햇빛 찬란한 나날』을 냈다. 한국영상자료원 원장(2006-2009)과 서울문화재단 대표(2012-2016)로 일했다. 한국 고전영화에 관한 책 『클래식중독』을 냈고 일제 강점기 사회주의 여성혁명가들 이야기인 장편소설 『세 여자』로 허균문학작가상 등 문학상들을 받았다. 2019년 10월에서 2020년 4월까지 베를린자유대학의 방문학자로 베를린에 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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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26쪽 | 438g | 145*212*30mm
ISBN13
9788939205369

책 속으로

두 개의 상체에 하나의 하체를 가진 이 샴쌍둥이 자매는 양탄자 위에 해면처럼 널브러진 채 천장을 쳐다보며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며칠 전 사이좋게 서로 마주 보며 교대로 미용사가 되어 커트한 단정한 단발머리는 산발이 되었다. 헬렌의 빰에 몇 군데 손톱자국이 있고 피가 엉겨붙었다. 헬렌이 충혈된 눈자위를 비비면서 이야기했다.
"내가 진짜 참을 수 없는 건 뭔지 알아? 나도 TV에서 봤던 그 남편이 꿈에 나왔거든. 우리가 꿈도 똑같이 꿨다는 거야. 끔찍해. 정말 끔찍해. 무슨 생각하는 지 서로 다 안다는 것, 그게 끔찍해. 내 생각이 어디 틀어박혀 숨을 데도 없다니!"

---p. 17-18

이윽고 먼저 입을 연 건 헬렌이다.
"수술하자."
잠깐의 침묵을 사이에 두고 헬렌이 말을 이었다.
"내가 포기할께."
짧은 두 마디 말끝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심호흡 다섯 번쯤의 시간이 지난 뒤 한쪽에서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 헬렌의 오른팔이 후들거리는가 싶더니 상체가 탈진한 듯 소파 등받이로 풀썩 주저앉았다. 헬렌은 메리의 반대편으로 얼굴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감긴 눈꺼풀과 굳은 입술 위로 두꺼운 어둠이 내려앉았다.

---p.21

내 시선이 이민가방 옆에 놓인 사진첩에 가닿았다.
"사진을 정리하고 계셨어요?"
"다 버리고 가려고 쓰레기봉지에 담았다가 다시 꺼내서 정리하고 있어요."
이곳 생활이 그에게 남긴 것이 빈집과 거식증뿐이라 해도, 그 세월과 더불어 기억마저 쓰레기봉지에 묶어서 버리고 떠날 수는 없을 것이다. 독일로 돌아간 뒤 그가 두 개의 향수 사이에 갇히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게마인샤프트의 자유를 추억하면서 동시에 가족 울타리 안에 머물렀던 이곳 생활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향수란 내 선택이 아니라 내 안의 관성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75~76

출판사 리뷰

진중하고 묵직한 문제의식을 날렵하고 유쾌한 신세대의 감각으로 세련되게 펼쳐놓은 조선희의 첫번째 창작집. 탄력 있는 문체와 흡인력 있는 구성으로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본에 포획된 우리사회 구석구석의 어두운 이면과 상처받고 망가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중심을 잃지 않는 날카로운 시선

조선희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이 출간되었다. 『한겨레신문』의 기자로, 『씨네21』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저자가 소설쓰기를 위해 사표를 던지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6년 만이다. 저자는 이미 2002년 두 권짜리 장편소설 『열정과 불안』(생각의 나무)을 내고서 그 후로 몇 권의 에세이집을 펴냈는데, 소설집이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대 감각으로 무장한 조선희의 경쾌한 발걸음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우리 사회의 이면과 신경증 직전인 우리들의 모습은 묵직한 울림이 되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증적인 자료가 되어줄 것이다. 현 시기에 필요한 건강한 리얼리즘 소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조선희의 소설은 섬세하고도 경쾌하다. 때로는 그 날렵함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현실에 대한 건강한 리얼리즘적 태도를 잃지 않으면서 얼마나 의연한가. 그러나 그 발랄하고 한편 익살스럽기조차 한 문체 뒤에 드리워져 있는, 그림자처럼 출렁이는, 그리고 끝내 코끝을 맵게 만들고야마는, 또 하나의 심연은 무엇일까. ―김영현(소설가)

치료의 시작―말 들어주기

조선희는 아직도 후기 자본주의 시대 한국의 한복판에서 버림받고 미쳐가는 사람들의 고백을 기꺼이 듣고 기록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조선희는 그들의 고통을 지켜보고, 그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다. 그에게 소설가란 모름지기 만인의 고백을 들어주고 기록하는 자에 다름 아닌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희는 여전히 신이 죽어버린 시대의 사제다. ―김형중(문학평론가)

전작 『열정과 불안』에서 이미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고백]을 들어주는 상담치료자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묶인 11편의 단편들에서도 이 작업을 계속한다.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고백을 듣고서 이를 성실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김분녀의 일생」, 「경리 7년」, 「햇빛 찬란한 나날」, 「메리와 헬렌」, 「서울의 지붕 밑」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수록된 소설들은 대개 한 (여성) 주인공의 기구한 삶에 대한 기록을 담은 인물지(人物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기록들은 고통과 병리와 상처의 기록들이다. 이루지 못한 이상 앞에서(「햇빛 찬란한 나날」), 육체적 기형 탓에(「메리와 헬렌」), 남성중심 사회의 편견 때문에(「김분녀의 일생」), 필시 사회에 책임이 있을 극한의 생활고와(「서울의 지붕 밑」) 정신병리로 인해(「경리 7년」) 고통 받는 인물들이 바로 작가가 그려내는 소설 공간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치료방법―세러피들

그렇다면 이처럼 작가가 관찰, 기록한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처방이 가능한가. 한때 이념이 이상이던 시기가, 그 외에도 찬란한 햇빛처럼 반짝이던 이상들이 존재하던 시대가 있었으나, 그 이상들은 여전히 유효한가. 작가의 시각은 다소 비관적이다. 표제작인 「햇빛 찬란한 나날」에서 주거를 비롯, 섹스와 양육마저 공동으로 이루어는 이상 공동체로 등장하는 독일의 본게마인샤프트는 결국 [논리로 설계한 이상의 공간]이었음이 고백되지 않을 수 없고, 「서울의 지붕 밑」에서 주인공이 가난한 파출부 정자 씨에게 보이는 인정 어린 행동은 끝내 계급 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온정주의의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나아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유능한 상담사였던 원우 엄마가 남편의 죽음 이후 무너져가는 모습을 그려낸 「에덴의 건너편」에서는 지식과 신앙이라는 이상도 의문에 부쳐진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작가는 이처럼 비관적인 시각에서 세상의 풍경을 그려내는데, 그러면서 제시하는 것은 거대 이상으로의 회귀가 아닌 작은 대안들, 세러피(therapy)들이다.
직장생활이 주는 스트레스와 연인과의 이별에서 온 아픔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는 인형을 바늘로 찌르는 주술적 행위인 부두키트 세러피와 쇼핑을 통한 해소법인 리테일 세러피(「부두키트 세러피」)가 권장된다. 뇌종양으로 고통당하는 딸을 둔 어머니에겐 우울증을 피하기 위한 아침 햇볕 세러피와 종교·상담 세러피가(「에덴의 건너편」), 한 번도 가족을 꿈꾸어본 적이 없는 자유인 가장에겐 여행과 모험 세러피가(「향수」), 일중독자들에겐 제주 인근 모우도(母牛島)에서 누리는 한나절의 태업 세러피가(「지난여름의 섬」) 권장된다.
물론 이러한 세러피들은 적극적으로 권장되기보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결국 치료를 이루지 못하는 실패한 처방에 그쳐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처방들은 그것들이나마 있어야 유지될 수 있는 폭발 직전의 세계를 드러내기 위해 다소 반어적으로 제시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고통 받는 인간들의 고백을 듣고 그 사연에 귀 기울이는 동안, 제시된 세러피들을 보면서 따라 울고 웃고 하는 동안, 우리 또한 동일하게 앓고 있는 신경증과 고통이 상당 부분 완화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 조선희가 다음에는 어떤 재미있는 처방을 가지고 올 것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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