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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2부 3부 역자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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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번 주말을 꼼짝없이 산에서 보내게 됐을까? 얼마 만이지……. 로뮈알을 몇 년 만에 만나는 거지? 12년인가, 13년인가? 이 ‘재회’는 어떤 모양새를 띠게 될까? 어쩌다 우연히 만나 다시 연락이 오갔고,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로뮈알의 초대에 응한 이유를 사실 테오 자신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다른 도리가 없었다.
---- p.23 부질없다. 열두 살쯤이었을 것이다. 너는 글을 읽다 우연히 이 단어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너는 의미를 모르는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단어가 너를 덥석 물었다, 이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애잔한 울림을 던지면서 허공으로 흩어지는 소리. 너를 비추는 거울 같은 단어. 입속에서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똑똑히 발음할 수 없을 때까지 너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이 말을 되풀이했다. 너는 바늘과 먹물을 구해 방에 들어앉아 단어를 샅에 새겼다. 지저분하게 점점이 이어지는 글자들, 너 혼자만 해독 가능한 얼룩. 딱히 내세울 명분이 있는 행동도 아니었다. 너는 목적을 따지지 않고 마치 의무를 다하듯 행동을 취했을 뿐이다. 약간의 출혈, 곪지는 않았다……. 문신한 자리는 가벼운 상처처럼 금세 아물었지만 징글징글한 가려움증을 불러왔다. 그 후로, 상처가 아물고 나서도 오랫동안, 이 단어는 이따금 네 안에서 다시 깨어나곤 했다. 공존할 수밖에 없는 기만과 배신의 짐승처럼. 세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앞부분이 떨어져 나간 너덜너덜한 국어사전을 펼쳤다. 너희 집에 있던 몇 권 안 되는 책 중 하나였다. ‘대수롭지 아니하거나 쓸모가 없다.’ 순간 뱃속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듯했다. 안으로부터 널 집어삼키는 느낌. ---- p.70~71 테오는 지극히 평범한 네 얘기를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인양 열심히 들었다(테오는 지루하면 금방 티를 내지 결코 아닌 척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계급적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네 인생 역정이 그에게는 사회학적인 흥미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로 너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을 수도. ---- p.159 도로테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언짢거나 생각에 잠길 때 짓는 표정. “로뮈알이 나한테 당신과는 프레파에서 만났고, 자기는 프레파를 1년도 채 못 마쳤다고 했어.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테오가 불을 붙이지 않고 들고만 있던 담배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압력을 못 견딘 것뿐이야. 로뮈알은 자기 학년에서 머리는 아주 좋은 축이었지만 날라리였어. 게다가 사고도 몇 번 쳤고. 출신 동네를 알면 놀랄 일도 아니야. 과거에 발목이 잡힌 거지.” “어떤 사고였는데” “내용을 잘은 모르겠는데…… 마약이 연관된 문제라던가…….” 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 한 줄기가 두 사람을 부드럽게 훑고 지나갔다. 테오는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열 때문인가 아니면 과거를 떠올리는 고통 때문에? 애초부터 이게 문제였어…… 그는 아직 로뮈알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산행은 어딘가 비정상적인 구석이 있었다. ---- p.203~204 모의시험(이건, 엄마한테 말한 그대로다. 정말 모의시험이 있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장학금 지급이 취소돼 펠릭스-포르에서 2학년을 못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결과였다. 정신 차려! 네 안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경고했다. 하지만 이성의 힘으로 너를 장악해 버린 무기력감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면서도 너는 미래를 송두리째 날려 버리고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너에겐 어떤 안전망도, 너를 자기 회사에 취직시키거나 든든한 빽이 돼 주거나 다달이 돈을 대 줄 수 있는 부모도 없었다. 너는 그런 세계에 속하지 않았다. 테오야 개판을 쳐도 언제든 원상회복이 가능하지만 너는 달랐다. 그해는 인생이 네게 준 최고의 기회였는데, 그걸 맥 놓고 앉아 놓칠 순 없었다. ---- p.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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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대단한 ‘뮈소’가 나타났다!
- 인기 작가 기욤 뮈소의 동생, 발렝탕 뮈소 국내 첫 출간! 빠른 스피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감각적인 대화체의 경쾌한 심리 스릴러! “우리는 과연 ‘친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국내에 잘 알려진 인기 작가 기욤 뮈소의 동생인 발렝탕 뮈소는 형의 후광에 영향 받을 것을 염려하여 처음에는 ‘발렝탕 푸르니에’라는 예명으로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고 편집자들과 독자들로부터 작품 자체로 인정받은 후에야 비로소 본명을 알렸다. 정통 문학을 전공했지만 스릴러의 매력에 빠져 일반 소설과 추리·스릴러 장르를 넘나드는 스타일을 구사한다. 프랑스의 유명 문학평론가 제라르 콜라르(Gerald Collard)로부터 ‘프랑스 최고의 현대 추리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빠른 스피드, 독특한 테마, 감각적인 대화체, 등장인물간의 심리묘사만으로도 독자를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그의 최신작 《완벽한 계획》은 ‘우리는 과연 친구에 대해 정말로 잘 알고 있는 것일까?’라는 섬뜩한 질문을 던진다. 녀석을 엿 먹일 ‘완벽한 계획’을 세우다! 부유한 집안 출신에 잘생기고 매력적인 테오는 자기와는 태생부터 다른 인물 로뮈알에게 끌려 학창시절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연락이 끊겼던 둘은 수년 후 재회하고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로뮈알은 옛 친구에게 주말 산행을 제안한다. 악명 높은 피레네산맥에 모인 산행 초보 테오와 또 다른 친구 다비드, 그리고 그들의 여자 친구들. 유일하게 산을 잘 아는 로뮈알이 제안한 산행은, 그러나 처음부터 수상하게 흘러간다. 치명적인 주말 산행은 로뮈알을 제외한 친구들이 하나둘 사고를 당하면서 독자들에게 아찔한 스릴감을 선사한다. 과거 친구 테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줬던 로뮈알의 마음 속 상처가 하나씩 드러나고, 결국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인생의 밑바닥을 맛본 로뮈알이 꾸민, 복수를 위한 ‘완벽한 계획’은 이상할 정도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된다. 이 소설은 우정에 대한 얘기다. 그러나 그러한 보편적인 주제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과 차별, 청소년기에 대한 테마, 나라와 시대를 막론하고 여전히 계층 상승의 통로로 여겨지는 교육,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프랑스의 그랑제콜 준비 과정인 프레파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엘리트 교육과정인 프레파를 이토록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문학 작품이 이제껏 없었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 발렝탕 뮈소 역시 실제 프레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발렝탕 뮈소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전미연은 우리나라 최고의 프랑스 문학 전문번역가 중 한 명이다. 아멜리 노통브, 로맹 사르두, 베르나르 베르베르, 엠마뉘엘 카레르, 기욤 뮈소 등 프랑스의 굵직굵직한 작가들의 소설이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쳐갔다. 그녀는 기욤 뮈소 동생인 발렝탕 뮈소의 작품을 우연히 접한 뒤, 그가 형이 가진 대중성은 물론 여기에 문학성까지 겸비한 작가임을 확신하고 프랑스의 대형출판사인 세이유(Seuil)에 직접 연락해 한국 출판 계약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형제의 작품을 모두 번역하게 된 역자는 둘 사이에 적잖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입체감 있는 묘사와 장면 전환,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 인간 심리를 꿰뚫는 젊고 감각적인 주인공들의 대화체, 그리고 플래시백(flashback)까지. 이제까지 기욤 뮈소만을 수식하는 단어들이었다면, 이제 또 한 명의 ‘뮈소’가 같은 느낌을 전혀 색다르게 표현한 소설로 국내 독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완벽한 계획》은 제2회 [DAUM, 작가의 발견 ― 7인의 작가전]에 선정되었으며, 2015년 3월부터 6월까지 포털사이트 DAUM에 연재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