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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31장 |
Guillaume Mu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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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가 위험에 빠지자 소년은 신발을 벗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날 꼭 잡아, 겁먹지 말고.” 소녀가 소년의 몸에 매달렸다. 소년은 안간힘을 다해 팔을 휘저으며 서서히 호숫가로 헤엄쳐갔다. 소년은 숨이 가빠왔지만 잠수를 한 상태로 소녀를 호수 기슭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되자 몸에 남아 있던 힘이 모두 소진되어버렸다. 호수 밑바닥에서 누군가가 억센 두 팔로 몸을 세게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소년은 숨이 막히고 심장이 달음박질치는 가운데 뇌에 극심한 압력이 가해졌다. 소년은 더 이상 가라앉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폐에 물이 차오르는 걸 느꼈고,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내 고막이 터지고 주변이 암흑으로 변했다. 숨 막히는 어둠에 휩싸인 소년은 막연하나마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제 소년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차갑고 무시무시한 어둠밖에는. 어둠. 어둠. 그리고 별안간…… 빛. --- pp.6-7 ‘총을 쏘아서는 안 돼. 제발 쏘지 마.’ 케빈은 밤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나서 방아쇠를 당겼다. 커다란 총성이 밤의 정적을 뒤흔들었고, 케빈은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더니 바닥으로 쓰러졌다. 일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옥외 전망대는 극도의 혼란에 휩싸였다. 모두들 반사적으로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어갔다. 다급해진 사람들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오르려고 서로 몸을 밀치며 우왕좌왕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위험한 상황을 알리려고 조바심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9.11 테러를 경험한 뉴욕 사람들은 아직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조차도 테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네이선을 포함해 전망대를 떠나지 않은 몇몇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케빈의 주위에 둥그렇게 모여 섰다. 하필이면 케빈의 옆에서 키스를 하다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연인들이 소리 죽여 흐느꼈다. 빌딩 경비원이 케빈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소리쳤다. “다들 뒤로 물러서요.” 그가 무전기를 들고 로비에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대원을 전망대로 보내주고, 앰뷸런스를 대기시켜줘요. 86층 옥외 전망대에서 총상 환자가 발생했어요.” --- pp.41-42 “메신저라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찾아가 저세상으로 떠날 준비를 시켜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을 메신저라고 하지.” 네이선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이지 황당한 이야기야!’ “그러니까 누군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메신저라고 한다는 말이죠?” “메신저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산 사람들과 차분히 이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그들이 인생을 정리하고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오.” 네이선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렇다면 굿리치 박사님은 상대를 잘못 고르셨습니다. 저는 나름 합리적인 사람일뿐더러 영적 세계를 믿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나도 잘 알아요. 사람들이 영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는걸.” 네이선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 나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잿빛 하늘에서 다시 목화솜 같은 함박눈이 주차장이 내다보이는 통 유리창을 때리며 쏟아졌다. “그러니까 굿리치 박사님이 바로 그 메신저라는 뜻인가요?” “내가 바로 메신저요.” “메신저라서 케빈의 죽음을 미리 알았던 건가요?” “바로 그거요.” 굿리치의 수작에 말려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 미친 작자의 헛소리를 계속 들어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럼 왜 케빈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수방관했죠?” “무슨 뜻이오?” “굿리치 박사님은 케빈이 권총 자살을 시도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차분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그런 겁니까? 죽어가는 케빈의 얼굴이 내 눈에는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았기에 묻는 겁니다.” “메신저라고 해서 모든 죽음에 관여할 수는 없어요. 케빈은 삶의 고통이 너무 크다보니 죽고 싶다는 마음을 제어할 힘이 하나도 없었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다들 케빈 같지는 않아요.” --- pp.57-58 만화영화를 보고 난 보니가 배가 고프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만들어주었다. 보니는 저녁을 먹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잠자리에 들었다. 보니를 재운 다음 네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일한 네이선은 자정 무렵 마지막으로 션에게 이유식을 먹이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일단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일할 작정이었다. 션은 밤낮을 구별하고 우유를 먹는 시간이 정확한 아이였기 때문에 최소한 아침 6시까지는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 다음 날 아침, 요람에 엎드려 있는 션의 몸을 만지는 순간 유난히 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션의 몸을 들어 올려보니 시트에 선홍색 거품 자국이 묻어 있었다. 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끔찍한 순간이었다. 션은 자다가 숨이 멎어버렸다. 네이선은 잠귀가 밝은 편이었으나 션의 울음소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영아돌연사증후군은 흔한 현상이라고 했다. 네이선과 말로리는 아이를 엎드려 재우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소아과의사의 조언을 들은 이후 션을 재울 때 줄곧 천장을 볼 수 있도록 똑바로 눕혔다. 실내 온도는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신경 썼고, 매트리스도 비교적 딱딱한 제품을 사용했다. 말로리는 실내 온도를 20도로 균일하게 유지시키는 온도조절장치를 설치했고, 매트리스는 안전 규격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입했다. 그들 부부는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려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션이 죽고 나서 네이선은 똑같은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다. ‘아기를 똑바로 눕혀 재웠나요?’ 네이선의 대답은 늘 똑같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니까요. 평소와 다름없이 똑바로 눕혀 재웠어요.’ --- pp.91-92 죽음이 끝일까? 그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들 션을 잃었을 때 여러 번 던져본 질문이었다. 그의 머리 위에서 햇살이 쨍하게 빛났다. 뉴욕의 겨울에는 보기 드문 날씨였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 맑은 공기와 함께 불어왔다.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인도에 서 있었고, 네이선의 품에 안긴 조쉬는 악을 쓰며 울었다. 네이선은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 정신이 멍해졌다.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고, 경찰차 경광등의 울긋불긋한 빛들이 빨갛게 충혈된 그의 눈앞에서 너울댔다. 방송국 카메라맨들과 기자들이 벌써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을 붙잡고 취재하기 시작했다. 네이선은 이 혼란스럽고 끔찍한 상황으로부터 조쉬를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의료진이 아리의 시신을 밖으로 끌어내는 동안 꼭 끼는 감색 제복을 입은 NYPD(뉴욕경찰) 형사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면서 그에게로 다가왔다. 남미 출신에 키가 작고 몸매가 다부진 동안의 남자였다. 네이선은 경찰의 질문을 듣는 둥 마는 둥 눈물과 핏자국이 범벅된 조쉬의 얼굴을 옷소매로 닦아주었다. 캔디스가 흘린 피를 보는 순간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캔디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어요. 캔디스가 이 은행에 온 건 순전히 나 때문이었으니까.” 형사가 안쓰러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이 생길지 누가 알았겠어요? 정말이지 안됐습니다.” 네이선은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모두 내 탓이야. 캔디스를 죽게 만든 건 바로 나야. 내가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지 않았더라면 캔디스가 이 은행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테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다 내 탓이야.’ 순간 네이선은 자신이 체스판의 말이 된 듯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굿리치의 말이 귓전에 쩌렁쩌렁 울리는 듯했다. ‘인간은 죽음의 순간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어요. 죽음의 최종 결정권자는 따로 있고, 어떤 인간도 그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어요.’ 네이선이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형사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이런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았겠어요. 아무도 몰랐잖습니까?” --- pp.164-166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니?” “사고에 대해서요?” “그래, 사고에 대해 들려주렴.” 아무런 대답이 없자 굿리치가 재차 말했다. “사고 당시 있었던 일을 나에게 들려줄 수 있겠니?” 네이선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저는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뭐라고?” “저는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제가 들것에 실려 이 병원에 처음 왔을 때 선생님은 저에게 이미 죽었다고 했어요.” “아, 사실 난 네가 죽었다고 말한 건 아니었어. 게다가 넌 내 말을 들을 수 없었잖아.” “선생님이 하는 말을 다 들었어요. 몸을 빠져나와 위에서 선생님을 내려다보고 있었거든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선생님은 다급한 목소리로 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어요.” “너도 알다시피 위급한 상황이었으니까.” “그때 간호사가 기계가 두 개 들어 있는 카트를 밀고 왔어요. 선생님은 그 기계들을 제 가슴에 올려놓으면서 ‘비켜!’ 하고 소리쳤죠. 그러자 제 몸이 위로 훌쩍 올라갔어요.” --- pp.182-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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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소년, 네이선 델 아미코는 물에 빠진 여자 친구 말로리를 구하려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다. 빛의 터널을 통과한 네이선은 신비로운 빛 속에 떠오른 어떤 영상을 보고 나서 다시 삶의 세계로 돌아온다. 네이선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유명한 변호사로 성장해 말로리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둔 행복한 사람이 된다. 하지만 어렵사리 이룬 단란한 가정의 행복은 아들 션의 죽음으로 산산이 부서진다.
네이선은 아들 션을 잃은 충격을 잊으려고 일에 매진한다. 말로리는 열정적이며 순수했던 사랑보다는 사회적인 성공에 올인하는 네이선의 모습에 크게 실망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지만 이혼을 택하고, 네이선은 뉴욕에서, 말로리는 샌디에이고에서 각자의 길을 걷는다. 네이선은 밤낮없이 일에 매진한 결과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되고 성공의 사다리 맨 위 칸에 오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네이선의 사무실에 죽음을 예견하는 ‘메신저’를 자처하는 가렛 굿리치 박사가 나타난다. 가렛 굿리치가 죽음을 예견한 사람들이 눈앞에서 실제로 죽어가는 모습을 본 네이선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네이선은 굿리치의 오래된 진료일지를 보고 나서 그가 자신이 임사 체험을 하며 죽음 직전에까지 갔을 때 담당 의사였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굿리치가 찾아온 이유가 다음 죽을 대상으로 자신을 지목하기 위해서라 여긴 네이선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여 삶에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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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임사 체험, 빛의 터널, 사후 세계로 이어지는 신비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기욤 뮈소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체험에서 영감을 얻어 이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 우린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우리의 생에서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인가? 죽음보다 강한 사랑은 존재하는가? 이 소설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성공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기욤 뮈소는 이 소설에서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모색한다.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죽는다. 언젠가는 죽어야 하기에 인간은 한계가 명확한 존재이고, 누구나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생이 다한 후에 가는 세계는 과연 존재할까? 이 소설은 주인공 네이선을 통해 임사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네이선이 통과한 빛의 터널,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생의 저편 어딘가가 우리가 사후에 가게 될 곳임을 암시하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그 대신 우리에게 위대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이선이 호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말로리를 구하려고 뛰어든 건 사랑의 힘이었다. 네이선은 기력이 소진해 자신이 익사하게 될지라도 말로리를 살리고자 했다. 말로리를 호수 기슭까지 데려다준 네이선은 기력이 소진해 탈진 상태가 된다. 이 소설에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 바닷물도 그 사랑의 불길 끄지 못하고, 강물도 그 불길 잡지 못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소설의 주제 의식과 맥이 닿아 있는 말이다. 이 소설의 네이선이 신분 상승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다가 맞닥뜨린 인생의 위기는 평생의 단짝 말로리와 헤어지면서 찾아온다. 유명 로펌에서 변호사로 성공하고, 맨해튼의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부를 축적했지만 말로리가 부재하는 삶은 네이선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그가 말로리와 헤어지고, 사랑하는 딸 보니와 떨어져 살아야 하고, 그를 뒷바라지 하고자 평생을 헌신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마당에 행복할 리 없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을 수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네이선의 삶을 통해 생의 의의는 사랑이라고 역설한다. 기욤 뮈소는 인터뷰에서 말한다. “이 소설은 죽음을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삶입니다. 사랑과 관련된 초현실적 요소를 가미해 독자들이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묻고, 서로 사랑하고, 타인을 위해 열린 마음을 갖는 데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