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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llaume Mu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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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와 나뭇가지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고, 햇빛이 닿은 쪽마루 바닥에서 뿌연 먼지가 일었다. 내 머릿속은 1990년대 초로 되돌아갔다. 내 눈앞에 나뭇가지 사이를 통과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앉아 있는 빙카가 보였고, 열정적으로 떠들어대는 우리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빙카는 〈연인〉과 〈위험한 관계〉에 대해 열을 올려가며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는 〈마틴 에덴〉과 〈벨 뒤 세뇨르(Belle du Seigneur)〉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는 칸의 스타극장 또는 앙티브의 카지노극장에서 본 영화에 대해 지치지도 않고 몇 시간씩 수다를 떨었다. 빙카는 〈피아노 레슨〉과 〈델마와 루이스〉에 열광했고, 나는 〈얼어붙은 마음〉과 〈베로니카의 이중 생활〉을 좋아했다. 레이밴 안경을 쓴 빙카는 빨대로 콜라를 빨아들이며 색깔이 들어간 안경 너머로 나에게 윙크를 보내곤 했다. 차츰 빙카의 이미지가 희미해지다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리면서 나의 환상 여행도 중단되었다. 빙카를 못 본 지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난 25년 동안 빙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유난히 뜨겁고 가슴 설레던 1992년 여름은 다시는 오지 않을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이제 혼자였고, 학창 시절의 서글픈 기억들을 되뇌며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들었다. --- p.30 빙카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 별들을 흩뿌려주는 동시에 깊은 불안감을 던져주었다. 빙카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내게 독약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내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빙카는 문과, 나는 이과 대학입시 준비반이라 개학 이후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다. 더구나 빙카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쪽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어 내가 애써 구상한 나들이 계획이 무산되기 일쑤였다. 빙카의 반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녀가 고등사범학교 입시 준비반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알렉시 클레망 선생님에게 매료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두 사람이 가벼운 데이트를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점점 더 깊은 사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 p.79 빙카가 눈을 뜨더니 베개를 짚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나는 돌리프란 두 알을 내밀었다. “몸이 불덩어리 같으니까 어서 이 약을 먹어.” 빙카는 고열 때문에 헛소리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언뜻 보기에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빙카가 돌연 울음을 터뜨렸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물범벅이 되었어도 빙카는 여전히 나를 사로잡는 신비한 매력이 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매력,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빙카에게서만 볼 수 있는 매력, 어느 누구도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70년대 포크송에 섞여 들려오던 첼레스타 소리처럼 맑고 청아했던 빙카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하염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토마!” 빙카가 힘없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지 말해봐.” “난 정말 구제불능인가봐.” “말도 안 되는 소리, 무슨 일인데 그래?” 빙카가 탁자 쪽으로 몸을 굽히더니 뭔가를 집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펜인지 알았는데 나중에야 임신 키트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 임신했어.” --- p.89 내가 잠시 폭력 행위를 멈춘 사이 알렉시가 틈을 놓치지 않고 내 장딴지를 잡아당겼다. 나는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 위에 올라탔다. 먹잇감이 갑자기 포식자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알렉시가 양 무릎에 힘을 가해 나를 꼼짝 못 하게 조였다. 그의 손에 깨진 유리 조각이 들려 있었다. 그가 유리 조각으로 나를 찌르려고 손을 치켜드는 모습을 보았지만 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모든 걸 체념하려는 순간 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알렉시가 흘린 피로 내 얼굴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그가 내 몸 위에 쓰러졌고, 나는 겨우 한쪽 팔을 빼내 눈두덩에 묻은 피를 닦았다. 여전히 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막심의 실루엣이 보였다. 챌린저 상표 트레이닝복, 회색과 빨간색 가죽이 어우러진 테디 점퍼는 막심이 늘 즐겨 입고 다니는 옷이었다. --- pp.94-95 조사대상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본 결과 12월 20일 일요일부터 다음 날인 12월 21일 월요일, 그러니까 빙카와 알렉시가 사라져버린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생텍쥐페리고교 경비원 파벨 파비안스키는 일요일 오전 8시에 알렉시가 운전하는 알핀 A310 자동차가 학교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출입구를 막고 있던 차단기를 열어주었다고 진술했다. 파벨은 조수석에 타고 있던 빙카가 차창을 열고 인사를 한 사실도 기억해냈다. 일요일 오전 8시 10분경 오사르투 로터리에서 눈을 치우던 시청 직원 두 사람이 알렉시의 차가 앙티브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증언했다. 게다가 알렉시의 차가 발견된 장소도 앙티브역 근처의 리베라시옹 대로변에 있는 코인 빨래방 앞이었다. 파리 행 열차 안에서 빨강 머리 여자가 ‘뮌헨글라드바흐’라고 새겨진 모자를 쓴 남자와 동승한 걸 보았다고 증언한 승객들도 여러 명 나타났다. 뮌헨글라드바흐는 알렉시가 좋아하는 축구팀이었다. 파리 7구 생시몽 가에 위치한 생트 클로틸드 호텔의 야간 당직자는 일요일 저녁에 빙카와 알렉시가 그 호텔에서 하룻밤 투숙한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호텔의 야간 당직자는 전날 전화로 예약이 이루어졌고, 당일 프런트에서 숙박료를 결제했다고 증언했다. --- pp.129-130 |
1992년 12월, 코트다쥐르에 소재한 생텍쥐페리 국제고등학교 캠퍼스는 대다수의 학생과 교사들이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고향으로 돌아가 텅텅 비다시피 했다. 수십 년 만에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한 폭설과 한파로 학교는 온통 꽁꽁 얼어붙었고, 기숙사와 교수관에는 대입 시험을 준비하는 몇몇 학생과 미처 고향으로 떠나지 못한 교사들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당시 학교에는 누구나 사귀고 싶어 하는 빙카와 철학 선생 알렉시가 서로 뜨거운 관계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빙카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상형이라 믿어온 토마는 실의에 빠져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빙카가 알렉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토마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그날, 토마는 한동안 연락을 회피했던 빙카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는다. 빙카는 몸이 아프니 빨리 기숙사 방으로 와달라고 한다. 토마가 기숙사 방으로 가보니 빙카는 실제로 몸이 불덩이처럼 뜨겁다. 그녀가 임신 키트를 보여주며 말한다. “난 원하지 않았어. 알렉시가 강요했어.” 빙카가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토마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교수관으로 알렉시 선생을 찾아간다. 그 후, 25년 동안 토마는 어두운 과거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2017년 봄, 생텍쥐페리고교는 개교 50주년을 맞아 ‘졸업생 홈 커밍 파티’를 개최한다. 작가가 되어 뉴욕에서 살아가던 토마는 코트다쥐르에 돌아와 25년 만에 고교 시절 절친이었던 막심, 파니, 스테판과 대면한다. 누군가 25년 전 은밀하게 숨긴 살인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고, 토마와 막심은 복수 위협을 받는다. 25년 전 살인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날 저녁 실종된 빙카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토마와 막심은 복수를 노리고 있는 상대가 누군지 알지 못한 채 25년 전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동급생이자 신문기자인 스테판도 25년 동안 빙카 실종 사건에 대해 탐사해왔다. 경찰도 오랫동안 빙카 실종 사건을 수사했지만 끝내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토마는 치밀한 조사를 펼쳐가는 가운데 빙카 실종 사건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데……. |
25년 전 실종된 빙카 이야기가 다시 현재형으로 떠오른 까닭은?
빙카는 과연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망했을까,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까? 경찰도 전혀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고 종결된 빙카 실종 사건이 25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다시 주목받는다. 빙카 실종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관련자들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생텍쥐페리고교 발전위원회는 초현대식 다목적 건물을 짓기 위해 체육관을 허물기로 결정하고, 토마와 막심은 몹시 긴장한다. 이제 두 사람은 25년 전 꼭꼭 숨긴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다. 토마는 빙카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하는 동시에 빙카가 어딘가에 살아 있길 간절히 희망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 토마는 빙카를 사랑하고, 파니는 토마를 사랑하고, 빙카는 알렉시를 사랑하고, 막심은 동성애자이고 올리비에를 사랑한다. 그들은 저마다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상대와 깊이 교감하거나 자신과 잘 어울리는 상대인지 보려하지 않는다. 남몰래 그려온 이상적인 여성상 혹은 남성상을 상대에게 곧이곧대로 투영시키고,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뒤틀린 욕망일 뿐이다. 살인과 사체 유기, 끔찍한 복수극으로 이어지는 이 소설의 비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기적이고 그릇된 욕망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약한 존재이고, 주변에는 악마의 유혹이 차고 넘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한편 사랑하는 연인 혹은 자식을 지켜주기 위해 전쟁을 치르듯 살아간다. 이 소설에서 토마의 아버지 리샤르는 ‘삶의 현장은 어디나 전쟁터이고, 기본적으로 폭력적일 수밖에 없어’라고 하고, 토마의 엄마 안나벨은 ‘문명이란 불타는 혼돈 위를 살짝 덮고 있는 얇은 막에 불과해. 산다는 건 어차피 누구에게나 전쟁이라는 걸 잊지 마’라고 일갈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세상은 결코 평화롭고 사랑이 넘치는 곳이 아닐뿐더러 자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려면 잠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설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깊이 있고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인물들의 내면세계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내일》 이후 기욤 뮈소는 뛰어난 스릴러 작가로 변신했다. 《아가씨와 밤》은 기욤 뮈소 스릴러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의 현장을 전쟁터로 보게 되면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과도한 집착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 이상이 비밀을 공유할 때 더 이상 비밀이 될 수 없다. 25년 동안 꼭꼭 숨겨온 비밀이 밝혀질 위기에 처하고, 관련자들은 사색이 된다. 25년 전 생텍쥐페리고교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 소설은 독자들을 그날의 생생한 현장으로 데려간다. |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리라 보장한다. - [팜므 악튀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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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스릴러! 이 소설의 결말을 미리 귀띔해주는 건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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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의 무르익은 솜씨와 대범한 변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과 탁월한 심리 묘사로 읽는 재미가 뛰어나다. - [RTL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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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 작품 중에서 아마도 개인사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코트다쥐르의 파란 하늘과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학교, 음산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는 바닷가 고급 저택들을 배경으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을 맛깔스럽게 요리한 소설이다. -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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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읽을 스릴러를 찾는다면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강추! - [코스모폴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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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대들과 이전 세대들이 동시에 좋아할 수 있는 효과 만점의 스릴러! - [프랑스 앵테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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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파뇰의 본고장에서 펼쳐지는 최고의 스릴러! - [렉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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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구성에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은 스릴러! - [르 푸앵] |
콘크리트만큼이나 내용이 탄탄한 서스펜스. 기욤 뮈소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엿보이는 고전적인 형태의 서스펜스를 들고 돌아왔다. 새로운 수수께끼를 한 가지씩 풀 때마다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 [르 파리지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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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가 지닌 가장 위협적인 무기라면 끝까지 서스펜스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 [TF1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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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있는 서스펜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내려놓고 싶지 않은 소설. - [텔레 루아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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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힐 정도로 몰아치는 스릴러! - [프랑스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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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스릴러. 마지막 페이지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는 매력적인 플롯. - [프랑스5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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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강한 소설! - [유럽1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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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제어된 기법과 지극히 효율적인 서사구조를 통해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 소설은 할런 코벤, 제시 켈러만의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한다. - [RT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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