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009
1장 … 011 2장 … 032 3장 … 048 4장 … 063 5장 … 080 6장 … 099 7장 … 116 8장 … 126 9장 … 147 10장 … 165 에필로그 … 187 작가 메시지 … 191 |
이진미의 다른 상품
|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송 완료. 넌 끝났어. 마침내 때가 되었다. 어깨에 내려앉은 볕이 제법 따스한 걸 보니 곧 봄이 올 모양이었다. 시완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떨어지는 시완을 다급히 받아 내려는 듯 바람이 연거푸 손을 내밀었지만 소용없었다. 쿵. 시완은 비로소 놓여났다. ---p.10 단하는 사진 속 시완이 말갛게 웃으며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 단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한테 말 한마디조차 해 줄 수 없었던 거야? 그 일이 대체 뭐였는지 지금부터 내가 알아낼게. 너를 이해하지 못하면 나는 너를, 평생 원망할 것 같으니까. ---p.31 쪽지를 보냈지만, 벤데타가 답을 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럼에도 단하는 벤데타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과연 리브웹에 올라온 수많은 제보 중에 잘못된 정보가 없을까? 공개적으로 제보를 받아 불특정 다수의 검증을 거친다지만, 정말 공정한 검증이 모든 가해자에게 제대로 작동한다고 믿어도 될까? 다양한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실수와 오해는 빈번히 일어나는 법이다. 또 몇몇 사람이 서로 짜고 무고한 사람을 가해자로 고발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복수 완료 게시 글에 올라온 이름들 가운데 억울한 사람이 없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p.104 “가해자가 준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피해자는 당한 일을 사실 그대로 말도 못 한다고? 그게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라고? 그게 맞다고 생각하냐?” ---pp.139-140 “그날, 난 이 옥상 아래 있었어.” 단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완이가 난간 위에 서 있었는데, 난 전혀 몰랐어. 알았더라면 뛰어 올라가서 어떻게든 시완이를 데리고 내려왔을 텐데. 시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날 얼마나 괴롭히는지, 넌 몰라. 앞으로도 나는 계속 고통받겠지.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중학교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시완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단하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이주, 네가 오늘 나의 은시완이야. 제발 죽지 마. 제발, 부탁이야.” ---pp.185-186 |
|
중학교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어느 날, 단하는 오랜 단짝 시완의 자살로 큰 충격을 받는다. 시완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단하는 시완이 SNS에서 만난 여자 친구 소은에게 자기 신체를 촬영해 보냈고, 그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당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등학교 예집 소집일, 단하는 우연히 소은과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와 마주치게 되고, 시완의 죽음 뒤에 도사린 거대한 흑막을 직감하는데……. |
|
청소년을 둘러싼 가장 뜨거운 문제를 다룬 범죄 미스터리
사회적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를 결합한 완성도 높은 이야기 『복수의 날』은 로맨스 스캠, 학교 폭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확증 편향까지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이 피부로 느끼는 사회 문제를 서늘하게 조명한다. 잘못된 복수의 희생양이 된 시완, 시완의 죽음을 파헤치는 단하, 복수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이주, 스스로 복수의 대행자가 된 희준 등 사건에 연루된 여러 인물의 시선이 교차하며 청소년을 노리는 새로운 범죄의 양상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은 시완의 죽음을 시작으로 어두운 진실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범죄 미스터리로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쌓은 복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 등 장르적 재미를 적절히 배치해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작가는 사회 문제와 장르의 법칙을 능수능란하게 엮어 메시지와 서사가 균형을 이루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사적 제재의 맹점을 날카롭게 파고든 작품 사법 제도를 벗어난 복수의 민낯, 뒤틀린 마음이 만들어 낸 끔찍한 정의 사적 제재란 공공의 권력이나 법을 통하지 아니하고 개인이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일을 뜻한다. 『복수의 날』은 사법 제도를 벗어난 복수가 어떤 위험과 한계를 품고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사적 제재가 검증과 책임을 보장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잘못된 판단으로 빚어진 복수의 굴레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보여 준다. 단하는 시완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리브웹’이라는 온라인 복수 대행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게 된다. 수많은 복수 요청, 가해자 제보, 복수 인증 글을 살핀 단하는 리브웹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발견한다. 자체적인 검증 절차가 있다 한들 그것이 모든 사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장할 수 없고, 잘못된 제보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완이 죽은 진짜 이유를 희준이 알게 되는 장면에서 사적 제재의 맹점은 절정으로 드러난다. 희준은 자신이 제공한 학폭 영상을 보고 누군가 시완을 가해자로 오해했고, 시완이 복수 대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너무나 허무한 실수가 시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희준은 사적 제재가 정의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없음을 확인하고 절망한다. 복수의 정의에서 용서의 정의로 우리는 어떤 정의를 선택할 것인가 작가는 『복수의 날』이 단순한 복수 이야기로만 읽히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독자의 마음에 여러 질문과 고민을 남기는 작품이기를 바랐다. 그렇기 때문일까. 작품의 뿌리는 복수가 아닌 ‘용서’에 닿아 있다. 이주는 SNS로 시완에게 접근해 친밀감을 쌓는 범죄의 끄나풀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나중에는 범죄 조직의 협박에 못 이겨 복수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선택이 시완을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진실을 마주한 이주는 끝내 시완이 섰던 옥상 난간에 올라선다. 시완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희준과 비슷하지만, 두 인물의 마지막 위치는 정반대다. 이주를 구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온 단하와 채연은 이주를 용서하고 난간 아래로 내려와 다시 함께 살아가자고 요청한다. 결국 이주는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하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마주한다. 이주가 희준과 다른 결말을 맞이한 이유는 용서의 정의를 만났기 때문이다. 우리를 변화하게 하는 힘은 용서에 있다는 진실, 이것이 작품이 제시하는 정의이다. 미묘하게 얽힌 선과 악의 경계에서 우리는 자주 악을 선으로, 선을 악으로 착각한다. 그 착각은 정의라는 탈을 쓰고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정의로운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복수의 날』은 복수와 용서, 무엇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