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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건물주
새엄마가 왔다 우울은 전염된다 여드름과 스트레이트파마 필승문구센터 성장판 검사해 봤어? 할머니와 고모의 습격 눈부신 연우 봄날의 아침 수호 형이 나타났다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김 대리 아저씨의 반란 지희의 소망 마음이 걷는 길 사랑해요, 엄마 작가의 말 |
이근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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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결혼한다.”
아빠는 피시방에서 쫄면을 먹으며 지나가는 말처럼 툭 뱉었다. 나는 반숙란을 씹다가 채 넘기지도 못하고 아빠를 바라봤다. “누구랑? 언제?” --- p.7 “책상이랑 의자가 낮고 작으면 척추에 문제 생겨. 목 디스크 생길 수도 있고. 침대 매트리스도 좀 오래된 거 같던데, 바꾸는 게 좋지 않겠어?” 아줌마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하다가 급하게 좌우로 흔들었다. “아, 괜찮아요. 요즘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니까. 고등학교 들어가면 집에 늦게 오니 책상 쓸 일도 없어요.” 내가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딱 자르자 아줌마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 p.23 엄마는 내가 새 옷을 입든, 머리를 자르든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이마를 앞머리로 푹 가리고 다녀도 아무 말 없었다. 아니, 그럴 기운이 없었다. 아빠도 “얼굴에 커튼 쳤냐?”라고 할 뿐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일일이 반응해 주는 아줌마에게 자꾸만 달려가려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 p.44 돌아오는 길에 연우와 찬수의 사연을 찬찬히 되새겨 봤다. 누구나 마음에 깊은 연못을 하나씩 갖고 있는 걸까. 친구들의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 위안되고 마음이 정화되는 건 무슨 연유일까. 나도 친구들 앞에서 내 연못의 물을 길어 올려, 탁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 p.49 “1층 식당 남편이 명문대 나와서 대기업 다녔다는데, 명퇴당해서 카운터 보잖아. 우리 장손은 할미가 건물 두 채하고 아파트랑 땅이랑 다 물려줄 텐데 무슨 걱정이야.” “어머니, 애한테 그런 말씀 마세요.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 앞길 스스로 개척해야죠.”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아직 의욕이 있어 할머니에게 그런 항의를 했다. 엄마의 한 마디에 할머니는 열 마디도 넘게 패악을 부렸고 그에 비례해 엄마의 우울증은 깊어만 갔다. --- pp.61-62 “어제 엄마랑 언니들이랑 마트에 갔는데 좀 웃기지만 만두 시식을 하고 있었어. 키가 좀 더 큰 거 같고 되게 말랐던데? 옷도 너무 요란하고. 예전에 교회 올 때는 단정했는데 좀 심하더라. 아, 근데 정면에서 본 게 아니어서 아닐 수도 있어.” 진짜 수호 형이 한국에 온 건가? 하버드 가려고 열심히 공부한다는 형이 왜 왔을까. --- p.82 연우는 엄마 생각이 나는지 고개를 젖히고 가만히 있었다. 말로 위로하지 않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다는 걸, 상처 입은 사람은 안다.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연우는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나를 바라보며 햇살처럼 웃었다. “뮤지컬 제목 생각났어. ‘봄날의 아침’. 새로 시작하는 ‘봄날’과 새 ‘아침’을 합친 거야. 곧 햇살이 퍼질 테고 따뜻해지겠지. 우리에게 두근거리는 일이 생기길 기대한다는 뜻이야. 어때?” --- p.100 “아빠, 우리가 아줌마한테 더 잘해 드리는 수밖에 없어. 수호 형도 아줌마를 정말 좋아해. 내일 내가 고모한테 말할 거야. 수호 형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나의 말에도 아빠는 한숨만 쉬었다. 밤중에 살짝 거실에 나가 보니 아빠는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야 아줌마를 이해시킬 수 있을지 고심하는 것 같았다. 조용히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 p.139 오늘 노래는 민권희가 부르고 키보드는 이민지, 코러스 겸 타악기는 김찬수, 최수호, 서연우가 연주합니다. 춤과 연기도 같이 해야 하는데 오늘은 노래만 부를 겁니다. 이해해 주시고, 크리스마스 때 정식으로 초대하겠습니다. 그럼 부족하더라도 들어 주세요.” (……) 차가운 겨울바람처럼 저를 스쳐 지나갈 줄 알았는데 봄날의 햇살 되어 제 마음속에 스며들었죠. 아줌마라고 불렀던 미숙한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낮은 책상과 꽉 끼던 의자처럼, 작았던 제 키처럼, 고집스레 꼬불거리던 곱슬머리처럼 전 그대로였을 텐데. 사랑과 관심으로 바꿔 주신 손길, 처음으로 느꼈어요, 우주처럼 큰마음을. --- pp.186-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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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나의 로스앤젤레스』 이근미의
청소년을 위한 또 하나의 이정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4권으로 오랫동안 청소년들의 다채로운 면면을 그려내는 데 마음을 아끼지 않아 온 작가 이근미의 신작 장편소설 『봄날의 커튼콜』이 출간되었다. 상대적으로 흔히 볼 수 없는 여러 가정의 모습을 통해 그 안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의 심리 상태를 다양하게 드러내는 이 소설은 아이들이 노래 가사를 쓰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되돌아보고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매력적인 전개로 흘러간다. 주인공인 고등학교 1학년 ‘민권희’는 장손인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며느리들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모진 언사를 내뱉는 할머니, 이혼 후 할머니에게 얹혀살며 엄마 아빠를 있는 대로 들쑤시는 고모, 그런 둘 때문에 괴로워하는 엄마를 지켜주기는커녕 원가족들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결국 엄마와 이혼까지 하고 만 아빠와 살고 있다. 우리 집은 요즘 고요하고 평안하다. 엄마가 나간 뒤 슬그머니 합류한 고모에게 할머니가 잔소리를 하긴 해도, 딸을 향한 날은 며느리에 비해 무디기 한량없다. 나와 아빠는 별 불편 없이 지낸다. 사실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에 적응해 가는 중이지만. 엄마는 지희와 둘이 사는 게 우리와 함께 지내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_본문 중 매일 저녁 PC방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엄마는 이미 집을 나갔는데도 엄마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 할머니와 고모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내던 어느 날, 아빠는 권희에게 “네 새엄마”라며 한 아줌마를 소개해준다. 권희는 자신에게 그야말로 ‘천사’같이 대해주는 새엄마에게 따뜻한 진심을 느껴 이끌리면서도, 여자아이라고 할머니에게 천대받던 동생 지희와 함께 집을 나가 따로 살고 있는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 때문에 새엄마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주저한다. 며칠이나 됐다고 ‘아들’이라는 말이 저렇게 자연스러울까. 가식적인 말 뒤에 무슨 마음이 있는 걸까. 갑자기 경계심이 들었다. 아빠는 그런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지 웃기만 했다. 엄마 앞에서 늘 무표정했던 아빠가 시도 때도 없이 웃는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저는 괜찮으니까 아빠만 신경 쓰세요. 아빠하고 결혼한 거니 저는 두 분과 연관 짓지 마시고요.” _본문 중 감춰두었던 다정함을 노래로 만들어 가는 조금 ‘다른’ 다섯 아이의 햇살 같은 성장담 문제는 친구들의 권유로 뮤지컬 창작 팀에 얼렁뚱땅 합류하게 된 탓에 가족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가족에 대한 감사’를 주제로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쓰고, 연말에는 노래에 연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뮤지컬 창작 팀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과정, 각자가 써온 노래 가사에 피드백을 해주는 과정을 지나며 권희는 자신만이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아간다. 우리 모두 결핍을 안고 있는 건가. 찬수는 누구보다 사랑받지만,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어쩌면 친부모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마음 시린 아이가 많은 걸까. _본문 중 엄마, 새엄마, 할머니와 고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일, 어쩌면 자신보다도 괴로운 기분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일, 분명 며칠 전만 해도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던 사촌 형 수호의 갑작스러운 등장까지. 사춘기 한복판에 서 있는 권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과연 권희는 혼란스러운 자신의 감정을 다잡을 수 있을까? 새엄마와 권희는 새엄마의 바람처럼 가까워질 수 있을까? 또 연말 뮤지컬 공연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이 큰 세 줄기의 흐름을 따라 클라이맥스로 달려간다. 이 소설의 제목에 언급되는 ‘커튼콜’의 사전적 의미는 ‘연극이나 음악회 따위에서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이다. 무대 속 캐릭터를 완전히 뒤로하고 ‘배우’로서 무대를 밟는, 이야기의 마지막 시간인 셈이다. 그런데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커튼콜이란 ‘나’를 당당하게 다른 사람들 앞에 세우는 행동이자 내일의 무대, 미래의 이야기를 위해 첫발을 내딛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복잡한 가정 속의 ‘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길목을 걸어가고 있는 ‘나’. 이 모든 ‘나’가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져 ‘진짜 나’를 만들고, 그 ‘진짜 나’는 오늘의 커튼콜 시간을 지나 그다음 날로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어제의 무대, 어제의 괴로움은 지나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을 발판 삼아 오늘의 무대, 내일의 무대를 더 단단하게, 아름답게, 즐겁게 만들 수 있다면 어제의 무대는 그저 싫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영광의 상처’로서 ‘나’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이제 『봄날의 커튼콜』 속 아이들과 함께 괴로움을 영광으로, 어제를 더 나은 내일로 차근차근 바꾸어나가보자. 우리의 무대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