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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버디
장은진
자음과모음 20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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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물속 편의점
감자 먹는 사람들 자리
버디 네임: 강세호
162미터
슬픈 다이빙
나비의 날갯짓
나쁜 물
집으로
바다의 노래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7년 등단한 동생 김희진씨와는 ‘쌍둥이 자매 소설가’이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날씨와 사랑』 등이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에서부터 고립과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7년 등단한 동생 김희진씨와는 ‘쌍둥이 자매 소설가’이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날씨와 사랑』 등이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에서부터 고립과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골몰해 온 그녀는 스스로를 '은둔형 작가'라고 칭한다. 첫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에서도 10년간 집안에 틀어박힌 은둔형 외톨이를 등장시킨 것을 보면 예사로 넘길 말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앨리스의 생활방식』의 미덕은 고립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데 있다. 손쉽게 자신의 닫힌 방문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갈 것을 역설하지 않고, 철저한 고립이 오히려 진정한 자신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이 여타의 ‘외톨이 이야기’와 차별되며 문제적일 수 있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작가는 “삶의 방식이 밖에서 보기에 올바르지 않고 평범하지 않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게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이제 문 안에 갇히는 대신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에서 그녀는 길 밖으로 떠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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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140*205*10mm
ISBN13
9788954449441

책 속으로

물이, 계단 한 칸을 삼켰다. 도시는 사라졌고 일부만이 남았다. 남은 도시의 일부는 모두 높이를 자랑하던 것들이었다. 높이를 가져서 살아남았노라 말하는 듯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비극이었다. 남은 것들은 섬의 형태였다. 섬과 섬을 잇는 길은 없었다. 땅, 인류가 착실하게 닦아 온 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시와 바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 p.7

“마지막에 보낸 수신호는 뭐였니?”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교환해 놓고 내가 늦게 나오자 아저씨가 조금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저씨는 에비앙이 든 채집망을 끌어 올리며 덧붙였다.
“우리가 정한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시체요. 시체를…… 봤어요.”
물에 휩쓸려 가는 주검은 봤지만 물속에서 시체를 만난 건 처음이었다. 아저씨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룰을 어기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나를 보트로 끌어 올렸다. 후드를 벗자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한여름 태양 빛이 정수리에 날카롭게 닿았다. 저 열에 물이 모조리 증발해 버렸으면 좋겠다. 태양은 그런 힘을 갖고 있지 않나.
--- p.19

마지막 잠수를 마치고 아저씨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자 빗줄기가 굵어져 있었다. 물 밖으로 삐죽삐죽 솟은 건물들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빗방울은 수직으로 쏴아, 하고 내리꽂히며 바다로 녹아들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이 제아무리 몸을 비틀어 물을 짜내도 바다는 젖지 않았다. 빗방울이 아무리 많은 동그라미를 물 위에 그려도 무늬들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한패니까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물과 한패가 아닌 우리는 눈앞이 하얘질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빌딩으로 돌아갔다.
--- p.44

“사람도 햇볕에 말리기만 하면 이렇게 살아나는 거면 좋겠어. 신발이나 책, 옷은 젖어도 다시 쓸 수 있잖아.”
해가 잿빛 구름에 가려지자 물결에 비치던 빨간 빛도 사라졌다. 그때 아래층에서 란희 누나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누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신기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 햇볕이 숨이 되어 주면 좋겠어.”
혜미도 나와 비슷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햇볕이 물을 말리고 말려 우리를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 놓는 상상. 혜미는 이 악몽이 끝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과거의 악몽으로 돌아가려고 할까.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1등을 해야만 아빠가 미소를 지어 주던 삶으로. 친구들이 혜미를 질투하고 괴롭히던 학교로. 외롭고 고독한 나날로.
--- pp.89~90

다이빙은 이기려는 경쟁심보다 져도 괜찮은 보살핌을, 바쁜 속도보다 차분한 느림을 지향하는 세계다. 세상이 물속이라면 우리는 모두 그런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라고 물에 가둬 버렸을까.”
혜미가 물에 잠긴 도시를 아득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떤 빌딩은 며칠 전까지 있었던 창문 한 줄마저 사라져서 아예 보이지 않았다.
“잠기니까 사라져 버리긴 했어. 경쟁도 속도도, 꼴등도 1등도. 서로 도와야만 살 수 있잖아. 우린 지금 다이빙의 세계를 살고 있는 건지도 몰라.”
--- p.118

살면서 겪게 되는 아주 작은 사건도 그것에 영향을 받으면 인생이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것이 결국은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어쩌면 나를 죽을 만큼 팼던 그 사건이 현조의 인생에도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반성을 통해 오늘에까지 이르렀고, 나아가 먼 미래에까지 닿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비의 날갯짓처럼.
--- pp.143~144

“세호는 참 좋겠다. 오빠 말 잘 듣는 동생이 있어서.”
혜미가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언니 동생이기도 해.”
“뭐?”
세아의 말에 혜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내가 언니 동생도 돼 줄게.”
“진짜?”
“응. 살아남았으니까.”
세아는 자고 있던 루나를 안고 혜미의 침대로 옮겨 갔다. 그래, 살아남으면 누구든 가족이 되는 것이다.
--- p.168

흔들리는 보트를 따라 내 몸도 출렁였다. 바닷바람은 따뜻했고, 푸른 하늘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이 나를 환하게 비춰 주었다. 나는 살아서 물 밖 공기로 숨을 쉬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났다. 바닷속이 아무리 찬란하고 편하고 행복해도, 이쪽 세계가 더 찬란하고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말. 명심하라던 할아버지의 그 말처럼, 물 밖은 눈부시게 찬란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숨 쉬고 있는 곳. 내가 지켜 줘야 할 사람이 있고, 나를 지켜 줄 사람이 있는 곳. 언제든 찾아가 얼굴을 볼 수 있는 곳. 호흡 기체 없이도 달려가 만날 수 있는 곳. 자유롭게 숨 쉬고, 통곡하고, 말할 수 있는 이곳이 훨씬 찬란했다. 그 찬란함에 웃음이 나왔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 pp.192~193

출판사 리뷰

해일이 삼켜 버린 도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잠긴 세계로 뛰어드는 사람들
“우리가 하는 일은 숨으로 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숨으로 숨을 맞바꾸는 일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일곱 시, 도시에 갑자기 커다란 해일이 들이닥쳤다. 도시는 사라졌고 높은 빌딩의 일부만이 남았다. 길도, 통신도 끊긴 상황.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기는커녕 먹을 것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주인공 세호는 아홉 살 때부터 다이빙을 해 온 고등학생 다이버로, 자신의 ‘버디’ 샘 아저씨와 함께 팔라우로 스쿠버 다이빙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행 전날 도시를 덮친 해일 때문에 세호와 동생 세아, 샘 아저씨는 건물에 갇혀 버리고 만다.

도시가 물에 잠긴 후 세호와 샘 아저씨는 잠수해 물속 편의점, 마트 등에서 먹을 것과 생필품 등을 구해온다. 둘은 다이빙을 하며 매일 자신들의 목숨과 빌딩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다. 그러던 중 세호는 고양이를 구하려다 물에 빠진 혜미를 구조하고, 고양이 루나를 포함한 다섯 명은 건물 9층에서 마치 가족처럼 매일을 함께 지낸다.

아저씨와 나는 입수와 출수를 수차례 반복했다. 우리는 물질하는 해남이나 마찬가지였다. 물고기나 해산물이 아니라 물속 편의점에서 라면을, 부탄가스를, 통조림을, 바나나 우유를 건져 올리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우리가 숨을 참은 만큼 보트에는 필요한 것들이 쌓여 갔다. 우리를 숨 쉬게 해 줄 것들이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숨으로 숨을 구하는 것이었다. 숨으로 숨을 맞바꾸는 일이었다.
_본문 중

“살아남았으면 그것만으로도 모두 친구가 돼야 해.”
서로 연대하며 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그들의 미래

사실 세호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거나 잘하거나 관심 가는 것이 전혀 없었던 아이였다. 그러다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이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세호는 다이빙을 하면서 ‘버디’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고, 처음으로 살아가는 기쁨을 얻는다. 그리고 도시가 해일에 휩쓸리고 난 뒤에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남을 구하기 위한 다이빙을 시작한다.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어깨에 멘 무거운 공기통보다 더 중요한 장비는 바로 버디다. 나의 또 다른 공기통, 버디. 물속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호흡 기체가 떨어졌을 때 자기 숨을 나눠 주고 나를 물 밖으로 데려다줄 유일한 사람. 생명줄. _본문 중

『디어 마이 버디』에서 계속 강조되는 ‘버디’는 물속에서도, 물 밖에서도 항상 붙어 다니며 서로를 챙기고 목숨을 구해주는 다이빙 시스템이다. 세호는 샘 아저씨와 버디를 맺은 후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왜 나만 불행한가’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이후 세호는 다이빙을 통해 혜미, 윤씨 아저씨, 민규 형 등 많은 사람과 버디가 된다. 이 소설은 망가진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또 세상은 모두 ‘버디’의 힘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세호가 깨닫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문체로 이야기한다.

“인생은 버디를 찾는 여정이란 생각이 들어. 태어난다는 건 버디를 만나기 위한 거야. 가족이라는 버디, 친구라는 버디, 애인이라는 버디, 부부라는 버디, 동료라는 버디, 반려동물이라는 버디.”
혜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_본문 중

다이빙 고수이자 물에 잠긴 도시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낸 샘 아저씨, 한때는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전교 1등이었지만 다이빙을 배우며 모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익힌 혜미, 아홉 살 답지 않게 의젓하고 매일 밤 각자에게 어울리는 그림을 골라 읽어 주었던 사랑스러운 동생 세아, 혜미가 물에 빠져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살려낸 고양이 루나까지. 세호의 버디들은 갑자기 디스토피아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이 책은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장은진의 첫 청소년소설로, 마치 『아몬드』처럼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 독자들 또한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 진한 울림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보다 독자층이 폭넓은 이 소설, 『디어 마이 버디』가 나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버디는 누구인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버디들을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물 밖은 종종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물속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세상일 수밖에 없으니까.

추천평

재난 이야기 특유의 비장함과 드라마틱한 요소를 배제했다.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문체로 독자에게 재난의 현장을 목도하게 한다. 그래서 더 처참하고 그래서 더 쓸쓸하고 그래서 더 슬프다. 심지어 아름답게 삶과 죽음을, 물속이 되어 버린 세상을 서술한다.

해일에 삼켜진 세상, 육지는 물속 세상이 되고 다이버인 세호의 숨 한 번은 누군가의 목숨 줄이 된다. 세호, 샘 아저씨, 혜미, 세아는 매일 한 계단, 혹은 두 계단씩 세상이 물에 잠긴다 하더라도 연대와 사랑으로 종말의 두려움을 떨쳐 낸다. 서로에게 기꺼이 버디가 되어 함께 살아야 하고 살려야 하고 의지하며 위로가 되어 주려 한다.

우리가 땅을 밟고 숨 쉬고 걷고 뛰며 햇살을 받고 나무를 보고 말갛게 갠 하늘을 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찬란하게 아름다운지 이 소설을 보면 자명해진다. 이 소설은 인간이 지닌 사랑과 지혜와 상상력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세상이 마지막 한 계단만 남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찬란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으니까. 살아 있기 때문에. - 김선영 (소설가, 『시간을 파는 상점』 저자)
오랜만에 만난 ‘긍정과 참된 용기’의 이야기. 누군가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지만, 『디어 마이 버디』에선 섬과 섬 사이에 사람들이 있다. 세계를 뒤덮은 재난을 이겨 내는 건 서로 맞잡은 손과 그 손을 타고 흐르는 사람의 온기뿐임을 말해 주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세상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다. 외따로 떨어진 섬과 섬을 이어 주는 것은 오직 사람들뿐이니까. - 김희선 (소설가, 『빛과 영원의 시계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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