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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원 큰글자도서

책소개

목차

1. 냉장고를 부탁해
2. 모든 세계의 끝에는
3. 빈방에 놓인 화분

추천의 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_정이현(소설가)
‘ㅁ’을 남겨주세요, 내가 이어 쓸게요 _차경희(고요서사 대표)

작가의 말

저자 소개1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7년 등단한 동생 김희진씨와는 ‘쌍둥이 자매 소설가’이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날씨와 사랑』 등이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에서부터 고립과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7년 등단한 동생 김희진씨와는 ‘쌍둥이 자매 소설가’이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날씨와 사랑』 등이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2019년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소설집 「키친실험실」에서부터 고립과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골몰해 온 그녀는 스스로를 '은둔형 작가'라고 칭한다. 첫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에서도 10년간 집안에 틀어박힌 은둔형 외톨이를 등장시킨 것을 보면 예사로 넘길 말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앨리스의 생활방식』의 미덕은 고립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데 있다. 손쉽게 자신의 닫힌 방문에서 빠져나와 밖으로 나갈 것을 역설하지 않고, 철저한 고립이 오히려 진정한 자신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이 여타의 ‘외톨이 이야기’와 차별되며 문제적일 수 있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작가는 “삶의 방식이 밖에서 보기에 올바르지 않고 평범하지 않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게 살아가는 힘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이제 문 안에 갇히는 대신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에서 그녀는 길 밖으로 떠도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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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68*296*20mm
ISBN13
9791160263756

책 속으로

세주가 정성 들여 연필로 그어놓은 밑줄을 따라가고, 다음에는 어떤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을까 기대하며 읽다 보니 페이지가 생각보다 술술 넘어갔다. 읽다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고, 졸음이 오면 잠깐 잤다가 살이 뒤룩뒤룩 쪘다는 기분으로 일어나 책을 마저 읽었다. 세주한테 필요한 문장은 나한테도 필요한 문장이었다. 어떤 문장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오래 멈춰 서서 곱씹어보기도 했다. 밤에 노랗게 눈 뜬 창문을 바라볼 때와 느낌이 비슷해서 좀 놀랐다.
--- p.21

달라진 거라고는 화분 하나가 놓인 것뿐인데 숨 쉬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뱉은 숨을 마시고, 내가 들이마실 숨을 뱉어주는 존재. 문득 세주가 생각났다. 관용이란 꽃말도.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와 화분을 맡기고 떠난 자신한테 관용을 베풀어달라는 뜻일까, 맡긴 물건을 관용으로 돌봐달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연애할 때 나한테 가장 부족한 마음이 관용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 자기 걸 다 맡기고 떠난 세주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을까.
--- pp.33-34

세주는 식물을 좋아했다. 식물은 탁하고 나쁜 숨을 가져가고 맑고 편한 숨을 내주었다. 머릿속에 끼어 있는 뿌연 연기도 말끔하게 거둬 가주었다. 식물을 가까이하면 편한 숨처럼 삶도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가진 돈을 꿈이었던 식물 상점에 몽땅 투자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잘되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게 일로 이어진다고 좋아하는 마음까지 계속 이어질 거란 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 p.60

버림에는 티끌만큼의 감정과 미련도 남지 않아서 뒤돌아볼 일 같은 건 생기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에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처럼 과거도 단숨에 사라져버린다. 동하와 헤어지던 날에 대한 기억이, 서로를 향해 쏟아붓던 독한 말들이 일 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그래서였다. 냉장고를 부탁할 사람으로 동하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버려진 관계가 아니라 헤어진 관계였기에.
--- pp.66-67

저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네 옆에 있어줄 사람 하나 없겠냐고. 네 얘기를 들어줄 친구 하나가 없겠냐고. 밤에 질문을 던지면 그들은 반드시 너에게 답을 줄 거라고. 할아버지가 진짜 그들이 답을 준다는 의미로 한 말이 아니란 걸 세주는 조금 커서 알았다. 질문은 답을 듣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무게를 덜기 위해 던지는 거란 걸.
--- pp.77-78

복잡다단했던 세주의 모습이 사라지자 지금의 세주는 훨씬 이해하기 쉬운 사람처럼 보였다. 그것은 마치 아무것도 없는 방에 오롯이 앉아 있는 저 화분 같은 모습이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서 화분 하나로 텅 빈 방이 가득 채워지는 충만함.
--- p.98

밤이라 알 수 없지만 창에 그어진 검은 오선지에 투명한 음 하나가 이제 막 놓인 느낌이었다. 음이 차곡차곡 모여 음악이 되면, 그 노래가 이 창을 올려다보는 이의 삶을 견디게 해주지 않을까. 반뿐이지만 이 창으로도 세상이 보이고, 반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세상이니까. 그 세상에서도 하늘이 펼쳐지고, 볕이 들고, 달이 뜨고, 별이 빛나니까. 신선한 바람과 영롱한 빗방울과 새하얀 눈송이를 빚어내니까.

--- p.123

출판사 리뷰

“자기 걸 다 맡기고 떠난 세주는
지금 어디를 걷고 있을까”
첫 번째 인사,
세주 없는 세주와의 만남이 다시 시작됐다

세주가 다녀갔다. 동하가 집을 비웠을 때였고 두 사람은 일 년 전 헤어진 사이였다. 침대 옆에 놓인 낯익은 소형 냉장고, 그 위에는 새싹 형태인 토기 화분이 놓여 있었다. 냉장고를 열자 칸마다 책들이 빼곡했다. 냉장고 문 앞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세주가 적은 메모가 있었다. ‘냉장고와 화분을 부탁한다’는 문장 옆에 쓰다 만 자음 ‘ㅁ’까지, 급히 쓴 메모가 분명했고 할 말이 더 있지만 서둘러 마무리 지은 것 같았다. 곧이어 동하는 자신뿐만 아니라 세주의 친구들도 세주로부터 물건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캐리어와 화분, 향수와 화분, 드럼세탁기와 화분…… 공통점은 화분이었다. 세주는 동하와 헤어진 후에 가진 돈을 털어 식물 상점을 냈지만 얼마 안 가 폐업했고, 집과 가게, 살림살이를 모두 정리하고 ‘세계의 끝’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떤 마음이 생기면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는 인생이 될까.” 그걸 알고 싶어서 동하는 냉장고에 채워진 세주의 책들을 읽기 시작한다.

세주는 동하에게 “냉장고와 화분을 부탁해”라고 말했다. 부탁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적이며, 보관의 의미에 가깝다. 그것은 어느 한쪽의 완전한 소유가 아니라 주고받은 두 사람이 나눠 갖는 것이다. 세주가 동하의 집에 들러 물건을 놓고 간 뒤, 잘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차 또다시 방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것들은 어떤 의미로 “복잡다단한” 한 시절을 함께한 자신의 일부이기도 했으므로. “머릿속에 끼어 있는 뿌연 연기도 말끔하게 거둬 가”는 식물은 “맑고 편한” 삶을 바랐던 세주의 꿈이었으며, “삶이 고단할 때마다 몸을 기댔던” 책들은 “전부라고 생각해서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이기도 했으니까.

“왜 나한테 냉장고를, 아니 책을, 아니 냉장고에 책을 넣어서 줬어?”
“헤어진 사이라서.”
‘버려진 관계’가 아니라 ‘헤어진 관계’가 남겨준 것들

서른 살. 가족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와 한 번 이상의 꿈을 실행하고, 한 번 이상의 꿈을 체념했을 나이. 그런데 두 청년 ‘세주’와 ‘동하’에게 가족은 슬픔을, 학교는 고통을 안겨준 무력한 울타리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은 그대로 세상으로 내던져진다. 보통의 삶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녹록지 않았던 이들. 두 사람은 그런 서로를 알아보고 가까워지지만 생각도 감성도, 고통도 슬픔도 제각각 달랐던 그들은 해명하고 설명하는 수고를 들이는 대신 차라리 오해를 택한다. 결과는 당연히 이별이었다.

육 개월간의 길지 않은 만남 끝에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동하와 세주는, 그러니까 이미 헤어진 관계였다. 하지만 바로 그 ‘헤어진 관계’라는 사실이 세주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던 다른 남자들과 달리 동하는 이별의 책임을 따져 묻고 자신에게 비난을 가했던 것이다. “버림에는 티끌만큼의 감정과 미련도 남지 않아서 뒤돌아볼 일 같은 건 생기지 않”지만, 동하는 아니었다. 자신이 가장 아끼던 책, 그 책들로 채워진 냉장고를 부탁할 사람으로 동하가 떠올랐던 건 다름 아닌 “버려진 관계가 아니라 헤어진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세주는 “한 사람한테라도 지난 시간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었”고, 그 한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끝내 손을 놓았던, 그러기에 더욱이 원망이나 미움이라는 감정적 온도가 남아 있을 동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 떠나도 다른 건 없지만 달라지는 것은 있다”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의 시간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것
우정과 신뢰의 작별 인사

책이 든 냉장고와 화분이 함께한 일주일간의 여름휴가. 적정량의 빛과 물이 필요한 반그늘 식물을 키울 줄 몰랐던 동하였지만, 그사이 그는 세주가 맡긴 화분인 문샤인 산세베리아처럼 자라난다. 식물을 정성 들여 돌보고, 책 속의 무수한 밑줄들을 곱씹고, 책갈피에서 발견한 세주의 가족사진을 살피면서, 그리고 세주와 나눈 ‘ㅁ’으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동하는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멀리떠나도다른건없다, #머물게해줘서고마워, #무엇이있을까세계의끝에는. 세주와 동하가 나눈 대화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ㅁ’으로 시작한다. 「외진 곳」에서 다단계 사기를 당한 두 자매가 거처했던 ‘ㅁ’ 구조의 네모집은 ‘가난’을 상징하는 “차갑고 초라”한 장소였다. 이번 소설에서 포스트잇과 인스타그램으로 이어가는 ‘ㅁ’의 자리는 미처 못다 한 말 그 자체이면서 “회복과 연대”의 공간으로 마련된다. 그 뒤로 좀 더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다른 삶과 미래를 찾으러 ‘세계의 끝’을 보고 온 세주는, 필요한 것이 전부 없게 된 세주는, 이제 존재 자체만으로 오롯이 충만해 보였다.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견뎌낼 수 있는가”라고 묻는 이 소설은 청년 세대의 고독과 불안, 약자에 대한 폭력, 죽음과 상실 등을 다루면서도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고통과 슬픔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늘 빛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소설을 읽을 누군가, 세주와 동하의 곁에서 그들이 앞으로 걸어나갈 자리를 바라봐줄 거라는 단단한 믿음과 함께.

결국 그들 곁에 있어준 사람은 내가 아닌 당신일 것입니다. 있어준 당신에게 그들은 인사를 건넬 것입니다. 고맙다고. 괜찮아졌다고. 덕분에 따뜻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었다고. 드디어 전깃줄에 새가 내려앉았다고. _‘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평

세주와 동하는 애틋하고 다정한 여운 너머의 더 먼 곳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갈 ‘청년들’이다. 서로를 통해 회복과 연대의 의미를 알게 되었으므로 그것이 가능하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간단치 않은 질문을 받은 기분이다. ‘ㅁ’으로 시작하는, 내가 아는 가장 멋진 인사를 돌려주고 싶어서 오래 생각해보았다. 미음, 미음. 입속에 온기가 감돈다. 혹시 이런 말은 어떨까. 마음대로 해도 괜찮아, 그게 무엇이든 말이야. - 정이현 (소설가)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나도 ‘ㅁ’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써보고 싶어진다. 동하에게는 #만족과감사로버텨주어다행이에요, 세주에게는 #모든세계의주인은당신, 그리고 작가에게는 #마음을밝혀주어고맙습니다, 라고. 다른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 남길 ‘ㅁ’으로 시작할 문장들도 궁금해진다. 그 문장들을 잔뜩 모아 『세주의 인사』와 함께 냉장고에 넣어두고 이따금 꺼내 읽으며 삶의 양분으로 삼아보고 싶다. -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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