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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윌버 문구점
감사의 글 |
SALLY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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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가을은 항상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계절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새 신과 크레용과 필통을 기대하는 두근거림이 그 계절을 장식했다.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단어만이 생각날 뿐이다.
---p.10 “친구한테 소중하다고 말하는 건 근사한 일인 것 같아요. 그게 편지의 장점이죠. 친구한테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우.” ---p.67 “사람들은 자살이 엄청난 결단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물론 그 자체로는 엄청난 결단인 건 맞아요. 하지만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을 때는 뭐랄까, 어떤 가게에 갈까 말까 하는 수준의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죠.” ---p.206 “나는 도망치지 않았어요. 돌아가지 않았을 뿐.” “아, 돌아가는 것, 그럴 마음을 먹는 것이 훨씬 힘든 일이긴 하죠.” ---p.213~214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도움을 자처하고 나서는 경향이 있다. ---p.221 당연히 그는 친구가 아니었다. 그녀는 왜 그걸 몰랐을까? 제임스 같은 사람을 처음 만난 것도 아니었다. ‘친구’를 자처하고 상대방의 모든 것-시간, 공감, 주목-을 요구하면서 상대방의 삶에는 관심 없는 사람들. 사실 조는 제임스를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항상 그의 곁을 지켰다. 제임스가 그녀를 먼저 생각하거나 조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한 적이 있었을까? 제임스 벡퍼드 스트리트는 항상 일방통행이었다. 이른바 ‘친구’가 그랬다면 용납하지 못할 행동으로 여겼을 거면서, 연인은 용납했던 이유가 뭘까? ---p.237~238 어떻게 우정이 없는 곳에 사랑이 있을 수 있다고 믿었을까? ---p.282 “우정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다들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회가 상실의 아픔을 분배할 때 친구들의 몫은 남겨두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녀는 조를 보며 서글프게 미소를 짓는다. “줄리가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 넘었지만 나는 요즘도 거의 날마다 그 친구 생각을 해요. 모두들 ‘운명의 상대’를 찾는 데 집착하느라 진정한 친구가 평생 가는 인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건 아닌가 싶어요. 절친이 있다는 데서 느낄 수 있는 근본적인 진리와 위안과 기쁨이 있는데 말이죠.” 루스는 살짝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를 짓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아무도 몰라주는 이런 러브 스토리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기에 세상이 좀 더 살 만해지는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그게 인류가 간직한 가장 큰 비밀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p.300 “틀에 얽매이지 않고 용감했던 조지 엘리엇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나방이 불길에 이끌리듯 그녀의 강인함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지금도 나는 불이 무서워요. 타버릴까 봐 무서워요. 이렇게 재미없고 노쇠한 늙은이가 됐어도 겁이 나요.” 그는 그들을 올려다본다. “그 당시에는 너무 겁이 나서 다른 삶을 시도할 수 없었어요. 실패를 두려워하느라 그때 건너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p.329~330 “조지 엘리엇이 이런 말을 남겼어요. ‘꿈꾸었던 모습이 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p.333 “우정이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을까요?” “아, 어떤 우정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죠. 삶의 특정 시기에만 유효했던 우정을 붙잡으려고 애를 쓰는 경우도 있고요. 나는 무대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나와 한 무대에 있을 때도 있고 그들이 떠날 때도 있죠. 하지만 연극에서처럼 그래도 괜찮아요. 그들은 내 삶의 한 막이나 한 장면에 등장했을 뿐이에요. 그런 그들을 다시 무대 위로 끌어 올리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그녀는 조를 쳐다본다. “그들을 그냥 떠나보내고, 그들과 함께 무대에서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나갔던 순간의 희열을 추억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p.336 “이 세상에 조지 엘리엇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 마르크스처럼 머리가 좋은 사람, 클로디아 같은 사회 운동가, 존 로브처럼 손재주가 좋은 사람, 윌리엄 포일처럼 사업 수완이 뛰어난 사람, 허치처럼 노래하고 연주할 수 있는 사람, 이사커처럼 원대한 발상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뻐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원하는 게 뭔지 이제는 알겠으니까.” ---p.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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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때 숨어들 수 있는 나만의 은신처가 있나요?”
조 소스비의 어린 시절 별명은 ‘어중간한 조’였다.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았다.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상을 받을 만큼 뛰어나지는 않았다. 위험한 일에 뛰어든 적도, 간절히 원하는 일을 찾아 나선 적도 없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은행에 취직하고 무난한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 평범한 미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마흔을 앞둔 조는 6년간 동거하며 사내 연애를 한 남자친구 제임스가 떠나면서 직장도, 돌아갈 집도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잊어버렸고 절친한 친구와도 어느새 멀어져 있었다. 어디로든 숨고 싶었던 조는 치매로 요양하게 된 삼촌을 대신해 런던의 작은 문구점을 맡게 된다. “끝난 줄 알았던 인생이 이곳에서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52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문구점에는 “모든 것에 자기 자리가 있고 모든 것이 그 자리에”라는 삼촌의 원칙대로 다양한 물건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조는 손님을 맞고 재고를 정리하면서 차츰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를 들여놓으며 낡은 문구점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늘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온 조에게 자신의 취향과 선택으로 무언가를 채워나가는 것은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문구점이 조금씩 조다운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동안 조 역시 잃어버렸던 활기를 되찾는다. 연애 중에는 제임스가 유치하다고 놀려대서 접어두었던 ‘문구 덕질’ 취미가 삼촌의 가게에서 쓸모를 얻을 줄이야. 사실 조는 남자친구에게 받은 다이아몬드 귀걸이보다 어릴 적 삼촌에게 받은 작은 스탬프를 더 소중히 여길 정도로 문구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새하얀 종이 묶음과 감색 카본지가 달린 간이 영수증 앞에서 잊고 있던 기쁨을 되찾고, 자신과 같은 문구 애호가들을 만나 문구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위안을 받는다. “손 글씨 잘 쓰는 비결을 가르쳐줘요.” “사실 모두가 강조하는 대원칙은, 그러니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두르지 않는 거예요.” “글을 쓸 때만요?” “뭐, 우리가 지금 손 글씨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좀 쉬기도 하면서요.” “글씨를 쓸 때 말이죠?” “우리가 지금 그 얘기 중이잖아요. 사람들이 글씨를 너무 빨리 쓰거나 펜을 너무 꽉 쥐어요. 그러니까 속도를 늦추고 긴장을 풀어야죠.” _138~140쪽 글씨를 잘 쓰고 싶다면 속도를 늦추고 손의 힘부터 풀라는 조의 조언은,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는 우리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조 역시도 과거에는 연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고, 그럴수록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펜을 쥔 손에 힘을 풀듯 자신을 몰아붙이던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줄 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문구점은 조에게, 그리고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은신처이자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이렇듯 펜 한 자루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기도, 편지지 한 장에 큰 위로를 받기도 하는 문구점에서 조의 삶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상살이에는 서툴러도 우정에는 누구보다 진심인 디어 윌버 문구점 사람들이 건네는 뭉근한 위로와 응원 문구점에는 저마다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어느 날 갑자기 교구를 떠난 사제 루스와 매주 새 노트를 사면서도 첫 문장을 쓰지 못하는 일흔 살 맬컴이다. 과거에서 숨고 싶은 조, 돌아갈 자리를 잃은 루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꿈을 덮어둔 맬컴, 세대도 살아온 과정도 다른 세 사람은 서로의 비밀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친구가 된다. 이들은 서로에게 달라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의 모습으로도 곁에 있어도 된다는 확신을 준다. 조는 그 우정 속에서 자신이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아서 삶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타인의 삶 속에서 조연으로 사느라 자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절대적인 위로를 선사하는 작가” 28개 언어로 번역된 전 세계인의 힐링소설 저자인 샐리 페이지는 데뷔작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를 50만 부 이상 팔아치운 베스트셀러 작가다. 소설가가 되기 전 광고업계, 플로리스트 등 여러 분야와 직업을 거친 그녀는 원하는 펜을 직접 만들어 만년필 브랜드를 운영할 만큼 문구에 진심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두 번째 소설의 무대를 문구점으로 정했다. 작가가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세계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이 소설 곳곳에 생생하게 스며 있다. “사는 게 막막할 때마다 찾아가고 싶은 피난처”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렸다. 지친 삶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기분” “마침내 내가 안전하다는 느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행간마다 온기가 가득하다” 셀 수 없이 쏟아진 독자들의 찬사는 이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를 증명한다.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도망치고 싶다면,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어중간한 사람’이라 낮잡아 보고 있다면, 이 특별한 문구점에서 분명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더 특별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다시 발견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곁에 두면서, 지금의 나로 살아갈 자리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