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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
홍대선
메디치미디어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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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한식이라는 질문
한식은 왜 이 모양인가 | 한식에 대한 이해

1부 한식의 무대
1장 한반도라는 땅
아프리카로부터 | 진화: 먹을 것의 범위를 확장하는 일 | 먹거리 찾아 삼만리 | 인기 없는 땅, 한반도 | 마침내 한반도에 사로잡히다

2부 한식의 겉멋
2장 밥
젖이 세운 문명, 유목 | 낱알이 세운 문명, 농경 |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한반도라는 거짓말 | 쌀농사라는 거짓말 | 소로리의 거짓말 | 밥의 거짓말

3장 밥과 국
메마른 주식을 적실지어다 | 곡물은 국물을 부른다 | 국물의 계보 | 국물의 민족 | 국과 탕 | 보글보글에서 지글지글로 | 국물의 종착지, 볶음 | 진국과 맹탕

4장 밥, 국, 찬
나뭇잎을 먹어? | 쌀의 배신 | 쌀농사를 버티는 실험, 콩 | 춘궁기와 보릿고개 | 봄을 버티는 실험, 나물 | 초근목피 | 바다의 나물, 해조류 | 겨울을 버티는 실험, 김치 | 김치의 세계 | 동(動)적인 김치와 정(靜)적인 피클 | 김치 탄생의 비밀 |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의 모든 형태 | 지나치게 유능한 잡식동물 | 먹는 것도 실력이다

5장 밥상의 비밀
자유로운 구속 | 숟가락과 젓가락 | 국밥: 밥과 국의 조립 | 비빔밥: 밥과 찬의 조립 | 쌈: 밥상의 조립 | 김밥: 김으로 조립한 쌈 | 탈옥에 실패하면 밥상이 완성된다

3부 한식의 속맛
6장 간, 감칠맛, 온도
몸과 밥 | 간의 밑간 | 감칠맛 중독 | 요괴의 가루, 아지노모토 | 뜨거움과 차가움

에필로그 음식이라는 질문

주석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작가, 평론가. 철학과 역사를 쓰고 강연한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하고 있다.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1미터 개인의 간격》으로 현대적 개인의 탄생을 정리했다. 한국인의 특질을 설명하기 위해 대표작 《한국인의 탄생》에서 한국사가 아닌 ‘한국인의 역사’를 기록했다. 번외편 《유신 사무라이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의 미싱 링크를 채우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 책 《밥 국 찬, 한식의 탄생》도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한국인을 총체적이고 통시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다. 차기작으로 현대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국인의 형태’를 준비 중이다.
작가, 평론가. 철학과 역사를 쓰고 강연한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주제에 오랫동안 천착하고 있다.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1미터 개인의 간격》으로 현대적 개인의 탄생을 정리했다. 한국인의 특질을 설명하기 위해 대표작 《한국인의 탄생》에서 한국사가 아닌 ‘한국인의 역사’를 기록했다. 번외편 《유신 사무라이 박정희》는 한국 현대사의 미싱 링크를 채우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 책 《밥 국 찬, 한식의 탄생》도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 한국인을 총체적이고 통시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다. 차기작으로 현대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국인의 형태’를 준비 중이다. 다른 지은 책으로 40년 이글스 팬으로서 ‘사랑’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행복이 이글이글》, 온라인 연재 2억뷰를 기록한 테무진-칭기즈 칸에 대한 이야기 《테무진 to the 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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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40*210*14mm
ISBN13
9791157068753

책 속으로

가난은 한식을 설명하는 긴 이야기의 일부일 수 있지만, 가난만으로는 왜 한국의 음식이 하필 지금과 같은 구조가 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
--- p.7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순수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는지가 아니다. 여러 집단이 이 땅에 들어오고 나가고 섞이면서, 이 환경에서 먹고사는 방법을 계속 갱신했다는 사실이다. 한반도는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한 번 이상 버려졌다. 먹고사는 방법을 찾아 헤매던 호모 사피엔스에게 한반도는 최선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혹은 어쩌다 선택한 생존의 실험장이었다. 한식은 실험에 승리한 결과라기보다는, 반복된 시행착오가 남긴 흔적이다.
--- pp.29-30

한국인은 자칭 ‘국물의 민족’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한국인에게 밥은 ‘밥심’이 아닌가. 내 몫의 생존권을 ‘밥그릇’이라 부르고, 그 사람이 싫다는 평가를 ‘밥맛없다’는 표현으로 갈음한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밥값’을 해야 하고, ‘밥이 보약’이고, ‘밥줄’이 끊기면 큰일이며, ‘찬밥 신세’가 되면 서글프다. 밥은 한국인의 언어에 새겨진 문신이다. 국물이 끼어들 틈이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밥의 민족인가, 국물의 민족인가? 사실은 앞의 문장을 바꿔야 한다. 한국인은 밥의 민족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국물의 민족이다.
--- p.56

일본에서 한때, 삼계탕 다음에 한국 순두부찌개가 유행한 적이 있다. ‘닭한마리’가 인기를 얻은 지도 꽤 됐다. 육개장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신기한 국물요리가 있다는 사실이 일본인에게는 흥분할 만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한류가 계속되는 한 일본에서 한식 국물요리의 유행은 이론적으로 끝날 수 없다. 이제 시작이니까. 일본인은 이제 갓 한국의 국물을 1만 분의 1 정도 체험했다.
--- p.70

한국인은 키울 식물을 재배하고 개량하는 실험 외에, 더욱 광범위한 실험을 해야 했다. 인간이 어디까지 먹어도 죽지 않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즉 먹는 게 가능한 식물인 ‘나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실험이다.
--- p.109

모든 한국인은 생일날 자신을 낳아 준 어머니를 기념하며 미역국을 먹는다. 아무도 생일을 챙겨 주지 않는 쓸쓸한 여(남)주인공을 위해 남(여)주인공이 미역국을 끓이는 장면은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다. 많은 한국 남자에게 미역국은 생애 최초로 요리한 국이다. 어머니나 연인을 위해, 한 번쯤은 미역국에 도전한다. 미역국은 화려하지 않지만 간절한 꽃다발과 같으며, 짜고 젖어 있지만 진실된 생일케이크다.
--- pp.116-117

김치와 피클을 가르는 본질적 차이는 발효 여부가 아니다. 변화와 고정의 차이이다. 피클은 정적으로 고정되지만 김치는 동적으로 변한다. 겉절이, 덜 익은 김치, 잘 익은 김치, 신김치, 묵은지로 변화하며 단계마다 다른 맛과 특징을 자랑한다. 한국인은 김치의 변화에 적응한 수준을 넘어, 변화를 당연시한다. 그래서 피클과 달리 김치를 담그는 것에서 요리를 끝내지 않고, 김치로 요리를 한다. 김치볶음밥에는 신김치가, 김치찜에는 묵은지가 좋은 식이다.
--- p.133

한식은 주식을 먹는다는 행위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평민의 식사가 임금의 밥상까지도 규정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식문화를 가졌다. ‘국과 찬을 곁들여 주식인 밥을 잘 먹겠다’는 구성이다. 밥을 잘 먹히게 하는 찬이 좋은 찬이다. 한국어에서 ‘밥도둑’은 맛난 반찬을 칭찬하는 말로, 그릇 안의 밥을 잘 없앤다는 뜻이다. 모든 음식이 밥과 함께한다는 가치를 전제로 전개되어 있다. 국군 장병이 식판에 받아먹는 식사나, 40첩 반상이 깔리는 전주 한정식이나 똑같다. 군대 식판은 3찬인데, 첩 수에서 빠지는 김치가 반드시 포함되므로 ‘3찬 2첩’이다. 어쨌거나 밥 옆에 국이 있고 그 위로 찬이 단번에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는 한정식과 같다. 그러므로 유난히 푸짐한 식사를 가리키는, 한국어에만 존재하는 표현이 있다. “상다리가 부러진다.” 외국은 음식을 순서대로 내오면 되므로, 아무리 풍성해도 상다리가 부러질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정식집의 밥상이나 잔칫상에는 그릇을 놓을 공간이 없을 지경이다.
--- pp.152-153

국밥은 밥과 국의 조립이고, 비빔밥은 밥과 찬의 조립이다. 어차피 한국인은 식사할 때마다 ‘밥, 국, 찬’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조직하고 조립하며 왜곡한다. 밥과 국이 만나 국밥이 되는데, 밥과 찬이 만나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비빔밥은 밥상 위에 펼쳐진 반찬의 세계를 사발 안에 접어 놓은 음식이다.
--- p.169

‘밑간’은 맛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재료를 미리 간해두는 것을 말한다. 나는 밑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요리는 건축이다. 맛을 토대에서부터 층층이 쌓아 올려 짓는 작업이다. 밑간이라는 단어는 한국어가 얼마나 감각적인지 새삼 알려준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간이란 단어에는 밑간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짠 정도만을 가리킬지 몰라도, 한국인의 의식구조 깊은 곳에서는 적절한 균형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국을 끓일 때도 간을 보지만, 사람의 의중을 파악할 때도 간을 본다고 한다. 파고들 빈틈이 있는지 없는지 넌지시 확인해 보는 것이다.
--- p.199

왜 한국어는 ‘적당한 온도’를 원수 취급하는가. 대관절 왜 그토록 심하게 뜨겁거나 차갑게 먹어야 한단 말인가. 감칠맛 때문이다. 강하고 복합적인 감칠맛은 십중팔구 미지근하면 맛이 뒤틀린다. 물론 성분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향, 지방, 점도, 짠맛, 잡내의 균형이 무너진다. 맛있다는 건 하나의 감칠맛이 아니라 전체적인 감각이다. 곰탕, 육개장, 갈비찜 같은 음식은 뜨거워야만 그 안에 녹아들어간 지방이 맛과 향을 운반한다. 식어서 기름이 뜨고 굳으면 감칠맛과 지방이 따로 놀아 역겨워진다. 냉면 육수를 만들 때, 끓였다 식힌 국물에 뜬 기름을 완전히 걷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콩나물국은 놀라울 정도로 지방이 없는 음식인데, 그래서 차갑게 먹어도 맛있다. 차가운 콩나물국은 족발, 보쌈 식당에 흔하다.
--- pp.214-215

출판사 리뷰

우리는 왜 이렇게 먹고 있는 것일까?
무심코 넘겼던 밥상 위의 질문에 답하는 유쾌하고 명쾌하고 상쾌한 이야기

『밥 국 찬, 한식의 탄생』은 다른 나라에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반찬’ 문화, 쌈과 김치, 국밥과 비빔밥 등 외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지만 한국인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했던 일상 속 한식의 원형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처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 위위 밥, 국, 찬은 수천 년간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선조들이 남긴 생존의 흔적이자 문화적 아비투스다.

‘겉멋’과 ‘속맛’, 자유와 구속, 엄격과 방탕⋯
우리 밥상의 맛있는 비밀을 먹는다

외국인이나 어린아이들이 한식을 처음 접할 때 던지는 질문들은 의외로 날카롭고 근본적이다. “한국인은 왜 한 끼 식사에 이렇게까지 많은 ‘반찬’을 먹나요?”
“반찬이 ‘사이드(side)’라는데, 사이드는 없어도 되지만 한국인은 왜 반찬이 꼭 있어야 한다고 하나요?”
“채소와 나물은 어떻게 다른가요? 왜 잎맥이 살아있는 생풀을 쌈 싸서 먹나요?”
“왜 햄버거를 먹고 나서는 간식을 먹었다고 하고, 밥을 먹어야 식사를 했다고 하나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질문에 선뜻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저 “옛날에 먹고살기 힘들어서 산나물을 뜯어 먹고, 소 내장과 피, 족발까지 다 먹게 되었다”는 식의 ‘가난의 인상비평’에 의존한다. 하지만 가난이 이유라면 왜 독일인도 족발(슈바인학센)을 먹고, 스코틀랜드인도 피와 부속물로 만든 순대 같은 음식(해기스)을 먹을까? 가난은 설명의 일부일 뿐, 한식이 하필 왜 지금과 같은 독특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는지는 설명해주지 못한다.

저자는 한식을 위대한 조상의 지혜로 무조건 찬양하거나 가난의 결과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한식은 어느 날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설계한 완성품이 아니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한반도라는 땅에 살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반복했던 작은 선택과 우연, 실패와 모방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남겨진 ‘생존의 발자국’이자, 한국인의 문화적 유전자다.

『밥 국 찬, 한식의 탄생』은 한식을 ‘겉멋’(밥, 국, 찬, 밥상처럼 눈에 보이는 골격)과 ‘속맛’(간, 감칠맛, 극단적인 온도 감각)으로 나누어 들여다보며, 한식이 걸어온 생존의 오솔길을 역추적한다.

한반도라는 척박한 무대: C급 땅에서 시작된 생존 서스펜스

인류사적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는 농경지로서 결코 풍요로운 땅이 아니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 데다, 토양은 영양분을 바다로 유실시키는 화강암과 편마암 위주다. 뚜렷하지만 혹독한 사계절, 주기적인 가뭄과 폭우가 들이닥치는 한반도는 농경민에게 ‘C급’에 가까운 혹독한 조건이었다.

한반도에 정착한 한국인의 조상들은 이 척박한 환경에 사로잡힌 채 생존법을 끝없이 갱신해야 했다. 혹독한 계절적 한계와 식량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실험과 생존투쟁을 거듭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유능한 잡식동물로서 마침내 살아남았다.

밥: 한국인의 영혼을 지배하는 언어이자 신념

한국어에서 ‘밥’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식사를 부르는 말 이상이다. 쌀밥과 잡곡밥을 뜻하는 동시에, 한 끼 식사 전체를 의미하며, 나아가 인생과 존재 그 자체를 비유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은 힘을 낼 때 ‘밥심’으로 산다고 말한다. 나의 생존권과 영역은 ‘밥그릇’이라 부르고, 사람 구실을 하는가에 대한 평가 기준은 ‘밥값’을 하느냐다. 가장 치명적인 비호감 선언은 ‘밥맛없다’이며, 생계의 근간은 ‘밥줄’이다. 사회적 냉대와 몰락의 끝은 ‘찬밥 신세’. 왜 이렇게 ‘밥’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에서 단위 면적당 인구 부양력이 가장 높은 작물은 바로 ‘벼(쌀)’였다. 수확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인은 극도의 노동집약적인 벼농사에 목숨을 걸었다. 쌀을 얻기 위해 들어간 막대한 피와 땀, 애증과 집착이 수천 년간 축적되면서 ‘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생존관과 세계관 그 자체가 되었다.

국: 메마른 주식을 적시는 밥상의 필수 조력자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다채롭고 극적인 ‘국물’을 즐기는 가히 ‘국물의 민족’이다. 탄수화물 덩어리인 퍽퍽한 쌀밥과 잡곡밥을 연속해서 목구멍으로 삼키기 위해서 국물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매개체였다. 서양의 수프가 식전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이거나 독립된 단품 요리이고, 중국의 탕(湯)이 식사 중간이나 끝에 느끼함을 씻어내는 용도라면, 한식의 국은 철저히 ‘밥의 조력자’로 작동한다.

밥상 위의 전통적인 UI(좌반우갱, 왼쪽에 밥, 오른쪽에 국)가 증명하듯, 국은 밥을 완성하는 하인이자 영혼의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맑은 장국에서 진득한 탕과 찌개, 전골을 거쳐 마지막에 밥을 볶아 먹는 ‘볶음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은 주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국물 문화를 극상으로 발전시켰다.

찬: 쌀의 배신을 극복하기 위한 지독한 생존 실험

쌀은 훌륭한 에너지원이지만,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부족하다는 결정적인 약점(쌀의 배신)을 갖고 있다. 이 영양 불균형과 계절적 한계(봄철의 춘궁기·보릿고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혹한의 겨울)를 극복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무한한 가짓수의 ‘찬(반찬)’이다.

콩(단백질 실험)은 고기를 자주 먹을 수 없었던 환경에서 벼농사를 버티기 위해 선택한 고단백 대안 작물이었다. 이는 또한 장(醬) 문화의 기본 근간으로 이어졌다. 나물(채집과 비타민 실험)은 봄철 춘궁기에 살아남기 위해 산과 들의 야생 식물을 채집해 독성을 제거하고 먹는 과정에서 발달한 걸작이자 생존의 지혜였다. 이는 바다에서는 김, 미역 같은 해조류(바다의 나물)로 확장되었다. 김치(발효와 보존 실험)는 겨울철 채소 수급이 불가능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발효 생존법이었다. 유산균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動)적인 김치는 서양의 정(靜)적인 피클과 전혀 다른 고도의 발효과학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인은 국밥(밥+국), 비빔밥(밥+찬), 쌈(밥+국+찬의 결합), 김밥 등 밥상 위의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조립하고 조합하며 효율적이고 독창적인 식문화를 완성했다.

한식의 속맛: 한국인의 혀에 길들여진 감각의 역사

한식의 외형적 구조(겉멋)를 이해했다면, 이제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속맛’(내면의 감각)을 들여다볼 차례다. 땀을 많이 흘리는 농경 노동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서 짠맛(간)은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리고 장(醬)과 젓갈에서 비롯되어 현대의 조미료(아지노모토 등)로 이어진 감칠맛에 대한 강렬한 욕구는 한식의 미각적 기둥이 되었다. 온도는 또 어떠한가. 팔팔 끓는 뚝배기의 뜨거움(이열치열)과 머리까지 깨질 듯한 냉면의 차가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극단적인 온도 감각은 세계 음식문화에서도 보기 드문 한국인만의 독특한 미각적 쾌락이다.

추천평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어! 시원해라고 말하는 한식의 미스테리를 이 책을 읽으면서 풀었습니다. 속 시원합니다. - 에드워드 리 (흑백요리사 시즌 1, 준우승)
프렌치 요리 문법에 익숙한 나로서는 한식의 문법도 항상 궁금했다. 한식은 왜 밥, 국, 찬이 항상 같은 상에 놓여야 하는 걸까? 막연히 문법이 있다고는 느꼈지만 설명할 수 없었고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책으로 마침내 한국 밥상의 문법을 이해했다. - 프렌치 파파 이동준 (셰프, 흑백요리사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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