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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보이는 이야기로, 귀뚜라미가 전하는 가을
『가을 노래가 보여요』는 작은 귀뚜라미가 부르는 노래인 청각적 요소를 따라가며 스며드는 가을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귀뚜라미의 노랫소리에 나뭇잎, 기러기, 바람, 꽃잎, 연, 달까지 차례로 응답하는 단순하고 리듬감 있는 서사를 통해 가을이라는 추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아주 작은 존재의 목소리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 온 작가의 작업 이전 세계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 이후, 십 년 만에 선보이는 청각의 시각화 그림책 목판 위에 그림을 올려 완성한 콜라주 기법으로 연출된 이미지에는 명수정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과 세밀한 표현은 물론, 목판이 가진 나무의 결까지 화면에 고스란히 살아 있어 가을이라는 계절의 바스락거리면서도 알록달록한 풍경이 시각적으로 잘 전달됩니다. 또한 제1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한 작가의 전작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에서도 목판 위에 그림을 더한 연출을 선보였으며, 두 작품이 10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조형 언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시청각 장애 독자들이 한계를 넘어 모두 함께 그림책을 즐기게끔 하고자 하는 작가의 지향점을 되짚어 보게 합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배리어프리로 즐기는 가을 노래 가을이 오는 모습을 그 어떤 설명 없이 귀뚜라미의 노래로 보여주는 이 그림책은 글자를 몰라도, 그림을 볼 수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어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을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는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화면 위에 배치되어 작가가 표현한 가을 풍경에 리듬을 더합니다. 또한 그림으로 표현된 노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 QR코드에 담긴 소리로 들을 수도 있지요. 뒤표지에서는 이야기 전문을 점자로 표기해, 시각장애인 독자도 손끝으로 이 가을의 노래를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가의 말 조선시대 학자 신위의 아들이 「청추도(가을을 듣노라)」라는 이름의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이 그림은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하여 문득 세상에 없는 그 그림을 제가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를 만들 당시에 청각 장애인 분 인터뷰 중 제가 ‘만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소리가 가장 듣고 싶으시냐’고 질문드렸더니 사람들 말소리(대화 소리), 자연의 소리가 가장 듣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제가 들려드리고 싶었던 피아노 소리를 보여드린 지 열 해가 된 지금, 그분들이 듣고 싶으신 소리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입추’부터 ‘입동’ 전날까지 매일 같은 시간 즈음에 같은 장소에서 귀뚜라미가 데려오는 가을 노래를 담았답니다. 그렇게 담은 372개의 가을 노래 중 6개의 노래로 가을을 보여드립니다. 마지막 장에 QR코드로 담은 가을 노래는 ‘입동’ 전날, 겨울 시작을 앞둔 가을 마지막 날 귀뚜라미 노래예요. 처음에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아서 고요함만 담았었는데, 아무래도 아쉬움에 다시 담으러 갔더니 홀로 저렇게 노래하고 있었답니다. 마치 “난 그래도 노래할 거야.” 하듯이 말이죠. 신위의 아들이 가을을 듣던 때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귀뚜라미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가을을 데려올 테지요. 설사 내일이 겨울의 시작일지라도요. 그러니 가을 노래와 함께 멋진 춤이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