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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적 전개와 선의 향연으로 펼치는 명수정 작가의 아름다운 속삭임
마치 자갈돌 하나를 손에 잡은 것처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이 작은 책은 상철 제본으로 하늘을 향하는 탑의 모양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돌 하나를 줍고 그에 바람을 담아 탑을 쌓아가는 사람들의 이타적인 마음을 속삭임으로 담고자 한 작가는 주인공 휘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자신의 가족과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이들의 소망이 쌓이고 더불어 시간이 쌓여 만들어가는 탑은 어쩌면 고래로부터 내려온 하늘을 향한 인류의 속삭임일 것입니다. 그 속삭임을 향해 하늘은 폭우를 내리꽂으며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마침내 새하얀 복눈으로 하늘만의 속삭임을 들려줍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덤덤하게 흐르는 시간의 구분을 작가는 색의 변화를 통해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휘와 그 주변은 연보라색과 연파랑색의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면 나이 든 휘와 그 배경은 붉은색이 주조를 이룹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을 예고하는 중간 페이지를 기점으로 등장인물들의 과거와 미래가 데칼코마니처럼 차례차례로 마주하며 소개됩니다. 과거와 미래의 대칭을 이루는 짝꿍 장면들은 그림도 텍스트도 저마다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 또한 글과 그림이 서로에게 여백을 주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림책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유려한 선이 리드미컬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면 마치 복잡한 건물의 설계도처럼 앞과 뒤의 전개가 치밀하게 조합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명수정 작가의 그림책은 그 표현에 있어 공학과 미학의 지점이 함께합니다. 그런 이유로 전개도에 따라 이어지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보려면 조금은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겠지만, 전체를 다 읽어냈을 때의 쾌감은 그림책 읽기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 분명합니다. 작가의 말 조약돌이 쌓입니다. 엄마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네는 아이의 마음이 쌓이고, 시선이, 꼭꼭 매어주는 마음이, 날갯짓이, 향기로움이, 설렘이, 알록달록한 꿈이, 싱그러운 바람이, 천천히 춤을 추는 시간이, 그리움이, 사랑스러운 발걸음이, 할머니의 손길이, 따스한 빛이, 반짝이는 숨이, 겹겹의 사랑이, 뜨거움이, 높고 낮은 음의 노래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쌓은 탑이 그 마음들을 소리 내어 노래한다면 어떤 음색일까요? 그 탑 위로 눈송이가 쌓이면 속삭이며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모르지요. 하얀 조약돌과 하얀 눈송이가 쌓여 서로 닿는 순간이 몇 번쯤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순간보다 그것들이 쌓이는 이 땅 위에 서있는 우리 자신과 곁의 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분명 더 아름다울 거예요. 여러분이 쌓은 탑의 노래가 속삭이던 곳에 닿기를, 때론 닿지 않더라도 아랑곳없이 그 음색을 잃지 않고 노래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