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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위대한 생각
100 어록으로 만나다
글꽃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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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글

1장시대의 부름
위태로움 속에 변화하고 성장하는 초보 임금
1.곁가지, 끝내 왕이 되다
2.편안히 즐기려무나
3.날로 새로워지는 내 동생 충녕
4.백 번을 읽고, 백 번을 살피다
5.훌륭한 지도자는 나라의 큰 복이다
6.비난은 내가 질 터이니 너는 성군이 되어라
7.어짊을 베풀어 바른 다스림을 펴나가리라
8.의논하자!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
9.친하면 일이 잘 된다
10.도약하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2장사람이 먼저다
일하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세종의 이조(吏曹)
11.인사가 만사다
12.어느 시대인들 인재가 없으랴, 알아보고 쓰지 못할 뿐이다
13.사람 쓰는 일, 온 마음을 다해야
14.사람을 얻는 힘
15.누구나 한 가지는 잘할 수 있다
16.재능은 맡은 일에 따라 드러난다
17.장점은 길게, 단점은 짧게
18.갈고 닦으라, 훗날에 널리 쓰이리라
19.믿는다는 한마디, 사람을 바꾼다
20.맡겼으면 의심하지 말라
21.그대를 대신할 인재가 없도다
22.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23.터무니없는 말장난에 큰 공로가 무너지랴
24.엄하되 친하라
25.네 말을 듣고 비로소 결정할 수 있었다
26.쓸만한 인재라면 차례가 없다
27.나이 들수록 더욱 절실하게 쓰인다
28.아부하는 사람을 멀리하라
29.배우지 않는 자들 뽑아 어디에 쓰겠는가
30.매사 삼가는 마음이 없는데 어찌 나랏일을 맡기겠는가
31.사람을 잘못 안 일, 참으로 뉘우침이 크다
32.사람 쓰는 도

3장민생을 최우선으로
늘백성의 삶 속에서 답을 찾는 세종의 호조(戶曹)
33.살고 살리는 기쁨
34.현장에 답이 있다
35.시키면 꺼리나 스스로 하면 즐겨 나아간다
36.함께하면 오래가고, 더 멀리 간다
37.벌 줄만 알고 쓸 줄 몰라서야
38.내 몫부터 줄여라

4장문명국가에 필요한 것들
조선다움을 닦아서 국격을 높이는 세종의 예조(禮曹)
39.어릴 적 들은 말 한마디의 힘
40.바른 이야기가 바른 사람을 만든다
41.후손에게 기쁨 주는 일
42.좋은 것은 잇고 지켜라
43.축적이 먼저, 성과는 그 다음
44.우리다움을 살려라
45.질문이 나라를 바꾼다
46.더불어 구해야 물음이 터진다
47.읽고 또 읽어, 마침내 통하게 하라
48.넓게 보고 깊게 파고들라
49.일을 이루는 공부가 귀하다
50.먼저 묻고, 그다음 예를 행하라
51.차별 없이 품어, 조선의 백성이 되게 하라

5장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
안불망위(安不忘危)로 삶의 터전을 지키는 세종의 병조(兵曹)
52.어렵게 여기며 일에 접근하라
53.크게 이겨 기쁘나, 진실로 두렵다
54.평온한 때 위태로움을 대비하라
55.멀리 쏘기보다 바로 쏘기
56.살피는 바 없이 일만 재촉한다면
57.훗날 공효가 창대하리라
58.옛일을 거울삼아 지금을 저울질하라
59.싸워라, 이길 준비를 마친 다음에
60.두려운 마음으로 일을 성사시켜라

6장억울한 자가 없는 법치
백성 입장에서 범죄를 다스리는 세종의 형조(刑措)
61.일의 대체를 보라
62.두렵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63.모두가 하늘 백성이다
64.그대들을 사대부로 대접하지 않겠노라
65.정치적 이유로 목숨 잃은 자 없으니

7장사람을 위한 인프라
사람을 탓하지 않고 구조를 바꾸는 세종의 공조(工曹)
66.경험하게 하라, 이로움을 준다면
67.구조를 바꾸면 실수도 없어진다
68.생명이 먼저다
69.놀라면서 즉시 명하다
70.인재가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라
71.비전에 공감하면 협업이 쉽다
72.시험하라, 실패해도 좋으니
73.쓰임이 없으면 부수어야 마땅하다
74.연결하라
75.뒷날의 고찰에 대비하라

8장자기로부터의 리더십
한결같은 수신, 쉽지 않은 제가, 사려 깊은 치국
76.다시 생각하겠노라
77.당연해 보여도 먼저 물어라
78.밥상은 소통이다
79.마음을 터야 사람이 온다
80.내 집부터 편안하게
81.내조에 힘입었다
82.젊어서 고난이 있으면 이루는 바가 크다
83.가능합니다
84.벼리를 잡아야 그물눈이 펴진다
85.경청-경의 말이 아름답다
86.바로 고치면 허물이 없다
87.먼저 할 일을 미리 하라
88.이런 기회를 어찌 놓치랴
89.때에 따라 마땅하게
90.쉼, 오래 일하고 크게 이루는 길
91.부디 자세히 듣고 익히 살핀 다음 말하라
92.문제점 지적보다는 대안 제시가 중요하다
93.옹폐를 경계하라
94.거짓을 꾸며 속이는 마음을 경계하라

9장최후의 소명
평생 백성을 자기 몸처럼 여긴 임금의 마지막 투혼
95.가장 힘들 때는 가장 낮은 곳으로
96.육신은 쇠하나 마음은 끝까지 붙들다
97.이치 안에 창조의 답이 있다
98.시력을 잃어가며 백성의 눈을 열다
99.초수리-소명 앞에 멈추지 않는 열정
100.사람이 와서 마침내 일을 이룬다

맺는 글
찾아보기

저자 소개 2

1999년 서울대학교에서 ‘정조正祖의 정치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부터 14년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조와 세종, 정도전과 최명길 등 왕과 재상의 리더십을 연구했다. 여주대학교에서 11년 간 교양과목 ‘세종리더십’을 강의했으며, 시민강좌 ‘실록학교’와 CEO 강좌 ‘세종실록 아카데미’를 운영해 2026년 현재 3,6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금은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으로서, 분야마다 세종 같은 리더가 배출되고 모두가 신명 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만들기를 목표로 ‘세종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정조평전》《태종평전》《세종의 적솔력》《세종처럼》
1999년 서울대학교에서 ‘정조正祖의 정치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1년부터 14년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정조와 세종, 정도전과 최명길 등 왕과 재상의 리더십을 연구했다. 여주대학교에서 11년 간 교양과목 ‘세종리더십’을 강의했으며, 시민강좌 ‘실록학교’와 CEO 강좌 ‘세종실록 아카데미’를 운영해 2026년 현재 3,6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지금은 세종국가경영연구원 원장으로서, 분야마다 세종 같은 리더가 배출되고 모두가 신명 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만들기를 목표로 ‘세종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정조평전》《태종평전》《세종의 적솔력》《세종처럼》 등이 있고,《몸의 정치》와 《휴머니즘과 폭력》을 우리말로 옮겼다. 〈경국대전의 정치학〉〈정약용의 군주론: 정조와의 관계를 중심으로〉〈국왕의 동선과 정치재량권의 관계에 대한 연구〉 등 9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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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목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초등학생 때 한글서예를 시작하여 전통서예를 바탕으로 글의 뜻과 소리를 글씨로 담아내는 현대 한글서예가이자 멋글씨 작가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들어있는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과 제자 원리를 탐구하며 꽃, 봄 등 순우리말의 고움을 글씨로 옮겨 한글의 예술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해 왔다. 영화 ‘의형제’, 드라마 ‘대왕세종’ ‘엄마가 뿔났다’ ‘미생’, 브랜드 ‘참이슬’ ‘화요’ ‘마뗑킴’ 등의 글씨를 썼다. 저서로는 《글씨의 힘》《나의 독립》《한글 숲의 동물들》《글씨 하나 피었네》, 시인 나태주, 정호승, 문정희의 시를 글씨로 옮긴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광고디자인과를 졸업했다. 초등학생 때 한글서예를 시작하여 전통서예를 바탕으로 글의 뜻과 소리를 글씨로 담아내는 현대 한글서예가이자 멋글씨 작가다. 《훈민정음 해례본》에 들어있는 세종의 한글 창제 정신과 제자 원리를 탐구하며 꽃, 봄 등 순우리말의 고움을 글씨로 옮겨 한글의 예술성을 현대적으로 표현해 왔다.
영화 ‘의형제’, 드라마 ‘대왕세종’ ‘엄마가 뿔났다’ ‘미생’, 브랜드 ‘참이슬’ ‘화요’ ‘마뗑킴’ 등의 글씨를 썼다. 저서로는 《글씨의 힘》《나의 독립》《한글 숲의 동물들》《글씨 하나 피었네》, 시인 나태주, 정호승, 문정희의 시를 글씨로 옮긴 책(파람북)과 《세종의 적솔력, 박현모》《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박수밀》《뿡빵뻥, 장세이》 등의 책에 글씨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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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640g | 150*210*21mm
ISBN13
9791195903047

책 속으로

“역사가에게 자기나라의 역사는 최후를 위해 남겨놓은 흰 빵과도 같다.”
프랑스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Fernand Braudel이 마지막 저서 『프랑스의 정체성』에서 한 말이다. 지중해를 비롯한 유럽 문명사 연구에 평생을 바친 그가 자국의 역사를 최후의 순간을 위해 남겨 둔 ‘흰 빵’에 비유한 것은 다소 의외이면서도 인상적이다.
나는 세종실록 강독모임을 거듭하면서 이 말의 의미를 실감하곤 한다. 국역본으로 19권이나 되는 『세종실록』을 완독하는 과정에는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 다수 참여한다. 언론학, 건축사, 서양철학, 컴퓨터공학 등 전통 한국의 역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전문가들도 꾸준히 강독에 함께한다. 그 이유를 물으면 대개 “세종은 언젠가 반드시 연구해야 할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중략)
내가 25년 넘게 『세종실록』을 붙들고 있는 데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역사의 숲을 거닐며 만나게 되는 통찰력 있는 말과 탁월한 실천 때문이다. 세종과 그 시대 사람들의 언행을 읽다 보면 마치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세종실록』을 읽으며 기를 수 있는 능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말귀’, 곧 의중意中을 읽는 능력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겉으로 드러난 말과 실제 의도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 말을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이면 중요한 맥락을 놓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왕과 재상들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한마디 말 속에 담긴 의도와 계산, 그리고 국정의 방향을 읽는 훈련을 하게 된다. 1439년(세종 21년) 여름, 병환 중인 효령대군과의 약속과 언관들에게 한 말 사이에서 세종의 의중을 읽고 지혜롭게 대처한 도승지 김돈이 대표적인 사례다(100쪽).
둘째는 ‘겹눈’, 곧 하나의 사안을 여러 층위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다. 이는 정책이 제안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맥락과 이해관계의 충돌, 당사자들의 숨은 의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까지 함께 읽어내는 힘을 뜻한다.
『세종실록』에는 어떤 정책이 제안되고 논쟁을 거쳐 시행된 뒤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타당해 보였던 정책이 실패하기도 하고, 사소하게 여겼던 반대 의견이 훗날 중요한 통찰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를 읽다 보면 하나의 잣대로 사건을 재단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중략)
셋째는 적절하게 말하는 능력이다. 『세종실록』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이로움 가운데 하나는 해야 할 말과 삼가야 할 말을 분별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거나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뜻이 아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하는지를 알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능력을 뜻한다. 자신의 한마디가 상대와 조직, 나아가 국가에 미칠 영향까지 헤아려 직언할 때는 분명히 말하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감정적 발언은 삼가는 것이다.
- 4~8쪽, ‘머리글’ 중에서

어린 세종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아마 열 살 무렵 들었던 외삼촌 민무구의 말이었을 것이다. 1406년 민무구는 태종에게 또 다른 왕자의 난을 막으려면 세자 양녕을 제외한 다른 왕자들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자 본인은 원하지 않더라도 곁에서 부추기고 꾀는 자가 있을 것이니, 나무의 곁가지를 쳐내듯 모두 없애 버려야 한다.”
이미 다섯 살 무렵부터 ‘우두머리를 다투려는 마음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충녕대군에게 이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뛰어난 자질과 남다른 기질이 의심과 경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린 나이에 절감했을 것이다. 자신 역시 언제든 ‘곁가지’처럼 잘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충녕은 경쟁심을 권력욕으로 키우지 않았다. 자기가 느낀 두려움을 남을 제거하는 힘으로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다. 대신 책을 읽고 자신을 갈고닦으며 사람을 이해하는 힘을 키웠다. 훗날 왕이 된 뒤에는 자신이 겪었던 불안과 두려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다. 정치적 이유로 사람 죽이는 일을 극도로 경계한 세종의 태도는, 어쩌면 준수방 그 좁은 골목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 22쪽, ‘곁가지, 끝내 왕이 되다’ 중에서

한 사람의 일생을 단 몇 마디로 압축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1450년 음력 2월, 세종이 승하하자 신하들은 다섯 개의 성어로 그의 삶과 정치를 기렸다. 인재를 정중히 맞아들이고[延英, 연영], 직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며[納忠, 납충], 널리 의견을 묻되 가장 합당한 방안을 취하고[用中, 용중], 역사를 거울삼아[師古, 사고], 한 번 결심하면 번개처럼 과감히 실행했다[電斷, 전단]. 32년 치세를 다섯 개의 단어로 압축한 셈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연영延英과 납충納忠이다. 세종은 정치의 요체를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쓰는 데 있다고 보았다. “정치를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얻는 데 있다[爲政之要 得人爲最 위정지요 득인위최]”는 말이 그것이다(세종실록 5년 11월 25일).
그러나 사람을 뽑는 것만으로는 큰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새로운 생각이 채택되고 실행될 때 비로소 혁신이 일어난다. 그래서 세종 시대 사람들은 ‘주자용중疇咨用中’을 강조했다. 두루 물은 다음에 가장 뛰어난 방안에 힘을 실어준다는 뜻이다.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그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 284쪽, ‘마음을 터야 사람이 온다’ 중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긴장을 놓는 순간이 있다. 세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재위 초반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국정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다. 그 뒤로는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도 끝까지 확인하고, 작은 징후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일을 쉽게 여기지 않는 태도, 바로 그것이 세종 정치를 떠받친 힘이었다.
재위 11년(1429년) 9월, 군자감軍資監, 즉 군량미와 군수품을 담당하던 관청의 건물이 수리 도중 무너져 다섯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세종은 정무를 멈추고 즉시 사고 수습에 나섰다. 조사 결과, 담당 관리들이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부상자 구조와 치료가 늦어졌고, 그 때문에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목숨을 잃은 사실이 드러났다. 세종은 의원을 보내 부상자를 치료하게 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한편, 책임자들을 “매우 완악한 자들”이라며 엄히 문책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사고 앞에서 책임을 버린 공직자의 태도였다.
사실 세종 자신도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었다. 한 달 전, 태평관 재건축 공사 때였다. 담당 관리가 승려들을 동원하자고 건의했고, 세종도 받아들였다. 공인받지 못한 승려에게 부역을 시키는 대신 인가증[圖帖 도첩]을 발급해주면 공사도 해결하고 백성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천여 명의 승려가 험한 산에서 나무를 베었지만 실제 운반된 목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많은 승려가 죽거나 다쳤다. 세종은 “한 치의 공효功效도 없는 공사로 사람들만 희생되었다”며, 반대하던 대신들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의 후회는 ‘정치를 어렵게 여기는 마음’을 놓친 데 있었다.
- 191쪽, ‘어렵게 여기며 일에 접근하라’ 중에서

“수령들이 숨기고 감춘다.” 1444년(세종 26년) 5월 5일, 청주 초수리에서 돌아오던 길에 세종이 던진 말이다. 두 달 전 내려갈 때와 달리 길가에 백성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승정원에 그 까닭을 알아보게 했다. 조사 결과, 경기관찰사 이선李宣이 백성들이 왕의 수레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도록 미리 막았음이 드러났다. 보고를 받은 세종은 “국가에서 사람을 보내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피려 하면 수령들이 미리 단속해 감춘다는 말을 내가 예전부터 들었는데, 이제야 그 실상을 알았다”며, 자기 허물을 덮으려 한[欲掩己過 욕엄기과] 경기관찰사를 파직시켰다.
세종조차 겪었던 옹폐擁蔽, 곧 사사로운 이해관계 때문에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어 온 통치의 고질병이다.『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궁정은 온통 아첨꾼들로 가득 차 있다”고 했고, 공자 역시 소인배들이 “절박한 하소연과 교묘한 참언으로 군주의 총명을 가린다”고 경계했다(논어 안연).
‘옹폐’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에만도 333회나 등장한다. 그만큼 지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정치의 역병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조선의 군신들은 임금이 간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종간從諫의 자세를 강조했고, 신문고와 윤대輪對 같은 제도를 마련해 백성의 목소리가 임금에게 직접 닿도록 했다. 조선 후기 영조와 정조 또한 능행과 화성 행차 때 상언과 격쟁을 통해 백성들의 말을 직접 들으려 애썼다. 지도자의 눈과 귀를 여는 일은 결국 좋은 통치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종은 어떻게 옹폐의 장막을 걷어냈을까?
- 327쪽, ‘옹폐를 경계하라’ 중에서

세종어록을 글씨로 옮기는 데 있어서 바탕에 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세종의 한글 창제정신, 둘째, 『훈민정음 해례본』에 들어있는 제자원리이다. 그다음 세 번째가 서예다. 한글 창제정신과 제자원리를 파고들어야 서예로 표현할 수가 있어서다.
(중략)
2008년 KBS대하드라마 ‘대왕세종’의 제호 글씨를 썼었다. 부제가 “단 한 명의 백성도 그에게는 하늘이고 땅이고 우주였다”인데, 이 문장을 글씨로 옮기면서 울컥함을 삼킨 적이 있다. 이 땅에 이토록 백성을 아끼고 사랑한 군주가 또 있을까. 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주고 그 남편에게도 육아 휴가를 주는 제도를 만든 세종, 종이라 하여 함부로 매질하는 양반들을 질타하는 기록에서 모든 백성은 나라의 근본, 뿌리임을 일찍이 알아차린 인의가 앞선 지혜로운 군주였다.
“모두가 하늘 백성이다.” 나는 이 문장을 받아 들고 옛말을 살려 써도 소통에 문제가 없겠다고 여겨 고어로 썼다. 훈민정음체의 ·(하늘아)를 살렸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에 지적 호기심이 일어나 그 뜻을 새기게 되는 효과가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서 “·는 하늘의 둥근 모양을 취했고, ㅡ는 평평한 땅을, ㅣ는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취했으니 상형제지象形制之”라고 밝혀 놓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상형하여 문자를 만든 놀라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간혹 ·를 아래아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하늘의 둥근 모양을 취해’ 만들었으므로 아래아 보다는 하늘아로 불러야 뜻에 맞다. “모두가 하늘 백성이다”를 해체해서 모음만 모아보면 ㅗㅜㅏ ㅏㅡ ㅐㅓㅣㅏ이다. 글씨에서 모음은 거의 같은 꼴인데, 처음 나오는 모음 ㅗ만 잘 써두면 다음 나오는 모음은 앞의 것을 순환시켜 돌려놓는다고 생각하고 쓰면 된다. 자음도 형태만으로는 네모(·)에서 ㄱㄴㄷㄹㅁㅂ, 세모(△)에서 ㅅㅈㅊ, 동그라미(·)에서 ㅇㆆㅎ이 나왔다고 볼 수 있으니 글씨를 쓸 때도 이보다 쉬운 원리가 없다.
모두 글 모르는 일반 백성들을 위해 쉽게 배우고 편하게 쓰게 하겠다는 세종의 애민정신, 다른 생각이 만든 쉬움이다.
- 353, 360쪽, ‘맺는글’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한글날 제정 100돌을 기념하여 완성한『세종, 위대한 생각』
세종어록 100개, 멋글씨 100점 수록

1926년 가갸날로 시작된 한글날이 올해로 제정 100돌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기획된 이 책은 『세종실록』에서 일이 되게 하는 주요 대목의 세종어록 100개를 뽑아 가려 풀고, 100점의 멋글씨로 옮긴 인생·경영 지침서이다. 사람을 쓰는 일이 어려운 리더, 중요한 결정을 앞둔 직장인, 역사에서 오늘의 지혜를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은 오래 곁에 둘 판단의 기준이 되어줄 것이다.

세종의 말은 오늘의 조직과 사회에도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세종의 업적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질문을 던졌고, 신하의 반대 의견을 어떻게 들었으며, 실패와 후회 앞에서 어떤 말을 남겼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세종, 위대한 생각』은 완성된 업적 뒤에 가려져 있던 세종의 생각과 목소리를 복원한다. 저자 박현모는 2000년부터 세종을 연구해 왔다. 국역본으로 19권, 1만 800여 쪽에 달하는 『세종실록』을 처음 완독하는 데 6개월이 걸렸고, 이후 열여덟 번 다시 읽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밑줄을 긋고 기록해 둔 수백 개의 말 가운데 오늘의 독자가 함께 읽을 100개를 골랐다.

책은 세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를 따라간다. 전체 구성은 조선의 육조 체계와 연결된다. 사람을 알아보고 쓰는 이조, 백성의 삶을 살피는 호조, 조선다운 문화와 제도를 만든 예조, 평온할 때 위기를 준비한 병조,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살핀 형조, 사람을 탓하기보다 구조를 바꾼 공조가 각 장의 중심을 이룬다. 덕분에 독자는 100개의 문장을 따라가며 세종의 일생뿐 아니라 조선이 국가의 기틀을 만들어 가는 과정까지 조망할 수 있다.

멋글씨 작가 강병인은 100개 어록을 현대 한글서예로 표현했다. 훈민정음의 창제 정신과 제자 원리를 바탕에 두고, 한글서예의 뿌리인 판본체와 궁체의 조형을 팔뚝 밑에 넣어 문장마다 다른 감정과 의미를 글씨에 담았다. 세종의 말을 글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눈으로 보고 마음속으로 듣게 하려는 시도다.

저자 박현모는 “이 어록을 거듭 읽은 독자들이 어느 순간 세종처럼 듣고, 세종처럼 보며, 세종처럼 말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경험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책이 삶에서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꺼내 읽는 ‘흰 빵’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종, 위대한 생각』은 기업과 공공조직의 리더, 인사와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직장인, 한국사와 인문교양 독자, 한글과 서예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세종을 새롭게 만나는 길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세종 연구자가 제시하는 5가지 맞춤형 이정표

①청년_불안과 경계의 시대를 넘어 자신만의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힘
‘곁가지’라는 불안 속에서도 권력욕 대신 한권의 책을 백번 읽는 독서와 수신으로 실력을 다진 청년 충녕, 끝내 임금이 된 세종의 성장 기록을 거울로 삼는다.

②청년 기업가_사람을 얻고 권한을 위임하는 수평적 리더십
22세에 왕이 된 세종, 그는 취임사에서 “의논하자, 내가 인물을 잘 알지 못하니”라 말하며, 집단지성을 이끌어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맡겼으면 의심하지 말라”고 하며 기다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적인 생각으로 조직을 장악해가는 리더십을 듣는다.

③일류 경영인_시대와 기술을 뛰어넘는 위대한 경영 비전
생생지락生生之樂(모든 백성이 생업의 즐거움을 누리게 함)은 세종 정치의 최종 목표이자 국가경영 비전이었다. ‘살고 살리는 기쁨’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기업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세종의 거시적 경영전략과 과감한 기술 혁신, 현실과 원칙을 동시에 살피는 입체적 안목(겹눈)을 통해 우리 기업의 목표를 점검한다.

④정치가나 정치 지망생_반대 의견을 품고 옹폐擁蔽를 막는 경청 소통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옹폐擁蔽’를 경계하고, 자신의 허물을 가감 없이 지적하게 한 세종의 참된 소통. 반대 의견을 기꺼이 품는 열린 태도로, 국민의 심부름꾼으로 살아갈 때에 필요한 덕목과 바른 정치 리더십을 갖춘다.

⑤국가 경영 리더_역사를 거울삼아 결단하는 국정 운영
인재를 정중히 맞아들이고, 직언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널리 의견을 묻되 가장 합당한 방안을 취하고, 역사를 거울삼아, 한 번 결심하면 과감히 실행한 세종 32년 통치 철학의 정수를 살핀다. 평온할 때도 위기를 대비하는 ‘안불망위安不忘危’의 통찰과, 가장 약한 사람도 “하늘 백성”으로 아꼈던 포용적 법치로 국가의 근본을 세웠던 세종의 위대한 생각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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