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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1989년판을 위한 머리말 전집판 서문 일역판 서문 1973년판 서문.이명준의 진혼을 위하여 1961년판 서문 서문 2. 작가가 말하는『광장』 주인공 이명준에 대한 생각 이명준,좌절과 고뇌의 회고 3. 광장 4. 해설 창을 넘어 광장으로 - 오생근 『광장』개작에 나타난 변화의 양상들 - 김인호 |
崔仁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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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보면, 별하늘에서 마스트가 솟아나서 기기에 선장실이 붙고 갑판이 달린 것 같다. 갑판 어두운 구석을 찾아 반듯이 드러눕는다.새들이 바로 위에 보인다. 새들은 먼 밑바닥에서 이리로 날아오다가 문득 마스트에 걸린 흰 댕기처럼 보인다.대학에서 종로로 나오는 길가에 늘어선 플라타너스 잎사귀는 거의 다 지고, 가지 끝에 드문드문 매달린 나뭇잎새가, 바람이 불면 망설이듯 하늘거리다가, 그제는 선선히 바람에 몸을 맡기고 팔랑개비처럼, 빙글빙글, 떨어져 온다.늦은 가을이, 옷깃을 여미고,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있다. 이명준은, 겨드랑이에 낀 책꾸러미 속에서 대학 신문을 끄집어내어 펼쳐 든다. 그런 글이 실리는, 맨 뒷장에 자기가 보낸 노래가 칸막이로 짜여서 실려 있다.
--- p.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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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중립국으로 가는 석방 포로를 실은 인도 배 타고르호는, 흰 페인트로 말숙하게 칠한 삼천 톤의 몸을 떨면서, 물건처럼 빼곡히 들어찬 동중국 바다의 훈김을 헤치며 미끄러져 간다. 석방 포로 이명준은, 오른편에 곧장 갑판으로 통한 사닥다리를 타고 내려가, 배 뒤쪽 난간에 가서, 거기 기대어 선다. 담배를 거내 물고 라이터를 켜댔으나 바람에 이내 꺼지고 하여, 몇 번이나 그르친 끝에,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오른팔로 얼굴을 가리고 간신히 당긴다. 그때다 또 그 눈이다. 배가 떠나고부터 가끔 나타나는 허깨비다. 누군가 엿보고 있다가는, 명춘이 휙 돌아보면, 쑥, 숨어버린다. 헛것인 줄 알게 되고서도 줄곧 멈추지 않는 허깨비다. 이번에는 그 눈은, 뱃간으로 들어가는 문 안쪽에서 이쪽을 지켜보다가, 명준이 고개를 들자 쑥 숨어버린다. 얼굴이 없는 눈이다. 그때마다 그래온 것처럼, 이번에도 잊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득 무언가를 잊었다는 것을 개달은 느낌이 든다. 무엇인가는 언제나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실은 아무것도 잊은 것은 없다. 그런 줄을 알면서도 이 느낌은 틀림없이 일어난다. 아주 언짢다. 굵은 밧줄을 한 팔에 걸치고 뱃사람이 지나가면서, 입에 물었던 파이프를 뽑아 명주의 가슴께를 두어 번 치는 시늉을 한 다음, 그 파이프로 선장실을 가리킨다. 명주은 끄덕여 보이면서 바다에 대고 담배를 휙 던지고, 선장실로 가는 사닥다리 쪽으로 걸어간다. --- p.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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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셨습니까?'
"사실은 그래요. 문간에 오토바이 멎는 소리가 나길래 내다봤더니....." 그녀는 놀랐다는 걸 말을 가지고는 잘 나타내지 못하겠다는 듯 부채를 한바퀴 핑그르르 돌리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한다. 명준은 수박씨를 손바닥에 뱉으면서 웃어 보인다. "정말 저희 집으로 오신 거예요?" 명준은 접시에 손을 털어내면서 낯빛을 고친다. "아닙니다." 그녀의 입술이 하얘진다. "윤애씨 집으로 온 게 아니구, 윤애씨한테 온 겁니다." 그녀의 얼굴이 이번에는 빨개진다. 명준은 자기가 지금은 허드렛말을 함부로 쏟고 있다고 생각한다. --- p.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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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셨습니까?'
"사실은 그래요. 문간에 오토바이 멎는 소리가 나길래 내다봤더니....." 그녀는 놀랐다는 걸 말을 가지고는 잘 나타내지 못하겠다는 듯 부채를 한바퀴 핑그르르 돌리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한다. 명준은 수박씨를 손바닥에 뱉으면서 웃어 보인다. "정말 저희 집으로 오신 거예요?" 명준은 접시에 손을 털어내면서 낯빛을 고친다. "아닙니다." 그녀의 입술이 하얘진다. "윤애씨 집으로 온 게 아니구, 윤애씨한테 온 겁니다." 그녀의 얼굴이 이번에는 빨개진다. 명준은 자기가 지금은 허드렛말을 함부로 쏟고 있다고 생각한다. --- p.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