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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가까운 곳에 숨은 기적들 엄청난 사소함 분필 한 조각 완벽한 게임 한쪽 다리의 이점 침대에 누워 있기에 대하여 주머니에서 발견한 것 장난감 극장 2부 거리에서 마주친 유쾌한 낯선 이들 기이한 마부 사고 정통파 이발사 2페니의 비극 시골을 가로지르는 마차 여행 세상의 끝 선사시대의 기차역 3부 용의 할머니를 찾는 낭만주의자 바람과 나무들 디킨스 애호가 용의 할머니 붉은 천사 다소 있음 직하지 않은 이야기 4부 물구나무선 채 세상을 똑바로 걷는 법 기차의 비밀 뒤집힌 나라에서 거인 경찰관 몇 명과 교훈 하나 열두 사람 노래하지 않는 작은 새들 국빈처럼 여행하는 여행자들 악마주의자 |
Gilbert Keith Cheste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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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은 몹시 편안하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경이로운 것들과 모험들이 파리 떼처럼 내게 내려앉도록 내버려둘 것이다. 장담하건대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다. 세상에 경이로운 것들이 부족해서 궁핍해지는 법은 결코 없다. 오직 경이감이 부족해서 궁핍해질 뿐이다.
---p. 18 「엄청난 사소함」 중에서 하지만 오, 현명한 벗이여, 스트랜드의 으뜸 이발사여, 형제여, 그대도 나도 이 세상을 만들지 않았소. 세상을 만든 이가 누구든, 그 창조자는 우리보다 지혜롭고, 바라건대 우리보다 선한 분이며 이상한 제약들과 고통스러운 즐거움의 조건들로 이 세상을 만드셨소. 세상의 가장 오래되고 냉혹한 법칙은 이렇게 선언하오. 케이크를 먹어 치우고도 그대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고. 모든 사람이 별들이 늙을 때까지 떠든다 해도, 면도기를 잃어버린 사람은 그 면도기로 면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소. ---p. 84 「정통파 이발사」 중에서 마침내 마지막 영광에 다다른 석양은 그들 모두의 위로 디킨스의 거대한 불빛처럼 붉은 홍조와 반짝임을 멀리까지 내던졌다. 그 이상하고 마법 같은 저녁 빛 속에서 해변의 모든 인간 군상이 동시에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마치 저마다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나는 한 어린 여자아이가 다른 여자아이에게 목을 졸리면서도 자신을 변호하듯 필사적으로 내뱉는 이런 외침을 들었다. “우리 새언니는 결혼반지 말고도 금반지를 네 개나 더 가지고 있단 말이야!” 나는 더 들으려고 멈춰 섰지만, 내 친구는 그대로 떠나 버렸다. ---p. 136 「디킨스 애호가」 중에서 우리 문명은 인간의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일이 전문가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은 지극히 정당한 판단이었다. 우리 문명은 이 두려운 문제에 빛을 비추고자 한다. 그래서 나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배심원석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느낄수 있는 사람들을 부른다. 도서관의 목록을 만들거나 태양계를 발견하거나 그와 비슷한 사소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는 전문가들을 써먹는다. 하지만 진정 중대한 일을 해야 할때는 주변에 서 있던 평범한 사람 열둘을 불러 모은다. 내 기억이 맞다면 기독교를 세운 이도 똑같은 일을 했다. ---p. 195 「열두 사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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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는 질문이, 질문 끝에는 반전이
책장을 넘겼을 뿐인데 당연했던 생각이 뒤집히기 시작한다 농담과 진지함을 꼭 따로 놓아야 할까. 소설과 비평, 사회문제를 넘나들며 글을 쓴 20세기 최고의 지식인 중 하나인 체스터턴은 짧은 에세이 안에서도 이야기꾼과 논객의 솜씨를 함께 발휘한다. 평범한 대화가 느닷없는 논쟁으로 번지고, 엉뚱한 가정 하나가 그럴듯한 상식을 뒤흔든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사소한 물건으로 누구나 옳다고 여기던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체스터턴의 역설이 재미있는 이유는 어려운 문제를 눈앞의 생생한 장면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물론 체스터턴 자신의 경험도 이 유쾌한 소동에서 빠지지 않는다. 게임에서 번번이 지던 그는 서툰 사람이야말로 놀이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뜻밖에 행운이 따르자 도리어 당황해서 겁을 먹는다. 상식을 뒤집던 논리가 작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순간, 진지한 주장과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하나가 된다. 자기 자신의 실수까지 웃음거리로 내놓는 체스터턴과 함께라면, 독자도 기꺼이, 즐겁게 논쟁에 끼어들 수 있다. 황당한 주장에 웃다가 뜻밖의 논리에 수긍하고, 때로는 책 속의 친구들처럼 반박할 말을 궁리하게 되는 것이다. 거리에서 건진 일화와 기묘한 상상, 친구들과 주고받는 말다툼은 자유와 행복, 믿음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져도 특유의 활기를 잃지 않는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이 유쾌한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체스터턴에게 되묻고 싶었던 말들이 어느새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둠을 알면서도 우리는 삶을 사랑할 수 있다 체스터턴이 발견하는 삶의 풍요는 멀리 있지 않다. 책의 문을 여는 글 「엄청난 사소함」에서 한 소년은 거인이 되기를, 다른 소년은 아주 작아지기를 택한다. 거인에게는 웅장한 산과 폭포조차 시시해지지만, 작아진 소년에게는 집 앞 잔디밭이 끝없는 탐험의 세계가 된다. 더 풍요로운 모험을 누리는 쪽은 작아짐을 택함으로써 세상을 크게 보게 된 작은 소년인 것이다. 체스터턴이 사소한 일에 유난을 떠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게 사소한 것을 다시 보는 행위는 익숙함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방법이다. 매일 지나치는 거리와 손때 묻은 물건에도 처음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할 만큼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새로운 장소와 색다른 경험을 찾아다니다가도 금세 일상이 지루해지는 독자에게, 그는 이미 곁에 있는 것을 충분히 보고 마음껏 상상할 여지를 건넨다. 늘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같은 눈으로 하루를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체스터턴의 낙관은 현실의 고통을 모르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체스터턴은 동화가 아이들에게 괴물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괴물을 물리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두려움을 아는 사람에게도 용기와 기쁨은 필요하다는 믿음이다. 그런가 하면 「열두 사람」에서 배심원석에 앉은 그는 한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일의 두려움을 절감한다. 전문가가 반복되는 업무에 익숙해져 그 무게를 잊지 않도록, 평범한 시민의 낯선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과 그 일의 무게를 아는 것은 같지 않다. 작은 사물을 유심히 보던 눈은 이렇게 낯선 사람의 고통을 함부로 지나치지 않는 시선으로 확장된다. 신앙과 양심, 자유에 관한 논쟁에서도 그가 거듭 돌아오는 주제는 인간의 기쁨과 존엄이다. 그의 농담은 웃고 흘려버리기에는 날카롭고, 낙관은 위로보다 단단하다. 어둠을 보면서도 삶을 사랑한다. 깊은 사유와 유머가 모두 필요한 독자들에게 『별일 없는 날의 별난 모험』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