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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악의 문제 2. 악마를 찾아서 3. 동서양의 악마 4. 고전 세계에서의 악 5. 히브리적인 악의 인격화 6. 신약성서에 나타난 악마 7. 악마의 얼굴 본문의 주 참고문헌 역자 후기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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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악을 경험한다.'
--- p.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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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란 무의미하고 분별없는 파괴 행위다. 악은 파괴하지만 건설하지 않는다. 악은 허물지만 재건하지 않는다. 악은 잘라낼 뿐 서로를 이어주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악은 모든 것을 절멸시키고 무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모든 존재를 취해 무(無)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악의 본질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악이란 "생 그 자체를 적대시하는 생"이고 "죽고 썩어가며, 생명력이 없고 순전히 기계적인 것을 끌어들인다."
--- p.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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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또는 선의 이면
사람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그로 인해 사람은 매순간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러한 선택은 점심 때 무얼 먹을까와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이루어지지만 남에게 자선을 베풀고 살인을 저지르는 것에서도 이루어진다.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은 선악 어디에나 열려있는 것이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선도 없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악도 없다. 이처럼 악은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악의 본질을 찾기 위해 악마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 인간을 만나면 된다. 인간의 산물을 만나면 된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악의 표상들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여 왔다. 수메르 신화, 이집트 신화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수많은 상징과 그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대의 현인들은 악의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그것을 철학적 통찰의 글로 남겼다. 종교는 악의 문제에 정면으로 대결하여 그것을 이겨내고 궁극적인 선에 이르는 방안을 인류에게 제시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많은 이들이 악과 대결해왔는데도 악은 없어지지 않고 있다. 미신이 없어지고 이성적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근대 계몽주의 이후에도 인간은 쉴새없이, 정말로 쉴새없이 악한 행동을 저질러 왔다. 21세기에도 악은 계속되고 있다. 악마의 화신처럼 보이는 이들은 대량의 인종학살을 저지른다. 도처에 악이다. 그러니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태초의 물음을 묻게 된다. '도대체 악은 왜 있는가', '도대체 악은 무엇인가' 제프리 버튼 러셀의 4부작의 출발점 역시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그는 악마를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표상한 악을 역사 속에서, 문헌 속에서 찾아내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그의 탐구가 악에 대한 신학적 접근이 아닌 역사적 접근임을 의미한다. 담담하게 악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는 악에 대한 판단을 우리의 자유의지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고대와 중세, 현대에 이르는 통사적 고찰과 동과 서를 넘나드는 해박한 분석과 문헌 자료 앞에서 독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악이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오늘날의 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를 가늠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