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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사설 법정
1장 첫 번째 증언 2장 두 번째 증언 3장 세 번째 증언 4장 네 번째 증언 5장 새로운 살인 6장 재개 7장 의혹 8장 세 번째 살인 9장 판결 옮긴이의 말 |
Kyotaro Nishimura,にしむら きょうたろう,西村 京太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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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형사라고 강도를 당하지 말란 법은 없다. 더구나 사복 차림일 때라면 더 그렇다.
---「첫 문장」중에서 이번에도 의식을 잃은 채 어린 시절 꿈을 꿨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자신이 준비물을 두고 온 걸 깨닫고 필사적으로 집으로 달려간다. 그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아무리 달려도 집에 도착할 수 없다. 식은땀이 흐르고 다리가 막대기처럼 뻣뻣해진다. 납덩이처럼 무거워진 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가듯 나아간다. 그러다 문득 눈앞에 거대한 뱀이 나타난다. 살갗이 미끈미끈하게 젖어 있다. 한 마리였던 뱀은 어느새 두 마리가 되고 세 마리가 된다. ‘지금 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 p..10 “여기 왜 끌려왔는지 짚이는 데라도 있나?” “딱 하나 짚이는 게 있긴 합니다.” “그래? 뭐지?” “저 건물들이랑 거리가 낯익거든요. 1년 전 어느 날 밤, 차를 몰고 가다 살인 사건을 목격한 적이 있는데 그 거리를 빼다 박았어요.” --- p..26 기사에는 두 사람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다. 한 명은 피해자고, 한 명은 가해자다. 피해자는 기노시타 세이이치로, 서른일곱 살. 가해자는 스물한 살 청년으로 이름은 사에키 노부오였다. 기사에 따르면 사에키 노부오는 바 ‘로맨스’에서 술을 마시다 같은 자리에 있던 기노시타 세이이치로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였다. 마담 후미코의 중재로 그 자리는 일단 가라앉았지만, 가게를 나선 사에키는 치미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기노시타 세이이치로를 어두운 골목까지 뒤쫓아 당시 지니고 있던 15센티미터 남짓한 칼로 그의 등을 찔러 살해했다. --- p..38 “난 거짓말은 안 해. 그러니 자네도 거짓말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난 거짓말하는 인간만큼은 용서 못 해. 그게 설령 자식이어도 말이야. 감옥에서 죽은 내 아들이 끝까지 무죄를 외쳤다고 들었을 때, 난 그 말에 거짓이 없다고 믿었어. 그래서 이런 일까지 벌인 거고. 하지만 만약 그 결과 아들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난 그 애 무덤도 만들어 주지 않을 작정이야.” 사사키는 햇볕에 그을린 얼굴로 스스로 다짐하듯 말했다. --- p..124 이곳에 부하 형사는 없다. 여섯 증인은 이미 사사키의 소행으로 못 박고 다른 의견에 귀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사건은 풀어야 한다. 도쓰가와는 형사이기 때문이다. --- p..174 “그럼 여러분은 영영 이 섬에서 못 나가게 되겠지. 사사키 씨는 자신이 납득하기 전에는 배가 와도 절대 접안 신호를 보내지 않을 테니까. 나도 그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네. 그러니 이 섬을 나가고 싶다면 여기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해. 그것도 감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로.” --- p..179 다섯 명의 주장에는 저마다 진실성이 느껴졌다. 죽일 만한 동기가 없다는 말은 사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 경찰서에서 두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 네 사람의 주장도 아마 사실일 것이다. 하마노가 사건 당일 밤 우연히 그 거리를 지나갔다는 말에도 거짓은 없어 보였고, 다른 세 사람의 말에서도 거짓의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도쓰가와는 이 섬에서 일곱 명의 증인이 처음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떠올렸다. --- p..208 “증인들을 상대로 한 사사키 씨의 반론은 꽤 훌륭했습니다. 변호사를 하셔도 될 정도더군요.” “내 아들을 위한 일이니까. 남의 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매달리지 않았을 거야.”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사사키 씨의 반론이 훌륭했다고 해서 그 추리가 옳다고 증명된 건 아닙니다. 그 점은 사사키 씨도 잘 아실 겁니다. 다만 증명은 아니더라도 아드님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문은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증인 다섯 분도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혹시 무고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동상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겁니다.” “자네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가?” --- p..278 이 노인은 외딴섬에 전 재산을 쏟아부어 집을 짓고 도로를 내어 일곱 증인과 도쓰가와를 데려왔다. 그 모든 게 감옥에서 죽은 외아들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아들의 무죄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는지 모른다. 사사키의 행동은 단순한 부성애라기보다 18년 동안 아들을 돌보지 못한 것에 대한 속죄에 가까워 보인다. --- p..283 도쓰가와는 조용히 사사키 쪽을 봤다. 사사키는 피로가 밴 얼굴을 희미하게 일그러뜨린 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다다미만 바라보고 있었다. --- p..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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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을 나가고 싶다면 여기서 모든 문제를 풀어야 해.
그것도 감이 아니라 확실한 증거로.” 클래식 미스터리의 레전드! 니시무라 교타로는 193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립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한 후 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퇴직 후 사립탐정,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현상 공모에 도전한 끝에 1963년 단편 『일그러진 아침』으로 제2회 올읽기물 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고 1965년 『천사의 상흔』으로 제1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지위를 확립했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질 낮은 사회파 소설이 난립함으로써 일본에서 사회파 미스터리를 위시한 추리소설 붐이 차차 가라앉는 시기였던 1960년 중반에 어렵게 데뷔했다. 이렇듯 초반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쳤으나 이후 논리를 중시한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요소를 훌륭하게 융합한 작품을 내놓기 시작하며 70년대부터 서서히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렇게 작가로의 입지를 확보한 후, 니시무라 교타로는 2021년까지 출간 작품 수 약 700편, 누적 발행 부수 2억 부가 넘는 일본 미스터리계의 거장 중의 거장이다. 그는 1961년 단편 『검은 기억』으로 데뷔 후 2022년 3월 92세로 별세하기 전까지 백 엔짜리 볼펜으로 특별 주문한 400자 원고지를 하루에 20장씩 쓰며 정력적으로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식상할 정도며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리빙 레전드’라 부를 만하다. 실제로 아야츠지 유키토,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중견 미스터리 작가들이 교타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으며, 특히 1978년작 『침대특급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하는 그의 ‘트래블 미스터리’ 시리즈는 향수를 자극하는 일본 명소들을 아름답게 묘사할 뿐 아니라 열차, 비행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참신한 트릭을 선보였다. 이러한 작가는 2017년 출간한 작품이 600편이 넘을 시점에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출간해 도쿄의 대형 전파탑인 스카이트리의 높이(634미터)를 넘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2021년 출간 작품 수 680편을 넘기며 작가의 목표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2019년에는 대표작인 ‘도쓰가와 경부 시리즈’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고상’을 수상하며 또다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 자리에서 니시무라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지만 아직도 마음은 신인과 같다. 집필 속도가 늦어지면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불안감이 든다. 앞으로도 펜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 집필을 향한 니시무라 교타로의 포부가 잘 느껴지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읽을 수는 없게 된 것이 애석하지만, 이미 680편이 넘는 작품이 선물처럼 남아 있다. 그중 옥석 같은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니 독자 여러분께서도 흐뭇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주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