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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죽음
생의 끝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는 지혜
능인 저
불광출판사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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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납득되지 않는 일은 그냥 넘어가지 못했고, 때로는 앞뒤 재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꼴통 기질’이었다. 그런 스님이 호스피스 현장에서 고집스러운 환자들을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자신 역시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기에 그들의 말과 행동 뒤에 감춰진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환자들이 자기 삶을 찬찬히 돌아보고, 저마다의 단정한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영적 돌봄가. 정토마을 자재병원과 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면서, 스님으로서는 유일하게 전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필수
납득되지 않는 일은 그냥 넘어가지 못했고, 때로는 앞뒤 재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꼴통 기질’이었다. 그런 스님이 호스피스 현장에서 고집스러운 환자들을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자신 역시 비슷한 시간을 지나왔기에 그들의 말과 행동 뒤에 감춰진 감정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환자들이 자기 삶을 찬찬히 돌아보고, 저마다의 단정한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영적 돌봄가. 정토마을 자재병원과 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면서, 스님으로서는 유일하게 전국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 필수인력을 대상으로 표준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BBS대구불교방송 「그대 곁에서 능인입니다」의 진행자이며,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128*188*12mm
ISBN13
9791172613105

책 속으로

그런데 ‘지금 이 고비를 넘기는 것이 마지막으로 사는 것’이라는 사제의 한마디는 내 마음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고비는 우리를 붙잡아 두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넘어가야 할 자리였다. 고통 또한 그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건너가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죽음도 삶도 그렇게 다음 페이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 고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고, 그 시간을 지나왔기에 죽음을 앞두고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호스피스 병동에서 수많은 죽음을 마주하면서 나는 그날 사제스님의 말이 지닌 의미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억지 위로나 희망을 강요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다시 한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마음의 불을 밝혀 주는 일, 때로는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 다시 삶 쪽으로 이끌어 주는 일이었다. - 프롤로그
--- 「죽음을 지나 다시 삶으로」 중에서

하지만 병실에서 환자들을 지켜보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겉으로 드러난 말과 행동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쉽게 화를 내는 환자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는 보호자에게는 사랑하는 이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사람에게는 차마 꺼내지 못한 상처가 숨어 있기도 했다.
그들의 고집과 분노는 본래부터 굳어진 성격만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이 만들어 낸 하나의 모양이었다. 그것은 삶에서 받은 상처와 두려움, 외로움이 오랜 시간 쌓이며 굳어진 마음의 표정이기도 했다.
--- 「스스로를 '꼴통'이라 부르던 스님」 중에서

그곳에서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숨을 살핀다. 다만 여섯 살 때와는 조금 다르다. 그때는 엄마가 사라질까 두려워 숨을 확인했다면, 지금은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이 마지막까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놓치지 않기 위해 그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병실에 머무는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담담해 보여도 그 안에는 슬픔과 막막함, 외로움이 가라앉아 있다. 그것을 서둘러 없애주려 하기보다, 자기 마음을 천천히 꺼내 놓을 때까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주는 것, 나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돌봄이라고 생각한다.
--- 「호스피스 영적 돌봄가, 능인 스님」 중에서

병이 깊어지면 사람은 어느 순간 이름보다 병명으로 불리고, 건강하게 살아온 긴 시간보다 아픈 몸으로 보낸 짧은 시간을 먼저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한 사람의 존재가 병든 몸 하나로 설명될 수는 없다. 그에게는 병을 얻기 전부터 살아온 시간이 있고, 사랑한 사람이 있고, 좋아했던 것과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 「진흙 속에 핀 연꽃은 아름답다」 중에서

그러나 환자의 곁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숨을 고르는 용기가 필요하다. 병실의 공기는 생각보다 쉽게 무거워지고, 그 탁한 무게는 환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보호자가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돌아올 때, 그 손끝에서 묻어나는 온기가 환자에게는 편안한 안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
--- 「더 오래 곁에 있기 위해」 중에서

죽음이 가까워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이 많다. 남은 시간이 짧다는 사실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남겨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러나 삶의 마지막에 필요한 것은 거창하지 않다. 사랑한다고, 고마웠다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말이면 충분하다.
--- 「엄마가 남긴 마지막 영상」 중에서

내가 말하는 ‘단정한 죽음’은 고통 없이 평온하게 죽는 모습을 뜻하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두렵다면 두려운 마음을, 아프다면 아픈 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지금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다. 흐트러진 마음을 돌아보고, 놓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하나씩 살피며 삶의 매무새를 가다듬어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단정함에 가깝다.
--- 「단정한 죽음을 위한 연습」 중에서

우리는 죽음을 얼마나 준비하며 살아갈까. 임종 후에는 장례식장에서 많은 것이 준비된다. 꽃 장식과 반듯한 관, 수의, 복잡한 장례 절차와 조문객을 맞이하는 방식까지. 남겨진 이들은 고인을 잘 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정작 그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당사자의 뜻은 쉽게 흐려지곤 한다. 문득 상상해 본다. 그 순간 고인이 자신의 장례식을 바라보고 있다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우리가 정작 마주해야 할 것은 죽음 이후의 의식이 아니라, 죽어가는 시간 그 자체다. 병이 깊어지기 전에 몸과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주변을 정리하며 자신이 원하는 마지막 뒷모습을 가만히 그려 보는 일. 그렇게 자신의 남은 시간을 스스로 주관하는 과정에서 나는 삶의 마지막 존엄을 보았다.
--- 「좋은 죽음과 존엄한 죽어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리면서도 미소 짓는 법에 대하여

삶을 포기하려 했던 ‘꼴통 스님’이 다시 오늘의 삶을 이야기하기까지

어렸을 적 눈치를 보며 자란 아이는 출가해 스님이 되었지만, 내면에 깊이 쌓인 화와 응어리에서는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납득되지 않는 일은 그냥 넘기지 못했고, 상대가 누구든 앞뒤 재지 않고 들이받기 일쑤였다. 행자 시절엔 스님에게 설거지물을 끼얹고 도마에 칼을 내리꽂는가 하면, 꾸중하는 은사스님에게 절을 나가라고 맞설 만큼 거칠고 서툰 날들의 연속이었다.

스스로를 ‘꼴통 스님’이라 부르며 세상을 향한 불만으로 가득했던 그 거친 마음은 결국 자기 자신을 향했다. 눈 쌓인 겨울밤, 삶을 포기하려 산길을 올랐지만 사제스님의 손길에 붙들려 다시 삶 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스님은 그 절망의 고비를 지나며,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에도 끝이 있고 그 너머에는 삶의 다음 페이지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스님이 향한 곳은 죽음의 최전선, 호스피스 병동이었다. 영적 돌봄가로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만나며 스님의 마음도 크게 달라졌다. 환자들의 고집스러운 말과 날 선 행동 뒤에는 두려움과 미안함, 외로움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 마음들이 숨어 있었다. 환자들의 서툰 마음을 이해해 가는 동안, 스님은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 성인이 되어서도 다스리지 못했던 자신의 화를 따뜻하게 끌어안게 되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과 마침내 화해하게 된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곁에서 배운, 기다리고 헤아리는 마음

『단정한 죽음』은 호스피스 영적 돌봄가로 살아온 능인 스님의 첫 에세이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사연뿐만 아니라 그 곁을 힘겹게 지켜내는 가족들의 마음, 그리고 그들과 함께 흔들리며 변화해 온 돌봄가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병실에서 스님이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저마다 달랐다. 임종을 앞두고 입원해 있으면서도 주식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가장, 남편을 간병하면서 자신의 항암치료까지 병행해야 했던 아내,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며 처음으로 이별과 슬픔을 배워가던 일곱 살 어린아이까지. 겉으로는 주식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남겨질 가족을 향한 걱정이 있었고, 아픈 몸으로 남편을 간호하는 아내에게는 자신의 고통보다 더한 책임감이 있었다. 그렇기에 스님의 영적 돌봄은 눈앞에 드러난 현상 너머, 한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환자의 마지막을 돌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그 곁을 지켜온 보호자의 마음을 살피는 일로 이어졌다. 간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랑과 책임감 뒤에는 피로와 원망, 죄책감이 겹겹이 쌓이기 마련이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조차 미안해 자리를 뜨지 못하는 보호자들에게 스님은 “기꺼이 쉬어도 괜찮다”며 가만히 어깨를 다독인다. 환자의 곁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서라도 잠시 숨을 고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스님 자신도 노스님을 간병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삶의 매무새를 가다듬는 하루하루,
그 여정이 곧 단정한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

스님은 오랜 시간 환자와 가족의 삶을 함께 지켜보며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삶과 결코 따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오랜 돌봄의 경험과 통찰을 ‘단정한 죽음’이라는 말에 담았다.

능인 스님이 말하는 ‘단정한 죽음’은 고통 없이 평온하게 죽는 것도, 마지막까지 의연한 모습을 지키는 것도 아니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흔들리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생의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을 함부로 여기지 않고,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것. 스님이 말하는 ‘단정함’은 결국 생의 끝에서도 자신의 품격을 잃지 않는 태도에 닿아 있다.

그렇기에 스님에게 ‘단정함’은 겉으로 보이는 반듯함이라기보다, 삶을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가깝다. 스님은 이러한 생각을 불교의 팔정도八正道와 연결해 바라본다. 팔정도에서 ‘정正’이 삶의 방향을 바르게 세우고 그 길을 꾸준히 닦아가는 수행이듯, 단정한 죽음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생각과 말, 행동을 돌아보며 조금씩 삶의 매무새를 가다듬어 가는 일, 그 하루하루의 여정이 곧 단정한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이 된다.

우리는 죽음을 준비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자신의 죽음을 떠올리면 막연히 두렵고, 소중한 이의 죽음 앞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댄다. 이별을 경험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남겨진 사람에게는 다시 홀로 살아 내야 하는 막막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살아가는 일도 이별도 누구에게나 서툴기는 매한가지다.

한때 자신의 삶마저 놓으려 했던 ‘꼴통 스님’이 수많은 죽음 곁에서 배운 것도, 어쩌면 그 서툶 속에서 다시 오늘을 다정하게 살아 내는 법이었다. 인생 전체를 살아 낼 힘이 없을 때는 오늘 하루치만 무사히 살아 내도 충분하다는 것. 흔들리고 두려운 순간에도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오늘 나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단정한 죽음』은 죽음이라는 거울을 통해 지금 내게 허락된 하루를 귀하게 살아 내도록 건네는 다정한 안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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