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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덧없음에 대하여 작품 해제 | 사라지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보론 | 그 여름 산책의 두 사람은 누구였을까 1부 사랑과 죽음 세 상자의 선택 작품 해제 | 사랑의 선택 뒤에 숨어 있는 죽음 보론 | 코델리아는 왜 침묵하는가 보론 | 왜 하필 세 번째인가 2부 우리는 죽음을 믿지 않는다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고찰 작품 해제 | 문명은 인간을 얼마나 바꾸었는가 보론 | 무의식은 정말 자기 죽음을 믿지 않는가 3부 잃어버린 것은 어디로 가는가 애도와 멜랑콜리아 작품 해제 | 잃어버린 사람은 우리 안에서 어디로 가는가 에필로그 옮긴이 해설 | 다시 사랑할 수 있는가 부록 원문 출처 프로이트 연보 |
Sigmund Freud, Sigmund Schlomo Freud,지기시문트 술로모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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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2026-10-08
안녕하세요. 역자 겸 편집자 이경인입니다. 이 책은 프로이트의 아주 짧은 글 한 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15년, 전쟁이 유럽을 무너뜨리던 해에 쓰인 「덧없음에 대하여」는 몇 쪽밖에 되지 않지만, 처음 읽었을 때 오래 되뇌게 되었습니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 시인에게 프로이트가 건넨 대답이, 백 년이 지난 지금 제게도 꼭 필요한 말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번역하는 동안 가장 마음을 쓴 것은 프로이트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표제작과 함께 사랑과 죽음, 애도에 관한 글 세 편을 더 싣고, 글마다 해제와 보론을 붙였습니다. 원문을 읽다가 멈춰 선 자리에서 함께 생각해 줄 누군가가 곁에 있는 책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무언가를 잃었거나, 잃을까 봐 두려운 분들께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덧없음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이 일어나는 조건이라는 프로이트의 생각이, 저에게 그랬듯 여러분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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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많은 대상을 빼앗긴 우리의 리비도가 아직 남아 있는 것들에 더욱 강하게 매달리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조국에 대한 사랑,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애정, 우리가 함께 나누는 것들에 대한 자부심이 갑자기 강해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잃어버린 그 소중한 것들이 그토록 쉽게 부서지는 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서, 정말 우리에게 가치를 잃은 것일까? 우리 가운데 많은 이가 그렇게 느끼는 듯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것이 영속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영영 포기하려는 사람들은 단지 그 상실을 애도하는 중일 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 p.20 여기까지만 읽으면 이 글은 '현재를 소중히 여기라'는 익숙한 인생론처럼 보인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정말 관심을 두는 것은 그다음이다. 그토록 분명해 보이는 논리가 왜 시인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을까. 사람은 왜 사라질 것을 생각하는 순간 지금 눈앞의 아름다움마저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가. 프로이트가 이 장면에서 발견한 것은 아름다움의 문제가 아니라 애도의 문제였다. 시인은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풍경은 눈앞에 있고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이미 슬퍼하고 있다. 미래의 상실을 현재로 끌어와 미리 애도하는 것이다. 인간은 상실 자체만큼이나 상실 이후에 겪게 될 고통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대신 거리를 두고, 기뻐하는 대신 냉소하며, 언젠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그것의 가치를 깎아내린다. 잃는 것이 두려워 처음부터 깊이 사랑하지 않는 것, 그것은 일종의 방어다. --- pp.22-23 이 선택에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언제나 세 번째가 선택되고, 그 세 번째는 겉보기에 가장 화려하거나 값져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침묵하고, 숨어 있고, 소박하며, 때로는 창백하다. 프로이트는 바로 이 반복에 주목한다. 왜 늘 셋째인가. 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마지막에 선택되는가. 그리고 왜 그 선택은 사랑의 선택이면서 끊임없이 죽음의 이미지와 이어지는가.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짧은 논문은 어느새 문학 해설을 넘어선다. 사랑을 선택한다고 믿는 순간 그 선택 뒤에는 무엇이 있는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에게 선택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글이 되는 것이다. --- pp.55-56 물론 사랑이 죽음을 지우지는 못한다. 신화가 죽음을 아름다운 여인으로 바꾼다고 실제 죽음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환상은 현실을 취소하지 못하고, 다만 견딜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꿀 뿐이다. 우리는 죽음을 고를 수 없지만 죽음을 품은 삶은 고를 수 있다. 사라질 것을 사랑할 수 있고, 잃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사랑을 선택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함께 선택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언젠가 찾아올 상실이다. 프로이트의 글이 불편하면서도 매혹적인 것은 사랑을 아름다운 감정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그 뒤편의 어둠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며, 그 어둠이 사랑을 더 깊게 만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 p.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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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이 유럽을 삼킨 지 한 해가 지났을 때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상실에 관한 글 세 편을 잇달아 썼다. 봄에는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5월에는 「애도와 멜랑콜리아」를 완성했고, 11월에는 베를린 괴테협회의 청탁을 받아 「덧없음에 대하여」를 썼다. 도시가 무너지고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죽어가던 해, 정신분석의 창시자는 한 가지 질문에 오래 머물렀다. 사랑하는 것이 사라질 때 우리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덧없음에 대하여』는 그 질문을 따라가는 책이다. 표제작 「덧없음에 대하여」를 중심에 두고, 사랑과 죽음, 애도에 관한 프로이트의 글 네 편을 한 권에 엮었다. 각 글마다 작품 해제와 보론을 붙이고, 마지막에 옮긴이 해설을 더해 백 년 전의 사유가 오늘 우리의 상실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차근차근 짚는다. 단 하룻밤만 피었다 지는 꽃이 있다 해도 표제작 「덧없음에 대하여」는 어느 여름날의 산책에서 시작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한 해 전, 프로이트는 말수가 적은 친구 한 사람, 그리고 젊지만 이미 이름이 알려진 시인 한 사람과 함께 꽃이 만발한 풍경 속을 걷는다. 시인은 눈앞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끝내 기뻐하지 못한다. 겨울이 오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고, 인간이 만든 아름답고 고귀한 모든 것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사라질 운명이 모든 아름다움의 가치를 깎아 먹는 것처럼 보였다. 프로이트는 동의하지 않는다. 덧없음은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인다. 덧없는 것의 가치는 시간 속에서의 희소성에 있고,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단 하룻밤만 피었다 지는 꽃이 있다 해도, 그 때문에 그 꽃이 덜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반박은 시인에게도 친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프로이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그들이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한 것은 논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도에 대한 마음의 저항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사라진다는 생각은 그것을 잃은 뒤 겪게 될 슬픔을 미리 맛보게 하고, 고통을 피하려는 마음은 차라리 처음부터 덜 사랑하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일 년 뒤 전쟁이 터져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실제로 앗아갔을 때, 프로이트는 같은 대답을 다시 한다. 애도는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저절로 끝나며, 그때 우리는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두 사람은 오랫동안 독자들의 상상을 자극해 왔다. 시인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없는 친구는 루 살로메였으리라는 추정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의 보론 「그 여름 산책의 두 사람은 누구였을까」는 이 추정이 어디서 왔고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 묻는다. 그리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인물의 정체가 아니라 그들이 앉은 자리, 곧 사라짐 때문에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사람의 자리라고 말한다. 사랑하고, 죽음을 외면하고, 결국 잃는 일 이 책은 표제작을 프롤로그로 삼고, 이어지는 세 부에서 사랑과 죽음과 애도를 차례로 다룬다. 순서를 따라 읽다 보면 사랑이 시간 속에서 겪는 하나의 긴 여정이 드러난다. 사라질 것을 사랑하고, 죽음을 부정하다가, 결국 잃고, 잃은 뒤에는 그 대상을 마음속에서 다시 처리해야 하는 여정이다. 1부 「세 상자의 선택」(1913)은 프로이트의 글 가운데 유난히 문학적인 글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과 『리어 왕』, 그리스 신화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자유롭게 오가며 하나의 오래된 모티프를 추적한다. 세 상자 가운데, 혹은 세 여자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이야기에서는 언제나 세 번째가 선택되고, 그 세 번째는 가장 화려한 것이 아니라 침묵하고 소박하며 때로는 창백하다. 왜 사랑의 선택은 끊임없이 죽음의 이미지와 이어지는가. 프로이트의 답을 따라가면, 인간이 자신도 언젠가 사라진다는 가장 견디기 어려운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로 바꾸어 살아가는지가 보인다. 2부 「전쟁과 죽음에 대한 고찰」(1915)은 전쟁이 시작된 직후의 충격 속에서 쓰였다. 전쟁이 시작되자 문명인이라 믿었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빨리 잔혹해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평소에 죽음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가. 프로이트는 우리의 무의식이 자기 죽음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글의 끝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오래된 격언을 "삶을 견디고 싶다면 죽음을 준비하라"로 고쳐 쓴다. 죽음을 기다리라는 말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현실을 삶 바깥으로 내쫓지 말라는 말이다. 3부 「애도와 멜랑콜리아」(1917)는 프로이트의 글 가운데 가장 자주 인용되는 논문 가운데 하나다. 애도에서는 세계가 텅 비고, 멜랑콜리아에서는 자아가 텅 빈다. 헤어진 뒤 왜 우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로 자신을 비난하는가, 왜 어떤 상실은 슬픔으로 끝나고 어떤 상실은 자기혐오로 변하는가. 잃어버린 사람이 우리 안에서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이 글의 중심에는 결국 사랑이 있다. 우리는 사랑했기 때문에 애도한다. 원문 곁에 놓인 해제와 보론 프로이트의 글은 짧지만 결코 쉽지 않다. 백 년 전의 개념과 전쟁기의 공기, 셰익스피어와 신화를 오가는 넓은 참조가 촘촘히 얽혀 있다. 이 책은 네 편의 원문마다 작품 해제를 붙여 글이 쓰인 맥락과 핵심 논지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원문이 열어 둔 질문을 보론으로 더 멀리 밀고 나간다. 보론들은 원문이 지나치듯 남긴 물음을 하나씩 붙든다. 「코델리아는 왜 침묵하는가」는 『리어 왕』의 셋째 딸이 왜 사랑한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았는지를 프로이트와 함께 다시 읽는다. 「왜 하필 세 번째인가」는 신화와 동화에 되풀이되는 세 여신, 세 자매, 세 운명의 여인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스스로를 조직하는 오래된 방식을 살핀다. 「무의식은 정말 자기 죽음을 믿지 않는가」는 프로이트의 가장 유명한 문장 가운데 하나를 붙들고,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의 차이를 묻는다. 책의 마지막은 옮긴이 해설 「다시 사랑할 수 있는가」가 맡는다. 사람을 잃고, 관계를 잃고, 젊음과 건강을, 믿었던 미래를 잃으면서도 우리는 왜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가. 해설은 네 편의 글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붙들고 있던 이 질문을 하나로 모으고, 사랑은 상실을 이기는 힘이 아니라 잃은 뒤에도 다시 세계를 향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부록에는 각 글의 원문 출처와 프로이트 연보를 실어, 더 깊이 읽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길잡이로 삼았다. 덧없음은 사랑의 반대가 아니라 사랑이 일어나는 조건이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잃으며 산다. 사랑하는 사람은 떠나고, 젊음은 지나가며, 아이들은 자라고, 부모는 늙는다. 살던 집은 다른 사람의 집이 되고, 익숙한 거리는 변하고, 한 시대를 이루던 사람들도 하나둘 사라진다. 관계가 끝나면 사랑까지 거짓이었다고 여기고, 무언가를 잃으면 함께한 시간 전체가 무의미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프로이트는 백 년 전 전쟁의 한가운데서 그 유혹에 맞섰다. 사라졌다는 사실과 가치가 없었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모든 것이 영원하다면 지금 이 순간도 지금과 같은 무게를 갖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영원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사랑하고, 그 시간이 끝나면 슬퍼하며, 슬픔이 지나면 다시 사랑한다. 『덧없음에 대하여』는 정신분석 입문서도, 손쉬운 위로의 책도 아니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일이 왜 가능한지, 그리고 왜 그것이 여전히 가치 있는지를 프로이트의 문장으로 차분히 증명해 보이는 책이다. 상실 앞에 서 있는 사람, 행복한 순간에도 끝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 그리고 프로이트를 사랑과 죽음과 애도라는 가장 인간적인 질문으로 처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