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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여자아이
밤에
결국
날개 없는
휴가
집에서 온 편지
내가 요즘 하고 있던 것
암흑
내 어머니
강바닥에서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저저메이카 킨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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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aica Kincaid

1949년 5월 25일, 서인도 제도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도미니카 출신의 어머니 애니 리처드슨과 친아버지로 알려진 로더릭 포터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이고, 카리브 원주민 외할머니 곁에서 어린 시절 내내 큰 영향을 받는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읽을 만큼 열렬한 독서광이었지만 학교생활에는 그다지 적응하지 못한다. 1965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1966년 뉴욕으로 건너가 스카스데일에서 입주 보모로 일하기 시작한다. 곧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자발적 유배 상태에 들어가며, 이십 년 뒤 앤티가섬으로 돌아
1949년 5월 25일, 서인도 제도 앤티가섬의 수도 세인트존스에서 도미니카 출신의 어머니 애니 리처드슨과 친아버지로 알려진 로더릭 포터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이고, 카리브 원주민 외할머니 곁에서 어린 시절 내내 큰 영향을 받는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를 좋아해서 여러 차례 읽을 만큼 열렬한 독서광이었지만 학교생활에는 그다지 적응하지 못한다. 1965년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1966년 뉴욕으로 건너가 스카스데일에서 입주 보모로 일하기 시작한다. 곧 가족과 연락을 끊고 자발적 유배 상태에 들어가며, 이십 년 뒤 앤티가섬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절연한 채 지낸다. 뉴욕에서 생활하는 동안 야간 학교를 통해 학업을 이어 가며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한다.

이후 사진을 공부하고 비서, 모델, 클럽의 보조 가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수차례 잡지사의 문을 두드리지만 좀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마침내 십 대 소녀들을 위한 잡지 ≪앤저뉴≫에서 '내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라는 제목으로, 저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인터뷰하며 이름을 널리 알린다. 이 무렵부터 보다 자유롭게 글을 쓰기 위해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1976년 ≪뉴요커≫에 구 년 동안 '마을 이야기'라는 칼럼을 기고하고, 이후 1996년까지 이십 년간 ≪뉴요커≫의 전속 작가로서 활약하며 여러 단편들을 발표한다. 1979년 ≪뉴요커≫의 편집장 윌리엄 숀의 아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앨런 숀과 결혼하고 아들 해럴드와 딸 애니를 얻지만, 2002년 이혼한다. 이때 버몬트에 거주하며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교수로 자리 잡고, 2004년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다.

오늘날 카리브 문학을 대표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는 제국주의와 탈식민주의, 인종과 계급, 젠더와 섹슈얼리티, 피식민자 경험과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집요하게 천착하며 고유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1983년 단편 소설과 수필을 엮은 첫 책 『강바닥에서(At the Bottom of the River)』를 출간하고, 1985년 자전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첫 장편 소설 『애니 존(Annie John)』을 발표한다. 1988년 앤티가섬의 수탈과 타락의 역사를 신랄하게 고발한 에세이 『어느 작은 섬(A Small Place)』을 펴내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1990년 『루시(Lucy)』, 1996년 펜포크너상 최종 후보이자 애니스필드울프상 수상작 『내 어머니의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My Mother)』, 1997년 페미나상 외국어 소설 부문 수상작 『내 남동생(My Brother)』을 출간한다. 2002년 아버지를 잃은 소녀의 삶을 그려 낸 『포터 씨(Mr. Potter)』, 2013년 작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짙게 반영한 『그때 지금을 보다(See Now Then)』를 발표한 뒤 다방면에서 작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21년 영국 왕립문학학회의 국제 작가로 선정되고, 2017년 인류 역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댄데이비드상, 2022년 파리 리뷰 하다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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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어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한다. 『곰』, 『초속 5000킬로미터』, 『뱀파이어의 매혹』, 『송라인』, 『고양이의 기묘한 역사』,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대면』, 『시간의 밤』, 『우연히, 웨스 앤더슨』, 『7월 14일』, 『쿠사마 야요이』 등을 한국어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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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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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66.78MB ?
ISBN13
9791167377074

출판사 리뷰

“그때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었다”
시와 음악에 가까운 주술적 목소리로
그려낸 꿈과 현실의 경계

《강바닥에서》에 수록된 열 편의 글은 흔히 접하는 소설의 짜임새와는 다르다. 명확한 플롯이나 중심 사건 없이 상념의 한 자락, 토막 난 짧은 묘사, 목소리의 주인을 짐작하기 어려운 독백들이 이어지며, 출간 당시부터 소설이라기보다 ‘산문시에 가깝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러한 실험적인 문체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다, 젊은 작가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글쓰기와의 절박한 씨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킨케이드는 훗날 회고한 바 있다.

의도적인 바는 전혀 아니었다. 그 책이 쓰여야만 한다고 느꼈던 방식이 그것이었다. (…) 이상하게도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애니 존》의 단순함과 솔직함과 《루시》의 단순함, 솔직함, 복잡성을 전혀 취할 수 없었다. 내 글쓰기에 대한 나의 접근방식이 《강바닥에서》라는 결과로 나온 것이다. 그때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었다. _1994년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독자를 낯설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꿈과 현실, 환상과 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이는 비현실이 현실을 침범하는 문학적 장치라기보다 킨케이드 자신에게는 애초에 구분할 필요가 없는 하나의 상태에 가깝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의 바탕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접해온 카리브 지역의 민속 신앙, 즉 유혹적이면서 파괴적인 여성 악령 ‘자블레스’나 초자연적 힘으로 삶에 개입하는 주술 체계 ‘오비어’ 같은 전승이 자리한다. 킨케이드에게 이러한 존재들은 “기억 속뿐만 아니라 무의식 속에까지 자리하고 있는”, 삶의 일부로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산속의 불빛들은 뭐예요?” “산속의 불빛들? 오, 그건 자블레스야.” “자블레스! 하지만 왜요? 자블레스가 뭐예요?”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사람이야. 하지만 눈을 보면 그것들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 그들의 눈은 램프처럼 빛을 내고, 너무나 밝아서 쳐다볼 수 없거든.” _〈밤에〉, 20면

“나는 마치 프리즘인 것처럼 서 있었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애증과 경쟁,
의존과 독립에 대한 갈망의 변주

책을 여는 첫 단편 〈여자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머니가 딸에게 쏟아붓는 훈계로만 이루어져 있다. 방정한 몸가짐과 집안일을 요구하는 이 잔소리들 사이로 주인공은 단 두 번 목소리를 내지만 곧 묵살당한다.

주일학교에서 벤나를 부르지 말아라. […] 그렇지만 난 일요일에는 벤나를 부르지 않고 주일학교에서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는걸요. 단추는 이렇게 다는 거다. […] 빵은 언제나 눌러봐서 갓 나온 것인지 확인해라. 하지만 빵집 주인이 빵을 못 만지게 하면 어떡해요? 넌 기어코 빵집 주인이 빵 가까이 못 오게 하는 그런 여자가 되고야 말겠단 거냐? _〈여자아이〉, 12면~14면

이 단편에서 시작된 어머니와 딸 사이의 애증과 경쟁, 의존과 독립에 대한 갈망은 〈밤에〉, 〈결국〉, 〈날개 없는〉을 거치며 변주된다. 특히 〈날개 없는〉에서는 아직 날개 없는 번데기 상태의 곤충처럼 불완전한, 그렇기에 어머니의 사랑에 의존해야 하고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어린 시절의 취약함과, 독립적인 존재가 되려는 몸부림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암흑〉에서는 화자의 딸이 ‘자블레스’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오, 지금 대담하게 선 내 아이를 보라. 한쪽 발은 암흑에, 다른 쪽 발은 빛에 두고 있다. 웅덩이에서 웅덩이로 옮겨 다니며, 그 애는 모든 특별한 감각을 있는 그대로 흡수한다. 내 아이는 죽음에서 죽음으로 서둘러 향하는데, 죽음은 그 애에게 너무도 친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애를 위험천만하고 우연의 난폭함에 내맡겨진, 한 순간의 존재 속으로 불러냈으나, 그 애는 마비시키는 듯 단조롭게 흘러가는, 그 여파에 수많은 깊은 슬픔들을 품은 시간을 받아들인다. _〈암흑〉, 87면~88면

이러한 변주는 〈내 어머니〉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어머니를 향한 딸의 복잡한 애증과 경쟁 구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 단편에서, 〈여자아이〉에서 제대로 된 말대답 한 번 못 했던 딸은 어머니의 본보기를 따라 함께 파충류의 형상으로, 이어서 크기와 형태가 자유자재인 형상으로 변하며 독립과 합일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가적 감정을 드러낸다.
그리고 표제작이자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마지막 단편 〈강바닥에서〉에 이르러, 이 모든 변주는 정체성에 대한 탐색, 삶과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탐구로 응축되며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성장의 여정으로 완성된다.

나는 마치 프리즘인 것처럼 서 있었다. 다면적이고 투명하며, 내게 닿는 빛을, 결코 파괴할 수 없는 빛을, 닿는 순간 굴절시키고 반사하는. 그리고 나는 얼마나 아름다워졌는가. _〈강바닥에서〉, 129면

“그들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타협하지 않는 목소리로 지켜낸
유일무이한 자기만의 문체

킨케이드는 자전적 에세이집 《나를 조립하다(Putting Myself Together)》의 페이퍼백 출간을 앞두고 2026년 8월 〈하퍼스바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첫 단편집을 준비하던 시절 〈뉴요커〉의 전설적 편집장 윌리엄 숀과 벌였던 실랑이를 회고했다. 숀은 수록작 중 한 편의 문장을 고쳐달라고 요청했지만 킨케이드는 끝내 거절했다. 그는 존 치버, J. D. 샐린저, 필립 로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백인 남성 작가들의 이름을 대며, 그들도 잡지 게재 당시에는 문장을 수정했다가 훗날 단행본으로 묶을 때는 원래 쓴 대로 되돌렸다고 설득했다. 킨케이드는 “그들이 애초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답했고, 결국 그 단편은 그가 처음 쓴 문장 그대로 《강바닥에서》에 실렸다.

나는 그것을 바꾸지 않았고, 그는 내가 쓴 그대로 출간했다. […] 나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몰랐다. 이제 알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_2026년 〈하퍼스바자〉 인터뷰에서

이는 킨케이드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던” 글쓰기와 절박하게 씨름하며 자신만의 문체를 끝내 지켜냈던 과정을 뒷받침한다. 무일푼의 젊은 흑인 이민자 여성으로서 그 무엇도 타협하지 않으려 했던 태도는, 그의 표현을 빌리면 “다른 누구도 나처럼 보이길 원하지 않았던” 고집과 함께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으며, 킨케이드라는 이름을 세계문학사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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