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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머리에
· 축하의 글 1장 오페라 코미크란 무엇인가? 1. 서정비극과 오페라 코미크 2. 장르로서의 오페라 코미크 3. 오페라 코미크 극장 4. 국립 파리 오페라와 오페라 코미크 극장 2장 오페라 코미크의 역사 1. 파리 장터에서 탄생하다 2. 장터 공연에서 대중예술로 3. 경계 위의 예술:예술적 진화와 장르 확장 4. 오늘날의 오페라 코미크: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3장 형식과 음악적 특성 1. 말과 음악의 조화 2. 시대성과 스토리텔링의 변화 3. 열린 극장, 실험적인 무대 4장 대본 작가들 1. 퓌즐리에:초기 오페라 코미크의 개척자 2. 파바르:장르의 제도화를 이끌다 3. 앙솜:오페라 코미크를 예술로 격상시키다 4. 스덴:장터 오락극을 예술적 감상극으로 끌어올리다 5. 스크리브:오페라 코미크를 근대적 형식으로 성숙시키다 6. 알레비와 메이야크:음악극 형식의 완성도를 높이다 7. 마르몽텔:오페라 코미크의 문학화를 이끌다 5장 작곡가들 1. 필리도르:오락물을 진지한 음악극으로 바꾸다 2. 몽시니:감정과 선율의 힘을 믿은 작곡가 3. 그레트리:오페라 코미크, 프랑스 문화의 정점에 서다 4. 메윌:예술적 깊이와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내다 5. 케루비니:오페라 코미크의 예술적 지평을 넓힌 거장 6. 부아엘디외:프랑스의 모차르트 7. 아당:오페라 코미크 전통의 계승과 발전 8. 오베르:제도적 지도력을 통해 장르의 발전을 이끌다 9. 에롤:장르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다 10. 오펜바흐:오페라의 경계를 넘어선 작곡가 11. 들리브:장르의 미학적 가능성을 확장하다 12. 비제:프랑스 오페라 무대를 근본적으로 바꾸다 13. 마스네:작곡가이자 교육자로 음악사에 남다 14. 풀랑크:정통을 계승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곡가 6장 대표적 작품들 1. 〈톰 존스〉 2. 〈탈영병〉 3. 〈제미르와 아조르〉 4. 〈사자심왕 리샤르〉 5. 〈조제프〉 6. 〈메데〉 7. 〈하얀 여인〉 8. 〈프레 오 클레르〉 9. 〈롱쥐모의 마부〉 10. 〈아름다운 엘렌〉 11. 〈호프만의 이야기〉 12. 〈검은 도미노〉 13. 〈카르멘〉 14. 〈라크메〉 15. 〈마농〉 16. 〈티레시아스의 유방〉 7장 극장과 무대 1. 장터의 가설 무대 2. 제1파바르 극장(1783~1838) 3. 제2파바르 극장(1840~1887) 4. 제3파바르 극장(1898~ ) · 참고문헌 · 오페라 코미크 연보 · 찾아보기 · 필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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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공연이 폭넓은 관객의 호응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자, 이를 못마땅히 여긴 공식 극장 코메디 프랑세즈와 왕립 음악아카데미는 계속 사법적 수단을 이용하여 장터 흥행사들을 탄압했다. 극을 연기하는 것은 코메디 프랑세즈를 위협하는 것이었고, 공연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 유일한 특권을 가진 왕립 음악 아카데미(현재의 국립 파리 오페라)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통 연극을 하던 코메디 프랑세즈는 말하는 특권을, 오페라와 발레를 올리던 왕립 음악아카데미는 노래하고 춤추는 특권을 주장했기 때문에 장터 극단들은 그들에게 가해진 온갖 사법적 통제에 대항하여 곡예에 말, 노래, 춤을 섞을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했다. 이러한 핍박 때문에 장터 공연은 온갖 종류의 웃음이 있는 다양한 장르와 형태들을 창조하게 된다. 독백극, 게시문 극, 팬터마임, 보드빌 등과 같이 오페라 코미크도 그 발명품 중 하나이다. 장터 공연에 오페라 코미크라는 공식적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된 것은 1714년 12월 26일 장터 공연의 두 명의 기획자인 카트린 바롱과 고티에 생테드므 부인에 의해서이다.
--- p.25~26 일반적인 의미의 오페라 코미크는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요소를 가진 ‘희극 오페라’를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이는 특정 국가나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쓰이는 일반적인 용어다. 반면 프랑스 고유 장르로서의 오페라 코미크는 단순히 ‘희극적인 것’만을 특성으로 규정할 수 없다. 물론 이 장르 역시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유행한 희극적 뮤지컬 극에서 비롯되었고, 초기에는 주로 웃음을 유발하는 가벼운 작품을 의미했다. 그러나 발전 과정에서 희극성보다는 오히려 ‘노래와 대사가 섞여 있다’는 음악 형식적 특징이 본질이 되었다. 오페라는 극 전체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지만, 프랑스 고유 장르로서의 오페라 코미크는 말로 하는 대사(연극)와 노래가 어우러진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일반 오페라와 뚜렷이 구별된다. ---p.26 이처럼 오페라 코미크의 스토리텔링은 시대를 거듭하며 감정과 윤리, 사회와 상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그 층위를 확장해 왔다. 초기 장터극의 해학적인 유희에서 출발한 이 장르는 점차 인간 내면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화두를 던지는 공론의 장으로 진화했다. 대사와 음악이 상호보완하며 긴밀하게 통합된 이 독특한 형식은 관객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삶과 의식에 대한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했다. 결국 오페라 코미크는 극장을 단순한 공연장이 아닌 감정과 서사가 흐르는 공동체적 소통의 장으로 일궈낸 대표적인 예술 양식이라 할 수 있다. --- p.74~75 파바르의 활동은 오페라 코미크가 대중 오락에서 벗어나 문학성과 음악성을 갖춘 프랑스 고유의 극장 장르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후 스덴, 루이 앙솜, 스크리브 등 후속 대본 작가들은 파바르가 다듬어 놓은 구조 위에 섬세하고 극적인 서사를 도입한다. 파바르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장터의 정서와 궁정 취향을 조화시켜 결과적으로 오페라 코미크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한 작가로 평가된다. 프랑스 대혁명이 무르익던 1792년에 생을 마감한 파바르는 자기 작품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오페라 코미크라는 장르의 탄생, 성장, 제도화를 이끈 창조적 선구자였다. 그의 이름은 오늘날에도 오페라 코미크 극장 앞에 붙은 ‘살 파바르(파바르 극장)’라는 명칭을 통해 기념되고 있다. ---p.92 결론적으로 〈카르멘〉은 오페라의 형식과 주제, 미학 전반에 근본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작품이다. 고귀한 영웅이나 귀족적 서사에 국한되었던 오페라의 시선을 길거리의 하층민과 본능적 욕망, 주체적인 자유의지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카르멘이라는 인물은 오페라 역사상 가장 강렬한 여성상 중 하나로, 타인의 시선이나 교훈적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현대적 주체성을 보여준다. 〈카르멘〉은 오페라가 감상용 오락을 넘어 현실의 모순과 인간의 실존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강력한 예술적 매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걸작으로 남아 있다. --- p.247~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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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오페라는 모든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는 이탈리아식 오페라이다. 그런데 오페라 중에는 노래와 노래 사이에 일상의 언어를 삽입하여 극의 줄거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비중을 두는, 마치 현대의 뮤지컬과 비슷한 형식으로 공연되는 것들도 있다. 17세기 프랑스에서 태어난 독창적인 가극인 오페라 코미크가 바로 그런 오페라이다.
오페라 코미크라고 하면 코믹한 오페라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코미크란 단순히 희극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코미크는 당대의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과 사랑 그리고 사회적 해학을 내포한 극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스운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절절한 사랑, 날카로운 풍자,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 때로는 비극적인 결말로 막이 내리기도 한다. 오페라 코미크는 당시 프랑스인들의 시대정신이 가장 생생하게 반영된 장르였다. 17세기 프랑스, 코메디 프랑세즈의 독점과 제약을 뚫고 장터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새로운 가극이 가장 독창적인 장르로 평가받으며 현대에까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페라 장르로 발전했다. 이 책은 오페라 코미크의 역사로부터, 퓌즐리에와 파바르 등 오페라 코미크를 개척하고 정착시킨 대본 작가들과 오펜바흐, 비제, 마스네 등 오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곡가들, 오페라 코미크의 대표적 작품들과 극장에 이르기까지 오페라 코미크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책머리에’ 중에서 오페라 코미크라는 명칭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은 대개 이를 코믹한 오페라 혹은 희가극으로 해석하며 가벼운 소극(笑劇)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서 코미크는 단순히 희극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고귀한 신들이나 왕족의 비극적 죽음을 다루던 장중한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과 사랑 그리고 사회적 해학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오페라 코미크 안에는 배꼽을 잡는 희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가슴 저린 서정적 드라마가,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가, 때로는 비극적인 결말이,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담이 펼쳐진다. 말하자면 오페라 코미크는 18세기와 19세기 프랑스인들이 사랑했던 노래, 대사, 연기가 결합된 복합 양식의 대중적 무대예술이었으며 당대 프랑스인의 시대정신과 유머 감각이 가장 생생하게 반영된 장르였다. (중략) 오랫동안 파리 문화의 심장부로 자리해 온 오페라 코미크 극장은 장르의 기원부터 현대적 혁신을 아우르는 프랑스 오페라의 독보적인 예술적 자산의 보고이다. 이곳은 부아엘디외와 그레트리 같은 작곡가들의 고전을 통해 프랑스 오페라의 정수를 지켜왔으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비제의 〈카르멘〉, 마스네의 〈마농〉 그리고 근대 오페라의 정점인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같은 레퍼토리를 탄생시킨 영광의 무대이다. 오페라 코미크는 빠르게 퍼져나가 유럽 전역의 극장에서 환영받았고 유럽 각국의 작곡가들과 대본 작가들 역시 이제껏 프랑스적인 양식으로만 여기던 이 장르에 도전하였다. 오늘날 오페라 코미크 극장은 단순히 과거의 작품을 재연하는 박제된 공간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의 창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시대의 갈등과 인간의 실존을 노래하는 살아 있는 창작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풍부한 고전 레퍼토리라는 단단한 토양 위에서 오페라 코미크 극장은 젊은 인재들을 육성하며 새로운 소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중략) 이 책은 지난 3세기에 걸쳐 프랑스 음악극의 독창적 정체성을 구축해 온 오페라 코미크의 다층적인 면모를 소개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소박한 장터 무대에서 출발하여 범유럽적인 예술 양식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유구한 역사, 말과 노래가 교차하며 빚어내는 특유의 형식미와 음악적 특징, 예술가들의 열정이 꽃피웠던 공간인 오페라 코미크 극장의 변천사, 특히 음악적 선율로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곡가들은 물론, 오페라 코미크의 성패를 좌우했던 대본 작가들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던 주요 레퍼토리 16편을 선정하여 극적, 음악적 분석을 곁들여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이 장르가 낳은 가장 중요한 성공작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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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의 글’ 중에서
오페라 코미크는 음악사뿐만 아니라 프랑스 연극사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장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1680년 루이 14세가 ‘코메디 프랑세즈’를 창립하며 연극 공연의 독점권을 부여하자, 코메디 이탈리엔을 제외한 다른 극단들은 무대 위에서 대사를 일절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극단들은 일 년에 두 번, 생제르맹과 생로랑에서 열리는 파리의 정기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연을 이어 나갔습니다. 코메디 프랑세즈의 삼엄한 법적 감시 속에서도 이들은 가짜 독백을 활용한 기발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관객들이 대사 대신 글귀를 보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게시문 극’을 발명해 내기도 했는데, 이는 오늘날 노래방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이었습니다. 이후 장터 극단의 일부 예술가들은 오페라 극장과 재정적 협상을 벌여 성악가, 무용수, 연주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권리를 획득했습니다. 이들은 대중에게 친숙한 유행가인 보드빌 선율에 맞춰 대사를 노래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이 바로 ‘오페라 코미크’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하나의 예술 형식이 어떻게 ‘제약’ 속에서 피어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오페라 코미크는 창조적 저항의 결실이자, 수많은 제약 속에서 오히려 더 뜨겁게 피어난 창의성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이후 18세기를 거치며 유럽 가극 무대에서 가장 독창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은 오페라 코미크는 당대 계몽주의 철학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볼테르는 이를 다소 얕잡아 보았지만, 디드로는 그 미학적·극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오페라 코미크 구상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18세기 초 프랑스 장터 극장들과 오페라 코미크의 탄생을 연구해 왔습니다. 관련 아카이브를 탐색하고 작품과 예술가들을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연구자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일에 힘써왔습니다. 그 결실로 1999년 낭트 대학교에 ‘장터 극장들과 코메디 이탈리엔 연구 센터’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센터는 필사본 편집, 데이터베이스 구축, 음악과 무대의 연계 작업(예를 들어, 오페라 코미크 형식의 패러디 오페라 300편의 텍스트와 2,000개의 오디오 파일을 모아둔 theaville.org 사이트 운영 등)을 담당하며, 오페라 코미크의 현대적 재현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어온 이러한 연구들이 오늘날 한국에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게 되어 개인적으로 크나큰 기쁨을 느낍니다. 낯선 이국의 문화를 발견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받는 일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진정한 ‘만남’을 의미합니다. 모든 문화는 저마다의 감수성, 전통, 그리고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건너온 작품들을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저는 한국의 독자들이 오페라 코미크를 통해 프랑스 문화 고유의 독특한 표현 양식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개인의 열망, 사회적 갈등, 그리고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인간의 감정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들을 깊이 공감해 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저서의 출간은 프랑스와 한국이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지난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양국은 매우 풍요로운 지적, 예술적, 과학적 교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의 바탕에는 언제나 ‘상호 이해’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개방과 상호 이해라는 양국 교류의 흐름에 완벽히 부합하는 결실입니다. 이 책은 프랑스 문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을 한국에 소개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며, 이와 동시에 양국 기관 간의 연구, 교육, 그리고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입니다. - 프랑수아즈 뤼블랭 (낭트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