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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보건의료를 경제학으로 사유하다
들어가며 제1부 수요 1장 의료보험의 역할은 무엇인가? 2장 의료보험은 브로콜리가 아니다 3장 공짜 진료라고 공짜는 아니다: 무보험자의 의료비는 누가 지불하는가? 4장 도덕적 해이 5장 행동경제학 제2부 공급 6장 의사는 얼마나 받아야 하는가? 7장 의사와 병원도 (다른 모두처럼) 경제적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8장 의료비 지불제도 개혁 9장 수평 합병 10장 수직 통합 11장 의료의 질 12장 의약품 제3부 건강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13장 전염 14장 건강 기울기 15장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적 요인 결론 감사의 말 주석 색인 |
Tal Gross
Matthew J. Notowidi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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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어부들이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돌고래까지 죽게 한다는 사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참치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에 돌고래가 걸려 죽었던 것이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다른 동물이 함께 잡히는 일을 전문 용어로 ‘혼획(bycatch)’이라고 한다. 1990년대에 들어 당국은 돌고래가 혼획되어 죽는 일을 막으려 했다. 미국은 ‘돌고래는 안전해요(Dolphin Safe)’라는 라벨을 붙여, 참치를 잡는 과정에서 돌고래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다시 말해, 우리는 참치는 잡되 돌고래는 안전하게 놓아두려고 한다. 의료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다. 불필요한 의료 지출은 줄이되 꼭 필요한 의료는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 산업에서는 기존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려 하면서도 제약회사가 계속 신약을 개발해 내놓기를 바란다. 다른 사례도 있다. 우수한 병원에는 보상을 제공하면서도 의료의 질이 낮은 병원은 서비스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싶어 한다. 모두 돌고래와 참치 문제다. 나쁜 의료는 막되, 즉 참치는 잡되 좋은 의료는 제한하지 않으려 한다.
---pp.10~11 의료보험이 생명을 구한다는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 경제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줄어든다. 채권추심업자가 예고 없이 찾아와 당신의 혼다 시빅을 압류해 갈 일도 줄어든다. 새 차를 살 때도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은 신용도가 높아 딜러에게 고금리 대출을 권유받을 가능성이 적다. 의료보험이 있으면 의료 서비스도 더 많이 이용한다. 든든한 보험이 있으니 의사를 더 자주 찾아가게 된다. 등에 생긴 점이 왠지 찜찜할 때, 계단을 조금 뛰어올랐을 뿐인데 갑자기 숨이 가빠 이상하다고 느낄 때, 한밤중에 거대한 트럭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깼을 때 의료보험이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pp.42~43 다시 말해 의료보험 시장에서 역선택이 문제가 된다는 점을 깨닫고 나면 정부 규제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째, 규제 기관은 개인 의료보험 시장이 붕괴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 의무가입 조항과 보조금으로 건강한 가입자가 계속 보험에 남도록 유도한다. 둘째, 규제 기관은 보험사가 어떤 치료비를 보장해야 하는지 지시해야 한다. 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저렴하지만 보장에는 인색한 상품을 내놓으며 건강한 가입자에게서 단물만 빼먹는 우량고객 선별 전략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여러 상품의 우량고객 선별을 감독하지 않으면 결국 보장 범위가 넓은 보험 상품은 사라질 것이다. ---p.64 분명히 말해 두지만, 보장성이 큰 보험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1장에서 설명했듯이 보험의 보장성이 크면 소비자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위험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사람들을 보호하려면 의료보험의 보장성이 커야 하지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보장성이 너무 커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의료보험의 보장성, 즉 소비자가 부담하는 의료비를 결정할 때는 이 두 가지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pp.98~99 경제학자는 사람의 행동을 두 가지 모델로 설명한다. 먼저 합리적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사람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행동한다. 노후를 위해 저축하지 않는다면 젊을 때 돈을 펑펑 쓰고 싶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행동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모델에서는 여러 ‘행동 편향’ 때문에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노후를 대비해 저축하지 않는 것도 일종의 편향 때문일 수 있다. 소비를 통제하지 못하거나(‘자기 통제 문제’), 지금 소비했을 때 미래에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현재 편향’)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많이 하거나 적게 하는 행동이 실제 선호와 일치하지 않는다. ---p.12 몇 해 전 캐나다 정책 입안자들은 일반의에게 진료비를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를 고민했다. 그때까지는 행위별수가제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했다. 의사가 제공한 1차 의료 서비스마다 진료비를 지급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정책 입안자는 캐나다 일반의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번다고 우려하며, 의사들이 돈을 덜 받아도 기꺼이 같은 수의 환자를 돌볼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이들은 진료비 지급 방식을 바꾸었다. 일반의가 한 해 동안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진료비 총액에 한도를 정한 것이다. 의사의 수입이 한도에 이르면 환자를 계속 진료할 수는 있어도 이전과 같은 금액을 지급받지는 못했다. 수입이 한도에 도달하면 진료비지급액을 기존의 25퍼센트 수준으로 낮췄다. 사실상 진료 한 건당 지급액이 75퍼센트 삭감된 셈이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캐나다 의사 수천 명이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 것이다. 의사들은 12월 초까지 몇 주 동안 마이애미 해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연구진은 정책 변경 이후 의사들의 휴가 사용이 70퍼센트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Boutin 1980). ---pp.201~202 완전한 자유 시장에서는 신약을 개발해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없다. 누군가 신약을 개발하자마자 경쟁자들이 달려들어 같은 약을 헐값에 팔 것이다.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똑같은 약을 만들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면 애초에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는데 누가10억 달러나 투자하겠는가? 여기서 핵심 문제는 신약 R&D가 ‘공공재(public good)’라는 점이다. 등대를 떠올려 보면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 무선 신호도 인공위성도 없던 시절, 선장들은 배가 암초에 부딪히지 않기를 바라며 키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레이더도, 야간 투시 장비도, GPS도 없으니 배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알 길이 거의 없었다. 한 번만 충돌해도 배가 뒤집히고 신대륙에서 실어 온 럼주는 바다에 쏟아져 버릴 것이다. 그 시절 유일한 해결책은 등대였다. 등대는 밤마다 배를 항구로 인도하고 암초에 부딪히지 않도록 도왔다. 하지만 선장 한 명이 혼자 등대를 세울 수는 없다. 이론적으로 몇몇 선장이 돈을 갹출해 등대를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등대를 세우고 나면 돈을 내지 않은 다른 선장이 등대를 이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 이런 재화를 ‘비(非)배제적(nonexcludable)’ 재화라고 한다. 내가 돈을 내서 세운 등대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pp.299~300 의료의 많은 부분은 결국 트레이드오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약가를 낮출 수는 있지만, 그러면 개발되는 신약이 줄어든다. 의사의 임금을 낮춰 비용을 조금 절약할 수는 있지만, 의사의 인건비는 전체 의료비에서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그렇게 하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행위별수가제에서 가치기반 지불 방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유인 수요 문제가 우량고객 선별이나 서비스 절약 문제로 모습만 바뀔 뿐이다(8장 참고). 모두 이런 식이다. 우리의 주장의 요점은 이처럼 정책을 바꾸는 일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정책을 바꿀 때는 트레이드오프가 따른다는 말이다. 의료에는 공짜가 없다.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돌고래와 참치 딜레마를 기억하자. 돌고래 몇 마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참치를 잡을 방법은 없다. 의료 부문은 상당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오바마케어는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이루어질 개혁도 그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의료에는 어려운 문제가 뒤섞여 있으며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 ---p.3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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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의료를 움직이는 선택에는 경제의 원리가 작동한다
보험에 가입하면 의료 이용은 어떻게 달라질까?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바뀌면 의사와 병원의 행동도 달라질까? 병원의 합병은 의료비와 의료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약값을 낮추면서도 신약 개발을 이어갈 수 있을까? 『건강경제학』은 우리가 의료를 이야기할 때 자주 마주하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의료는 일반적인 시장과 다르다. 환자는 자신에게 어떤 의료가 필요한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의료비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험사나 정부 등 제삼자가 함께 부담한다. 의사와 병원 역시 어떤 방식으로 보상받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경제적 인센티브에 놓인다. 저자들은 의료보험과 도덕적 해이, 행동경제학을 통해 의료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살펴보고, 의사의 보상과 의료비 지불제도, 병원의 합병과 통합, 의료의 질과 의약품을 통해 의료를 공급하는 쪽의 선택과 구조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건강은 의료서비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 책은 논의를 전염과 건강 기울기,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적 요인으로 넓히며 소득과 교육을 비롯한 사회적 조건과 건강의 관계를 살펴본다. 결국 보건경제학이 다루는 것은 단순히 ‘의료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아니다. 한정된 자원과 여러 제도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고, 그 결과가 의료와 건강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주장이 아닌 실증적 근거로 의료를 바라보다 『건강경제학』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정책과 제도가 실제로 가져온 변화다. 랜드 의료보험 실험과 오리건 메디케이드 추첨 실험을 비롯해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와 데이터를 통해 보험, 비용 부담, 보상체계와 여러 정책이 사람들의 행동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한다. 어떤 제도가 좋아 보이는지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결과를 어떻게 확인하고 인과관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보여 주는 것이다. 저자들이 책에서 제시하는 ‘돌고래와 참치’의 비유는 보건의료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불필요한 의료비는 줄이되 필요한 진료는 지켜야 하고, 약값 부담은 낮추면서도 신약 개발의 동력은 유지해야 한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책이 가져올 여러 효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 『건강경제학』은 바로 그 복잡한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이 무엇을 묻고, 어떤 근거를 살피는지를 쉽고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미국 의료제도와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 책이 보여 주는 사고방식은 특정 국가의 제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의료보험부터 의사와 병원, 의약품, 그리고 건강을 결정하는 사회적 요인까지. 의료와 건강을 움직이는 선택과 제도의 원리를 경제학으로 읽는 법, 그것이 『건강경제학』이 독자에게 건네는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