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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카인
작가 연보 작품 해설 각자도생 사회에서 살아남기 · 김민하 옮긴이 후기 편집 후기 |
Karin Bo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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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옥상 테라스들 너머로, 10분이면 이 도시를 하늘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는, 바위빛 회색과 초원빛 초록의 둘둘 말린 방수포들 너머로, 나는 여가용 제복 차림으로 귀가하는 동료 군인들의 우글거리는 무리 전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이들 모두 나와 같은 꿈을, 그러니까 위로 향하는 길에 대한 꿈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린다, 나는 당신에게 해를 입혔어.” 그녀는 작고 떨리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나를 통조림 깡통처럼 뜯어서 열어버렸어, 강제로.” “내 입술은 존재하지 않았고 말해질 수 없었던 단어들과 씨름했다. 나는 가고 싶었고, 행동하고 싶었고, 모든 걸 부수고 모든 걸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더 이상 나에게는 아무런 세계도 없었고, 머물 곳도 없었다. 린다와 나 사이에는 굳건한 유대 외에는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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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을 비롯한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경고
1940년은 제2차 세계대전의 두 번째 해였고 미래는 불확실한 시기였다. 유럽적 가치관은 붕괴하고 있었으며, 전체주의가 점점 더 많은 추종자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1940년 4월 9일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독일군의 침공을 받은 뒤, 나치즘의 부상을 체감하며 독일이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중립국 스웨덴 전역에 만연했다. 당시 보이에는 베를린에 체류하다가 게슈타포의 감시와 나치 집회의 선동을 몸소 겪었고 이보다 이른 1928년에 떠난 소비에트 견학에서는 관료주의와 자유의 부재를 목격하기도 했다. 카린 보이에는 유럽의 미래를 위협하는 어두운 세력을 철저히 염두에 두고 『칼로카인』을 써나갔다. T. S.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를 스웨덴어로 번역한 걸로 알려진, 소설가보다 스웨덴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유명한 카린 보이에가 디스토피아 소설을 쓰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이 소설은 굉장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만큼 소설이 쓰인 시대적 상황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칼로카인』의 무대가 되는 세계국가는 민주주의가 근절되고 전체주의가 아무런 제약 없이 지배하는 세계로,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연방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이를 의식하듯 카린 보이에는 이 소설을 “민주주의를 위한 일격”이라 표현했다. 이데올로기보다 인간관계와 내면에 집중한 디스토피아 소설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에서 디스토피아 소설은 하나의 문학 장르로 자리 잡았다. 선례로는 쥘 베른의 『20세기 파리』나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 우화, H. G. 웰스의 미래적 판타지들이 있으나, 이 장르가 오늘날의 형태로 등장한 것은 1924년 예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이 영어로 번역된 이후이다. 『칼로카인』은 시기적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와 조지 오웰의 『1984』(1949) 사이에 위치한다. 특히 『칼로카인』은 훨씬 뒤에 발표된 조지 오웰의 『1984』와 자주 비교되는데 두 작품 모두 국가가 개인의 내면과 사상까지 통제하려는 전체주의 사회를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품은 많은 대목에서 유사점이 발견되지만 차이점 또한 확실하다. 조지 오웰의 『1984』는 거대한 정치, 사회적 기구와 구조적 공포를 거칠고 극적으로 묘사해낸다. 반면 카린 보이에는 한 남자의 정신, 과학적인 정신 그리고 어쩌면 정치적으로 순진한 정신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국가라는 환각적인 공포 속에서 보낸 과거의 삶을 그려낸다. 『칼로카인』은 이데올로기나 경찰의 폭력보다 인간 내면의 친밀함, 부부 사이의 의심, 그리고 자아의 마지막 안식처마저 빼앗기는 심리적 공포를 더 서정적이고 밀도 있게 다룬다. 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디스토피아 약, 칼로카인 “보이에가 당대에 겪은 경험으로 구성된 『칼로카인』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세계의 필연적 산물인 ‘칼로카인’이다. 작중의 칼로카인은 처벌의 근거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의 내면을 고백하게 만드는, 일종의 자백제로 개발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체제에 의해 억압되거나 가려져 있는 요소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 독재 권력은 진실을 털어놓을 것을 강요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막기도 한다. 칼로카인을 만들고자 한 이들의 의도는 전자를 관철하는 거였지만, 실제 나타난 것은 후자를 거슬러 진실을 폭로하는 효과였다.” ―시사평론가 김민하의 「작품 해설」에서 이 소설의 진정한 독창성은 ‘칼로카인’이라는 장치의 양가성에 있다. 최악의 위협, 그러니까 세계국가의 경찰 기구가 칼로카인을 사용해 모든 사회 구성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동시에 가장 놀라운 구원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솔직해질 수 있다면 아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인 셈이다. 칼로카인이 투여된 피험자들이 두려움, 국가에 대한 의심, 꿈, 공동체와 사랑에 대한 갈망 등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을 드러내도록 강요당하자, 실험자들은 자신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금지된 감정과 성찰을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첫 번째 피험자가 마침내 약물의 힘으로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며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것을 꿰뚫어 보게 되었을 때 기쁨과 해방감에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이를 압축한다. 연대를 상상하고 희망하기 “이 소설이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읽히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전체주의에 대한 정치적 경고이면서 정신분석의 알레고리이고, 억압된 사랑의 고백이며, 페미니즘적 생명 사상의 선언이자 두려움이라는 감정 자체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칼로카인』은 꿈결 같으면서도 기괴한 우화처럼 보이지만 삶에 대한 희망과 긍정을 잊지 않는다. 보이에가 세운 세계국가는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과 정반대에 서 있다. 공동체, 창조하고 치유하는 생명의 흐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 갈 개인의 자유, 돌봄과 진실에 대한 의무를 부정함으로써 소설은 역설적으로 그것들을 가장 선명하게 증명해낸다. 주인공 레오 칼에게서 칼로카인을 강제로 투여당한 아내 린다는 칼이 자신을 “통조림 깡통처럼 강제로 뜯어서 열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린다는 드디어 솔직한 감정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칼로카인은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만들었고, 새롭게 발견한 친밀감은 타인과의 교감으로 확장된다. 비로소 세계국가의 구속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다른 세상을 건설할 힘이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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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그리고 물론 『1984』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요한 디스토피아 소설.”
- 오웰 학회 “디스토피아 소설을 새롭게 그려낸 여성 작가.” - 『뉴요커』 “중요하고 오래도록 남을 예술 작품” - 칼 랑나르 이에로브 연극 연출가, 작가 “카린 보이에는 긴장감이 넘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시적 상징을 끌어들인다. 세계국가의 콘크리트 땅 밑에는 보이에의 서정성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 리처드 볼스 작가 “관계야말로 『칼로카인』의 진정한 핵심이다. 친밀함이 우리를 어떻게 빚어내는지, 차이의 존재가 어떻게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주고받은 것이 강제로 빼앗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미국 공영 라디오 NP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