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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해석의 변곡점과 완서학의 현재
1부 전쟁경험과 기억 서사 ‘해석’의 역사 전쟁경험과 소설, 기억 서사의 변주와 해석의 계보 (이선미)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먹는 인간’의 의미 (신샛별) 한국전쟁과 신원 증명 장치의 기원 (차미령) 박완서의 1980년대 (이혜령) 박완서 문학의 세대론적 특성과 의미 (김영미) 2부 여성서사와 젠더 지리의 정치학 여성서사의 원천과 정치성에 관한 해석의 지도 (권영빈) ‘문밖의식’으로 바라본 도시화 (송은영) 젠더화된 전쟁과 여성의 흔적 찾기 (김은하) 여성 경제 주체의 욕망과 여성 가장 되기의 (불)가능성 (오자은) ‘여성’의 사회적 해석과 1976년의 박완서 소설 (이선미) 정동적 테크네의 리지스터로서 박완서 문학과 완서학의 미래 (권명아) 3부 ‘지금-여기’의 노년과 말년성의 미학 최근 말년성 담론의 수용과 박완서 문학의 적용 (불)가능성 (김영미) 노년 신체의 잠재성과 가능성 (김윤정) 상생과 불협화음의 경계에 선 말년성(lateness) (우현주) 부록 1 두 박완서, 제도와 젠더 혹은 디지털 작가 연구의 시좌 (최진석·최새흰·김병준·허예슬·최주찬·황호덕) 부록 2 내가 만난 박완서 선생 (장미영) 참고문헌 저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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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0-31
국군의 가족인 큰아버지 댁과 젊은 아들이 둘이나 있는 주인공의 가족들은 인민군 치하에서 발각되지 않고 살아남아야 했으며, 널따란 고가의 가옥구조를 활용하여 낡고 비좁아서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에 이 남자들을 숨긴 채, 인민군 점령기의 살벌한 생활을 버텨간다. 결국 인천상륙작전 당시의 공중폭격이 극성하던 시기에 이 고가의 행랑채는 폭격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날아가 버리고, 그 속에 숨어 있던 오빠들이 졸지에 비명횡사한다. 폭격으로 갈가리 찢긴 죽음의 현장을 목도한 어머니와 딸은 이 폭격에 의한 죽음을 통해서 전쟁을 경험하고, 전쟁의 상처와 피해를 ‘회복’해야 하는 ‘전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폭력의 피해자로서 살아남는다. “폭음”으로 각인된 청각, “하얀 이불호청 위에 흩뿌려진 핏빛”으로 각인된 시각 등은 몸의 감각으로 전쟁을 기억하는 트라우마로 남고, 감각적 기억으로 각인된 전쟁의 경험은 과거로 제한되지 않는 현재형의 삶의 문제로 표현된다. 박완서의 첫 소설 『나목』은 전쟁의 상처로 남아 있는 감각기억에서 시작되며, 그 감각의 의미를 탐색하는 소설이다. _이선미, 「전쟁경험과 소설, 기억 서사의 변주와 해석의 계보」 p.159 혈연이 아닌 것으로 제시된 운동권 아들. 게다가 알 수 없는 불온한 움직임이 아른거리는 의붓아들의 공간으로서의 지하와 그 상부에 위치한 진짜 가족들끼리의 집. 이것은 실제 집의 구조라기보다 “80년대” 변혁운동의 직간접적 경험에 대한 환유이자 알레고리일 것이다. 1980년대 변혁운동은 군부독재의 퇴진을 의미하는 민주화운동만이 아니라 사회혁명으로까지 그 지향과 의미가 고양되어 있었으며, 광범한 계급 대중운동의 분출이라는 압도적 현실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한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거대한 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중산층 여성”을 중심에 놓은 박완서의 문학적 상상력은 거대한 전환이 곧 혈연적 가족 아닌 자들에게도 재산을 나눠주고 함께 거주해야 하는 소유권과 관련된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것은 중산층의 계급적 불안을 반영한다기보다는 권리의 주체인 근대 주체는 곧 소유적인 개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분배적 정의의 문제는 이 소유적 개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소유권을 두고 어떤 사회적 성찰과 정치적 상상력을 전개하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문제임을 드러낸다. _이혜령, 「박완서의 1980년대」 p.229-230 이 소설에서 ‘여성’에게 배정된 타자성의 실체와 배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공간적 이미지는 춘희가 낙태술의 현장에 나를 보호자로 데리고 가 수술 과정을 직접 확인해달라는 괴상한 장면에서 포착된다. 수술대 위에 드러난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신비롭지도 않”은, “짐승의 상처처럼 다만 검붉고 처참”한 여성의 성기는 나로 하여금 처녀막으로 환원되는 신성한 여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자각하게 한다. 그것은 여성에게 강요되는 정조 관념과 결혼 제도가 만들어낸 환상의 탈신비화를 동반한다. 춘희의 성기로서 나의 성기를 되비치고 춘희 또한 나를 통해 자신의 성기를 들여다보는 시선의 교차 속에서, 여성의 몸은 이들 각자의 것이 아닌 강력한 젠더이데올로기가 체현된 공간으로 부상한다. 앞서 김은하의 연구가 말한 것처럼 박완서가 만년에 탐색했던 ‘양공주’는 민족의 수치심이라는 감산적 경험을 떠안은 채 수혜국의 경제와 가족 부양에 바쳐진 부조리한 몸이다. 전쟁이 생산한 이들 몸을 성애화된 몸 또는 훼손된 몸으로서가 아니라 양공주 춘희와 가부장제에 순치된 나를 직접 마주 세워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적 성격을 통해 형상화하는 이 장면은, 생물학적으로는 같은 모습과기능의 성기에서 권력을 둘러싼 서로 다른 젠더의 지리가 분화하는 순간을 조명하고 있다. _권영빈, 「여성서사의 원천과 정치성에 관한 해석의 지도」 p.404-405 한국의 여성문학은 문학관, 기념관, 교과서에 박제화되어 현실의 절박한 페미니즘 텍스트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여성 문학 자체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학문적 실천과 대중적 요구 사이의 낙차나 학문적 결과물이 유통되거나 ‘고립’되는 경로 등 다양한 요인이 결부되어 있다. 무엇보다 한국 페미니즘 문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지속가능성과 재생산 기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한국 여성 문학에 대한 학문적 실천의 역사를 이어 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글에서 애도 네트워크와 반기념의 저항 정치를 논하려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어쓰기와 지속가능한 재생산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관련이 깊다. 생존담의 역사를 이어 쓰는 새로운 이론과 실천을 만들 필요가 있다. _권명아, 「정동적 테크네의 리지스터로서 박완서 문학과 완서학의 미래」 p.501 ‘소아마비’가 몸의 불구성의 결과라면, 「어떤 나들이」(1971)의 화자는 마음의 불구성으로 인해 알코올 중독자가 된 인물이다. 사적 공간인 가정에 갇힌 화자는 주변의 시선에 의해 경제적, 물리적 부족함이 없는 상태로 치부된다. 그녀를 제외한 남편과 아이들은 회사와 학교라는 외부 공간을 오가고 그들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 가족의 무관심과 “팔자 좋은 년”이라는 빈핍의식 속에서 화자의 유일한 출구는 술과 외출이다. 술에 취한 그녀는 도시의 산책자로 방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열한 평의 틀에 부어진 채 싸늘하게 굳어버린 쇠붙이”로 자신을 자각하기에 절망적이다. 70년대 개발 위주의 시대에 사적 공간에 폐칩된 여성은 가족,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채 알코올에 의지하여 자신을 발산하려 하지만 고정된 회로처럼 가정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_우현주, 「상생과 불협화음의 경계에 선 말년성(latenes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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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기억에서 젠더와 노년의 문제까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다시 읽는 박완서 1부 「전쟁경험과 기억 서사 ‘해석’의 역사」에서는 박완서 문학을 관통하는 전쟁경험과 기억 서사가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지를 살핀다. 초기 연구가 전쟁의 경험과 기억을 역사적 사실이나 증언의 차원에서 읽었다면, 2010년대 이후의 연구는 전쟁경험이 한국 사회의 근대성과 냉전 의식, 생존 방식과 어떤 구조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먹는 인간’, ‘신원 증명 장치’, 사회주의자와 운동권 청년 등의 형상을 통해 박완서 문학 속 전쟁의 기억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 한국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구조를 형성한 기원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 「여성서사와 젠더 지리의 정치학」에서는 박완서 문학의 핵심적인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인 ‘젠더’를 새롭게 들여다본다. 여성의 신체와 공간, 도시화, 전쟁의 젠더화, 여성 경제 주체, 중산층 가족과 자본주의, 여성 독자와 여성문학의 관계 등을 다룬 연구를 통해 박완서 문학이 여성의 현실을 얼마나 복합적으로 포착해 왔는지를 살핀다. 특히 페미니즘 인식론을 바탕으로 작가와 작품, 독자와 사회가 맺는 관계를 살피면서 박완서 문학이 오늘날의 여성 문제와 소수자, 생존과 폭력의 문제를 어떻게 사유하게 하는지 조명한다. 과거에 머물지 않는 문학, 새로운 ‘완서학’을 향하여 3부 「‘지금-여기’의 노년과 말년성의 미학」은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부상한 ‘노년’과 ‘말년성’ 담론을 다룬다. 박완서 문학 속 노년을 쇠퇴와 소멸의 이미지에 가두지 않고 변화와 자기 갱신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는 한편, 화해와 성숙으로만 설명되어 온 후기 작품을 불화와 비타협, 긴장과 모순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다. 동시에 ‘말년성’이라는 개념이 박완서 문학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와 긴장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고령화 사회와 돌봄, 취약성의 문제가 중요해지는 오늘날, 박완서 문학 속 노년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한 부록에서는 박완서 문학 연구의 흐름을 데이터로 분석하여 한국문학 연구장에서 박완서 문학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존재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 아울러 박완서 구술채록 작업에 다 담지 못한 작가의 진솔한 모습을 기록자의 시선으로 전달하여 자료적 가치를 더하는 글도 함께 실린다. 최근 타계 15주기를 전후로 대표작의 재출간과 아카이브 구축이 이어지고 있으며, 새로운 사회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완서학의 정동들』은 박완서 문학을 ‘과거의 작품’으로 규정하는 대신 전쟁과 기억, 젠더와 여성, 노년과 말년이라는 현재의 문제를 통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문학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박완서 문학을 읽어온 연구자들의 시선과 그 시선이 만들어낸 지식의 변화까지 함께 살피며, 앞으로의 ‘완서학’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 질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