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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소녀들의 유랑극단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들풀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다.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이야기꾼이 되었고, 이후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 『아름다운 수탉』,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가 중학교 국어와 도덕 교과서에,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동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시간여행 가이드,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들풀과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다. 199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단편소설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를 발표하면서 이야기꾼이 되었고, 이후 일반문학과 아동, 청소년문학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 『아름다운 수탉』, 『새박사 원병오 이야기』가 중학교 국어와 도덕 교과서에,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으며 동화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가 고1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시간 전달자』, 『신호모데우스전』, 『첫사랑 ing』, 『난 멍 때릴 때가 가장 행복해』, 『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위험한 호랑이책』,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 시리즈, 『소년의 식물기』, 『1점 때문에』, 『서울 사는 외계인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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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0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120*188*30mm
ISBN13
9788932045818

책 속으로

황보선무는 자기 목소리가 무사히 살아서 나오는지 몰랐다. 그저 사력을 다해 소리를 토해낼 뿐이다. 출또야, 출또야, 하는 대목에서는 목이 찢어지는 고통이 온몸을 흔들었다. 그럴수록 목에 더 힘을 몰아갔다. 찢어져도 좋아. 갈라져도 좋아. 다시 소리를 못 해도 좋아.
--- p.95

선생님,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엄마처럼 여자라서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다고요? 단지 여자라서, 남자가 아니라서, 제가 하고픈 것을 포기할 순 없잖아요?
--- p.132

나라 잃은 설움을 먹고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해방의 기쁨에 취해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유명한 국극 배우가 되어 있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잠시 더듬거리다 보니, 전쟁의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 p.227

언니, 그리고 국극은 이제 끝났어. 국악원 직속 국립해동국극단이 올린 국극도 모두 실패했잖아? 이제 방법이 없어. 지금 젊은 국극 배우들은 다 영화 쪽으로 가고 있어. 이쪽이랑 대우가 달라. 차원이 다르다고!
--- pp. 335~336

천막만 치면 우리는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극장주입니다. 극장주랑 서로 돈을 깎자고 다툴 필요도 없고요. 이것이 원래 광대들의 세상입니다. 우리는 이 천막 극장을 등에 지고 날마다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닙니다. --- p.372

출판사 리뷰

“소리는 훔칠 수 없다.
무조건 자기 안에다 소리의 씨앗을 심어 키워야 하지.
광대들은 자기만의 숲, 소리의 숲을 가지고 있어”


정월대보름 밤, 세 소녀가 ‘조선성악연구회’ 기악실에 모인다. 가야금 명인 아버지와 소리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초정’, 음악을 사랑하는 부유한 양반가에서 태어난 ‘노수월’, 빚에 허덕이는 집안에서 태어난 ‘황보선무’. 집안 배경도, 성격도 다른 세 소녀는 소리를 잘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똘똘 뭉친다. 그들은 서로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경쟁자가 되어주며 ‘양서답’ ‘천국수’ 등 여러 거장의 가르침 아래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락과 창법, 즉 ‘더늠’을 만들어간다.

이내 세 사람은 저마다의 모양으로 가지를 뻗기 시작한다. 명창대회에 참가하여 화려하게 데뷔하는가 하면,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에게 전통음악을 가르치기도 한다. 풋풋했던 사랑 역시도 조금씩 무르익어간다. 인기 연극의 연출가와 약혼하기도 하고, 물밀듯 쇄도하는 맞선 자리에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아가기도 하며, 오랜 동네 친구와 영원을 약속하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를 꾸려가며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었던 시간도 잠시, 세 소녀는 시대가 만든 소용돌이 속에 속절없이 휘말리고 만다. 한국 전쟁과 더불어 본격적인 여성국극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여성국극 이면에 숨겨진 치열한 배역 싸움, 배신과 이별······ 세 소녀의 우정에는 조금씩 금이 가고, 소리에 대한 열망 역시 조금씩 궤를 달리하기 시작한다. 판소리를 계속할 것인가, 레코드사와 계약해 가수가 될 것인가. 국극 배우로 남을 것인가, 영화배우로 전향할 것인가. 남쪽에 남을 것인가, 북쪽으로 떠날 것인가. 우거져가는 세 소녀의 숲엔 과연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리광대들에게 배운다는 것은, 물려받는 것이다”
시대를 넘어 전해진 선배 예술가의 목소리


판소리는 스승으로부터 단순히 음악적 기술을 전수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가 소리로 빚어낸 모든 시간을 조목조목 내림받는다. 소리, 눈빛, 몸짓 등을 고루 익히며 스승의 사고와 감정까지도 물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승과 같은 길을 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한초정은 위기의 순간마다 스승의 목소리를 떠올리지만, 그것을 징검다리 삼아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만든다. 천국수에게 배운 판소리로 인민군과의 대치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나가는 한편, 여성이 남성 배역까지 소화하는 건 필연적으로 어색할 수밖에 없으니 혼성 극단에 들어오라는 그의 권유에는 단호히 거절 의사를 표하며 새로운 여성국극단을 만든다. 북으로 가기로 결심한 양서답 역시 사제관계를 들킨다면 해를 입을 수 있으니 자신을 잊으라고 말하지만, 한초정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를 당당히 언급한다. 어려운 한자 사설을 우리말로 바꾸고, 새로운 무대 장치를 도입하는 등 전통을 지키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를 서슴지 않는 한초정은 ‘소리’를 사랑하는 우직한 믿음 하나로 시대의 차별과 관습, 이념으로 가로막힌 벽을 묵묵히 뚫어나간다.

이렇듯 『소녀들의 유랑극단』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의 소리를 지켜낸다. 누군가는 ‘성공’으로 또 누군가는 ‘사랑’으로. 모든 인생이 그러하듯, 소설 속에는 완전히 틀린 선택도, 그렇다고 마냥 아름답기만 한 선택도 없다. 오로지 삶에 대한 오롯한 진심만이 듬성듬성 심겨 있을 뿐이다. 변화무쌍한 일상을 헤쳐나가는 오늘의 우리도 작품 속 웅덩이진 진심 앞에 잠깐 멈춰 자신의 오롯한 진심을 비추어볼 수 있길, 나아가 저마다의 ‘소리’를 지켜나갈 힘을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 작가의 말

이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7, 8년 전입니다. 광대 기질을 타고난 큰고모부의 장례식에서 돌아오던 날,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분이 할머니의 상여 위에서 상여꾼들을 호령하던 그날의 흥이. 죽은 자와 산 자의 모든 갈등과 슬픔을 다 씻어버리는 그의 사설을. 저도 그런 사위를 꿈꾸었는데, 이제는 상여조차 옛날이야기 속으로 사라져버렸지요. 그래도 예술작품 속에서는 살아날 수 있잖아요? 소리 하나로 세상 모든 것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살아온 소리광대들의 이야기도 그때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턴지 이야기는 한없이 깊어졌지만, 저는 그런 무게를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광대들의 생을 하나하나 앓아가면서 저만의 광대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런 분들을 제 소설 속으로 모셔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만의 꽃밭을 가꾸는 기분이었습니다. 유달리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했던 저는 저만의 꽃밭을 간직한 소년으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그런 푸르름 때문인지 2년이 넘도록 이 소설을 쓰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승무’에 이어서 추는 ‘애벌레 춤’은 저도 모르는 ‘꿈틀거림’입니다. 쓰다 보니 그런 춤이 찾아온 거지요. 실제 전해지는 어느 광대의 ‘쥐 춤’을 상상하다 보니, 어느 순간 세상 모든 생명의 근원인 풀과 애벌레가 떠올랐습니다. 애벌레 춤을 떠올렸을 때, 저도 모르게 꿈틀거리면서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 소설은 샛별처럼 살다간 숱한 광대들의 얼룩진 시간이지만, 그들이 노래를 마음대로 편집하여 자기만의 ‘더늠’을 만들어가듯이, 저 역시 저만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재해석하여 그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펼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야만 그 이야기가 바람이 되고 푸르른 꽃밭이 될 테니까요. 아무런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버티고 살아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영혼이 끝없이 성장해야 하니까요. ‘희망’이라는 거창한 명분보다는 그냥 살아가는 것, 이 세상에 나왔으니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힘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결말 즈음에 고인돌이 무수히 뒹구는 풀밭에서 소가 풀을 뜯는 장면을 묘사할 때는, 문득 그 풀밭을 걸어가는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참 많이 걸어왔는데, 또 ‘처음’을 시작해야 하고, 또 자라야 하는 여리디여린 생명. 이 소설을 쓰면서, 유독 ‘처음’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의 무대는 서울과 고창이지만, 그런 배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 광대들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초정’은 임춘앵, 한애순, 김소희 등 여러 여성 광대의 삶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서사가 일정 부분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작가적 상상력으로 완성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심지어 시간의 흐름까지도 작가가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또한 신민요와 가요의 발표 시기, 곡이 만들어진 배경도 글의 흐름에 따라 편집하였습니다.

한초정, 노수월, 황보선무. 세 명의 여자 광대들만큼이나 애정을 갖고 모신 인물은, 노 진사를 비롯하여 이화담, 그리고 황민입니다. 그들 역시 아프고 힘든 시공간을 살아간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탄생시킨 이들입니다. 판소리가 꽃 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인물들 덕입니다. 그런 후원자들이 없었다면 가난한 광대들의 노래가 큰 강으로 흐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식민지 시대에 광대들의 소리가 꺼지지 않았던 것은, 그들의 보이지 않는 힘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일도 작가로서 큰 기쁨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참 멋스러웠구나! 무엇인가를 더 많이 가졌다는 것이, 이렇게 거룩할 수가 있구나!

여기까지 제가 한 말을 듣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쓴 이유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고백하겠습니다.
실은 작가로서 버텨내기가 너무 힘들어서, 문학을 하는 후배 예술가로서 선배 예술가인 광대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고요.
남은 생을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물음을 저 자신에게 던지고 싶었다고요. 그러니까 이 책은 저만의 소리 책, 즉 저만의 창본입니다.

언제부턴지 동료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절망과 한숨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작가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겨운데, 살아있으니까 버텨야만 하는 그들의 눈빛이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훨씬 힘들게 살아간 선배 예술가들에게 묻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제 물음에 대한 선배 예술가들의 답변인 셈입니다.

이 소설이 세상 속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작가의 오류마저 꼼꼼하게 잡아주면서 이 소설을 더 단아하게 기움질해준 문학과지성사 한수예 편집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아내와 딸에게도 감사의 말을 두 손으로 전합니다. 묵묵히 저를 바라다보면서 푸르름을 전해준 그 나무들에게, 이 노래가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혼란스러운 마당에서 광대 같은 쑥부쟁이들이 춤추는
2026년 가을
이상권

추천평

이 소설은 목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소리꾼의 목소리, 여성 예술가의 목소리, 전쟁 속 피란민의 목소리, 제도권을 벗어난 광대의 목소리. 그 수많은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곧 이 소설의 서사가 된다. - 윤성희 (소설가)
이 작품이 견지하고 있는 일관성, 예술에 대한 통찰, 판소리와 여성 명창이라는 소재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라고 믿게 됐다. - 문지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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