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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전통과 기록의 소명에 대하여 * 제1부 〈전통 아닌 전통〉 ‘전통의 탈을 쓴 관습’ 장유유서는 나이순이 아니다 부부유별은 성 윤리다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음식이라는 거짓말 예법에 어긋나는 명절 성묘 축의금은 없다 차례상에 복숭아를 전통 한복도 한때는 퓨전 한복 코리안 페이는 각자 내기 칠거지악은 없다 상상의 가족 백의종군의 진실 백이숙제는 고사리를 먹지 않았다 절하는 방법 보신각의 흑역사 마음도 늙는다 몇 살부터 노인일까 단식투쟁의 역사 * 제2부 〈제국이 남긴 흔적〉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전통’ 새해 해맞이는 일본 풍습 명복은 빌지 않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야 한다 민족정기는 군국주의의 산물 쇠말뚝 전설 재수 없기 바랍니다 안 되면 이름 탓 동포의 명암 국뽕의 시대 가훈의 미래 미풍양속이란 무엇인가 은장도로 죽은 사람은 없다 시무식과 단배식 극기 훈련의 유래 개천절과 기원절 난로회의 기원은 스키야키 만세삼창 * 제3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본질을 잃은 전통’ 아이에게 고사성어를 가르치지 마라 동물의 왕국 돌쇠와 마님 조선시대 성교육 오른손으로 밥 먹는 이유 조선은 풍수 때문에 망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틀렸다 불공정에 저항하는 방법 유치한 세계관, 사주 궁합은 핑계다 제사 문화의 소멸 명절이 부담스럽다면 관상은 과학인가 저주에 대처하는 방법 내가 정의라는 착각 인정의 나라 인륜의 나라 조선은 기록의 나라인가 * 제4부 〈이유 있는 전통〉 ‘여전히 의미 있는 전통’ 한국식 나이를 허하라 가족 호칭은 언중의 선택 갑을 위한 예의만 존재하는 나라 장인어른 장모님인가, 아버님 어머님인가 인간의 죽음에 대한 예의 광화문 한글 현판은 역사 왜곡 격식과 실용 한글을 빛내는 방법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맛집 열풍 유감 사면은 국민의 원수 기우제는 미신이 아니다 가족은 죄가 없다 신줏단지를 모시는 이유 공자왈, 오지랖 금지 너만 아니면 된다고? 아이 공경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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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외로 이 전통이라는 것의 실체가 분명치 않다. 수백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온 것처럼 보이지만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는 것도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굴곡진 현대사를 거치며 수많은 전통이 파괴 또는 왜곡되었다. 따라서 기록을 통해 전통의 실체를 직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통의 성립 과정을 확인하고,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p. 9 「서문, 전통과 기록의 소명에 대하여」 중에서 축의금을 낼 때는 홀수 단위로 3, 5, 10만 원에 맞추어 낸다. 축의금을 내는 것이 전통이 아닌데 홀수로 축의금을 내는 것이 전통일 리 없다. 일본에서는 비교적 오래된 풍습이라고 한다. 『주역』을 근거로 내세우는 모양이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일본에서 유래한 풍습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 39 「축의금은 없다」 중에서 매번 선거철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백의종군’이다. 출마할 기회를 얻지 못한 정치인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는 것은 그나마 양심적이다. 한동안 조용히 지내다가 슬그머니 선거판에 끼어드는 정치인이 내세우는 핑계 역시 ‘백의종군’이다. 이순신 장군에 빙의라도 했는지 사뭇 비장하지만, 시키지도 않은 백의종군을 자청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백의종군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한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 ---p. 68 「백의종군의 진실」 중에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야 한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그림자를 밟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다면, 교사에 대한 존경과 신뢰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p. 110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야 한다」 중에서 은장도 신화는 한 마디로 허구다. 우선 목숨 걸고 정절을 지키는 여성은 과거에도 극히 일부였다. 양반 중심의 역사 연구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에 눈을 돌리면서 밝혀진 사실이다. 게다가 칼로 찔러 죽는 건 조선시대 사람들이 선호한 자살 방법이 아니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고 해서 머리도 깎지 않는 사람들이 몸에 상처를 내서 죽기를 달가워할 리 없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칼을 이용한 자살 사례는 드문 편이다. ---p. 147 「은장도로 죽은 사람은 없다」 중에서 조선시대에도 명절 음식은 시장에서 다 사다 썼다. 『동국세시기』가 증언하는 19세기 서울의 상업화된 명절 풍속이다. 클릭 몇 번이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21세기에 굳이 쭈그리고 앉아 기름으로 얼굴을 코팅해가면서 전을 부치고 있을 이유가 없다. 명절 스트레스를 없애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명절을 즐기려면 수고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p. 232 「명절이 부담스럽다면」 중에서 믿거나 말거나 그만이라지만 관상을 믿었다가 패가망신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조선 후기 굵직한 역모 사건에는 으레 관상쟁이가 개입했다. 1680년 경신옥사, 1721년 신임옥사, 1728년 이인좌의 난, 1745년 나주괘서사건, 1786년 구선복 역모 사건, 모두 관상을 운운하며 역모를 부추긴 자들이 존재했다. 왕이 되고 정승이 될 상이라는 말을 믿고 역모를 꾸몄는데, 결과는 패가망신이었다. ---p. 236 「관상은 과학인가」 중에서 ‘한자 쓰면 중국 속국’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벗어날 때가 되었는지, 여론은 한글 현판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글은 괜한 긁어 부스럼 만들기일지도 모르겠다. 문화재 복원은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아무리 정당한 당위라도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 ---p. 285 「광화문 한글 현판은 역사 왜곡」 중에서 소유보다 경험이 중요한 시대라지만, 한번 먹으면 없어지는 음식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일단 배를 채우고 나면 음식의 맛은 쉽게 잊는 법이다. 어쩌면 미식 열풍은 마음의 허기를 위장이 보내는 신호로 착각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p. 301 「맛집 열풍 유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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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기록의 소명에 대하여
이 책의 출발점은 기록이다. 저자는 전통을 둘러싼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고전과 역사 기록을 살피고, 여러 자료를 교차 검증하며 관습의 성립 과정과 본래 의미를 추적한다. 가령 나이순으로 사람을 대하는 문화를 유교의 유산으로 여기는 통념에 대해, 저자는 장유유서의 본래 의미부터 다시 살핀다. 임금에게 진상하던 음식이라는 향토 음식의 유래,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관념과 풍습,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족 문화와 예법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전통이라고 불러온 것들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난다. 어떤 것은 전통이라는 이름을 빌린 근대의 산물이고, 어떤 것은 본래 의미와 다르게 이해되어왔으며, 어떤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전통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무엇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의미가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십여 년간 방송과 신문에 발표한 것들 가운데 전통에 관한 글을 모아 엮었다. 고전을 통해 당대의 사회 문제를 비평해온 저자의 시선은 과거의 풍습을 설명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나이 문화와 서열 의식, 가족관계와 세대 갈등, 명절과 제사 문제, 예의와 공정성에 이르기까지, 옛 기록은 현재를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전통을 안다는 건 단지 과거의 관습을 외우는 일이 아닐 터.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의 기원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판단하는 일이다. 이 책은 전통에 대한 무지와 오해를 바로잡는 동시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다. 전통의 탈을 쓴 관습 제1부 〈전통 아닌 전통〉은 오랫동안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관습의 실체를 파헤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유유서다. 흔히 나이순으로 위아래를 정하는 유교적 질서로 이해되지만, 저자는 『맹자』에 등장하는 장유유서의 본래 맥락을 추적하며 그것이 형제관계와 친족관계에 적용되는 윤리였음을 밝힌다. 유교 사회에서 친족의 순서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항렬에 따라 정해졌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나이 중심의 서열 문화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저자는 오히려 근대적 학제의 도입과 획일적인 교육ㆍ노동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부부유별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남편은 바깥일을 하고 아내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성역할의 구분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조선시대 학자들의 해석을 근거로 부부유별의 본래 의미가 배우자 아닌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는 성 윤리에 있음을 설명한다. 전통의 이름으로 오해 받아온 관념을 원래의 문맥으로 되돌려놓는 것이다. 임금님에게 진상하던 음식이라는 향토 음식의 유래도 재검토된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진상품 제도와 운송 여건을 검토하며, 오늘날 널리 알려진 음식의 유래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따져본다. 진상품은 단순히 맛있고 귀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토산물과 한양까지의 거리, 운송과 보관의 조건 등에 따라 배정되었다. 전통의 권위를 뒷받침하는 이야기일수록 구체적인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밖에도 축의금, 차례상, 전통 한복, 칠거지악, 백의종군 등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관념과 관습이 검토 대상에 오른다. 저자는 그럴듯하게 전해지는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이 실제 기록으로 뒷받침되는지 묻는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전통 제2부 〈제국이 남긴 흔적〉은 전통의 기원을 일제강점기와 근대의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새해 해맞이, 명복을 비는 표현, 스승을 대하는 태도, 민족정기와 쇠말뚝 전설, 가훈과 미풍양속 등은 얼핏 오래된 한국의 풍습이나 관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오늘날 전통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 가운데 상당수가 근대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밝힌다. 전통이라는 이름은 때로 관습에 오래된 권위를 부여한다. 그러나 어떤 관념이 언제부터 널리 퍼졌는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것을 강조했는지를 살펴보면 전혀 다른 역사가 드러날 수 있다. 저자는 일제강점기의 사회적ㆍ문화적 변화를 살피면서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생각하는 것들 가운데 실제로는 근대에 형성된 것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과거의 풍습을 단순히 외래의 것과 고유의 것으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이라는 관념 자체가 역사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게 만든다. 우리가 한국 고유의 문화라고 믿는 것이 실제로는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형성되었는지 묻는 순간, 전통은 더 이상 고정된 유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해야 할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본질을 잃은 전통 제3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본래의 목적과 맥락을 잃은 채 형식만 남은 전통을 다룬다. 과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관습이라도 사회의 조건이 바뀌면 그 의미와 타당성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아이에게 고사성어를 가르치는 일부터 동물에 빗댄 인간관계, 조선시대의 성교육, 오른손으로 밥을 먹는 관습, 풍수와 국가의 흥망,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명제까지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저자는 익숙한 격언이나 도덕적 가르침을 그대로 반복하기보다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성립했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검토한다. 사주와 궁합, 제사와 명절, 관상과 저주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문제의식 아래 놓인다. 과거의 관념을 무조건 미신이라고 치부하거나 무조건 존중하는 대신, 그 관념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현재의 의미를 구분하는 것이다. 특히 제사와 명절처럼 가족관계와 세대 갈등에 직접 맞닿아 있는 주제들은 전통을 둘러싼 논쟁이 단지 과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오늘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과거에 타당했던 것이 지금도 타당한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는 사실만으로 오늘날에도 계속 지켜야 할 이유가 충분한가 하는 문제 제기다. 전통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형식의 지속 여부보다 그것이 지닌 의미와 기능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여전히 의미 있는 전통 마지막 제4부 〈이유 있는 전통〉은 앞선 문제의식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다. 전통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고 해서 모든 관습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 불합리해 보이는 관습에도 그 나름의 역사적 배경과 이유가 있을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가치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 나이, 가족 호칭, 장인어른과 장모님 또는 아버님과 어머님이라는 호칭의 문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예의, 격식과 실용, 한글의 가치 등은 전통과 현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가족 호칭을 비롯한 관습을 고정된 규칙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실제 언어생활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살핀다. 또한 예의와 공정성, 정치적 대화, 가족과 아이에 대한 태도 등 오늘날의 사회적 쟁점들도 놓치지 않는다. 과거의 규범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전통을 존중하는 길은 아니지만, 과거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낡은 것으로 취급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통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다. 따라서 이 책이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건 전통에 대한 맹목적인 긍정도, 무조건적인 부정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기록을 통해 전통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것이 형성된 역사적 조건을 이해하며,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태도다. 과거를 정확히 이해할 때 비로소 현재의 관습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연스럽게 무엇을 이어가야 할지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