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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너머로 본 하늘
고향의 봄 뿅키치 / 춘코 봄이 머무는 곳 | 옮긴이의 말 | ‘가정’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
Megumu Sagisawa,さぎさわ めぐむ,鷺澤 萌,본명 : 松尾 めぐみ
曺良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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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너머로 본 세상
최내란(催奈?)은 본명(本名)을 일본어 발음으로 ‘사이 나란’이라 읽게 만든 부모 탓에 또래의 짓궂은 놀림을 받았다. 부모는 중학교 입학을 계기로 그녀에게 ‘마에카와 나오’라는 완벽한 일본식 이름을 지어준다. 새로 지은 통명(通名)으로 일본인 행세를 하며 고교에 진학한 그녀는 한국 이름을 여봐란 듯 떳떳하게 쓰는 선배 백춘순(白春純)을 만나며 ‘마에카와 나오’ 역시 자신의 진짜 이름이 아님을 깨닫는다. 한국인임을 숨기고 살아온 과거를 마음속에서부터 떨쳐버리고 본래의 이름을 찾는 과정이 경쾌하게, 때로는 코끝 찡하게 그려진다. 고향의 봄 강강이사(姜江以士)라는 묘한 이름을 가진 재일동포 남자 주인공의 독백체 일인칭 소설. ‘나’는 약간 괴팍한 성격을 가진 아버지가 “일본 사무라이를 능가하는 인물이 되라”는 희망을 담아 지어준 이름 ‘강강이사’와 ‘교야마 에이지’라는 통명 사이에서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 갈등을 겪는다. 대학 졸업 후 한국을 찾아 대학 부속어학원을 수료하고 아버지의 고향 거창에도 가보면서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게 되고, 한국어로 읽으면 상당히 이상한 이름 ‘강강이사’를 스스로의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어투에서 일종의 ‘경계인’으로서 한국과 일본 양편에 걸쳐 있는 재일 2세 주인공의 내면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재일동포의 정체성 문제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했던 저자의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뿅키치 / 춘코 사기사와 메구무의 컴퓨터 폴더에서 찾아낸 미완의 유작. ?뿅키치?와 ?춘코?는 컴퓨터 폴더 이름으로, 이것들이 저자가 의도한 제목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안경 너머로 본 세상?에서 최내란의 우상이었던 춘순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둘로 나뉜 데다 도입부에 머문 채 끝나는 미완성 작품들이어서 뭐라 단정하기 어려우나, 아무래도 동일 작품으로 보인다. 유독 이모에게서 옛날 기생 이름 같은 ‘춘코’로 불리게 된 연유를 설명하는 춘순의 목소리가 1인칭 시점으로 흐른다. 봄이 머무는 곳 연작 『뷰티풀 네임 』과는 별도의 작품으로 역시 미완성인 채 발견되었다. 작가 자신의 고교시절을 그렸다고 생각되는 순수한 연애소설의 성격을 띤 유작. 집안사정으로 인해 도쿄의 도립 고등학교로 전학 온 메이코는 2학년이 되어 같은 반 남학생 젠코에게 호감을 갖는다. 무심한 듯 다가와 한마디 툭 던지는 젠코에게는 그러나 이미 사귀는 여학생이 있다. 이 사실을 아는 메이코지만 술기운을 빌려 어느 날 밤 젠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미완으로 끝난 이 작품은 참고로 ?봄이 머무는 풍경?은 올해 일본에서 영화화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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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살에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원조 천재 소녀작가’…… 역대 최연소 수상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데뷔작인 단편 ?강변길?에 이어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 『달리는 소년 』 등의 작품을 잇달아 발표하여 호평을 받는다. 어느 날, 자기 아버지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호적을 뒤지던 그녀는 놀랍게도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후로 사기사와 메구무는 늘 자신의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피를 의식했다.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 연수를 하고, 자신의 가족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했으며, 스스로를 ‘4분의 1의 한국인’이라는 의미에서 쿼터(일본에서는 조부모 대에 외국인의 혈통이 있는 경우를 이렇게 표현한다)라고 불렀다. 그녀의 여러 작품 속에 그 흔적들이 짙게 남아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990년대에 국내에 소개된 사기사와 메구무의 작품들은 아쉽게도 지금은 그리 쉽게 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펴낸 (그러나 그 어디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있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 『웰컴 홈 』, 그리고 컴퓨터 하드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작품들을 모아 그녀의 사망 다음 달 펴낸 유작집 『뷰티풀 네임 』을 통해, 그녀가 어떠한 삶들을 그려내고자 했고 또 자신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은 늘 사기사와 메구무의 화두가 되어 왔지만 그녀의 글은 무겁거나 비장함이 넘치지 않는다. 그녀의 글은 담담하다. 요즘 표현대로라면 ‘쿨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담담한 글줄 사이로 언뜻언뜻 수줍은 듯한 유머를 곁들여 작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얘기가 방백으로 들리는 듯하다.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가 아니더라도,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로 인한 긴장감, 거기서 은근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통해 자신의 테마를 표현하는 힘은 여러 작가들 또는 재일교포 작가들 사이에서 사기사와 메구무만의 특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