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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기억, 고백, 그리고 거울 |
Lee Seung Woo,李承雨
이승우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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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8년 동안 감추어 왔던 옛날 일을 아주 힘들게 꺼내는 동안 띄엄띄엄 떨어져 앉은 10여 명의 회원들은 말없이 그를 주시했다.
--- p.9 그는 의식하지 못했거나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사람들의 내부 깊은 곳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치명적이고 어두운 비밀이 밖으로 서서히 빠져나오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그의 영혼을 흔드는 짜릿한 전율에 중독되어 있었다. --- p.28 침묵이 말보다 더 크게 말했다. 말에는 거부할 수 있었으나 침묵에는 거부할 수 없었다. 말에는 내용이 있어서 거부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때 거부는 말의 내용에 대한 것이지만, 침묵에는 내용이 없어서, 없으므로 거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 p.33 겪은 사람과 겪은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 사이에 시간이 놓여 있다. 일어난 일과 기억에 남은 일은 같은 일이 아니다. 시간이 일어난 일을 다른 일로 만든다. --- p.85 사람은 누구나 과거에 의해 빚어진다는 명제가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은 부정확하다. 진실에 부합하려면, 사람은 누구나 (과거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기억에 의해 빚어진다고 말해야 한다. 현재의 나를 형성한 것은 과거, 과거에 겪은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나의 기억이다. --- p.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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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의 효능이 실토가 아니라 감추기라는 걸 몰라?」
얼굴을 마주하고 고백하는 방, 18년 만에 꺼낸 이야기 회사 심리 검사에서 〈상담 권장〉 판정을 받은 뒤 검색 기록을 따라온 알고리즘에 이끌려 익명 커뮤니티 〈뒷면〉에 발을 들인 추. 〈누구나 완벽해 보이기를 원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뒷면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44면)라는 슬로건 아래, 익명 게시판 〈수거함〉에 쌓인 낯선 이들의 비밀을 읽으며 그는 평생 순응하며 살아온 자신이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쾌감에 빠져든다. 그러나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찾아 헤맬수록 허기는 깊어지고, 어느 날 도착한 한 통의 초대장,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보고 고백합니다. 진짜 고백을 경험하세요.〉(50면) 이 초대장이 그를 오프라인 모임으로 이끈다. 어둑한 조명과 느린 첼로 선율이 흐르는 방에서 줄곧 듣는 사람이던 추는 마침내 18년 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꺼낸다. 쌍둥이 형 대신 공무원 시험을 치러 달라던 어머니의 부탁, 그리고 형의 죽음. 그러나 고백이 이어질수록 이야기는 조금씩 어긋나고, 그 틈은 듣는 이들의 눈을 피해 가지 못한다. 〈고백은,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고백이어야 한다.〉 고백하는 자와 듣는 자, 그리고 자기 안의 뒷면 이승우 작가는 고백하는 자와 듣는 자 사이에 놓인 일종의 권력을 깊이 파헤친다.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말한 사람에게서 달아나고, 그 진위와 무게를 판단할 권한은 듣는 사람에게 넘어간다. 남의 수치를 들으며 은밀한 전율을 느끼던 이들은 이제 추의 고백이 〈진짜〉인지 감식하기 시작하고, 추는 그들의 시선 앞에서 비어 있는 이야기를 메우려 애쓴다. 그러나 정말로 그를 추궁하는 것은 방 안의 사람들이 아니다. 작은 죄를 내놓아 큰 죄를 덮으려 했던 자신, 찾는 척하며 끝내 찾지 않으려 했던 자기 안의 뒷면이다. 「세부가 빠지면 고백이 아니다.」 소설이 끝난 자리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이승우의 창작 노트 〈결정서가〉의 각 권은 한 편의 단편 소설과 그 소설에 대한 짧은 글로 이루어진다. 소설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 소설 바깥에 남겨진 이야기를 작가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낸다. 이승우 작가는 이 자리에 「기억, 고백, 그리고 거울 - 창작을 위한 단상」을 남겼다. 소설을 쓰는 동안 붙들고 있던 세 개의 낱말을 중심으로 한 편의 이야기가 어떤 사유를 거쳐 태어났는지를 보여 주는 글이다. 작가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허위 기억 실험을 통해 사람이 과거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기억〉에 의해 빚어진다고 말하고(87면), 아우구스티누스와 루소의 『고백록』을 거쳐 고백이 드러내는 일인 동시에 감추는 일임을 짚는다. 보르헤스의 거울과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에 이르면, 소설 속 인물들이 왜 그토록 서로를 견디지 못했는지 욕망에 대해 읽히게 한다. 고백에는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으며, 빗대거나 뭉뚱그려 말할 수 없고, 〈세부가 빠지면 고백이 아니다〉(94면)라는 것까지, 이 모든 것은 고백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45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작가가 자신의 작업대를 펼쳐 보인 이 짧은 글은 소설의 여운을 깊게 하는 동시에, 글을 쓰는 이들에게 오래 곁에 둘 만한 조언이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