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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 상징의 바다에서 만난 질박한 한국인

어머니
산과 물에서 태어난 우리의 첫 어머니

물 어머니의 숨겨진 열쇠
물 어머니가 계셨듯이, 산 어머니도 계셨나니……
슬픈 웅녀, 웅녀는 왜 굴에서 살았을까?
더욱 슬픈 웅녀, 쑥과 마늘은 보고 싶지 않아요!

탄생
목숨의 탄생, 그 고고(呱呱)의 소리

좁은 굴속의 대 모험
아기 빌이
선류 일국의 꿈
상복 입은 산모
그 젖먹이를 버려라. 그러면 영웅이 될 지어니!

자라고 크고
된바람에 꿋꿋한 야생화처럼, 장마 뒤에 쑥쑥 크는 죽순처럼

들돌 놀이에 숨겨진 사연
‘오리 입부리’를 가지고 태어난 여자 아이
이 어미를 과녁 삼아서 쏘아라
개성상인의 자녀교육법
악법 중에 악법, 칠거지악
사랑의 징검다리

사랑
아리디 아리고 쓰디 쓴 그것, 사랑

기생 홍랑의 시묘 살이
프로이트도 놀랄 여왕의 섹스 담론
섹스 담론에 뒤따르는 여인네들의 한판승
기생 송이의 정절론
두 얼굴을 가진 여자, 아랑
대지와 인간의 에로스
하룻밤의 꿈
봄맞이 난장 굿판
반쪽짜리 인간
어느 스님의 ‘목욕통 에로스’

결혼
구구절절 모질고 서러운, 시시비비 애달프고 고달픈 ……

아버지 돈 드셔요
‘효부 요강’ 신주
밤 껍질을 벗기며 견뎌 온 세상
신방에 앉은 채, 돌이 된 신부
삭지 못한 시신에서 시의 꽃은 피고…
시는 시를 낳아 영혼을 위로하니…
인연이란 명주실꾸리 같은 것

세상살이
‘이고 메고 지고 업고’ 가는 우리네 인.생.길.

피의 자화상, ‘돌쇠와 막돌’
어느 뗏목꾼의 얄궂은 난봉가
검정 고무신을 남기고 사라진 초병
아비와 자식의 핏줄을 잘라 낸 이야기
길 위의 인생
대인의 도
스승과 제자의 미덕
맹정승, 황소를 타고 귀향하다

죽음
물어도 물어도, 빠져도 빠져도 끊임없는 물음…… 죽음

나비로 거듭 태어나 크게 크게 날아라
죽음의 꿈
죽음…… 그 후
사그라지지 않는 불덩이, ‘혼불’
오구굿판

에필로그_ 또 다른 자서전을 위한 제언

저자 소개 1

金烈圭, 필명:김정반

1932년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및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객원교수, 인제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원장,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등을 역임했다. 1963년 김정반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했다. 문학과 미학,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그의 글쓰기의 원천은 탐독이다. 어린 시절 허약했던 그에게 책은 가장 훌륭한 벗이었으며,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두고 간 짐 꾸러미 속에
1932년 경상남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및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 객원교수, 인제대학교 문과대학 교수,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원장,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등을 역임했다. 1963년 김정반이라는 필명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했다. 문학과 미학, 신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그의 글쓰기의 원천은 탐독이다. 어린 시절 허약했던 그에게 책은 가장 훌륭한 벗이었으며,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두고 간 짐 꾸러미 속에서 건진 세계문학은 지금껏 그에게 보물로 간직되었다. 이순(耳順)이 되던 1991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살고자 고성으로 낙향했고, 자연의 풍요로움과 끊임없는 지식의 탐닉 속에서 청춘보다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펼쳐 보였다. 여든의 나이에도 해마다 한 권 이상의 책을 집필하며 수십 차례의 강연을 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2013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연구 인생 60여 년을 오로지 한국인의 질박한 삶의 궤적에 천착한 대표적인 한국학의 거장이다. ‘한국학’의 석학이자 지식의 거장인 그의 반백 년 연구인생의 중심은 ‘한국인’이다. 문학과 미학, 신화와 역사를 두루 섭렵한 그는 한국인의 목숨부지에 대한 원형과 궤적을 찾아다녔다.

특히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와 『한국인의 자서전』을 통해 한국인의 죽음론과 인생론을 완성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주요 저서로 『김열규의 휴먼 드라마: 푸른 삶 맑은 글』, 『한국인의 에로스』, 『행복』, 『공부』, 『그대, 청춘』, 『노년의 즐거움』, 『독서』, 『한국인의 신화』, 『한국인의 화』, 『동북아시아 샤머니즘과 신화론』, 『아흔 즈음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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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5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78쪽 | 508g | 153*224*20mm
ISBN13
9788901057262

출판사 리뷰

1. 한국의 석학 김열규 교수의 50년 연구 인생을 결산하는 역작!
- ‘문화의 황금가지’ 김열규, 우리의 맵짠 삶과 미학을 이야기하다

일흔다섯의 노학자 김열규. 그는 한국인의 질박한 삶과 정신세계를 찾기 위해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뮈토스Mythos의 세계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문학과 철학 그리고 미학을 두루 섭렵했으며, 전국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문헌들을 조사하고 지역 사람들을 만나 잊혀져 가는 우리 신화와 전설을 채록했다. 그렇게 모은 우리 신화의 콘텐츠는 수십 권의 책을 쓸 분량.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문화의 황금가지’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한 상상력의 보물창고라고 불리기도 했다. 우리 신화와 전설이 주는 다양한 상상력과 의미들을 풀어놓다보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그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다고 한다. 그는 신화와 전설 속에 담겨진 한국인의 정체성과 정신세계를 탁월한 논리와 날카로운 예지를 통해 풀어냄과 동시에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둔 위트와 유머를 통해 존재론적 성찰을 유도해내기도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삼국지》는 잘 알면서도 정작 우리의 옛이야기에 무관심하기 일쑤인 많은 독자들에게, 우리 상징의 세계를 쉽고 재밌게 풀어쓴 저자의 《한국인의 자서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세계화 시대에 맞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알리는 작업이고, 우리 옛이야기를 통해 독자들과 좀더 폭넓고 풍요롭게 소통하면서 인문학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네 집단무의식과 민족 심상의 정수를 가늠케 하는 상상력의 보물창고다. 문화 콘텐츠의 풍성한 황금가지다.” - 우찬제(문학비평가,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신화와 전설의 언어를 푸는 열쇠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뮈토스의 언어를 분석하고 해석해내는 것이 학자의 일이라면, 작가는 그 뮈토스를 자양분 삼아 주체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저자의 글은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반백 년 우리 상징의 세계를 연구한 노학자의 글을 읽다보면, 명확해지는 상징 속에서 질박한 한국인의 삶이 절로 그려짐을 알 수 있다. 말이면서 글이고 구어이면서 문어인 그만의 이야기 속에는 혹독하고 애절한, 순박하고 해학이 넘치는 한국인의 숨결이 곳곳에 스며있다.

* “그리스 로마 신화의 뮈토스를 푸는 열쇠가 토머스 불핀치라면, 한국 신화에는 김열규가 있다!”
- 이청준(소설가, 순천대학교 석좌교수)


2. 뮈토스의 세계에서 만난 질박한 한국인!
- ‘아기 빌이’에서 ‘번데기 무덤’까지, 이보다 아름답고 질박한 삶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한국인의 자서전》은 뮈토스의 세계에서 길어올린 상징을 통해 한국인 삶의 궤적을 찾는 여행이다. 그리스어로 ‘말’, ‘이야기’라는 뜻의 뮈토스는 ‘논리 구조로 이루어진 말’이란 뜻의 로고스와는 달리 자연과 신, 사회, 인간을 분화시키지 않고 단일체계 속에서 이야기되고 믿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뮈토스의 세계는 자연을 대상화하고 객관화하는 지식이 아니라,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지혜의 창고이기에 상상의 공간이자 동시에 현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뮈토스의 세계에서 추려낸 주옥같은 상징들은 ‘어머니’로 시작하여 ‘탄생’, ‘자라고 크고’, ‘사랑’, ‘결혼’, ‘세상살이’, ‘죽음’ 등 일곱 개의 목차 속에서 제 생명을 유지하며 제대로 된 집단 자서전의 훌륭한 원재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인의 자서전》을 출간하면서 ‘영혼의 동아줄’을 찾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오늘날 우리들은 ‘뿔뿔이’ 살고 있는 건 아닌지요?”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내내 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뿔뿔이 흩어져 산산조각이 난 우리네 가치관과 세계관에 이 책이 점액질 짙은 그 무엇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가 길어올린 대부분의 상징에는 현실과 희망을 잇는 ‘영혼의 동아줄’이 여러 가닥 있다.
저자는 ‘탄생’의 기쁨을 이야기하기 앞서 ‘아기 빌이’ 신화에 깃들어진 우리네 어머니들의 아기를 향한 한없는 열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신에게 아기를 점지해달라고 거대한 남근석에 ‘몽돌’(모가 나지 않고 둥근 돌)을 비벼댔다. 돌을 문질러서 가는 것은 돌을 쪼아서 가는 것보다 힘겨운 그야말로 고통을 저미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사랑과 정성의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들은 태어나고 성장하였던 것이다.
또한 우리의 ‘성공’ 이야기에 앞서 성공을 향한 끊임없는 ‘시련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신화와 전설은 세상살이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일러준다. 버려져서 영웅이 된 ‘바리데기’들에게도 피와 땀 없이 적들의 성곽을 함락하는 일은 없었다. 열두 성벽을 넘고 열두 관문을 열어젖혀야만, 가본 적이 없는 고독한 길을 헤쳐나가야만 비로소 길은 그의 것이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감당할 등짐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남보다 더 큰 등짐을 지고 일어서야만 대인이 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대인이야말로 한 세상의 스승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아기 빌이’의 ‘유사 성행위’ 신화와 ‘바리데기’의 ‘통과의례’ 신화는 성공과 기쁨의 터전이 되어준 우리네 동아줄과 같은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매력적인 우리 상징의 세계로 안내한다. 우리의 첫 어머니인 물과 산을 시작으로 그의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깊은 굴속에서 고해의 시간을 보내는 웅녀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게 된다. 모든 생명의 시작인 자궁이라는 굴길 통과를 거쳐, 은빛 물이 출렁이는 ‘선류 일국’ 신화를 지나고, 우리 옛 여인들의 입술 신화를 넘어 선덕여왕의 대담한 ‘섹스 담론’과 다양한 주제의 변주들을 듣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치는 혜안과 해학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번데기 무덤’과 ‘혼불’에 이르러서는 우리 선인들이 바라보는 죽음의 두 얼굴을 접할 수 있다.
이 중 ‘오리 입부리’와 ‘번데기 무덤’은 순환론적 삶을 바라는 한국인의 내면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여성의 성기인 ‘오리 입부리’를 통해 우리의 삶이 끊임없이 거듭남을 일러준다면, 죽은 아기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은 ‘번데기 무덤’은 그 아기가 거듭 태어나길 바라는 우리네 순환론적 죽음론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 큰 꿈 한 장이 있다. 한국인의 자서전이라는 큰 꿈 한 장. 여기 그 꿈 속으로 들어와 보시라.”
- 강은교(시인,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3. 한국인의 자서전은 계속 쓰여져야 한다!
- 신명의 심지에 불을 당긴, 고난과 인내를 잊지 말자

끝으로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의 자서전이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인의 자서전》을 시작으로 우리의 집단 자서전은 더 많이 그리고 널리 쓰여지고 읽혀지길 바라고 있다. 이와 더불어 후에 쓰여질 자서전에서 단 한 가지 잊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다. 고난과 인내! 그 고난과 인내가 우리의 맵고 짠 근성을 다지게 했고 결국에는 신명의 심지에 불을 당긴 장본인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한다. 장독대, 엎어진 독 위에 모셔진 정화수! 그 앞에 엎디시곤 했던 우리 어머니들, 우리 할머니들의 모질고 긴 고난과 맵짠 인내는 우리 집단 자서전에 없어서는 안 될 강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추천평

신화와 전설은 본래 뮈토스의 언어로 언급된 이야기의 한 형식이다. 그것은 로고스의 언어로는 불가능한 진실을 상징적 어법으로 암시하는 데 본질을 둔다. 그러므로 신화나 전설 속에 숨겨진 삶의 본원적인 모습들은 그것을 표상한 상징의 기호들을 어떻게 정확히 해석해내느냐에 따라 그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음이 물론이다.
김열규 교수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의 신화와 전설을 방대하게 조사하여 그 안에 담겨진 한국인의 원형과 정체성을 해박한 지식, 탁월한 논리, 날카로운 예지를 통해 명쾌하게 밝혀준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한국인의 집단 자서전이고 신화적 상징의 해독서라 할 것이다. 가히 명저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저술이다. 이는 저자가 오랜 동안 국문학 그 중에서도 민속학 분야에서 남다른 업적을 남긴 대학자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오세영(시인,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이야기의 바깥은 없다. ‘이고 메고 지고 업고’ 가는 우리네 인생길은 곧 굽이굽이 이야기길이다. 삶은 이야기로 살고, 이야기는 삶으로 산다. 실제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있는가. 그렇다고 정작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그리스 로마 신화》나 《삼국지》는 잘 알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엔 무관심하기 일쑤인 많은 한국인들에게, 저자는 심원한 이야기 한마당을 펼친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를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 그물은 넓고도 깊다. 신화와 역사를 넘나들고, 문학이며 철학, 미학을 가로지른다. 위트와 유머로 존재론적 성찰을 유도하는 말놀음도 어지간하다. 저자의 ‘한국인’ 이야기는 우리네 집단무의식과 민족 심상의 정수를 가늠케 하는 상상력의 보물창고다. 문화 콘텐츠의 풍성한 황금가지다. 한국인의 새로운 삶을 열어줄 지혜의 소금밭이다. 깊어져 새롭게 열리는 한국인상을 실감하는 것은 분명한 축복이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의 새 이야기를 열어나갈 차례다.


우찬제(문학비평가,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신화와 전설의 언어를 푸는 열쇠는 다양하다. 그 중 뮈토스의 대해大海에서 분석하고 해석해내는 것이 학자의 일이라면, 작가는 그 뮈토스를 자양분 삼아 주체할 수 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저자의 글은 이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글이면서 말이고 선이면서 면이다. 이성이면서 감정이고 매서우면서 질박하다.
이는 한국의 신화와 전설을 쫓아 반백 년 한길을 걸었던 노학자에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무수히 채워지고 걸러지고 비워진 뒤에 순백의 결정체가 나오듯이, 혹독하고 애절하고 가슴 저미는 우리 한의 정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에 저자는 비로소 ‘한국인’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토머스 불핀치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한국 신화의 열쇠는 김열규에게 있다고.


이청준(소설가, 순천대학교 석좌교수)
여기 큰 꿈 한 장이 있다. 한국인의 자서전이라는 큰 꿈 한 장. 여기 그 꿈 속으로 들어와 보시라. 당신의 첫어머니, 물어머니와 산 어머니를 여기 들어와 만나 보시라. 시인 이상화가 ‘부활의 동굴’이라고 노래했던 그 깊은 굴 속에서 苦海의 물기슭을 걸어가기 시작했던 웅녀라는 한 아름다웠던 처녀를 만나보시라. 모든 생명들의 자궁이라는 굴길 통과, 그 고난에 찬 ‘채널 경험’과 탄생에 대해서, ‘아기빌이’, ‘은빛 물’이 의미하는 것, 그 출렁이는 오줌바다 ‘선류 일국 전설’에 대해서, 우리의 옛 여인들의 ‘입술 신화’에 대해서, ‘바리데기’에 대해서, ‘선덕여왕의 섹스 담론’과 그 주제의 변주들에 대해서…… ‘번데기 무덤’, ‘혼불’은 우리에게 큰 거울 한 개를 준다. 우리의 얼굴이 비춰지는 큰 거울 한 개.
강은교(시인,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강은교(시인, 동아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리뷰 총점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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