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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본질에 관한 질문
01 오르페우스 신화의 재해석 02 패배가 예견된 투쟁 03 세이렌의 노래 04 대낮의 광기 05 보이지 않는 파트너와 추는 춤 06 바깥 07 익명의 중얼거림 08 알제리 전쟁과 121인 선언 09 우정의 공동체 10 부재의 체험, 검은 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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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길을 잃은 상실의 시대에 우리가 블랑쇼의 글에서 읽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역설이다. 잃음으로써 얻는 자유, 패배가 예정된 운명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쟁으로 얻는 인간다움이다. 문학의 공간에서 글쓰기는 오르페우스의 시선과 함께 시작되지만, 오르페우스는 끝내 에우리디케를 잃는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염려와 집착을 놓아 버린 ‘오르페우스-작가’로 인해 작품은 자유라는 본질을 되찾고 그 자유에는 신성함이 더해진다. 블랑쇼는 문학의 본질이 시작의 힘에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매번 다시 시작하는 힘, 그 긍정의 힘은 절망의 현실을 건너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문학의 본질에 관한 질문」중에서 요컨대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일은 작가가 주권적인 ‘나’로서 존재하기를 멈추고 언어가 발생하는 장소에 다가가는 것과 같다. 세이렌의 어두운 노래는 ‘장소 없는 장소’, 즉 글쓰기의 장소에 접근함으로써 간헐적인 반짝임 속에서 ‘바깥’을 드러낸다. 오디세우스가 모든 것을 자기 의지 속에 통합하는 서사적 지속성을 대변하는 존재라면, 세이렌은 선적이고 동질적인 역사 바깥의 이질적 존재다. 블랑쇼는 세이렌의 타자성이 바로 인간들이 세이렌의 목소리를 거짓된 목소리로 단정하고 비존재로 취급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03 세이렌의 노래」중에서 바깥으로 열린 문학의 공간은 담론의 지배와 대립하면서 고통과 사유를 은밀하게 연결한다. 이로써 극단적인 고통과 극단적인 사유가 같은 지평을 이룬다. 바깥의 글쓰기는 담론과 의미 체계의 바깥에서 도구로서 언어의 사라짐을 강조한다. 바깥의 글쓰기는 담론에 관한 신화에서 벗어난 진정한 언어의 발견을 뜻하는데, 바깥이 작품에서 떨어져 나온 작가의 존재와 더불어 체험되는 상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비인칭 주체로 구현되는 바깥의 글쓰기는 ‘무정형의 중얼거림’의 형태로 나타난다. 바깥의 글쓰기가 재현의 지배를 벗어나 동일화하는 모든 사실성을 지우고 상상적인 것, 언어의 이미지 속에서 변신을 거듭하는 문학이 되는 이유다. ---「06 바깥」중에서 문학은 고통을 표현한다기보다는 다른 형식으로 존재하게 만든다. 글쓰기는 ‘밤 속의 밤’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숨겨진 진리도 없고 그 어떤 약속도 없는 ‘밤 속의 밤’은 한계 체험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계시도 휴식도 없는 어둠이다. 글쓰기가 자신의 불가능성과 마주함으로써 가능해지는 역설적인 장소다. 이 밤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지만, 바깥과 무한 그리고 부재와의 관계를 열어 둔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지식과 존재의 빛에서 물러서는 밤이다. 예술은 그러므로 불가능성의 경험이다. 말할 수 없음, 보여 줄 수 없음, 결론 내릴 수 없음. 그러나 이 불가능성이야말로 작품의 조건 그 자체다. ---「10 부재의 체험, 검은 빛」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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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헤맴 속에서 발굴한 문학의 본질
문학의 공간에서 ‘불가능’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다 문학은 불가능성의 경험이다. 말할 수 없고 보여 줄 수 없으며 결론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이 불가능성이야말로 작품의 조건 그 자체다. 모리스 블랑쇼는 문학의 공간이라는 ‘또 다른 밤’, 그 검은 빛에서 자유를 본다. 끝없이 헤매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바깥’을 향해 나아가는 글쓰기는 동일성의 논리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차이들을 가로지른다. 이러한 중립의 움직임은 작가와 작품, 독자 사이 무한한 대화를 열고 공동체와 문학적 책임의 토대가 된다. 블랑쇼는 문학의 본질이 잃음으로써 얻는 자유, 패배가 예정된 운명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투쟁으로 얻는 인간다움에 있다고 말한다. 그 ‘매번 다시 시작하는’ 긍정의 힘은 모두가 길을 잃은 상실의 시대에 다시 발걸음을 떼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 책은 문학과 철학 사이에서 글을 쓰며 문학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한 블랑쇼의 사유를 살핀다. 에우리디케를 되돌아보는 오르페우스의 시선, 심연을 여는 세이렌의 노래, 카프카의 작품 속 ‘영원히 헤매는 자들’을 통해 블랑쇼가 그려 낸 문학 체험의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블랑쇼가 초안 작성에 관여한 121인 선언에서 ‘익명의 중얼거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은둔의 작가로 알려진 블랑쇼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참여를 선택하게 한 ‘우정의 공동체’란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블랑쇼의 안내를 따라 역동적인 힘과 고유한 아름다움을 품은 문학의 공간, 그 어둠 속으로 첫발을 내디뎌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