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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자명성의 해부학

01 색스어 대 저잣거리어
02 사회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과학
03 0.2초의 정치학
04 표상주의적 앎 대 반표상주의적 삶
05 인접 관계와 인접쌍
06 자기집행범주화 실천
07 동사로서의 아이덴티티
08 권력의 민낯
09 ‘보통’이라는 이름의 수행
10 학술의 본질

저자 소개 1

학문 간, 지역 간, 연령 간 경계를 넘나들고 가끔씩 쉬어 가며 이동하는 ‘이동연구소’ 소장이자 독립 연구자. 우치다 다쓰루의 임상철학과 김영민의 일리의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고 인간, 사회, 심리, 교육, 배움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려 시도하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우치다 다쓰루 사상을 통해 접한 배움을 한국의 대중에게 알리려고 선생의 강연을 기획하고 직접 통역하기도 하며 『침묵하는 지성』, 『망설임의 윤리학』, 『스승은 있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 『교사를 춤추게 하라』,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등 선생의 저서를 소개하고 번역했다.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학문 간, 지역 간, 연령 간 경계를 넘나들고 가끔씩 쉬어 가며 이동하는 ‘이동연구소’ 소장이자 독립 연구자. 우치다 다쓰루의 임상철학과 김영민의 일리의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고 인간, 사회, 심리, 교육, 배움에 대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려 시도하고 있다. 우연히 알게 된 우치다 다쓰루 사상을 통해 접한 배움을 한국의 대중에게 알리려고 선생의 강연을 기획하고 직접 통역하기도 하며 『침묵하는 지성』, 『망설임의 윤리학』, 『스승은 있다』, 『완벽하지 않을 용기』, 『교사를 춤추게 하라』,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등 선생의 저서를 소개하고 번역했다.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비고츠키를 연구하며 대중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알리고자 애쓰고 있다. 『비고츠키 불협화음의 미학』, 『레프 비고츠키』, 『해럴드 가핑클』, 『화학분석』을 썼고,『보이스 오브 마인드』, 『심리학은 아이들 편인가』, 『수학하는 신체』, 『수학의 선물』, 『단단한 삶』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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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81쪽 | 210*290*10mm
ISBN13
9791143029256

책 속으로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일상이라는 현실은 한없이 끈적거리고, 그 심연의 깊이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하다. 색스는 그 어떤 촘촘한 이론의 그물로도 다 퍼 올릴 수 없는 그 거대하고 펄떡이는 현실의 복잡성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오롯이 담아내려 했다. 심해 2000미터의 가공할 수압을 견디기 위해 겹겹의 무거운 티타늄 잠수복과 얽히고설킨 산소 공급 회로가 필요했듯, 색스 역시 일상의 거대한 심연에 압사당하지 않기 위해 복잡한 사유의 회로와 기이한 어휘들을 온몸으로 발명해 내야만 했다.
--- 「“01 색스어 대 저잣거리어”」 중에서

머리로 세상을 통제하고 정답을 규정하려는 ‘표상주의적 앎’은 결코 지금 여기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반표상주의적 삶’의 역동을 이길 수 없다. 거만한 이론의 잣대를 거두고 일상의 삐걱거리는 대화 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정답 없는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조율해 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그 어떤 위대한 철학보다 더 깊고 단단한 ‘삶의 이치’를 빚어내고 있음을 말이다.
--- 「“04 표상주의적 앎 대 반표상주의적 삶”」 중에서

이 글이 당신의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기 위한 서늘한 렌즈가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상대방이 툭 던지는 “으흠” 소리와 그에 뒤따르는 침묵의 공간에 잠시 멈춰 서 보라. 그 침묵 속에서 당신이 상대방에게 무엇을 쥐어짜 내어 ‘상납’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을 둘러싼 세계의 풍경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당신은 오늘 누구의 지휘봉에 맞춰 춤을 추었는가?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굄목을 누구의 발밑에 기꺼이 놓아 주었는가?
--- 「“08 권력의 민낯” 」 중에서

색스의 학문이 반세기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우리를 끝내 사로잡고 뒤흔드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비루하고 친숙한 것들의 심장부에서 가장 낯설고도 치명적인 매혹을 건져 올리기 때문이다. 매일 무심코 누르는 엘리베이터의 차가운 층수 버튼 하나, 골목에서 마주친 이웃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짧은 몸짓,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 툭 하고 틈입한 0.1초 찰나의 침묵. 색스는 집요한 회화분석의 렌즈를 통해 우리로 하여금 똑똑히 목도하게 한다. 저 쓸모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상의 파편들이야말로 인간 사회라는 거대하고 위태로운 건축물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튼튼한 주춧돌이자 소름 돋도록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 장치라는 묵직한 사실을 말이다.

--- 「“10 학술의 본질”」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읽씹’은 왜 그토록 공포스러운가?
‘회화분석가’ 하비 색스의 눈으로 본 펄떡이는 일상사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거대한 사회 질서를 맨손으로 지어 올리고 있다. 이 펄떡이는 실천은 기존 사회학의 죽은 언어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다. 하비 색스는 주류 학계가 노이즈로 치부해 쓰레기통에 내버린 헛기침, 더듬은 말, 짧은 침묵 속에서 저잣거리의 땀내 나는 숨결을 온전히 포착해 낸다. 정교한 ‘회화분석’으로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경이로운 방법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오만한 이론의 껍데기를 벗겨 낸 섬세하고 정교한 현상의 언어로 묘사한다. 이로써 쓸모없어 보이는 사소한 일상의 파편들이야말로 인간 사회라는 거대하고 위태로운 건축물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튼튼한 주춧돌이자 소름 돋도록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 장치임이 명백히 드러난다.

색스의 언어는 어렵다. 그러나 이는 색스가 현실과 동떨어진 상아탑의 몽상가였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그 어떤 촘촘한 이론의 그물로도 다 퍼 올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복잡한 우리의 일상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오롯이 담아내려 했기 때문이다. 저자 박동섭은 ‘지적 번역 게릴라’를 자처해 색스의 빛나는 언어와 통찰을 보통 사람들의 하루하루로, ‘저잣거리’의 언어로 번역해 낸다. 너무 가벼워 이내 흘러가 버리는 ‘일상 언어’와 생생한 역동성을 깡그리 압사시키는 ‘과학 언어’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색스의 이론과 개념을 언제든 빼어 들 수 있는 도구로 제련한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대화 상대의 침묵과 카톡 읽씹, 레스토랑의 진상과 지하철의 취객, 북적이는 카페에서의 대화를 색다른 시선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예리하게 벼려진 색스의 언어를 손에 쥐고 야성적 항해라는 학술의 본질을 되살려 보자.

하비 색스(Harvey Sacks, 1935∼1975)

회화분석의 창시자이자 에스노메소돌로지를 대표하는 혁명적 사상가.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등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다. 기존 학자들이 도서관에 앉아 거시적인 사회 구조를 논할 때 평범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대화에 렌즈를 들이밀었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듯한 일상의 말들이 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상호작용의 톱니바퀴임을 밝혀낸 것이다. 사후에 엮인 주저 ≪대화에 대한 강의(Lectures on Conversation)≫(1992)에서는 일상어가 세상을 서술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삶과 사회를 매 순간 새롭게 빚어내는 역동적인 ‘실천적 행위’임을 치밀하게 입증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적 찰나에서 인류가 공유하는 기막힌 질서의 뼈대를 발견해 내는 시선으로 현대 사회학과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가장 서늘하고도 결정적인 균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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