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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이 우주에 탄생한 이래 가장 경사스러운 날을 맞이했습니다!”
우주 최초 연필들의 올림픽이 시작된다! 저 멀리 138억 년 동안 우주를 돌고 돌아온 성화가 다가온다. 이곳은 우주 최초로 연필들의 올림픽이 열리는 지구 별 종합 운동장. 운동장은 각 행성에서 온 선수단과 그들을 응원하는 문구들로 ‘연산연해’다. 부상을 방지하려면 꼼꼼한 준비 운동은 필수! 이윽고 첫 경기 ‘직선 달리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일제히 일직선으로 출발한다. ‘곡선 굴리기’, ‘존재감 레이스’를 지나 다음 경기로 향하던 그때…. 아뿔싸! 경기장 바닥에 구멍이 나는가 하면 부정행위를 한 선수들이 적발되기도 한다. 과연 연필 선수들은 몽당연필 올림픽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따로, 또 같이. 놀이를 통해 만드는 공감과 연대, 환대의 장 나와 너를 가르고,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서로 다른 존재는 모두 적으로 돌리는 풍조가 만연하다. 경쟁이 심화된 사회에서 내 몫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무한 경쟁 사회에 피로도가 극에 달한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공감과 연대, 환대의 감각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 몽당연필들의 ‘올림픽’은 경쟁의 공간이 아니다. 경기라는 형식을 띤 놀이의 장이다. 우주 곳곳에서 모인 문구 친구들은 응원을 하기도, 경기 진행을 돕기도 한다. 올림픽에 참가한 몽당연필 선수들은 저마다 갈고닦은 능력을 뽐내며 서로 어울린다. ‘직선 던지기’, ‘곡선 굴리기’, ‘존재감 레이스’, ‘낙서왕 선발전’ 등은 결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경기들이다. 이는 몽당연필 올림픽이 애초에 승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님을 암시한다. 놀이가 경쟁으로 변하려는 순간,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종이에 구멍이 나는 것을 보라. 평화의 비둘기를 그리며 마음을 가다듬은 자만이 다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부정행위는 두 건으로, 모두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은 경우다. 연필이 아닌데도 경기에 참가한 샤프펜슬과 지우개가 달려 있지 않은데 가짜 지우개를 붙인 연필이다.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작가의 의도가 읽히는 지점이다. 그러나 부정행위로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도 마지막에는 때 뭉치를 가지고 모두 함께 어울려 논다. 잘못을 무조건 벌하기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이를 용서하는 포용력이 엿보인다. 시상식도 특별하다. 각 경기의 우승자를 가리는 대신 가장 짧은 몽당연필에게 특별상을 수여한다. “저렇게 닳을 때까지 얼마나 문질렀을까요.”라는 해설의 말은 이 상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연필이 아니라 가장 노력한 연필에게 주어지는 상임을 보여 준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빛나는 몽당연필들의 축제는 경쟁과 배제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에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일깨운다. 다양한 질감의 연필에서 피어난 천진난만한 상상력 이 책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질감의 연필선이다. 언뜻 보면 누군가 책 위에 직접 낙서한 듯 자연스럽고 자유롭다. 콜라주로 만든 배경과 어린아이가 슥슥 그린 듯한 등장인물들은 몽당연필들의 올림픽이 누군가의 작은 노트 한 권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어른이 아이를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처럼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어린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함께 즐기려는 작가의 노력으로 읽힌다. 마치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처럼, 이 책 속의 각종 문구들은 생명력을 얻어 즐겁게 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된다. 물건들이 생명력을 얻는 방식도 다양하다. 연필이나 집게, 컴퍼스처럼 본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가 하면, 사람에 가까운 모습을 한 것들도 있다. 의인화의 정도를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폭넓게 표현한 데서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주변의 사물에 저마다의 역할과 성격을 부여하며 노는 어린이들의 놀이 방식과도 닮아 있다. 30년이 넘는 그림책 작업의 내공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언뜻 보면 아이가 장난삼아 그린 듯한 그림이지만, 그 안에서 매 페이지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면서도 전체적인 그림의 톤과 완성도를 유지한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동세와 넘치는 에너지는 ‘올림픽’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운동성을 만들어 낸다. 이를 뒷받침하는 책의 물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을 그림 아래에 별도로 배치해 가독성을 높이는 한편, 갱지를 연상시키는 면지와 자그마한 판형을 통해 아이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공책이나 학용품의 느낌을 살렸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림의 표현 방식과 어우러져 독자가 몽당연필들의 세계에 더욱 자연스럽게 몰입하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