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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들추면 사랑을 들킵니다
유수연 저
오리지널스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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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어제의 슬픔이 오늘의 슬픔이 되지 않기를

마주해야 할 밝음에 대한 것들
우리에게는 좀 더 두툼한 슬픔이 필요하니까
꿈은 엉망으로 정리한 마음이다
아낀 눈물을 빌려줄 수 있다면
가진 게 없으면 시가 남는다
*잃어버린 것은 밤에 더 잘 보일까

2. 세상을 입고 나면 내가 조금 작았다

삶은 어지럽고 시는 기대고 싶어
어떤 시샘이 나를 피워내는 중
풀어야 할 게 사랑의 시험이었나요
세상은 어쩌면 보복 같기도 했네
집인데 집에 가고 싶다
*그렇게도 갈 수 있네요

3. 너를 지운 자리에 자꾸 내가 남아서

옛사람을 지우던 일이 온통 내가 되었네
우리 이름은 어떤 시가 될 고심이었나
시절이 그립다 전화는 못 해요
제일 모르는 목소리
우리는 또 모를 우리가 되어 만나리라
*그래서 탱고는 둘이 하는 실수랍니다

4. 다 지난 일인데 나는 아직 지나가는 중

눈물 나게 고마운 핑계였다
3일씩 작정하는 결심
이 두근거림도 환절기라 그럴 거야
놀라 뒤돌아보는 노래 같은 사람아
우리의 문장이 끝나지 않는 이유
*바람에도 마음에도 맛이 있을까

5. 겨우 그런 것들로 마음은 살아나고

나무의 이름이 궁금한 사람도 있네
우리는 기르는 걸까 키우는 걸까
이 시 번역되나요?
복숭아 털에도 찔리는 법이야
평생소원이 누룽지가 어때서요
*멈춰 있는 것, 이게 나의 여행이다

저자 소개 1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믿음으로, 삶의 가장 사소한 부분을 응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백 년, 이백 년 후에도 사람은 여전히 슬프고 외로울 것이기에, 사람으로서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미래에 남기고 싶어 시를 쓴다.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처음 독자와 만났고, 그렇게 남긴 시집으로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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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15*188*20mm
ISBN13
9791169087742

책 속으로

누군가의 문장에서 나를 발견하면 조금 덜 혼자가 되었다. 내가 설명하지 못했던 마음이 이미 거기에 적혀 있었다. 시인은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것을 알고 있을까. 그 신기함 때문에 다시 읽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해받는 기분은 때로 가까운 사람의 위로보다 덜 부끄러웠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주 머물 수 있었다.
---p.10

이 책을 읽으며 들키는 것이 있다면 그런 순간들이었으면 좋겠다. 남을 이해하느라 내 서운함을 접어두었던 일.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 식은 마음을 숨겼던 일. 행복하고 싶었지만 그것을 위해 무언가 부탁하거나 거절할 용기는 내지 못했던 일. 나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마음을 남의 문장에서 발견하고, 잠시 읽기를 멈출 수 있다면 좋겠다.
---p.12

들킨 내가 곧바로 사랑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왜 그랬을까 싶고, 다시 덮어두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더 곁에 있어보면 어떨까.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였다면 끝까지 들어주었을 테니까. 나에게도 내가 아직 모르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함부로 나를 버리지 않을 수는 있겠다.
---p.12

시간이 지나면 다 추억이 될까. 좋은 기억만 추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신기했다. 어떤 추억은 덜 말린 수건처럼 눅눅한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너무 외로워 얼굴을 처박고 울던 베개처럼 축축하기도 했다. 무엇으로 괴로웠고 외로웠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태 베갯잇에 남긴 눈물 자국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눈물은 오래 얼룩이 진다는 것. 슬픔이 생활이 되면 새로운 빨랫감이 늘어날 뿐이다. 내가 저지른 슬픔을 내가 치워야 한다.
---p.34

밀려 쓴 것인지 아예 답안지를 비워둔 것인지 모를 삶을 미지근하게 올려두고, 거기서 마음껏 어긋날 수 있었던 것은 나만 불행한 게 아니라는 묘한 위로 덕분이었다. 우리가 계속 틀리고, 계속 설레더라도, 이 모든 어긋남이 부디 삶의 거대한 오답이 아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p.98

길을 잘못 들어 한참 걷는 동안에도 산책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는 있겠다. 돌아갈 길을 찾느라 두리번거린 것인데, 누군가는 이 동네가 마음에 드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조금 억울하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헤매느라 본 것 중에 마음에 드는 풍경이 아주 없지는 않을 테니까.
---p.120

한 번도 마주칠 수 없던 서로의 삶에서 서로의 삶 앞으로 새치기해 들어온 것만으로 우리의 평범함은 기적이었다. 기웃거리고 알짱거리지 않고 머뭇거림도 없이 삶에 개입해도 당당한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이. 꽤 괜찮은 사과 없이도 서로의 잘못을 덮어두고 용서해 주는 것이. 때로는 흉내가 필요 없는 화해가 되고는 했다.
---p.131

출판사 리뷰

“내가 설명하지 못했던 마음이 이미 거기 적혀 있었다”
_ 우연히 마주한 문장에서 지금의 감정을 발견하는 기쁨
*김혼비, 황인찬 강력 추천!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위로

마음이 소란스러우면 긴 호흡의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읽으려고 사둔 몇 권을 뒤적이다 내려놓기를 여러 번, 좀처럼 오래 마음을 붙들어주는 책을 만나기 어렵다. 그럴 때 시집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시의 정갈하고 섬세한 문장들을 곱씹다 보면 내 마음에도 여백이 깃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알기도 어렵고 굳이 애써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쳤을 때는 더더욱, 시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위로'를 준다. 『사람을 들추면 사랑을 들킵니다』는 그런 마음 같은 시, 시 같은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책이다.

감정을 섬세하고 다정하게 살펴보는 유수연 시인의 특별한 산문집

이 책의 저자 유수연 시인은 그동안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등의 시집을 통해 슬픔과 사랑 사이에서 우리가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섬세하고 다정하게 살펴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희망을 전해왔다. 그 사려 깊은 마음에 공감한 독자들이 많아서인지, 출간된 지 시간이 좀 지난 요즘에도 SNS를 통해 "아직도 나는 사랑을 모르고 착하지 않아" "어둠에게 필요한 건 빛이 아니라 같은 어둠일 수 있다" 등의 시구들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조금 특별한 산문집 『사람을 들추면 사랑을 들킵니다』를 펴냈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난 여러 문장들 속에서 어떻게 숨겨둔 마음을 발견하고 위로 받았는지 그 소중한 경험들을 풀어냈다.

퇴근 길 저녁, 혹은 이별한 택시 안 우리가 마주했을 마음들

낮보다 밤이 길어진 어느 퇴근길 저녁, 나희덕 시인의 〈차갑고 둥근 빛〉 중 "에너지 없이도 빛나는 존재"에 마음이 붙들린 이유를 살펴보면서, 우리도 누군가의 시선에선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고 떠올린 생각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야경이 누군가의 야근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안간힘으로 빛을 낸다는 건 어쩌면 울음의 잔상이 된다. 그렇게 우리의 버팀이 사회의 풍경이 되는 동안 우리는 잊은 채 살아간다. 내가 빛났다는 사실을."

홀로 자취를 하던 고등학생 시절 혼자를 견디기 위해 자주 서점을 찾다가 그렇게 처음 허수경 시인의 시를 만났을 때, "모든 게 다 ‘흘러감’인 걸 알아도 ‘헤매인 마음’에 먹먹해진" 이야기는, 어떤 사랑이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마음을 마주했을 때, 유독 택시마저 잘 잡혀 서둘러 돌아가는 길 차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을 때, "슬픔의 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그저 물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해받는 기분을 주는 시와 노래, 그리고 영화들

작가는 문장들을 만났을 때 그 뜻에 머물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더 많이 들여다보는 날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누군가의 문장에서 나를 발견하면 조금 덜 혼자가 되었다. 내가 설명하지 못했던 마음이 이미 거기 적혀 있었다. (...)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해받는 기분은 때로 가까운 사람의 위로보다 덜 부끄러웠다." 이 책에는 시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 영화 대사 등 작가가 살아오면서 이해받는 기분을 느낀 여러 좋은 문장들이 소개되어 있다.

내 감정은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책은 다섯 개의 감정의 조각들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어제의 슬픔이 오늘의 슬픔이 되지 않기를'에는 슬픔과 눈물, 잃어버림에 대한 이야기들이, 2부 '세상을 입고 나면 내가 조금 작았다'에는 시샘과 미움, 헤맴과 불안의 감정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3부 '너를 지운 자리에 자꾸 내가 남아서'는 관계와 애틋함, 이별과 그리움의 정서를, 4부 '다 지난 일인데 나는 아직 지나가는 중'은 시간의 흐름과 나이, 환절기에 겪는 마음을, 마지막으로 5부 '겨우 그런 것들로 마음은 살아나고'는 일상의 사소하면서 특별한 순간들과 그에 대한 다정한 진심을 다룬다. 그리고 각 챕터 말미에는 작가가 그 챕터에서 가장 전하고 싶고 나누고 싶은, 독자 또한 책을 덮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길 권하고 싶은 짧은 이야기가 한 편씩 담겨 있다.

잠시 읽기를 멈추고 마음을 기다려주는 일

사람을 들췄는데 들킨 마음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 또한 내가 미처 사랑이라고 부르지 못한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느라 서툴렀던 나, 미움에 힘을 너무 많이 쓴 나, 다짐하고도 또 누워버린 나” 말이다. 어쩌면 이때부터 우리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장들 어딘가에서 마음이 머문다면 그대로 잠시 읽기를 멈춰도 좋다. 나의 감정을 재촉하지 않고 가만가만히 기다려주는 일, 그것이 이 책이 당신에게 가장 바라는 일이다.

추천평

나의 상투적인 언어로 이 산문집의 눈부심을, 이토록 서늘하게 정확하면서도 끝끝내 아름다운 문장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수연의 문장이 닿으면 어둑어둑한 겨울철의 출퇴근길부터 복숭아를 깎아 먹는 여름철의 사소한 일까지 모두 시가 되었다. 그가 그만의 시선으로 풀어놓은 시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그저 멀게만 느껴졌던 시구 하나하나가 모두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일상이 온통 시다. 이런 일상이라면 훨씬 살아볼 만한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어떤 희망이나 용기가 차올랐다. 일상의 권태나 고통 같은 것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어떻게 재해석하는지가 삶의 형태를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재해석하려면 당연히 새로운 언어가 필요한데 나에겐 이 책이 그런 언어들의 사전 같았다. 놀라 뒤돌아보는 노래 같은 책. 참 단단하고 든든한 책이다. - 김혼비 (작가, 『다정소감』)
어떤 시는 마음에 깊게 박혀 마음 전체를 물들인다. 이 책은 시인의 마음에 깊게 뿌리 박은 문장들의 모음이고, 그 문장이 시인의 삶을 어떻게 물들였는지 드러내는, 다채로운 삶의 색채 모음집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시인이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고 드러내 보이는데, 읽는 이는 그것이 자신의 마음의 빛깔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사랑이 가능해진다. 그것이 사람을 들추면 사랑이 들킨다는 말의 뜻이리라.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시인이 정성스레 모은 아름다운 문장들을 헤아릴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시인의 마음을 물들인 그 문장들과 더불어 우리의 생활을 시의 빛으로 채울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 깊어가는 계절, 당신 또한 이 다정한 책과 더불어 한 시절 보낼 수 있기를! - 황인찬 (시인,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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