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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심지연
소나무 200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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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삶을 돌아보며
2. 의병의 후손
3. 암수바위굴에서 놀던 어린 시절
4. 상경
5. 해방 전 활동
6. 해방 후의 조직활동
7. 전쟁이 일어나고
8. 험난했던 후퇴길
9. 제34호 병원과 회복대학교
10. 중앙당의 소환
11. 특수교육
12. 서울, 좌절된 월북
13. 22년간의 감옥생활
14. 다시 원점에서 서서

저자 소개 1

1948년 대전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사 기자와 한국정당학회 회장(2001~2002년),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2003년), 한국정치학회 회장(2004년)을 역임하고 1982년부터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민주당연구 1, 2』, 『조선신민당연구』, 『인민당연구』, 『허헌연구』, 『김두봉연구』, 『미소공동위원회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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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심지연
동아일보사 기자를 역임하고 현재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저서로는 『조선신민당 연구』『미소공동위원회 연구』『인민당 연구』『김두봉 연구』『허헌 연구』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9쪽 | 615g | 148*210*30mm
ISBN13
9788971390405

책 속으로

그 당시는 나라 안 전체가 기쁨에 들뜨고 흥분으로 들끓는 분위기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 동안 일제로부터 갖은 압박을 다 받아 오다가 드디어 해방이 되었으니 누군들 무덤덤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뜻을 펼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것은 비단 좌익이나 우익뿐만이 아니었다. 그 동안 산 속에서 지내던 도사라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몇백 명씩 산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이복영이라고 하는, 나보다 20년이나 위인 사촌이 한분 계셨는데 그분은 나를 많이 돌보아 주셨다. 그분은 일제시대 미두회사 사장인 김익동의 초청으로 인천에 가 있으면서, 그곳에서 서몽암과 가깝게 지냈다. 서몽암은 당시 우리 나라에서 관상이나 점,사주 등에서 제일인자라는 소문이 나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사촌에게서 들었던 모양인지 우리 집을 한번 다녀갔다.

--- p.118

1958년 7월 북에서 내려온 나는 그해 9월 체포된 후 22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리고 1980년 5월 가석방으로 출소하여 또 이렇게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돌이켜보니 세월은 참으로 유수와 같아서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꿈 속의 일들처럼 느껴진다. 그 숱한 사연들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던가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또한 우리 나라가 겪지 않을 수 없었던 냉엄한 역사였다.

나는 부유한 양반집의 9대 종손으로 1920년 태어났다. 귀한 집의 귀한 아들로 태어난 나는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아이였지만 우리 민족의 현실은 나를 그냥 그 품에서 곱게 자라도록 두지를 않았다. 1920년대는 조선 봉건 사회의 어두운 면들이 쌓이고 쌓여 이 나라의 민중들이 숨쉬기조차 버거운 시절이었는데다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까지 더해져 온 국민이 고통 속에서 신음하던 시기였다.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당신 나름의 방법으로 지조를 굳게 지키면서 한 평생을 살아내신 아버님. 풍찬노숙, 얼어붙은 이 산하와 만주벌을 누비며 일제의 총칼에 맞서 싸우다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작은아버님. 이분들의 삶은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진 분명한 좌표가 되었다.

--- p.25

출판사 리뷰

역사라는 긴 시간의 눈으로 볼 때, 남북 분단의 한국 현대사는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치열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실존적인 개인들의 삶은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역사는 과연 어떤 삶이 정당했고 어떤 삶이 비겁했다고 기록할 것인가? 아니면 남의 편에 섰든 북의 편에 섰든 가리지 않고 그들 삶의 진실성만을 평가할 것인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 몸으로 살아낸 노촌 이구영
여기 그러한 질문에 답할 만한 역경의 80년 삶이 있다. 신간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는 그 삶의 궤적을 좇아가는 숨가쁜 여정이다.
충청도 땅에서는 이름만 대면 다 알아주는 양반의 후손이자 의병의 후예로 태어난 이구영. 그는 철저한 유학 교육과 반일 의식을 이어받은 유생의 마지막 세대였다. 열여섯에 결혼을 한 이구영은 같은 해 처음으로 상경 길에 오른다. 그러나 서울에 살던 친척들이 만나자마자 그를 이발소에 데려가 상투를 자르게 할 정도로 구식이었다. 완고한 유학자이신 아버님에게 죄를 지었다는 생각으로 그는 한동안 고향에 내려갈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순박한 청년 선비였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조류는 거스르기 어려운 힘이었다. 어쩌면 유유자적한 은둔자의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그가 격동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은 그 거스를 수 없는 시대 조류의 힘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서울로 유학 온 그는 자연스레 사회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었고, 오히려 그 속에서 유학에서 추구하는 대동大同 세상에 이르는 현실적인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에게 유학은 죽어 있는 훈고학이 아니라 살아 숨쉬면서 늘 새로운 피를 수혈 받기 원하는 이상주의 그 자체였던 것이다.그는 철저하고 활동적인 사회주의 실천가가 되었고 독서회 사건으로 일제의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받다가 일년만에 반죽음이 되어 나온다. 이러한 형무소와의 악연은 그의 인생에 유달리 자주 그리고 길게 등장한다.

해방이 되자 이십대 중반의 청년 이구영은 새 조국 건설에 온갖 정열을 기울인다. 동지들과 삐라를 제작하고, 조직 활동을 벌이고, 가문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중 선동에 나서는 등 물을 만난 고기처럼 난생 처음 빛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황금 시대는 너무나 짧았다. 몽양 여운형, 백범 김구, 박헌영 등 당파를 초월하여 건국 구상을 함께 나눌 만큼 열린 그였지만 빨치산 사건으로 이제는 대한민국의 적이 되어 다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때 그를 고문했던 형사는 그의 인생에 악연 중의 악연으로 다시 등장한다.

한국 전쟁이 터지자 그에게 남겨진 유일한 선택은 가족과 헤어져 홀홀 단신 북쪽으로 향하는 것뿐이었다. 무수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살아남자 그 앞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회주의 시대가 펼쳐져 있었다. 나름대로 북한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그는 새로 결혼도 하고 어느 정도 북한에서의 생활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 즈음 중앙당의 호출을 받게 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간첩을 해!"라는 의혹의 소리를 지금도 자주 들을 만큼 어울리지 않는 명령이었지만, 그는 당의 명령에 순종하게 된다. 혹독한 남파 공작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남파 공작원으로 서울 땅을 밟았지만, 그의 간첩 생활은 참으로 짧았다. 남파 두 달만에 남녘 항구 부산을 헤매다 역 앞에서 우연히 10년 전 그를 고문했던 형사의 눈에 띄어 붙잡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22년간의 옥살이. 전향 공작과 고문, 중구금으로 점철된 피눈물나는 옥살이는 이제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그 살벌한 감옥에서도 자신의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호서湖西 의병들의 활약상을 번역 정리하는 등 선비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이러한 생활 태도는 폭압적인 정권에 의해 구금된 양심수들에게 감화를 주어 이른바 감옥 제자들이 생기게 된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이 책을 쓴 심지연 교수와 대담을 한 신영복 교수이다.

스승의 날에 삶의 스승께 바치는 책
감옥에서 나온 후 선생은 이문학회以文學會를 설립하고 한문 및 전통 교육에 전념하여 많은 제자들을 키워오셨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이문학회의 제자들을 비롯해 많은 성원과 지지가 있었다. 80세를 맞는 노 스승에게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바치는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새겨 놓은 스승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또한 남과 북에 따라,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선생의 삶은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겠지만, 과연 역사는 그리고 우리 동시대인들은 그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이다.

이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온 노촌 이구영 선생의 ― 오랜 꿈에서 깨지 못하던 조선 봉건 시대, 굴욕에 찬 일제 식민지 시대, 새로운 희망으로 용트림하던 해방 후 건국 시대, 광포한 전쟁 시대를 거쳐 잠시 동안의 안정기였던 사회주의 시대, 그리고 끝없는 어둠의 세월인 22년간의 옥살이. 마침내 세계화된 자본주의 시대를 횡단하고 있는 ― 삶을 우리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모든 독자들에게서 얻고자 하는 바이다.

추천평

이 책에서 술회하시는 노촌 선생님의 이야기는 역사를 과거의 화석 같은 존재로부터 깨워서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살아 있는 실체로 복원하고 생환하게 한다. 이러한 복원과 생환이 진실로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우는 자세일 것이다. 역사를 생환하고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그 시절을 정직하게 맞서서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 시절이 채워질 때 비로소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노촌 선생님이 이 책으로 여러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열어 저마다 역사를 생환하도록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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