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추억과 열정의 오디오 편력기
오디오에 미친 사람들, 오디오파일 오디오를 통해 인생을 배우다 인간의 공간에서 천상의 소리를 듣다 네가 아니면 슈만의 환상곡이 들리지 않아 '알텍'이란 종교를 가진 사나이 좋은 물건과 오디오가 주는 아름다움 쥐의 귀를 가진 친구 오디오파일의 몇 가지 유형 잠재울 수 없는 업그레이드의 열망 오디오라는 고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중독형 인간들의 천국 일본 2. 오디오, 더 깊이 사랑하기 지금 오디오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CD플레이어의 진실 스피커는 오디오의 알파와 오메가 듬직한 남성의 풍모 앰프의 세계 아날로그 사운드는 영원하다 오디오의 작은 우주 카트리지 케이블 없인 소리가 나지 않는다 국산 하이엔드 오디오, 그 불운한 황제를 위하여 순수 오디오의 종말은 다가오는가? 3.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의 출발, 마크 레빈슨 관록의 거봉, 매킨토시 현대 미국 하이엔드 스피커의 이단아, 아발론 사라지지 않는 전설, 탄노이 앰프 설계의 천재 넬슨 패스가 만드는 패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 소누스 파베르 스코틀랜드인의 반듯함과 린 순백의 아름다움, 골드문트의 세계 아날로그의 화신, 윌슨 베네시 이탈리아의 패션 앰프, 패토스 |
윤광준의 다른 상품
|
--- 전문서평 위원 표정훈
386세대로 일컬어지는 연령층이라면 워크맨에 대한 향수를 지닐 법하다. 워크맨은 본래 일본 소니사가 개발하여 1979년에 처음 출시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별칭이다. 제품의 정식 이름은 사운드어바웃(sound-about), 즉 '주위를 둘러 싼 소리'이다. 외국어 단어를 가지고 신조어를 만드는 일본인들의 각별한 취향의 결과이기도 하다. walk(걷다)와 사람(man)을 합쳤으니, 걸어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정도의 뜻이다.
그런데 나는 워크맨과 고급 오디오 기기의 음질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고급 오디오 기기의 소리가 훨씬 더 웅장하다는 정도 이외에는 그다지 각별한 차이를 못 느낀다. 물론 남들보다 귀가 어두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소리를 감별하는 데에 무척 둔감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오디오 시설을 갖추고 계신 친척 어르신 한 분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그 분은 오디오 시설이 있는 방에 가족들의 출입도 금한다. 그 '자기만의 방'에서 더 없는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산소 이외에 음악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다고 말씀할 정도이니, 소리광, 소리 도락가를 뜻하는 사운드파일(soundphile)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사진작가이자 오디오 칼럼니스트 윤광준 씨의 『소리의 황홀』덕분에 나는 앞서 언급한 친척 어르신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에서 사운드파일을 언급했지만, 아닌게 아니라 일본식 조어인 오디오매니아 대신에 오디오파일(audiophile)이라는 말이 점점 더 빈번하게 사용되는 추세라고 한다. 저자의 드넓은 오지랖과 책글이 아닌 말글에 가까운 글쓰기가 나 같은 문외한에게 친절로 다가온다. 작가 윤대녕의 짧지만 인상적인 추천의 글이 저자의 풍모와 살아 온 내력을 가늠하게 해 준다. 오디오에 빠지면 왜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 '대가 없는 일이 주는 자기 만족과 희열 때문'이기도 하고, '스스로 빛나고 스스로 아름답고 스스로 난해한 삶의 시간을 갖는 일이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 난해한 삶의 시간의 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저자는 빅토리아 뮬로바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음 뒤에 숨어 있는 공기의 울림을 문제삼고, 소리가 아닌 연주 공간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씨름했다. 이에 스피커 스텐드에 볶은 모래를 넣어보기도 하고, 몇 십만 원 하는 은선 케이블을 꼬아보고 풀어보며 노심초사하다가 날이 훤하게 밝았다. 두께가 얇은 아파트 문짝의 공명으로 음이 탁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예 문짝을 봉해버리기도 하고, 쿠션의 솜을 뜯어내 방 구석구석에 쑤셔 넣기까지 했다. 그렇게 애쓴 끝에, 빅토리아 뮬로바가 연주하는 연주홀의 크기를 연상할 수 있는 소리의 울림을 만들었고, 그 순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저자 자신만의 음악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저자는 그만한 도취의 심연을 대신할 이 지상의 놀이를 알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아날로그 LP에서 CD로 '변절한' 골수 아날로그파들을 목격한 저자는, 메이커가 만들어주는 기계를 군말 없이 쓰는 대중의 수동성이 불가항력임을 인정한다. 이른바 A/V 시스템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난 저자의 통찰이다.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아무래도 생산자의 몫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것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것은 인간뿐이라는 보다 넓은 통찰로까지 이어진다. 순수 오디오의 종말에 대한 저자의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통찰. 나처럼 워크맨과 고급 오디오 기기의 음질 차이에 둔감한 사람, 오디오의 세계에 초발심을 낸 사람, 모름지기 음향 기기란 소리만 나오면 됐지 그 무슨 유난이냐고 생각하는 사람, 오디오 마니아들의 속내를 홈쳐보는 불온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사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 목록에 무언가 새롭고 각별한 것을 추가시키고 싶은 사람.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속인의 귀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소리의 어떤 신성함을 찾는 구도자 아니 구음자의 모습, 그런 모습과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바로 이 책이다. |
|
'오디오는 음악과 기기, 인간의 세 축으로 이루어진다. 음악성이 빠진 오디오는 공허하다. 오디오적인 섬세함이 빠진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나는 진정한 주체다. 오디오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운드의 완성을 통해 음악의 도취를 이끌어내는 작업이다. 결국 인간의 문제다.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고뇌가 얽혀있는 오디오는 그 이면에 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p.10, 글을 시작하며)'
--- p.10 |
|
어쨌든 열심히 그리고 미친 듯이 음악을 들었다. 친구들이 길거리에서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과 깨진 보도블록으로 진압대를 향해 돌팔매질을 해대고 경찰의 닭장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 뜬 눈으로 밤을 새울 때, 나는 그 울분을 낡은 레코드 판이나 돌리며 달래고 있었다. 존경하는 선배가 찬 콘크리트 바닥에 내팽겨쳐져 피범벅이 되도록 맞고 있을 때 나는 숨죽여 흐느끼며 존 바에즈의 <우리 승리하리라>, 피터 폴 엔 메리가 부르는 <탈주병>, 밥 딜런의 <블로잉 인더 윈드>를 들었다. 동료들이 온몸으로 저항하고 자신의 미래를 저당잡히는 동안, 나는 위대한 아티스트들로부터 자유와 희망, 절망과 고독을 하나씩 배워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치졸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아편 중독자처럼 매일매일 단위를 높여 음악과 오디오 속에 몸을 숨겼다. 내 인생의 반 정도는 이때의 비겁함과 두려움을 자양으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
--- p.26 |
|
수천 년 전 돌판에 새긴 로제타스톤이나 파피루스에 쓰인 상형문자의 내용을 지금 바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문자라는 아날로그 기호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디지털로 기록되었다면 변환 코드를 일치시키지 않는 한 그 자체는 오래된 돌멩이나 갈대 잎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문자는 어디에 새겨 넣든 시공을 초월해서 그 자체로 바로 읽히는 직독 개념의 기록이다.
또한 여기에 새겨진 내용은 문자가 갖는 상징과 은유로, 적은 분량으로도 많은 의미를 포함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판독하는 방법은 쉽다. 문자를 읽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한다. 판독의 질이 문제가 되겠지만, 고도의 지적 능력과 상상력이 결합된 판독이라면… 이건 문제가 달라진다. 기록해놓은 사람도 몰랐던 새로운 의미의 발견과 새로운 해석의 여지는 전적으로 읽는 쪽의 능력에 달려 있다. 기록 밀도가 높은 함축된 정보를 비교적 간단하게 담는 건 역시 아날로그가 유리하다. 1972년 발사된 행성 탐사선 파이오니어 10호에 실린 미지의 외계인에게 보내는 지구인의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로제타스톤' 같은 아날로그다. 얇은 알루미늄 판에 금박을 입힌 편지에는 불과 몇 개의 그림만이 담겨 있다. 이 그림엔 외계인에게 지구와 지구인을 소개하는 수많은 내용들이 담긴다. 지구인보다 훨씬 높은 문명 수준에 도달해 있을 외계인에게 읽힐 수단이란 게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란 점이 흥미롭다. --- pp.162~163 |
|
마크 레빈슨은 하나의 신화다. 단지 제품의 완성도만으로 신화가 유지된다면 그 이후 만든 더 우수한 성능의 앰프들도 같은 대접을 받아야 하겠지만, 마크 레빈슨이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개념의 앰프를 처음 만들어냈다는 점 때문이다. 마크 레빈슨은 과거의 답습을 거부하고 독창적인 양식을 만들어, 끊임없이 완성도를 높여갔다.
여기 담긴 한 인간의 이상 추구와 집념의 실현은 가히 한편의 드라마다.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던 것,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것을 가능한 현실로 만든 사람이 마크 레빈슨이다. --- p.199 |
|
때론 그것이 아니면 안되는 물건이 있다. 그 물건을 선택하는 건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표시이다. 사소하게 보이는 물건에 담긴 보이지않는 의미는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 p.62 |
|
그 많은 레코드를 언제 듣느냐고 물어보지만 한번도 시원하게 대답을 들어본 적이 없다. 레코드 래크의 빈틈을 보면 거기에 채워 넣을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레코드 컬렉터들은 빈틈에 무엇인가 채워넣는 테트리스 게임을 잘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레코드를 모으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 확인에는 이상하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 p.86 |
|
인간에겐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
오디오파일(audiophile)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깊이나 사운드의 완성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중독형 인생이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난치병'에 걸려 있어도 이들은 행복하다. 미쳐있는 행복은 미친 사람만이 안다. 섬세하고도 간결한 음,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한 음, 폭풍우처럼 휘몰아치지만 강아지풀처럼 여린 음… 모순된 음의 양립과 조화를 꿈꾸며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들은 대가 없는 노력일 수도 있지만 오디오파일들은 최상의 사운드를 만들어간다는 희열에 온 몸을 떤다. 스피커 스탠드에 볶은 모래를 넣어 보고 은선 케이블을 꼬았다 풀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을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저자의 반평생을 지탱해준 것도 바로 이 희열과 열정이고, 남은 인생도 그 희열과 열정 속에 펼쳐질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말한다. "인간에게 유보시킬 행복은 없다. 미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시작하라." |